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기 “일본 미스터리와 경쟁하고 싶다”
현직 부장 판사이자 추리소설 작가 도진기 『가족의 탄생』
척박하기만 한 한국 추리소설 토양에 꾸준히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 이른바 ‘도진기 월드’를 자신 있게 펼치고 있는 작가 도진기가 주인공이다.
책 읽는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그 중 소설, 그 중에 추리소설, 그 중에서도 한국작가의 추리소설을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추리소설의 팬층은 단단하니 거칠게 비교할 수는 없을 터. 그렇지만 이들이 향유하는 작품은 대개 일본 작품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미 대중적인 브랜드가 되었거니와 미야베 미유키, 요코미조 세이시, 시마다 소지, 교고쿠 나츠히코 등 ‘읽어야 할 추리소설’ 목록에는 대부분 일본 작가들이 포진해 있다. 떠오르는 국내 작가가 있나? 떠오르는 국내 탐정 캐릭터라면? 척박하기만 한 한국 추리소설 토양에 꾸준히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 이른바 ‘도진기 월드’를 자신 있게 펼치고 있는 작가 도진기.
작가 도진기는 2010년 『붉은집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어둠의 변호사’ 고진이 등장하는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펴낸 『가족의 탄생』에서는 이전 작품에 등장한 새로운 탐정 캐릭터 ‘진구’가 다시 등장해 고진과 두뇌 싸움을 벌인다. 『정신 자살』에서 시작된 이탁오 박사와 고진 변호사의 최후 대결을 가리키듯 섬세하게 짜놓은 힌트도 『가족의 탄생』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이력이 특이하다. 현직 부장판사로 지내고 있는 작가는 40대에 늦깎이 데뷔를 했는데, 시간이 아깝다는 듯 짧은 기간 많은 작품을 쏟아내며 필력을 과시하고 있다. 역시 추리작가로서 가장 먼저, 크게 느낀 벽은 국내 추리소설의 현실이었다.
“본격 추리라는 말로 일본 작품만 소개하는 그런 환경인데 우리나라 작품을 들고 일본에 가서 한국에도 이런 작품이 있다는 걸 알리고, 거꾸로 임팩트를 줄 수 있으면 해요. 10여 년 전만 해도 K-POP의 영향력이 미미했잖습니까? 일본 음악에 비해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았었는데 10년 만에 뒤집어졌거든요. 그런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도진기 월드는 재미있다. 생생한 캐릭터와 잘 짜여진 트릭이 추리소설의 재미를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작품들끼리 섬세하게 연결되어 있는 점도 큰 매력이다. 추리소설은 무엇보다 재미가 아닌가. 그렇다면 역시 도진기를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국내 탐정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데뷔 5년, 장편 소설 7권 출간. 엄청난 작업 속도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현직 판사신데, 소설 쓰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주말에 써요. 골프 같은 건 안 하고, 드라마 같은 것도 안 보고, 주말에 시간이 좀 있더라고요. 글을 쓰는 게 스타일의 문제인데 제가 좀 빨리 쓰는 스타일이에요. 써보니까 그렇더라고요. 문장 하나하나에 신경 써서 쓰려고 해보니 맞지도 않고, 좋은 게 나오지도 않았어요. 어떤 영감이나 발상이 떠올랐을 때, 정신없이 타자를 두드려야 하는 그런 스타일이더라고요. 그래서 더 빨리 나오는 거고요. 특별히 다른 노하우나 그런 건 없습니다.
드라마도 안 본다고 하셨는데, 소설이 굉장히 영상적이거든요. 공간에 대한 묘사도 구체적이고, 캐릭터도 살아있고요. 의외네요. 영화도 잘 안 보세요?
주로 개봉 끝나면 다운 받아서 그렇게 봅니다. 드라마는 몇 년 전까지 미드나 일드 같은 걸 많이 봤고요. 국내 드라마는 좀 안 봐요. 러브 스토리가 많은데 취향에 안 맞아서요.(웃음) <나인> 같은 건 재미있게 봤거든요. 지금은 안 본다고 하지만 오래 살았지 않습니까? 젊은 작가들에 비해서요. 그동안 누적되었던, 읽은 것이라든지 본 것이라든지 많이 쌓여 있겠죠. 만화도 많이 봤고요.
