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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 “사진이 별건가, 인생을 담으면 되지”

『내가 찍고 싶은 사진』 펴내 찍는 사람의 바탕이 드러나는 사진이 ‘좋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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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 『잘 찍은 사진 한 장』의 저자, 윤광준이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을 펴냈다. 네이버 <오늘의 포토> 선정작 137컷과 저자의 심사평을 실은 책이다. 심사평으로만 책이 만들어진 건 이례적인 일이다. 사진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물론, 윤광준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반가운 책이다.

윤광준 셀렉 (1).jpg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은 책 제목을 잘 살펴봐야 한다. ‘잘 찍은’이 아니라 ‘찍고 싶은’이다.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 감탄사가 나오는 사진이 있는가 하면, ‘어, 이 정도는 나도 찍을 수 있겠는데’하는 사진이 있다. 저자 윤광준의 의도는 바로 후자다. 사물과 풍경, 사람을 보는 ‘눈’이 있어야 찍을 수 있는 사진들을 뽑아내 심도 깊은 심사평을 적었다.

 

네이버 <오늘의 포토>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진 고수들의 응모작 중 매일 단 한 컷을 꼽는 코너다. 7년간 2,200여 컷이 선정됐다. 대한민국 사진계의 내로라하는 작가, 평론가들이 심사위원을 거쳤다. 윤광준 저자는 ‘글 쓰는 사진가’답게 심사평을 통해 사진 기술로서의 평가를 너머 사진을 찍은 이의 상황을 읽어냈다. 거칠고 투박해도 사진가의 선택이 드러난 사진, 저자에게 내밀한 쾌감을 느끼게 한 사진들을 골라내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을 펴냈다.

 

한겨레문화센터에서 8년째 사진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윤광준 작가는 “기술이 아니라 사진이다. 흉내 내지 말고 당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내라”고 말한다. 좋은 사진은 평범한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데서 나온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는 눈’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사진작가다.

 

 

사진이 사물의 외피만을 옮기는 데 머무른다면 절망이다. 대단하고 특별한 겉모습에만 현혹될 것이기 때문이다. 종류는 많지만 먹을 게 없는 음식, 소재가 없어 쓰지 못하는 글과 처지가 비슷해진다. 내용이 파악되지 못한 겉모습의 확신은 혼란만 더하게 될지 모른다. 스스로 찾아 선택한 결정이 더 소중하다. 특별함이란 원래부터 있는 게 아니다.

 

볼 줄 아는 눈이 새롭게 만들어낸 내용일 뿐이다. 모든 예술은 새로운 해석으로 풍요로움을 이어간다. 그런 점에서 세상에 널린 보이는 것 모두가 사진 찍을 거리다. ‘찍을 게 없다’란 말은 알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143쪽)

 


사람들의 양면성을 확인한 네이버 <오늘의 포토>


2012년에 『내가 갖고 싶은 카메라』를 내고 『잘 찍은 사진 한 장』 개정판을 낸 후, 오랜만에 신간입니다. 서문을 읽어 보니 “책을 준비하는 내내 즐거운 비명을 질렸다”고요.


즐거웠어요. 오랜만의 몰입에서 오는 쾌감이 컸어요. 사실 네이버 <오늘의 포토> 심사위원으로 요청을 받았을 때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으니, 그저 그런 아마추어들의 발표의 장일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올라온 사진들을 쭉 보다 보니 참 재밌더라고요. 이 기회에 보통 사람들의 사진을 들여다보게 된 거죠. 제가 사진으로 대중적 만남을 시도한 사람이라 대중에 대한 관심은 계속 있었지만, 대중의 사진을 이렇게 많이 본 건 처음이었어요.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양면성을 그대로 확인했다고 할까요.

 

양면성이라고요?


