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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
『전을 범하다』
지금껏 교과서 속 진부한 해석에 묶여 있던 우리 고전소설의 잔혹한 속내를 파헤친다. 장화·홍련의 계모 역시 가부장제의 희생양은 아니었는지, <심청전>의 본질은 ‘효’가 아니라 ‘살인’이 아니었을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1. 오프닝
커튼을 내리고 문을 다 닫습니다. 전화코드를 뽑고 음악도 끕니다.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은 뒤 앉은뱅이책상 앞에 앉습니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합니다.
그리고 비로소 펜을 듭니다.
천양희 시인의 시 쓰는 습관이라고 하는데요.
시인으로 산 지 올해로 오십 년, 아직도 이 규칙을 지킨다고 합니다.
바깥을 차단하고 스스로를 가두는 행위.
오로지 시하고만 관계하겠다는 의식인 거겠지요.
그가 잿빛 코트에 지팡이를 쥐고 집 밖으로 나오면
이웃들은 3시 30분이 된 걸 알아챕니다.
단 하루도 산책을 거르지 않았던 임마누엘 칸트 얘기죠.
데이비드 린치 감독에게 그건 매일 두 번 하는 20분간의 명상이라고 합니다.
일상 속에서 의식처럼 행하는 규칙적인 일, 리추얼이라고 하죠.
삶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일.
예술가도 종교인도 아니지만, 우리에게도 리추얼은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 돼 줄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그건 108배이고, 누군가에겐 봉지커피 한 잔,
너무나 바쁜 사람이라면 ‘게으름’이 리추얼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올해도 벌써 반이나 지나가버렸네요.
나만의 리추얼이 정말 필요한 시점인지도 모르겠어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심청전>, <춘향전>, <장화홍련전>, <홍길동전>. 이 작품들은 우리나라의 대표 고전 작품이죠. 너무나 잘 알려져 있지만 제대로 전문을 읽어본 이들은 드문 작품들 이기도 한데요, 오늘 ‘책, 임자를 만나다’ 시간에서 다룰 책은 이러한 우리 고전을 다른 시각으로 해석한 책 『전을 범하다』입니다. 우리 고전 속에 담긴 새로운 의미를 찾고 다시 읽어보는 이 책과 함께 우리 고전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
1) 책 소개
지금껏 교과서 속 진부한 해석에 묶여 있던 우리 고전소설의 잔혹한 속내를 파헤친다. 장화?홍련의 계모 역시 가부장제의 희생양은 아니었는지, <심청전>의 본질은 ‘효’가 아니라 ‘살인’이 아니었을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전을 범하다>는 ‘권선징악’으로 점철된 폭력적 해석을 거부하고, 우리 고전소설 속 욕망과 숨은 사연들을 들춰낸다.
저자는 <심청전> <춘향전> <홍길동전>과 같이 유명한 고전소설에서부터 <김원전> <김현감호> <황새결송>처럼 다소 낯선 작품까지 옛 소설을 폭넓게 넘나든다. 익숙한 전(傳)의 재해석에선 기존 문법과 가치관을 뒤흔드는 통쾌함을, 생경한 작품의 재해석에선 신선한 고전의 매력을 맛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 저자 : 이정원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왔습니다. 서강대학교에서 논문 〈기술 판소리 문학의 수용미학적 연구〉로 석사 학위를, 〈조선조 애정 전기소설의 소설시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에서 안성 방각본을,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산업연구소에서 캐릭터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신작 구소설을 연구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있습니다. 주요 논문으로 〈장화홍련전의 환상성〉, 〈애정 전기소설사 초기의 서사적 성격〉, 〈신작 구소설의 근대성〉이 있고, 대표 저서로 『전을 범하다』가 있습니다.
◆ 129-130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스토너
존 윌리엄스 저/김승욱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다음 ‘책, 임자를 만나다'시간에서 다룰 책은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입니다. 1965년 미국에서 발표된 후, 오랜 시간 동안 독자들의 시선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저자가 세상을 떠난 뒤 뒤늦게 평단과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게 된 작품이죠. 농부의 아들 윌리엄 스토너의 일생을 담담히 그리는 이 작품이 어떻게 20년이란 시간을 넘어 독자들에게 새로이 읽히게 됐는지, 과연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을 범하다이정원 저 | 웅진지식하우스
저자는 〈심청전〉, 〈춘향전〉, 〈홍길동전〉과 같이 익히 유명한 고전소설에서부터 〈김원전〉, 〈김현감호〉, 〈황새결송〉처럼 상대적으로 낯선 고전소설에 이르기까지 총 13편의 다양한 고전작품을 다루고 있다.익숙한 전(傳)의 재해석에선 기존 문법과 가치관을 뒤흔드는 통쾌함을, 생경한 작품의 재해석에선 신선한 고전의 매력을 맛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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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