소설을 처음 쓰게 된 건 어떤 이유에서였나요?
마흔 좀 넘어서 시작했는데요. 법원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지루하더라고요. 법원 업무라는 게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업무가 아니라 누가 기존의 것을 가장 잘 적용하느냐 그런 업무이기 때문에 개인의 개성이나 창의성, 상상력이 발현될 여지가 거의 없는 일이에요. 물론 뜻 깊고, 의미 있는 업무이긴 하지만요. 그런 부분에 있어 조금 답답하고 권태 같은 것이 있던 차에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가졌던 시기였어요. 그 무렵 전철 출퇴근을 하면서 우연히 일본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짧은 기간에 많이 읽었어요. 읽으면서 어렴풋이 나도 추리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생겼던 것 같아요. 구체화된 계기가 걸작을 보며 따라하고 싶단 생각은 전혀 아니었고요. 허접한 작품들이 있더라고요.(웃음) 일본 미스터리라는 브랜드 가치만 등에 업고 출간된 정말 함량 미달의 작품들을 몇 개 읽으면서 배알이 틀린다고 할까? 이런 걸 우리나라 독자들이 돈 주고 사봐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내가 써도 이보다 잘 쓸 수 있겠다’는 오기도 생겼어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죠.
그 이전에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요. 전에 해외 연수를 간 적이 있어요. 스페인과 유럽 쪽에요. 해외에 나가보니 우리나라와 일본의 위상 차이를 확실히 몸으로 느끼겠더라고요.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그런 차에 일본 미스터리 소설과 문화를 접하면서 감탄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게, 안 그래도 자존심 상한 판국에 배알이 틀려서 한 번 경쟁하고 싶다, 도전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바탕에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요. 더 구체화되고 강해졌다고 볼 수 있죠.
일본을 말씀하셨는데, 추리소설가로서의 목표가 있다면요?
영미에는 셜록 홈스라든지 에르퀼 푸아로, 미스 마플(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의 탐정 캐릭터)처럼 멋진 캐릭터들이 있고요, 일본만 해도 긴다이치 코스케(요코미조 세이시 작품의 탐정 캐릭터)라든지 김전일, 코난 같은 캐릭터들이 있죠. 우리나라에는 하나도 없단 말이에요. 물론 옛날 추리 작가들이 만든 유불란 탐정이라든지 이런 분들이 있긴 있는데, 아무도 모르죠.(웃음) 그런 우리나라에 탐정 캐릭터를 좀 만들어보고 싶었고, 대중들이 알만한 탐정 캐릭터가 우리나라에도 있다고 내세울 만한 걸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또 일본 작품과 경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본격 추리라는 말로 일본 작품만 소개하는 그런 환경인데, 우리나라 작품을 일본에 들고 가서 한국에도 이런 작품이 있다는 걸 알리고, 거꾸로 임팩트를 줄 수 있으면 해요. 10여 년 전만 해도 K-POP의 영향력이 미미했잖습니까? 일본 음악에 비해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았었는데 10년 만에 뒤집어졌거든요. 그런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한국추리소설 작가로서 국내 독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을 것 같아요.