사람들의 앞과 뒤, 말과 행동이 다른 지점을 본 거죠. <오늘의 포토>에 출품된 작품들의 규모가 굉장하거든요. 네이버 내에서 소화를 다 못하니까 외주 회사를 통해 <오늘의 포토>를 따로 관리해요. 매주 1차로 필터링을 하는데, 90%는 떨어져요. 1회에 50개 작품에서 70개 작품 정도가 올라가는데, 사진이 놀랍도록 똑같더라고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1차 선별작인데도 불구하고요. 그렇게 개성 있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이 이렇게 놀랍도록 똑같은 걸 보고서, 왜 그럴까 생각하게 됐죠. <오늘의 포토> 심사평은 최소한의 가이드가 있어요. 기본 분량을 채워야 하는데, 기왕이면 심사평을 통해서 좋은 사진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1년간 심사평을 했더니 엄청난 양이 쌓이더라고요. 지금도 수많은 공모전이 열리고 있는데, 심사평을 가지고 책으로 묶은 건, 아직까지 보지 못했어요. 양식으로써도 재밌는 책이 된 것 같아요.

 

수상작들을 일상 찍기, 풍경 찍기, 인물 찍기, 하늘 찍기 등 주제별로 나눴습니다. 독자들이 특별히 관심이 있는 주제를 깊이 있게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의 특징은 ‘이 정도는 나도 찍을 수 있겠다’에요. 우리가 알고 있는 좋은 사진이란 뭔가,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은 뭔가를 살펴보면, 이건 정확히 말하면 남의 것이기가 쉬워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에서 좋아하는 걸 반복하려는 건데요. 중요한 건, 우리가 언제부턴가 자기 눈으로 보는 걸 믿지 않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믿고 있는 걸 보게 된 거죠. 사진은 자유를 지향하기 때문에 내 눈으로 보는 것을 믿어야 해요. 주체적 판단, 주체적 선택이 사진의 출발이고, 그것을 옮기는 게 곧 사진이에요. 가장 솔직해야 해요. 남에게 보이기 위해 과장을 하고 포장을 하는데, 그런 과정이 전혀 필요 없는 거예요. 아마 많은 분들이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고 ‘이거 뭐야?’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전 이게 더 솔직하다고 본 거죠.

 

수상작을 선택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염두에 둔 기준은 무엇인가요.


인간의 삶을 다뤄야 한다는 게 제 기본적인 생각이에요. 삶과 유리된 예술이란 있을 수 없어요. 표현도 결국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는 거잖아요. 그 중요한 주제를 비껴간 상태에서 아름다움이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쫓는 건 위험이 크다고 봐요. 결국 자기 이야기가 없다는 게 문제에요. 사람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도 그 사람을 통해서 자기를 드러내려고 하는 건데. 남을 의식하지 않고 찍는 사진은 없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사진이 소통의 한 방법이라면, 소통되지 않는 사진은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남에게 읽혀지길 원하기 때문에 찍는 거 아닐까요? 자신의 선택을 중요시하는 컷들, 즉 생각을 가진 사진들을 뽑았어요.

 

한 장의 사진으로 사람을 읽기는 힘든데요.


네이버에서 <오늘의 포토>를 진행하면서 객관적인 장치를 하나 만들었는데. 개인 사진 블로그에 등록을 해야, <오늘의 포토> 후보작이 될 수 있어요. 좋든 싫든 자기가 찍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야 하는데, 예전 사진들을 쭉 보면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요. 사진을 선정하고 나서, 그 사람의 과거 사진들을 보면 제 생각이 거의 맞더라고요. 나름 확신을 갖게 됐죠.

 

총 137컷이 실렸습니다. 특별히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사진이 있나요.


