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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통해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엿보다

『세상의 모든 교양, 미술이 묻고 고전이 답하다』저자 박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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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철학·문화·사회·경제 분야의 18개 핵심 고전들의 내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18명 화가의 그림 54점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미술 작품을 각 장의 도입부로 삼아 고전에 관심과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게 했으며, 해당 고전에 대한 논의 또한 더욱 풍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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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문화, 사회, 경제 분야는 우리의 생각과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다. 우리의 삶과 가장 연관성 있는 4개 분야의 엄선된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그 분야의 핵심 지식을 읽는 것이며, 이는 곧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압축적으로 읽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교양, 미술이 묻고 고전이 답하다』는 철학문화사회경제 네 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고전 텍스트들을 선택해 사상적인 흐름과 대략적인 역사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박홍순은 인류의 삶과 생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인 철학, 문화, 사회, 경제 영역의 대표 고전을 소개한다. 그림이라는 친절한 안내자를 통하여 독자들에게 사유의 여행을 떠날 것을 권유한다. 박홍순 저자는 현재 인류 지성의 집합체이며 실천 강령인 ‘헌법’을 인문학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또한 강연과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면서 어떻게 인문학이 독자의 삶 속에서 구체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미술관 옆 인문학』, 『사유와 매혹』, 『장자처럼 살라』,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 『욕망할 자유』, 『마르크스, 서울에 오다』 등이 있다.

 

 

인문학 상실은 학문과 가치판단의 상실을 낳는다  


『세상의 모든 교양, 미술이 묻고 고전이 답하다』는 인문, 사회과학 분야의 고전을 미술 작품과 연결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고전과 미술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같이 읽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림을 통해 더 정확하게 작가와 동시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어요. 자신도 모르게 내면을 드러내니까요. 그림에서 사회변화의 전주곡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역사 변동의 징조가 예술에서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죠.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는 고전과 궁합이 잘 맞아요. 또한 미술작품은 한 화면 안에 집약적 정보를 담고 있기에 해석 과정이 사고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줍니다. 고전의 한계를 미술작품이 보완해주고요. 대부분의 고전은 문학작품이 아닌 이상 지극히 이성적이기 마련입니다. 이성만으로는 정신이 불구 상태에 빠지고요. 인간의 정신은 이성ㆍ감성ㆍ직관ㆍ상상력이 함께 어우러져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요소가 결합되었을 때 사고능력도 효과적으로 향상됩니다. 미술작품을 고전 이해의 동반자로 삼음으로써 정신과 삶은 더욱 충만한 상태로 향할 수 있어요.

 

책은 크게 철학, 문화, 사회, 경제 분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이렇게 나누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각 분야에서 다룬 고전들은 어떠한 기준으로 선택하신 건가요?


철학, 문화, 사회, 경제가 생각과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이기 때문이죠. 철학과 문화는 역사적 맥락으로 고전 흐름을 잡았어요. 철학 분야는 시대별로 이성을 둘러싼 대표적 관점을 비교했어요. 플라톤과 데카르트를 통해 고대와 근대 이성관을 만납니다. 근대와 현대의 경계에서 니체, 현대의 대안적 이성관으로 화이트헤드를 접하고요. 문화 분야는 말리노프스키를 통해 원시적 기원, 푹스의 도움으로 중세와 근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힙니다. 근대 기술과 문화의 관계는 벤야민, 최근 쟁점인 이미지와 소비사회는 보드리야르와 부르디외의 도움을 받고요. 사회와 경제는 쟁점 중심으로 고전을 선별했어요. 사회 분야는 톨스토이를 길잡이로 법과 제도의 본질, 베버와의 대화로 관료제 원리를 추적했죠.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대중의 부상, 프롬은 현대인의 자유 상실, 러셀은 일과 여가의 관계에 대한 성찰로 인도해줍니다. 경제 분야에서는 로크는 사적 소유의 정당화를, 하이에크는 자유시장 원리를, 폴라니는 시장의 절대화 위험성을 알려줍니다. 리프킨은 정보화 사회와 지식경제가 불러올 변화를 고민하게 해주고요.

 

꾸준히 인문학 관련 책을 펴내시는 것으로 유명하신데요. 오늘날 사람들이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문학 상실은 학문과 가치판단의 상실을 낳기 때문이지요. 주요 학문은 대부분 인간을 다루잖아요. 법학이나 의학이 인간을 상대로 하듯이 말입니다. 경영도 인간 경영을 기반으로 하고요. 인간을 상대로 하기에 윤리적 가치판단이 결합돼요. 경영윤리, 법윤리, 의료윤리처럼 말이죠. 인문학 상실은 곧바로 학문에서 윤리적 가치판단을 떼어내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세계관과 인생관에 연관된 가치판단이 사라진 곳에서는 오직 기술적 합리성과 경제적 이익 동기만이 지배하게 되고요. 기술과 상행위만 남고, 약육강식의 강자논리만이 지배하게 됩니다. 한국사회에서 전형적 현상을 발견할 수 있지요. 이런 상태에서 개인 역시 행복한 삶과 갈수록 거리가 멀어질 테고요. 그러한 의미에서 사람들의 내적인 만족과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인문학이 필수적입니다.

