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현정의 무엇이든 두근두근
남자의 액션이 필요한 순간 <아름다운 나의 신부>
OCN <아름다운 나의 신부>
여자를 힘으로 제압하고 때리는 것이 마치 ‘상남자’라고 인식하는 남자들이 아직은 너무 많은 한국에서 여성들이 데이트폭력 피해 사례를 힘겹게 고백하면 ‘지나간 일로 남자 인생 망치려 드는 것이냐?’ ‘다 지어낸 이야기 아니냐? 증거가 어디 있느냐?’라며 몰이해한 반응들이 쏟아진다. 지난 몇 주 간 줄줄이 이어져 나오는 피해 사례는 끔찍했고 그 사건에 대해 사과라고 올라오는 가해자들의 문장들은 치졸했고 자기 변명만이 가득했다. 피로감이 밀려올 수밖에 없었다. 확성기를 들고 “미담, 미담없습니까?” 소리를 지르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현실 세상에서 메아리 쳐오는 단호한 답은 “없습니다. 미담.” 그래서 드라마 세계에서 힐링을 받기로 했다. 남자가 주먹을 뻗어야 하는 순간이 언제인지, 폭력이 정당화될 순 없지만 어떤 순간엔 괴물이 되어도 보는 이로 하여금 두근거리게 만들 수 있는지 OCN의 새로운 감성액션 드라마 <아름다운 나의 신부>를 보면서…
감성액션은 어떻게 구축되는가
미드나 일드에서도 제작된 적 있는 비슷한 소재의 범죄수사물이 아니라 한국형이고 불러도 좋을 진한 ‘멜로’를 가미한 드라마를 만들었다. 공개된 티저 영상만 봐도 ‘이들에게 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난다.
김무열, 이시영, 고성희 그들이 보여준 표정과 눈빛만으로도 선택해야 할 드라마였다.
그간 OCN 드라마들이 9에서 10부작 정도의 분량으로 각 편마다 독립적인 에피소드 형식으로 수사물을 구성되었다면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16부작 미니시리즈 형태이다. 개별적인 사건이 아니라 주인공들을 비극으로 몰고 들어가는 상황과 그들이 느끼는 감정, 그 배후에 있는 범죄조직에 대한 것을 무게감 있고 촘촘하게 다루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부유한 집에서 윤택하고 반듯하게 자란 것 같은데 어딘가 사회성이 부족해 보이는, 융통성이 부족하더라도 진실되고 나쁜 의도는 전혀 없는 것이 매력적인 김도형(이무열 분)과 드라마 타이틀에 어울리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신비스러움까지 겸비한 윤주영(고성희 분)이 결혼을 약속하고 행복해지려는 순간, 윤주영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범죄수사물에서는 미스터리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기에 보통 1화에 떡밥을 마구 던져놓고 정신 못 차리도록 속도감 있게 연출을 한다. 이미 신부가 실종될 것이라는 것 정도는 시청자 모두가 알고 시작하는 드라마이기에 실종 전의 과정부터 차근하게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나의 신부> 1, 2화는 인물의 결을 보여주는데 영상을 할애하고 그들 주변의 어둠이 어떻게 서서히 밀려들고 얽혀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감성액션이라는 말에 충실하기 위해서였을까? 감정적인 공감을 위해 속도감을 조절했다. 그럼에도 치밀하게 이야기가 얽혀있어 지루하기 보다는 언제 어떻게 선들이 이어질까 하는 긴장감 속에서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었다.
극 초반에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자극적이면서도 잔인한 액션 장면의 향연은 앞으로의 감정과 긴밀하게 얽혀서 극적으로 드러날 액션 장면들에 대해 기대하게 만들었다. 특히 ‘역시 이시영이구나.’ 감탄을 내뱉게 만들었다. 차윤미(이시영 분)는 자신의 정보원이었던 윤주영의 실종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사건에 뛰어들고 한 여자의 인생을 위험하게 만든 것에 대한 죄책감을 지우지 못한다. 그렇기에 김도형만큼이나 절실하게 윤주영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그들이 몸을 내던져 누군가에게 주먹을 날리고 발길질을 하는 것은 대의와 명분이 확실해 보인다. 사연들이 밝혀질 수록 시청자들의 안타까움과 조바심 역시 더해질 테고 ‘감정액션’이라는 표현에 걸맞은 방식으로 그들은 싸우게 될 것이다.
그저 아름다움에 눈먼 사랑이 아니길
등장인물들의 숨은 사연은 밝혀지진 않은 상태지만 김도형은 윤주영에게 그녀를 만나지 전까지 자기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고 말을 한다. 윤주영만큼이나 김도형 역시 비밀스럽다. 윤주영이 실종된 이후 3일간의 공백, 신고하기 전에 사온 아기 침대, 김도형의 트렁크에서 발견된 것들,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침착하게 주먹을 날리는 담담함 속에서 김도형은 무엇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궁금하게 된다.
시청자들은 모르는 윤주영의 과거에 대해서 김도형이 얼마나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단지 눈으로 보기에 ‘아름다운’ 나의 신부이기에 그녀를 구하려고 드는 것은 어쩐지 눈먼 사랑 같기 때문이다. 윤주영이 철저하게 자신의 과거를 숨겼기에 김도형의 사랑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사실 앞에서도 윤주영을 포용할 수 있었던 남자가 김도형이길 바라는 것은 거대한 판타지일까?
상대의 실체를 모른 채 이토록 열렬히 사랑한다는 것은 오히려 더 허황된 이야기 같다. 윤주영이 가진 과거의 어둠과 고통을 행복으로 변모시키겠다는 김도형의 올곧음과 진실된 사랑에 대한 자신감이 그로 하여금 애타게 신부를 찾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폭력을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악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드라마였으면 좋겠다.
약자를 약탈하고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폭력을 휘두르는 것과는 다르게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맞서는 상대에게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의 제대로 된 사랑을 보고 싶다. 남자가 생물학적으로 여자보다 우세할 수밖에 없는 ‘힘’의 측면을 어떻게 썼을 때 그것이 ‘사랑’인지를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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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연애 그리고 섹스에 대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몇 번의 사랑을 경험하며 제법 깊은 내상을 입었지만 그만큼 현명해졌으며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걸 수줍어하지 않게 되었다. 놀라운 재생능력으로 사랑할 때마다 소녀의 마음이 되곤 한다. 누군가의 장점을 잘 발견해내고 쉽게 두근거린다. 『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 『나를 만져요』 등을 썼으며, 블로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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