해외에서 느꼈던 것이 우리나라 물건이나 문화가 일본보다 못하지 않은데 일본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쌓아온 프리미엄이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는 게 작용을 합니다. 똑같은 물건, 문화라 할지라도 말이에요. 지금 우리나라 독자들이 어쩔 수 없이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거든요. 우리나라 작품이 괜찮다고 느끼고, 재미있게 읽었어도 그에 대해 평가하는 단계에 이르면 그런 부분이 작용하는 거예요. 서평처럼 평을 내릴 때 항상 디스카운트가 작용하는 거죠.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거죠. 재미있다고 느끼지만 먼저 나서서 뛰어나다고 했다가 ‘일본에 비하면 별 거 아니야’이런 식의 직격타를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누가 나서서 좋은 평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쉽죠. 선입견, 일본 프리미엄,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런 것들이 어쩔 수 없이 있는데 그걸 깨기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오래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절감하고 있거든요. 속칭 계급장 떼고 같은 선에서 평가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영화를 평할 때도 저런 할리우드 영화를 우리는 왜 못 만드느냐 할 때, <타이타닉>이나 <아바타>를 들고 이런 걸 왜 못 만드느냐고 하지 스티븐 시걸의 액션 영화를 들고 와서 따지진 않거든요. 평균적으로 우리 영화 중에 스티븐 시걸의 영화보다 나은 것들이 많이 있단 말이에요. 그런 것처럼 미스터리도 일본의 우수한 걸작들을 가져와서 비교하면 아직 못 미치겠지만 평균은 우리나라 작품들이 많이 올라가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좀 하고 있습니다.
소설 쓰기가 저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해요.
처음에는 취미의 성격이 강했거든요. 시작하고 나서도 주변에서는 저 사람이 일은 안 하고 소설을 쓴다는 반응이었어요. 사실 주말에 쓰는 건데 말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골프치고, 술 마실 때 글을 쓰는 건데 이런 사람이 없단 이유만으로 그런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겠더라고요. 해보니까 개인적인 만족감도 굉장히 크지만 소설 쓰는 과정에서 거꾸로 법원 업무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첫째, 책을 많이 읽게 됩니다. 둘째, 오로지 법 이론적인 시각에서만 사건을 보다가 그 외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이 생겼어요. 셋째로는 굉장히 만나는 폭이 좁았는데 좀 더 다양한 사회와 사람을 접할 수 있다는 점, 그런 점에서 굉장히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개인적으로 판사로서의 직업적 만족감과 작가로서의 만족감은 종류가 좀 다른데요. 판사로서는 사실 굉장히 마음이 무겁거든요. 보람은 있고, 뜻은 있지만 스트레스가 무척 크거든요. 작가로서 생활인으로 사는 만족감과 행복감, 직업인으로서의 만족감은 이쪽이 더 큰 것 같고요. 그러면서 판사들이 너무 재미없게 살고 있구나,(웃음) 별로구나, 그런 생각이 오히려 들더라고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뿐
전작 『정신 자살』에서 고진이 판사를 그만두고 음지에서 활동을 시작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고진의 그 당시 심리가 작가 개인의 경험도 담겨 있는 건가요?
처음 고진이라는 캐릭터를 구상할 때 제 내면에 있던 발현되지 못한 그와 같은 욕구를 기반으로 만들어 낸 부분도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곧바로 캐릭터가 제 갈 길을 갔고 지금은 저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아니에요. 출발은 그런 점에서 시작을 했고, 아마 대부분의 작가들이 처음에는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자기 내면에서 어떤 것을 끄집어내는 거겠죠. 진구도 마찬가지죠. 제 내면에서 끄집어낸 일면을 가진 캐릭터일 수 있죠.
인간의 악함, 이기적 본성을 끝까지 파고드는 작품들이기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을 것 같거든요. 특히 『가족의 탄생』의 경우 유산을 둘러싸고 어떤 가족애도 없이 움직이는 가족의 모습을 그리셨어요. 소설을 쓰고 나서 가장 많이 받는 오해나 감상평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가장 많이 받는 오해는 주인공이 당신의 분신 아닌가 하는 그런 부분들인데요. 말씀드렸다시피 처음에는 약간 참조한 부분이 있지만 지금은 별개의 캐릭터라고 얘기할 수 있고요. 그밖에 제 작품 속에 담긴 대상을 냉정하게 보는 시선들은 어찌 보면 제가 기질적으로 그런 면도 있긴 하지만요. 판사 일을 하면서 조금 더 그런 시선을 강화하게 된 것 같아요. 주로 깨진 상태에서 법정에 사람들이 오니까요. 기본적으로 그런 시선을 가지고 있어요. 사실상 문학 작품이나 문화 산물에서 보여주는 인간의 모습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좀 미화되어 있지 않나 해요. 저는 있는 그대로를 그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너무 가슴이 서늘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그게 현실이라는 거죠.
