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불짜리 아이디어는 없다
구글 최고 엘리트 출신 한국인 청년의 비즈니스 모험기
아이디어가 누구의 손에 들려 있고 그 사람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느냐에 따라 아이디어의 잠재적 가치가 백만 불짜리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 해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의미다.
백만 불짜리 아이디어는 없다
스타트업 창업에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했다. 그것은 바로 우리를 성공으로 이끌어줄 사업 아이템이었다. 우리는 밤낮으로 토론을 거듭하며 백만 불짜리 아이디어를 짜냈다. 생각해보지 않은 아이디어가 없을 정도로 많은 아이디어들을 쏟아냈고 각종 자료를 뒤져가며 여러 사업 모델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우리는 사업 아이템으로 헬스케어, 소셜네트워크, 소셜커머스, 데이팅, 교육, 하드웨어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카테고리를 고려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런 방식으로 토론을 계속하다 보면 분명 백만 불짜리 아이디어가 나올 거라고 굳게 믿었으며, 제대로 된 아이디어를 찾는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파트너와 나는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불쑥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곤 했다.
“왜 이런 아이디어를 진작 생각해내지 못했을까?”
“정말 초대박 아이디어다!”
“이건 바로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성공할 것 같다!”
우리는 그럴듯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때마다 스스로 천재라도 된 양 제어할 수 없는 흥분 상태에 빠지곤 했다. 모든 논리를 창밖으로 내던져버리고 방금 떠오른 기발한 아이디어가 왜 하늘이 내린 운명적인 영감인지에 대해 정당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성을 찾은 뒤에 논리적으로 아이디어를 분석하면 여지없이 단점들이 튀어나왔다.
우리는 이와 같은 과정을 수없이 거치고 나서야 우리가 아이디어에 집착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은 의미 없는 행위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한 친구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눴다.
“요즘 아이디어 구상하느라 힘들어.”
“좋은 아이디어 많이 생각해냈어?”
“괜찮은 아이디어들이 있기는 한데 계속 고민하다 보면 또 아닌 것 같기도 해.”
“가장 최근에 생각해낸 아이디어 있어? 있으면 말해줘.”
“백만 불짜리 아이디어를 그렇게 쉽게 말해줄 수는 없지. 말해줄 테니 백만 불 줄래?”
“너 드디어 정신 나갔구나.”
“그럼 천 달러는 어때?”
“그냥 안 들을래.”
“이 아이디어가 정말 일생일대의 아이디어이고 무조건 돈을 내야 들을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너는 얼마까지 지불할 수 있어?”
“아무리 많이 줘도 10달러 이상은 절대로 안 준다.”
“그럼 결국 백만 불짜리 내 아이디어의 실제 가치는 10달러인 거네.”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똑똑하네.”
농담에서 시작된 대화였지만 나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백만 불짜리 아이디어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백만 불짜리 아이디어는 실제 가치도 백만 불이어야 한다. 하지만 친구와의 흥정에서 내가 백만 불로 매긴 아이디어 가격은 10달러로 떨어졌다. 물론 누구의 아이디어인가에 따라 이 가격은 변동될 수 있다. 워런 버핏의 다음 투자 상품 아이디어를 들으려면 훨씬 큰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고, 래리 페이지가 생각하는 구글의 다음 비밀 프로젝트에 관한 아이디어라면 그 가치가 더 높을 수 있다. 하지만 버핏과 페이지가 제 아무리 유명인사라 해도 이들의 아이디어를 듣는 데 백만 불을 기꺼이 낼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결국 아이디어 자체만으로는 가치가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누구의 손에 들려 있고 그 사람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느냐에 따라 아이디어의 잠재적 가치가 백만 불짜리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 해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의미다.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던 우리는 다행히 빠른 시간 안에 그것이 큰 오산임을 깨달았다. 사업에서 아이디어는 상대적으로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이후 우리는 대박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성공할 거라고 믿었던 어리석은 생각을 버렸고 당연히 아이디어에만 초점을 맞췄던 토론도 중단했다. 백만 불짜리 아이디어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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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열두 살 때 부모를 따라 뉴질랜드로 이민 갔다. 오클랜드대학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경영학을 공부하고 IBM에서 컨설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글로벌기업에 취직했지만 단순한 업무와 불투명한 미래에 회의를 느끼고 평소 동경하던 구글로 눈길을 돌렸다. 매년 전 세계에서 약 30명만 뽑는 구글 최고 엘리트 프로그램인 APM(Associate Product Manager)에 합격해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에서 광고 프로그램인 애드센스(AdSense)와 글로벌 블로그 서비스인 블로거(Blogger) 업무를 담당했다. 큰 역할을 기대했던 구글에서의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지면서 새로운 도전에 목말랐다. ‘5년이나 10년 후에 어떤 선택이 덜 후회될까?’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고, 마침내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꿈을 안고 스타트업 창업에 나섰다. 그의 나이 스물일곱이었다. 스타트업의 여정은 혹독했다. 세계적 창업지원기관인 테크스타스에 참가했다가 좌절과 상처만 안고 뉴질랜드로 돌아갔을 때는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심정으로 두려움의 맨 얼굴과 마주했고 초심으로 돌아갔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아이폰용 캘린더 앱인 카나리(Canary)를 개발했으며, 앱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도메인 업계의 구글이라 할 수 있는 도메인 제공업체 고대디(GoDaddy)와의 인수합병에 성공했다. 현재 고대디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며 여전히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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