‘비행’이라는 사진이에요. 구름과 작게 찍힌 비행기만 보이는 사진인데, 미국에 간 소년이 찍은 거예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많은 사람들이 ‘이게 뭐야?’ 했을 거예요. 그런데 이 사진 한 장이 제 눈길을 끌었어요. 사진을 좀 했다는 사람들은 절대 이렇게 안 찍거든요. 출품자의 해설을 읽어 보니, 어린 나이에 미국에 가서 혼자 있는 상황이더라고요. 문득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를 봤는데 울컥 한 거죠. ‘저게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일지 모르는데, 집에 가고 싶다’ 그런 생각을 담은 거죠. 울림이 왔어요. ‘아 한국 가고 싶다’는 이 절실함을 어떻게 더 표현할 수 있겠어요. 내적 동기가 있는 사진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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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_ 강성운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 되게 단순한 사진도 있고, 전문가가 찍은 듯한 사진도 있습니다. 일부러 연출을 한 사진도, 그냥 우연히 찍은 사진도 있고요.


다른 심사위원들이 그동안 많이 뽑은 사진들을 되도록 뽑지 않았어요. 어떤 회에는 뽑을 사진이 없을 때도 있었어요. 그럴 때는 정말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거나 성의가 대단한 사진을 뽑았죠. 공통점이라면 찍은 이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 사진이라는 거예요. 스스로 찾아낸 세상의 아름다움과 이야기를 담아낸 사진들만이 제 관심의 대상이거든요. 사진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하면 숨 막혀 살 수가 없어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도 많이 실렸던 데요.


많아요. 아직도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려면 좋은 카메라로 능숙하게 조작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요. 카메라의 화질과 성능의 문제는 사용자가 아니라 카메라를 만드는 엔지니어의 고민으로 돌려줘야죠. 진심보다 우선하는 게 있을까요. 예술사진 하느라 정작 제 아이, 가족사진 하나 변변하게 남기지 못한 무신경한 사람들이 많은데요. 정작 자신에게는 어떤 사진이 남을 것인지, 생각해본다면. 다른 사진들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요?

 

윤광준 셀렉 (2).jpg

 

 

현실을 미화하면 좋은 사진이 될 수 없다


디지털카메라에 이어 스마트폰까지, 요즘은 인스타그램이 유행하면서 거의 사진 홍수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너무 많이 찍고 너무 많이 보기 때문에 ‘좋은 사진’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지는 것 같기도 한데요.


유래 없는 사진적 풍요 시대가 됐죠. 디지털사회의 공통된 흐름이라고 볼 수 있어요. 디지털 시대가 잘못된 게 아니에요. 필름 시대가 아니니까 누구든 원 없이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됐는데, 배가 부른 거죠. 문제는 그 다음이죠. 정말 좋은 걸 선택하려는 능력. 그 필요를 인정하는 게 지금 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그냥 찍어 놓고 버려요. 프린트해서 보관하지도 않고 습관적으로 찍어두다가,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버려요. 그건 사진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에요. 자신의 표현 의도를 잘 담고 정리해서 자신의 삶에 피드백이 되도록 쓰는 게, 중요한 목표가 아닌가 싶어요.

 

셀카 인구는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가끔 여행지에서는 셀카봉이 둔기로 변하기도 하는데요. 셀카는 찍는 사람과 안 찍는 사람이 확연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찍는 사람은 정말 많이 찍고, 안 찍는 사람은 아예 안 찍죠. 셀카를 어떻게 보시나요?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 아닌가요? 자기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은 우리 모두가 공감해요. 누구에게나 있으니까요. 문제는 자기를 드러내는 방식에 있어요. 자기 사진만 들입다 올라는 사람은 한마디로 보여줄 것이 없다는 뜻이에요. 그 얼굴과 상황이 맞물렸을 때 사진이 돋보일 수 있는데, 상황이 없고 자기 얼굴만 드러낸다는 건 사진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에요. 사진적 소통에 대해 고민한 적이 없는 거죠. 하지만 이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이 단계를 거쳐야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는 반성이 생기니까요. 파리에 가면 셀카봉을 금지하는 구역이 많아요. 휘두르다가 다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이런 것들이 시대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아요. 뭐든지 차고 넘쳐야 안정의 시기가 오지 않나요? 꼴 보기 싫은 걸 참아야, 더 좋은 걸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중에는 하라고 해도 안 할 걸요.