현실은 사실 어떤 픽션보다 잔혹하잖아요. 상상을 뛰어넘는 일들이 벌어지고요. 그런 의미에서 판사라는 직업이 추리소설 작가와 의외로 가까운 거리, 접점이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 직, 간접적으로 본 진짜 사건이 있나요?
처음에는 담당했던 사건에서 힌트를 얻지 않느냐는 얘기도 들었는데, 전혀 아니에요. 직업윤리 상 있을 수 없는 일이고요. 말하자면 다른 작가나 독자와 소스에 있어서는 똑같습니다. 저도 똑같이 신문을 보고 그 사건에서 힌트를 얻을 수는 있지만 제가 담당했던 사건에서 소재를 가져온다든지 하는 일은 전혀 없어요. 다만 직업적으로 갖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이라든지 그런 것들은 작품 속에 가져올 수 있죠. 사건 자체를 샘플로 가져온다든지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어디서 영감을 받으세요?
제일 큰 소스는 역시 책입니다. 그런데 역시 걸작과 범작의 차이가 거기서 느껴지는 게, 걸작을 읽다가 영감을 얻는 경우가 꽤 있거든요. 그런데 평범한 작품을 읽다가 영감을 얻는 경우가 거의 없고, 얻었다 하더라도 별 것 없어요. 걸작과 범작의 차이가 거기서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최근 몇 년 간은 정말 일본 소설에서 책을 읽다가 영감을 얻은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다른 출판사들에 죄송한데, 요즘 번역되는 일본 소설들은 너무 질이 떨어지는 것들이 많이 들어와요. 일본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있으니까 수입은 되어 오는데 좋은 건 다 들어왔고, 질이 떨어지는 것이 들어오는데도 일본 작품이라는 것 때문에 읽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작가들 중에 괜찮은 책이 있어도 그래도 일본 것을 본다는 대중들의 의식이 안타까운 거예요. 평균적으로 비교하면 우리나라 작품이 더 나은 것들이 있을 수 있는데 허접한 작품도 팔리는 걸 보면 많이 아쉽죠.
다른 분야의 책도 많이 읽으세요?
다른 분야의 책을 읽다가 영감을 얻는 경우도 꽤 있거든요. 추리 소설만 읽다가 얻는 영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법률도 마찬가지고요. 재판하면서 법리만 가지고 사건을 판단하면 한계가 있고, 외부적인 것을 열린 시선으로 보는 시도를 하는 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되듯이 마찬가지예요. 추리 소설 쓴다고 추리 소설만 파고 읽는다면 얻을 수 있는 영감과 발상 자체에 한계가 있죠. 논리학 책이라든지 인문 교양서, 미술, 음악도 그렇고 그런 것들을 넓혀가는 게 도움이 되지 않나 생각해요.
장면을 생생하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를 알아야 할 때가 있잖아요. 아이돌 음악까지도 말이에요.
취약점이 나이예요. 젊은 세대들이 제 책을 읽어주시는데 세대가 조금 지나서 그쪽 문화를 자세하게 모른단 말이에요. 될 수 있으면 젊은 분들과 많이 만나고 대화하려고 노력은 합니다. 나이 많은 분들은 굳이 노력 안 해도 많이 만나니까 됐고요.(웃음) 젊은 분들, 다른 분야에 있는 분들 많이 만나서 얘기도 하고, 집에 돌아와서 그 대화를 기억도 하고 그런 노력을 들이죠.
‘도진기 월드’의 핵
작품을 보면 배경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인상적이거든요. 현장 취재를 하시는 거죠?
