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영국을 대표하는 이야기꾼 ‘샤론 볼턴’ 인터뷰

모던 고딕 미스터리 『뱀이 깨어나는 마을』 출간 글을 쓰려는 사람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책을 써야 한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글을 쓰려는 사람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책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늘 강력한 수수께끼가 있고, 매력 있는 등장인물이 갖은 위험을 만나 극복하는 흥미진진하고 무서운 책을 좋아했습니다.

편집.jpg

 

『뱀이 깨어나는 마을』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샤론 볼턴은 영국의 현대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연기, 댄스, 경영, 홍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샤론 볼턴은 결혼을 계기로 전업 작가의 길을 선택한다. 미스터리 소설의 팬이었던 볼턴은 미스터리를 쓰기로 결정하고 여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어둡고 으스스한 분위기와 로맨틱 서스펜스’를 가미한다. 샤론 볼턴은 첫 작품부터 주목을 받으며 작가로서의 순조로운 출발을 한다. 첫 작품인 『희생 Sacrifice』에 이어 『뱀이 깨어나는 마을』, 『피의 수확 Blood Harvest』이 성공하여 스타 작가로 떠오른 그녀는 매해 작품을 한 권 이상 내놓으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뱀이 깨어나는 마을』은 현대 영국 미스터리의 한 형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다. 샤론 볼턴은 특히나 영국 고딕 미스터리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뱀이라는 소재와 종교적 상징을 통해 시종일관 음산한 분위기를 한껏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뱀’은 단순히 사람들을 위협하거나 음침한 분위기를 만드는 존재가 아니다. 뱀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수의사 클래라 베닝이 뱀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볼턴은 주인공이 사건의 진상에 어떻게 접근하느냐보다 사건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간관계와 심리 상태에 주목하기에 독자는 인물의 감정과 행동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긴박감 넘치는 사건 전개나 범인의 뒤를 쫓는 과정만으로 재미를 주는 다른 서스펜스 스릴러와는 차별되는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트라우마로 남은 기억은 사람의 행동 양식을 규정한다


2015년 5월에 샤론 볼턴 작가의 작품인 『뱀이 깨어나는 마을』이 한국에서 출간되었습니다. 한국 독자들을 위해서 작가님을 소개해주세요.


영국 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굉장히 다양한 일들을 했는데요, 지금은 말하기가 부끄러운 것들입니다. 30대 초반까지 런던의 금융가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때는 매일 최신 유행의 정장을 입고 밤마다 술을 많이 마셨었죠. 그러다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 또 작가의 길을 걷기 위해서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지금은 네 명의 가족과 함께 런던과 옥스퍼드 사이에 있는 칠턴 힐스라는 곳에 살고 있습니다. 가족 중 한 명은 토끼 쫓기를 좋아하고 종종 음식을 훔쳐 먹는 루프라는 잡종개입니다.
 
작가님의 초기 경력은 글쓰기와는 관련이 없었지요. 어떻게 작가가 되시기로 결심을 하셨나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느 날 문득 내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소설가가 되었습니다. 작품의 첫 부분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내가 남은 평생 동안 하고 싶은 것이 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범죄 소설에는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글을 쓰려는 사람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책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늘 강력한 수수께끼가 있고, 매력 있는 등장인물이 갖은 위험을 만나 극복하는 흥미진진하고 무서운 책을 좋아했습니다.
 
책을 쓰실 때 습관이 있으신가요?


매일 개와 산책한 후 글을 씁니다. 아들이 학교에서 집에 오기 전까지 혼자 있는 시간을 이용하죠. 개가 매일 정오마다 나가자고 보채기 때문에 개와 산책하는 일을 잊어버릴 수가 없습니다. 『뱀이 깨어나는 마을』의 주인공인 클래라 베닝은 유아기에 겪었던 사고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작가님의 모든 작품에는 여성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요. 모두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죠. 작품의 주인공으로 아픔이 있는 여성 인물을 조형하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몇몇 사건들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어떤 사건은 기억에 남을 뿐만 아니라,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고요. 상처가 되어 트라우마로 남은 기억은 한 사람의 행동 양식을 규정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상처를 내면에 가지고 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클래라는 상처를 얼굴에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이 그녀의 상처를 볼 수가 있도록요.