 

아기가 태어나면 예쁜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좋은 카메라를 구입하는 부모들도 많은데요. 아기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할까요?


상황이 드러나도록 찍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상황이 드러나야 그게 기록이 되잖아요. 자기 애기 얼굴이 예쁘다고 얼굴만 찍는 건, 한 부분일 뿐이죠. 현실의 아기는 다 지저분한 방바닥에서 굴러다니고 정신이 없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만 현실을 미화하려고 해요. 예쁜 옷을 입혔을 때만 사진을 찍으려고 하죠. 사진적 포장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지저분한 배경을 자꾸 지우려는 건 뭘까요? 내가 아니라 세상의 기준을 자꾸 따라가려는 거죠. 내 삶을 드러내는 건, 지지고 볶고 그렇게 사는 모습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거예요. 아이의 성장과정을 기록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게 얼마나 소중한가요? 사진을 찍는다는 건, 그 사람의 바탕이 드러나는 행동이에요. 너도 나도 베끼고 아름다움만 쫓으면 좋은 사진은 나오기 힘들어요.

 

웨딩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는 신랑, 신부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아주 재수없죠.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걸 의뢰하는 사람이 이해가 안 가요. 몰개성 속에 끼어들고 싶다는 뜻인데. 돈도 많이 들고, 왜 표정도 없는 사진에 되지도 않는 포즈를 취하는지. 이해가 안 가요.

 

포토샵에 대해서도 묻고 싶어요. 포토샵을 과하게 한 사진을 보면 거부감이 드는데요. 작가님 사진 같은 경우에는 포토샵을 한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쓰고 안 쓰고는 사용자의 몫이라고 봐요. 도구와 방법에 대해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할 만큼 해보라는 거에요. 별도의 룰을 만들어 강요할 필요가 없어요. 모든 건 흐름이에요. 지나치게 하다 보면 결국 어느 단계에서는 저절로 안 하게 돼요. 너무 짧은 기간 동안,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강요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거죠. 디지털카메라를 쓰면서 포토샵의 기능을 부정하면서 마치 해서는 안 될 일 취급을 하는데. 디지털카메라의 이미지 변환 엔진은 이미 포토샵 프로그램을 내장시켜놓았어요. 찍힌 데이터는 사용자의 의지를 더해 자유롭게 수정과 변경이 가능해져요. 포토샵을 적용하면 다채로운 표현의 가능성이 열리죠. 선택의 문제인데, 과거의 것을 그대로 고수하는 사람도 새로움을 향해 가는 사람도 있어요. 전 사진이 이전과 다른 창조적 변형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믿어요.

 

사진 강의에서 수강생들이 가장 자주 묻는 질문은 뭔가요.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나? 그거죠. 우선 자주 찍어야 해요. 그리고 스스로의 애정을 확인해야죠. 사진을 찍는 사람의 자세가 핵심인데, 노력하지 않고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돈을 잘 벌 수 있는 주식을 찍어 달라는 거랑 다르지 않죠. 가장 중요한 건 사진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자신이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 그거에요.

 

윤광준 셀렉 (3).jpg

 

 

내가 본 세상을 이야기하는 게 가장 중요


사진가로 출발해 작가가 되셨는데요. 고 구본형 선생님이 윤광준 작가님을 두고 “어떻게 사람이 사진보다 글이 더 좋냐”라고 표현하신 적이 있어요.


제 경우는 사진을 하다 보니 사진의 한계가 느껴져서 글을 쓴 거예요. 사진은 한 프레임 단위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내 생각을 연결시킬 수가 없어요. 다음 편의 시추에이션, 더 나은 결과를 가지고 열거를 하는 게 사진적 표현의 방식인데요. 그 행간에 대한 아쉬움이 생기더라고요. 정확히 말해서 사진을 보는 것보다 읽는 쪽의 관점을 소중히 여긴 거예요. 그리고 저 나름대로 사진적 행간을 메우기 위한 행위가 글쓰기였어요. 두 개를 결합시키려고 했고요. 지금 양쪽을 걸치고 있는 입장인데,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봐요.

