문유석 판사 “책도 너무 많이 팔리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판사
비록 느슨한 연대지만 그들끼리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스스로 지키려면 세상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다원주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죠. 그럴 수 있도록 손을 잡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거잖아요. 우리 헌법에도 적혀 있는 것이고요. 그것은 상식이죠. 책을 쓰고 얘기하는 것도 그런 생각을 함께 공유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야심도 없고 남들에게 별 관심이 없고, 주변에서 큰 기대를 받는 건 부담스럽고, 싫은 일은 하고 싶지 않고 호감가지 않는 사람들과 엮이고 싶지 않다. 내 일을 간섭 없이 내 방식으로 창의적으로 해내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내가 매력을 느끼는 소수의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걸 좋아하고, 심지어 가끔은 가족으로부터도 자유로운 나만의 시간을 갖길 원한다.(59쪽)
지난 10월 29일,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 홍대에서 『개인주의자 선언』을 쓴 문유석 판사를 만났다. 저자는 편안한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섰다. 그보다 더 편안한 말투로 말을 건네면서.
“특별히 준비한 건 없어요. 생방 체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씩 무대에 서는 직업이니까요. 평소 하던 대로, 생각하는 대로 하려고 합니다.”라고 하며 자신의 편안함을 설명한 것이다.
저자가 가장 먼저 꺼낸 이야기는 ‘책을 왜 쓰게 되었는가’에 관한 내용이었다. 문유석 판사는 명확한 계기가 있었다고 입을 뗐다. ‘행복’이었다.
“작년 가을쯤 이런 걸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책 한 권을 읽었기 때문이에요. 서은국 교수님이 쓰신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을 읽고는 너무 감명을 크게 받았어요. 왜냐하면 제가 평소 하던 고민과 많이 연결되었기 때문이에요. 벌써 20년 째 판사하고 있는데요. 직업상 계속 너무나 불행한 사람들을 보잖아요. 더구나 파산부에도 오래 있었기 때문에 개인 파산 사건도 많이 접했고요. 온갖 살인사건을 비롯해 정말 불행한 사람들을 보는데요. 남과의 비교 때문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참 많았어요. 내 친구들은 다 잘 나가고, 외제차 끄니까 나도 한방에 사장님 소리 듣고 싶어서 뭔가 했다가 망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요. 늘 보는 게 ‘남처럼 번듯하게’예요. 대체 번듯한 게 어떤 건가요?”
남과 비교하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지나치게 많다. 형제 간 유산 싸움, 양육권을 차지하기 위한 법정 싸움 등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의 법정 싸움은 그 자체로 무척 우울하다. 20년 동안 그런 사람들을 봤던 저자 입장에서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러웠을 터였다. 저자는 이에 “제가 접하는 모습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갈등,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의 느낌이 심해지는 것 같다”며 “왜 이렇게까지 불행할까 생각했”다고 말을 이었다.
“서은국 교수님 책을 읽어보면요. OECD국가 중 행복도가 제일 높은 곳은 항상 덴마크잖아요.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에 있고,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연방 국가들이 다 들어있죠. 밤낮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고, 흑백 갈등, 빈부 격차도 심한 미국도 의외로 높아요.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바닥이거든요. 한국, 대만, 싱가폴, 중국, 이런 나라는 항상 바닥이에요. 이걸 심리학자들은 명쾌하게 구별해요. 행복도가 높은 국가들은 개인주의 문화권의 나라, 우리나라 같은 동아시아, 행복도가 바닥인 나라들은 집단주의 문화권의 나라라고 분류하더라고요.”
서은국 교수의 책에서는 또한 행복이라는 감정을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뇌가 그렇게 느끼는 요소들이 있다는 것이다. 생존에 유리한 조건들, 타인과의 관계나 음식 등과 가까워졌을 때 뇌가 행복을 느낀다는 것. 이는 자연스레 행복에 유리한 사람들이 있다는 결론에 닿게 된다.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사람들은 이러한 속성 때문에 훨씬 행복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순간 의문을 가졌다.
“반대로 내성적인 사람들은 열성 유전자를 타고나서 불행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저는 구별하자면 내성적인 쪽에 가깝거든요. 프롤로그에 ‘인간 혐오’라고도 썼지만 그렇게 사람과 우르르 모이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나와 같은 사람도 많을 텐데 ‘행복의 정치경제학’이란 건 없는 걸까 생각했어요. 그 모든 것이 수단에 불과하고 결국 목적이 행복이라면 최대 다수가 최대 행복을 누리려면 타고나길 내성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사람도 행복할 수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생각해봤어요.”