쓰는 장소를 가능하면 가보려고 합니다. 가보지 않고 쓰는 것과 경험해보고 쓴 글은 확실하게 차이가 나거든요. 부산도 4년 근무한 적이 있고, 최근에 다시 가본 적이 있어서 쓰기가 수월했어요. 『순서의 문제』의 <티켓다방의 죽음> 같은 경우 충북 영동이 무대거든요. 하루 날 잡아서 답사를 구석구석 다녔습니다. 그래서 좀 자세하게 쓸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차기작 법정 추리물의 일부 무대가 러시아에요. 러시아도 다녀왔습니다. 일종의 취재차죠. 휴가를 내서 러시아도 직접 갔다 오니까 글이 풍성해지는 거예요.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어 와서 그것을 보면서 묘사도 하고요. 건질 수 있는 게 몇 줄에 불과해도 그것이 확실한 디테일의 차이를 주니까요. 또 우리나라 미스터리의 좋은 점이 우리에게 익숙한 부분이라는 점인데요. 제가 상상해서 써버리면 그 장점이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모든 작품에 캐릭터들이 살아있어요.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실제 모델을 두기도 하나요? 어느 경우가 그랬는지?
완전히 가공의 캐릭터도 있지만 실제 인물에서 가져온 경우도 상당히 있죠. 물론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해서 창작을 많이 가미하지만요. 그러고 보니 구체적인 인물을 참고한 경우가 지금까지는 좀 적었네요. 많은 분들이 구체적인 모델을 물으니까 오히려 거꾸로 그랬었나 생각하게 된 경우가 많았고요. 다음 작품으로 법정 추리물을 쓴 게 있는데 그건 실제 모델들을 많이 참고 했어요. 제 세대 인물들이 등장하는 작품이라서 제 친구들, 주변 사람들을 모델로 많이 삼은 부분이 있어요. 지금까지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생각하세요, 악하다고 생각하세요?
성악설도 성선설도 아니고요. 자연 그대로인데, 선이나 악이라는 개념 자체도 인간의 사고로 만들어 낸 개념이기 때문에 태어난 기질, 본성이 한쪽으로 들어맞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 항상 갇혀있는 거겠죠.
사건이 해결된 후 해미가 진구에게 말해요. “오빤 사건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지, 사건의 진상엔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434쪽) 이 말이 진구라는 캐릭터에 부여하고 싶은 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맞습니다. 진구는 선악의 판단이라든지 윤리라든지 그런 잣대에 대해 큰 관심이 없이 살아온 인물이고요. 다음 책에서 진구라는 캐릭터를 과거와 함께 낱낱이 밝힐 수 있을 거예요. 그것도 써놓긴 했는데 내년이나 돼야 출간할 수 있을 것 같네요.(웃음) 진구는 도덕지진아랄까요. 수학, 논리, 무색무취한 부분들에는 굉장히 영민하지만 사회 규범이라든지 인간과 인간 문제에 대해 서툰 인물이에요. 도덕이나 윤리를 왜 지켜야 하는지 자신이 납득하지 못하면 따르지 않는 그런 친구죠. 사실 진구도 나무랄 수 없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이 사회가 만들어놓은 도덕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배제하고 난다면 왜 우리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그걸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거든요. 그런 것을 근본적으로 회의하는 친구인 거죠.
이탁오 박사가 진구에게 한 말, “고진 변호사가 자넬 보는 시선이, 마치 내가 예전 고진 변호사를 보던 시선과 비슷하지 않을까”(443쪽)라는 대목에서 결국 ‘도진기 월드’의 핵은 이탁오였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앞으로도 이탁오 박사는 모리어티 교수(셜록 홈스의 숙적)처럼 숙적으로 등장할 겁니다. 고진과 진구가 어중간한 회색지대에 있다면 이탁오 박사는 철저하게 윤리, 규범을 완전히 초월한 그런 인물로 설정 했으니까요. 최종 완결편에 이탁오 박사와 고진의 대결이 벌어질 겁니다. 구상은 다 되어 있거든요. 그 큰 틀 안에서 지금 작품들을 써나가고 있는 겁니다. 완결편에서 갑자기 이탁오 박사의 계획이라든지 그런 게 드러나는 것도 뜬금없으니까 지금부터 조금씩 독자들에게 알려드리는 거죠.