 

사진과 글, 작가님에게는 어떻게 다른가요?


저는 무엇이 더 편하다, 그런 걸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다만 두 개의 표현 방법을 가지고 있다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우위를 따질 수 없는 거죠. 보완적 관계라고 생각해요. 많은 작가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양면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측면만 알려지기 때문인데. 이를 테면 지휘와 작곡을 모두 하는 예술가가 있다고 할 때, 살아 있을 때는 작곡이 더 뛰어나다고 평가 받았는데 사후에는 지휘가 더 인정 받는. 그런 경우가 있어요. 마찬가지로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건 없어요.

 

꽤 오래 전부터 사진 강의를 해오고 계신데, 수강생들 중에 중학교 2학년생도 있었다고요.


지금은 벌써 대학생이 됐어요. 결국 사진과를 가더라고요.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시작부터 다른 사람이 있어요. 아무리 뭘 해도 안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성과 자세가 중요한데, 열정이 대단한 사람은 결국 자기 길을 가는 것 같아요.

 

사진을 배울 때도 성장이 빠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세계에만 빠져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주 분명해요. 너무 잘난 사람은 변하지 않아요. 자기 도그마가 너무 큰 거예요. 자기가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강사가 알고 있는 것과 끊임없이 견주어보는 거죠. 저 사람의 이야기를 수용해서 자기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상대의 말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거예요.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서른이 넘은 사람은 개조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개조하려는 것 자체가 잘못인데, 개조가 아니라 개선을 통해서 끝없이 달라져야 해요. 개선의 필요와 단초를 주는 게 중요해요. 저는 강의를 하면서, 한 번도 ‘이렇게 찍어라’라는 말을 한 적이 없어요.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이야기를 해요. 항상 강조하는 건 방향이에요. 그걸 찍어서 어디에 써먹으려고 하냐? 뭘 하려고 하냐? 뭘 보려고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있어요. 사진적 행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진적 행위의 결과가 자신의 삶에 연관이 돼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사진을 스킬로 이해했을 때, 멋진 그림을 옮겨주는 도구라고 생각하면 얻어낼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거죠.

 

요즘 자주 찍게 되는 풍경은 어떤 장면인가요?


만나는 사람, 제 눈앞에 보고 있는 사람들이 결국 제 사진의 대상들이에요. 전 스마트폰이 나와서 너무 좋아요. 그전에는 뭔가 작심을 하고 들고 다니면서 뭘 하려고 했는데. 내 선택이 바로 사진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게 놀라워요. 저도 스마트폰으로 평소에 사진 많이 찍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 장점을 거꾸로 이해해요. 스마트폰 카메라라는 형식이 그럴싸해 보이지 않으니까, 그게 사진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이 사진은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장르도 있겠지만, 그건 사진이 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에요. 모든 사람들이 거기 따라갈 필요는 없어요. 내가 본 세상을 이야기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가장 의미 있는 작업이고요.

 

그간 사진, 오디오 관련 책을 쓰셨는데. 다음 책도 준비 중이신가요.


사진이랑은 조금 다른데요. ‘심미안 수업’이라는 책을 내려고 해요. 제가 경험하고 봐왔던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요. 바우하우스에 대한 책도 나올 거고요. 저는 곧 일본으로 떠나요. 김정운 교수가 집에 방을 하나 내줘서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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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찍고 싶은 사진윤광준 저/네이버 오늘의 포토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사진 인구 500만 명 시대. 손안에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사진 찍는 세상이다. 네이버 〈오늘의 포토〉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진 고수들의 응모작 중 매일 단 한 컷을 꼽는 코너로, 좋은 사진을 찍는 이들의 전시장이자 서로의 공감을 확인하는 축제의 장이다.《내가 찍고 싶은 사진》에는 〈오늘의 포토〉 선정작 137컷과 대한민국 사진 멘토 윤광준의 심사평을 9가지 유형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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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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