다시 북유럽 국가처럼 행복도가 높은 나라들을 생각한다. 어차피 외향적인 사람들은 어느 곳에 있어도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사회적으로도 부자보다 빈자에 관심 가질 필요가 있듯 그런 성향이 아닌 사람도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다만 정도와 방법은 다르게 하고서.
“자기가 좋아하는 소규모의 사람들과 오순도순 관계 나누는 식물성 인간이 있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은 사회성이 없다 하고,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취급을 받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인간관계를 통해 행복을 느낀다는 거죠. 큰 집단 안에서의 성공, 헌신만 강요하는 사회가 아니라 가치관의 우열관계 없이 코스프레를 좋아하면 코스프레를 하고, 합창을 좋아하면 하고, 책 좋아하면 이런 북토크에 오는, 이런 것들에 대해 서로 가치판단하지 않고 나름대로 자신의 즐거움을 존중하고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그런 자유와 여유가 있는 사회라면 많은 사람이 행복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것이 아까 말한 행복한 사회들이라 생각해요.”
결국 한 사회의 가치관이 개인의 행복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닐까. 아파트 평수를 넓히고, 차를 바꾸고, 회사에서 승진하고, 자녀가 서울대를 가는 뚜렷한 몇 가지 목표를 위해 일생을 경주마처럼 사는 사회는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이 느끼는 행복은 이런 거대한 것을 통해서만 성취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뇌라는 게 그렇게 섬세하지 않기 때문에요. 뭔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면 아무리 소소하고, 시시하더라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하면 행복을 느낀다는 거죠. 뭘 하든지 자기가 타고난, 좋아하는 취향의 것을 하면서 즐거워하고, 그걸 함께 할 수 있게 보장하는 사회는 훨씬 행복한 사회라고 생각해요.”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저자가 주장하는 ‘합리적 개인주의’다.
‘합리적 개인주의자’ 문유석에게 묻다
저자가 말을 마치고 이어 김두식 교수의 사회로 대담이 진행되었다. 가장 먼저 저자에게 던진 질문은 ‘어떻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나?’였다.
문유석: 다 조금씩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소소한 것을 좋아해요. 여행도 일 년 내내 하는 것도 아니고요. 음악을 좋아하지만 밤낮 음악만 듣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판사 일은 그렇게 하면 안 되니까 나름대로 열심히 하지만 그것도 목숨 걸고 재판한다고까지는 못하겠어요. 저는 제 밸런스 안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어떤 분들은 월화수목금금금 일하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렇게는 못하고 다만 제게 주어진 의무적인 시간 동안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죠.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재판도 잘할 수 있다고 뻔뻔스럽지만 주장해요.
글도 완벽하게 대단한 작가처럼 쓰려고 하면 다른 일, 특히 판사 일에 지장을 주잖아요. 그러니까 죄송하고, 재수 없지만 글을 한 번에 써요. 거의 퇴고 안 하고요. 완결성을 추구하다보면 다른 게 무너지니까요. 책도 붙잡고 한 권을 쓸 만한 긴 시간을 내는 것이 저에게는 쉽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때그때 썼던 여러 가지 글들을 모으고 거기에 뼈대를 붙이는 식으로 책을 만드는 경우가 아직까진 더 많아요. 말하자면 한 7, 80점만 맞자는 식으로 여러 가지를 하는 거예요.
김두식: 70% 한 건데 원래 그냥 돼요(웃음), 이런 뜻인가요? 타고난 능력 차이도 있는 것 같네요. 『판사 유감』에 이어 두 번째 책인데요. 법조인들 사이에 수필에 대한 일종의 로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욕망으로 이런 책을 쓴 걸까, 궁금합니다. 무엇을 얻고 싶은 걸까요?
문유석: 저의 쾌락, 즐거움입니다. 제가 즐겁기 위해 하는 거예요. 『판사 유감』을 내게 된 것도 그렇습니다.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 법원 내 게시판(코트넷)에 쓰기 시작하면서부터예요. 그리고 듀나의 영화게시판에도 글을 썼고요. 거기에 달리는 댓글 읽는 재미가 너무 좋더라고요.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몇 번 씩 봤어요. 상호작용이잖아요. 그것 자체가 신기하고 재미있는 거예요. ‘파산이 뭐길래’라는 글을 썼었는데 그게 포털에 누가 퍼가서 올라갔는데 댓글이 1,200개쯤 달렸어요. 그걸 다 갈무리를 해놓고 봤어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제 글에 대해 누군가 반응해주고, 이야기를 걸어주는 것에 큰 행복을 느낍니다.