 

글을 쓰시는 것을 보면 독서량의 내공도 상당하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오늘날 인문학 책을 왕성하게 쓰게 만든 선생님의 경험이나 독서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가장 안 좋은 독서 습관은 손에 잡히는 대로 읽는 것입니다. 인문학은 잡다한 지식을 머리 안에 저장하는 작업과 거리가 멀거든요. 머릿속이 마치 테이블 위에 잡다한 서류가 뒤죽박죽 섞여 있는 상태와 비슷해져요. 인문학은 지식 암기가 아니라 성찰적ㆍ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과정인데, 그러한 상태는 오히려 생각에 방해가 돼요. 자신이 관심을 갖는 분야나 주제, 혹은 쟁점과 관련하여 통시적으로 독서하는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가급적 문명 이전의 원시공동체로부터 고대국가 형성기에서 나타나는 변화과정을 꼭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어떤 문제의 최초 변화를 보는 것은 뿌리를 확인하는 작업이거든요. 이어서 중세와 근대를 거쳐 현대까지 궤적을 따라가야지요. 역사적 맥락이 잡히면 테이블 위의 서류가 계통적으로 분류되고, 나름대로 변화 동인(動因)을 찾으면서 점차 자기 입장을 세울 수 있죠.

 

책을 보면 미술에 대한 안목과 애정도 느껴집니다. 전공은 미술 쪽이 아닌 것으로 압니다만 미술 공부는 어떻게 하신 건지,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누구인지 여쭙고 싶네요.


초등ㆍ중등ㆍ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미대 진학 이외에는 다른 전망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죠. 그런데 고등학교 중반기에 부모님의 반대가 대단했어요. ‘환쟁이’는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죠. 결국 미대를 포기하고 이후 그 갈증을 미술 관련 책이나 화집으로 대신 채웠습니다. 관심 있는 작가의 국내 전시회나 외국 주요 미술관을 찾아가는 일도 큰 기쁨이었고요. 스페인 화가 고야를 많이 좋아하는 편입니다. 로코코에서 고전주의, 선구적인 낭만주의 경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풍을 볼 수 있고요. 무엇보다도 시대의 아픔을 정면으로 끌어안는 치열함, 말기의 검은 회화에서 보이는 내면을 향한 천착까지 저를 사로잡았거든요.

 

다음에는 어떤 책으로 만나 뵐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혹시 지금 집필하고 계신 책이 있는지요?


대한민국 헌법을 인문학적으로 이해하고 탐색하는 책을 쓰는 중입니다. 누구나 헌법이 중요하다는 것쯤은 다 알지요. 하지만 법을 전공하거나 직업으로 삼지 않는 이상, 헌법을 꼼꼼하게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어요. 오랜 권위주의 통치 아래 형성된 뿌리 깊은 통념 때문인데요. ‘준법정신’만 주입 받기 바빴기에 ‘이해’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해요. 헌법에 대한 이해와 판단은 소수 법률 전문가의 소관사항일 뿐이라고 치부해버리죠. 특정한 정부나 세력이 해석을 독점하면서 국가 정체성이 왜곡되고 국민 권리가 훼손되는데도 말이죠. 계약서를 보지 않고 집 거래를 하지 않듯이, 사회계약인 헌법은 모든 국민이 그 내용에 정통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작 헌법과 친해지려 해도 대부분 전공자 교과서이거나 사법시험 수험서이기에 마땅하지 않아요. 헌법 정신과 주요 조항을 인문학적으로 이해하고, 구체적인 현실과 어떤 관련을 갖는지, 나아가 실천적 과제에 대한 모색까지 찾아나가는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채널예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몇몇 조사를 볼 때 한국의 독서량은 OECD 최하위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중간 이하에 불과합니다. 보통 성인은 바쁜 일, 청소년은 입시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토로하지요. 하지만 한국만큼 업무나 입시에 시달리는 일본만 봐도 한국의 몇 배 이상 독서량을 보이거든요. 한국이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 중독 현상이 가장 심한 나라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시간부족은 핑계지요. TV 시청과 스마트폰 사용만 줄여도 충분한 독서 시간이 생깁니다. 집 거실이나 방에서 TV나 가구를 한쪽으로 밀어놓고 큼직한 책장을 두어 개 마련하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한 계절에 한 칸씩 채워나가는 정신의 풍요를 누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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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교양, 미술이 묻고 고전이 답하다박홍순 저 | 비아북
이 책은 철학 문화 사회 경제 분야의 18개 핵심 고전들의 내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18명 화가의 그림 54점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인류 지식의 정수가 담긴 엄선된 고전들과 압도적 전달력을 가진 미술의 결합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 이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지적 자극과 흥미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 더불어 이 한 권의 책은 독자들이 고전과 미술의 기초 상식을 갖추고, 나아가 정신과 사고력이 훌쩍 성장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등 고전 읽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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