 

『뱀이 깨어나는 마을』에서는 뱀이 등장합니다. ‘뱀’은 미스터리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흥미롭게 만들죠. 뱀을 등장시킨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평소 뱀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작품을 집필하기 시작할 때에 뱀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점점 뱀을 좋아하는 마음이 커졌죠. 뱀을 선택한 이유는 전 세계의 모든 문화에 이 동물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뱀이 공포의 대상이거나 오해의 대상이 동시에 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뱀은 악마의 현신으로 여겨지기도 하죠. 저는 뱀이 가진 두 가지 상반되는 이미지를 작품에서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편집2.jpg


『뱀이 깨어나는 마을』은 깜짝 놀랄 만한 결말을 가지고 있는데요. 쓰면서 결말을 정하시는지, 쓰기 전에 결말을 정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영국의 작가인 테리 프래챗이 이야기의 결말을 정하는 과정에 대해서 아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는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을 안개 속의 골짜기를 쳐다보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작가는 산 정상이나, 교회의 뾰족탑 꼭대기, 다리 같은 것들을 어렴풋하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들에 도달해야 함을 알고 있지만 안개가 덮고 있기 때문에 향하는 길에서 어떤 것들을 만나게 될지 알 수 없지요. 저 역시 작품을 쓰기 시작할 때, 무엇에 도달해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지만 어떻게 거기에 갈 수 있는지 잘 모르는 상태로 시작합니다.
 
『뱀이 깨어나는 마을』한국판 표지는 원서의 표지와 확연하게 다릅니다. 한국의 출판사는 이 책 속의 여성 주인공인 클래라의 연애 감정이라든지 내면의 성장 등 밝고 긍정적인 면을 고려하여 표지를 디자인했는데요. 아마 작가님의 책 중에 가장 귀여운 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처음 봤을 때 느낌이 어떠셨나요?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 세계의 『뱀이 깨어나는 마을』책 표지와는 매우 달라서 신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국 독자들이 표지를 보고는 사뭇 다른 내용을 기대하게 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작가님은 ‘공포’라는 단어를 여러 인터뷰에서 언급하신 바 있습니다. 공식 웹사이트(sjbolton.com)에서도 작가 소개 항목에서 ‘이야기에 내 안의 공포를 담는다. 나는 내 공포를 다른 이들과 함께 공유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셨지요. 작가님이 독자와 나누고 싶은 내면의 공포는 어떤 것인가요?


인간은 모두 공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포는 인간의 본능이죠. 그리고 인간은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에 대해 제각각 대응합니다. 어둡고 위협적인 것에 대해서 쓰는 것이 공포를 이겨내는 나의 방식입니다. 나의 내면의 공포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으렵니다. 누군가가 나를 괴롭히기 위해 이용하면 안 되니까요.
 
한국 독자들에게 추리 소설 황금기의 작품은 상당히 인기가 있습니다. 그에 비해 영국의 현대 추리 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은 인기를 모으지 못하는 편입니다. 작가님은 영국의 현대 추리 스릴러 소설에 어떠한 특징이 있다고 보시나요?


개인적으로 저는 영국 범죄물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영국의 추리 소설이 질적으로 발전하고 양적으로 다양했던 적은 과거에 없었습니다. 본격 미스터리, 코지 미스터리, 유머 미스터리, 스릴러, 누아르, 고딕 미스터리, 심리 미스터리, 하드보일드 등 다양한 추리 소설 장르가 공존하고 있지요. 과거의 영국 미스터리 소설과 현대의 미스터리 소설의 차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현대의 미스터리는 ‘황금기’라고 불리는 때에 비해서 불편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더욱더 현실적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img_book_bot.jpg

뱀이 깨어나는 마을 샤론 볼턴 저/김진석 역 | 엘릭시르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 갑자기 독사가 출몰하기 시작한다. 아기가 커다란 살무사에 물릴 뻔하고 독사의 독에 중독되어 죽는 노인까지 생긴다. 계속해서 많은 뱀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위협하자 주민들은 긴급회의를 열어 대비하지만 또 다른 노인이 자택의 침대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되고 마는데…….


[추천 기사]

- 호는 18세기 조선 선비들의 ‘닉네임'
- 김진혁 PD “미니다큐 <5분>, 어? 하는 느낌이랄까요?”
- 서로 미워해봤자 손해인 남녀 관계
- 돈의 자리에 사람이 놓여야 건강할 수 있어
- 주식투자 실패 경험 있다면, 사모펀드 알아볼까?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뱀이 깨어나는 마을

<샤론 볼턴> 저/<김진석> 역14,220원(10% + 5%)

영국을 대표하는 이야기꾼 샤론 볼턴이 보여주는 모던 고딕 미스터리! 영국 추리작가협회상 수상, 미국 추리작가협회상 수상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 갑자기 독사가 출몰하기 시작한다. 아기가 커다란 살무사에 물릴 뻔하고 독사의 독에 중독되어 죽는 노인까지 생긴다. 계속해서 많은 뱀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위협하자..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