김두식: 댓글 읽는 게 늘 즐거울 수만은 없는 거잖아요. 비판도 있을 수 있고요.
문유석: 그런 경우 즐겁다고는 솔직히 못하겠는데 다만 비판적인 것에 대해 납득이 되면 감동해요. 정말 인정할 수 있는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있으면 그것이 제게 도움이 되잖아요. 몰랐던 걸 깨우쳐주는 거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무시하고요. 건방지니까요.(웃음) 이건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니까 가능한 거예요. 너무 건방지고 오만해서 나한테 득이 되는 건 흡수하고, 득이 안 되는 건 무시해요. 그러니까 어떤 댓글도 제게 상처를 주기 쉽지 않죠.
김두식: 『개인주의자 선언』, 제목이 상당히 도발적인데요. 저는 제 이름 앞에 ‘-주의자’를 붙이는 게 너무 부담스럽거든요. 개인주의자들은 그런 게 가장 부담스러운 사람들일 텐데 이런 제목을 어떻게 붙일 수 있었을까요?
문유석: ‘주의자’라는 세 글자에도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사용한 것은 앞서 얘기한 생각들을 가장 쉽게 축약해서 전달할 수 있는 키워드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평소에도 제가 ‘개인주의자’라고 하고 다닌 적은 한 번도 없거든요. 그런데 책을 쓰면서 이것을 딱 한 마디로 한다면 무엇일지 생각했더니 ‘합리적 개인주의자’가 딱 떠오르더라고요. 그렇게 오히려 발견한 것 같아요.
김두식: 프롤로그에 ‘인간 혐오’, ‘타인의 발견’ 이런 이야기를 적으셨는데요. 저는 남에게 잘해주려다 보니 남과 같이 있는 게 힘든 거예요. 인간 혐오랄까 혼자 있는 걸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남을 의식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문유석: 아주 많은 사람과 왁자지껄 잘 어울리는 사람을 관찰해보니 민감도가 다른 것 같더라고요. 단맛을 누구나 좋아하지만 설탕을 매일 퍼먹으면 괴로울 거잖아요. 인간이 인간을 좋아하게끔 태어났다고 하지만 어떤 종류의 사람들은 그걸 얇고 넓게 섭취하고, 어떤 사람들은 깊은 관계를 맺죠. 김두식 교수님 같은 분들은 너무 착하거든요.(웃음)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른 거예요. 너무 넓히면 한계가 오는 거예요. 제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의 인간관계가 좋지 그걸 넘어서는 건 부담스러워요. 책도 너무 많이 팔리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웃음) 저는 제가 소통할 수 있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만 제 책을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김두식: 판검사가 외부에 글을 쓰면 흔히 ‘정치할 거냐?’는 질문을 해요. 정치와 아무 상관없는데도 말이죠.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피라미드의 정점이라고 생각하는 이런 문화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유석: 유교문화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입신양명이니 하는 것을 밤낮 교육 받다 보니 정치라는 것을 개인적 출세, 집안의 명예로 보시는 것 같아요. 공적인 의무로 보기 보다는 말이에요. 그것은 사실 합리적 개인주의라든지 서구식 관점에서는 말도 안 되는 얘기죠. 이건 아주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계속 혜성처럼 백마를 탄 영웅이 갑자기 나타나서 나라를 구제해줄 것이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제대로 된 성숙한 사회라면 풀뿌리 민주주의, 그러니까 기초 의원 또는 정당에서부터, 20대 청년 당원부터, 또는 NGO 활동이라든지 이런 것을 통해 공공복리를 위한 활동이 밑바탕이 돼 검증을 거친 사람이 정치를 하는 형태가 되어야죠. 오바마 대통령도 알다시피 시카고 대학에서 빈민 운동을 오래 했었잖아요. 다른 분야에서 이름 날리는 사람에게 관심 갖지 마시고, 정당에도 관심을 가지시고, 자기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활동가에게 관심을 가져서 그들을 스타로 키우는 것이 이 나라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김두식: 여기서 한 분이 갑자기 손을 들고 ‘판사님에게 재판 받은 적이 있는데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다 나왔다’할 수 있는 가능성, 겁나지 않으세요?