구상이 끝났다고 하셨는데 최후의 대결은 언제쯤 보여주면 좋겠다고 계획하고 계세요?
시리즈를 마무리 지을 때쯤이니까 불확정 상태겠죠. 사실 마지막 장면은 써놨어요.
그 결말을 다수의 독자들이 좋아하지는 않을 거라고 하셨잖아요.
욕을 바가지로 먹을 각오를 하고 있어요.(웃음) 애거서 크리스티도 마지막에 욕 많이 얻어먹었잖아요. 각오를 하고 하는 겁니다. 『정신 자살』의 결말을 왜 안 좋아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실 에도가와 란포류를 무척 좋아하고 그런 풍의 스토리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읽으면서 오싹해지고 머리가 하얗게 비는 그런 결말을 쓰고 싶어요.
『가족의 탄생』 앞, 뒤에 이탁오 박사 에피소드를 넣으셨는데요. 최후 결말을 위해 독자에게 조금씩 알려주는 것이라고 하셨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유혹적인 미끼입니다.
그런가요?(웃음) 성공했는데요. 꼭 판매를 노린 것은 아닌데요. 독자들이 저와 같이 살아가면서 이 사람들의 스토리에 동참할 수 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기 때문에 단 권으로 끝나지 않고 시리즈로 한 거죠. 시리즈물에 그런 특성이 또 있으니까요. 저와 같이 독자가 늙어가면서 이 사람들의 모험에 같이 동참하는 그런 거예요.
처음에 봤던 고진과 『가족의 탄생』에서 본 고진도 변화했거든요.
『붉은 집 살인사건』에서는 약간 1인칭 적인 부분도 있었는데요. 사실 나중에 손을 보려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때는 제 내면의 것을 참고한 부분이 짙게 있기 때문에 그 색채를 지우려고 해요. 지금은 완전히 별개의 캐릭터니까요. 제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색채를 지우고 싶어요.
그런 부분을 좋아하는 독자도 있을 텐데요.
아, 그러면 재고를 해봐야겠습니다.(웃음)
『가족의 탄생』은 좀 더 진구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 같은데, 그렇기 때문에 고진의 내면이 거의 드러나지 않고 사건을 게임하듯 즐기는 모습이 많아요. 사실 고진은 고민하기도 하는 캐릭터고 그런 부분에 독자들이 감정적으로 설득당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잖아요.
고진은 이탁오와는 그런 부분에서 구분되는 캐릭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계속 이탁오와 대결이 벌어지는 것이고요. 고진은 기본적으로 중년에 접어든 나이지만 굉장히 순수함을 가지고 있고, 인간에 대한 믿음을 바닥에 깔고 있는데요. 세상과 사람에 대한 실망, 기대치에 못 미치는 그런 일들 때문에 빗나가버린 사람이랄까요? 그런 일들로 내면의 뒤틀림을 가지고 있어요. 이탁오처럼 아예 타고나기를 그런 것에 대해 초월해버린 사람과는 차별이 있는 사람이죠.
도진기의 꿈
작년에 출간된 『유다의 별』은 영화화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작품을 쓸 때 영화화를 염두에 두는 경우도 있나요?
유일하게, 처음으로 약간 염두하고 썼던 게 『유다의 별』이에요. 쓰다보니까 나름대로는 힘을 기울여 쓰는데 마니아층을 넘어서 대중적으로 확산되지 않는 것이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야 일본과 붙어보기라도 할 텐데 말이에요. 마니아들만 보시고 대중들은 아예 존재조차 모르니까요.(웃음) 유일하게 대중적으로 알리는 방법이 해외에서 히트를 쳐서 역수입되는 방법, 아니면 영상화에 기댈 수 있는 방법, 이 두 가지 밖에 출구가 없는데요. 해외로 가는 건 지금 너무 먼 방법이고 영상화에 기대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조금은 염두에 뒀지만요. 타협은 하지 않는 게, 영상화를 생각했으면 그런 본격적인 트릭 같은 건 뺐어야 해요. 영상화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팬들을 져버리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타협은 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영상적 요소를 도입하려고 하는 노력은 있었죠.