문유석: 제 인생에서 가장 겁나는 게 그거예요. 가족이 아픈 것 다음으로 두렵죠. 시건방지게도 처음에는 내가 실력이 있고, 노력하면 오판 안 할 거란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요. 조금 지나니까 알겠더라고요. 택도 없는 소리고, 그건 인간의 영역이 아닌 거예요. 최선을 다할 수는 있지만 결과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는 없죠. 분명히 이미 오판을 꽤 했을 거고요. 오판을 안 한 판사는 아마 없을 거라 생각해요. 허가받은 살인자일 수 있는 거죠. 틀릴 가능성에 대한 공포가 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데요.
『판사 유감』을 내면서도 제일 두려웠던 게 그거예요. 더구나 정면으로 재판 이야기를 했으니까요. 그것 때문에 출간을 제일 망설였어요. 제안은 일찍 받았거든요. 10년 망설여서 낸 책이에요. 한계를 조금 더 알게 되고 나니까 ‘발버둥 쳐도 어차피 할 수 있는 게 여기까지라면 그냥 솔직하게 드러내고 욕을 먹으면 되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매를 맞을 일이 생기면 맞는 게 책임 아닐까 해요. 그래서 책을 냈는데 출간 일주일 만에 처음 받은 독자 편지로 교도소 소인 찍힌 걸 받았어요.
김두식: 억울함을 얘기하는 편지였군요?
문유석: 네. 그때 너무 상상했던 게 일주일 만에 현실화되니까 정말 기절할 뻔했었거든요. 나름 뻔뻔한 편인데 정말 ‘헉’소리가 났어요.
김두식: 책에 우울감에 관한 이야기도 쓰셨거든요. 왜 쓰셨어요? 그런 얘기를?
문유석: 그러게요.(웃음) 그게 병적으로 심하다면 제게 피해를 주니까 안 썼겠지만 그렇지 않으니까요. 정혜신 박사님께 진단을 받은 적이 있어요. 판사들이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에 숨겨진 우울증이 많거든요. 조직적으로 상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윗분들을 설득해서 그걸 위해 정혜신 박사님을 찾아갔었어요. 우선 저부터 해달라고 했죠. 그때 스스로 느끼는 여러 감정을 가감 없이 얘기했어요. 그 자기 고백이 쾌감을 주더라고요. 그런데 김빠지게도 일주일 후에 갔더니 정상이라고, 이 정도는 건강한 범위 내에 있고, 이 정도의 우울감을 가지지 않은 현대인은 없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요. 저는 정 박사님만 믿고 가고 있는 거예요.
김두식: 최근 몇 년은 개인주의자가 살기 어려운 여건이었던 것 같아요. 심각하게 개인이 위협 받는 분위기는 맞는 것 같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유석: 말씀하신 것 다 동감하고요. 낙관주의에 대해 이전 책에서도 얘기했고, 이번에도 스티븐 핑커 얘기를 했지만요. 단기적으로 보면 아무리 인간이 끔찍해 보이고, 인류사가 비극적으로 보이지만 길게 보면 인류가 놀라울 만큼 발전하고, 행복해지고 있지 않느냐, 낙관주의로 가자, 이렇게 얘기했어요.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 장기적인 낙관주의가 흔들릴 정도예요. 어렸을 때부터 사회의 변화 방향이라는 게 일정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나이브한 생각이고,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래서 합리적 개인주의자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있는 거예요. 비록 느슨한 연대지만 그들끼리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스스로 지키려면 세상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다원주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죠. 그럴 수 있도록 손을 잡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거잖아요. 우리 헌법에도 적혀 있는 것이고요. 그것은 상식이죠. 책을 쓰고 얘기하는 것도 그런 생각을 함께 공유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주의자 선언문유석 저 | 문학동네
『판사유감』을 통해 현직 판사로서 법과 사람 그리고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저자가 이번에는 대한민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 『개인주의자 선언』은 소년시절부터 현재까지 저자가 보고 겪었던 사회 문제에 대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책과 음악만 잔뜩 쌓아놓고 홀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며 개인의 행복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는 저자는 자신을 개인주의자로 명명한다. 그리고 책은 이러한 개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인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주제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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