시리즈로 연결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또 영상화 될 거라 생각하는 작품이 있을 것 같아요.
법정 추리가 우리나라에서 수요가 있잖아요. 제작비도 덜 들고요.(웃음) 그런 건 어울리지 않을까 해요. 법정 추리는 또 전문가가 쓰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요. 이런 말은 미안하지만 법정 영화를 보면 너무 틀린 부분이 많아서 민망한 경우가 있어요. 대중들은 모르고 넘어갈 수 있으니 괜찮은데 심하게 보기 불편한 것들이 있긴 있거든요. 자문을 구한다 하더라도 대중적 재미를 위해 무시하고 쓰는 것들도 많아서요.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 장점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하고 있습니다.
추리소설 자체가 주는 즐거움도 물론 있지만 다루고 싶은 사회문제나 주제가 있나요?
물론 가장 우선순위는 재미고요. 어떻게 보면 희극 안에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거잖습니까? 비극이나 심각함을 작품에 표현하고 나서도 결과를 못 이루는 경우도 많고요. 희극의 틀 안에서 굉장히 큰 울림, 메시지를 주는 작품들이 많이 있죠.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주성치의 <서유기> 같은 경우 코미디로 봤는데 굉장히 감동적으로 끝이 나지 않습니까. 그런 걸 하고 싶어요. 추리 소설인 줄 알고 봤는데 큰 울림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요. 기본적으로 쓰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자유’예요.
천부권으로서의 자유인가요?
자유권이라면 기존 체제에 대한 투쟁의 의미에서 이해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그런 의미도 있겠지만 인간은 원래 필요한 것들도 많지만 거추장스런 규범, 불필요한 껍데기들에 구속당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런 걸 깨버리는, 그런 걸 줄 수 있는 작품을 써보고 싶어요. 우리나라도 21세기고, 개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낡은 부분들이 있지 않나 생각해요. 그런 메시지를 은연중에 보내고 싶은 그런 생각도 있습니다. 물론 그건 굉장히 후순위고요. 1순위는 어디까지나 추리 소설로서의 재미죠. 그런 것들이 제가 의도치 않더라도 작품에 많이 녹아있지 않나 생각하고요.
등장인물의 이름이 사건의 열쇠가 되는 경우도 있었잖아요. 작명 규칙이 있으세요?
『해리 포터』의 조앤 K. 롤링도 이름을 쓰는 게 제일 힘들었고, 가장 시간을 많이 소모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로 이름 쓰는 게 너무 힘듭니다.(웃음) 주변 사람들 이름에서 적당히 바꿔서 쓰기도 하고 그래요. 그렇지만 캐릭터에 딱 들어맞는 이름이어야 해서 어렵죠. 이탁오라는 이름도 중국의 유학자거든요. 그래서 이탁오 박사도 원래 본명이 있는데 개명한 것으로 설정을 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이름을 쓰기 위해서 그런 설정을 했는데요. 굉장히 힘든 부분이 이름 짓는 부분이에요.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세요?
시마다 소지의 작품을 읽고 많이 감탄을 했으니까요. 최종적으로는 일본에 진출해 대중적으로 알리고 싶긴 하지만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을 미스터리 역사상 최고의 트릭이 아닌가 하는 평가를 하고 있고요. 그것과 경쟁할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다, 그게 또 다른 목표입니다. 그 작품의 임팩트가 굉장히 컸죠. 이런 소설을 써야 한다.(웃음)그랬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이런 걸 쓸 수 있지,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도전하는 심정으로 바뀌었어요.
2013년에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일부 에피소드가 단편 『악마의 증명』을 표절했다는 내용으로 뉴스가 됐는데요. 분야를 초월해 표절의 문제는 심각하고 민감하죠. 이에 대해 혹시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작가는 알거든요. 당시, 쌍둥이 소재가 많지만 그 에피소드를 보는 순간 바로 느낌이 왔어요.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로맨스 쓰는 작가가 사건 몇 개를 참관해서 쓸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니까요. 제가 갑자기 로맨스 소설을 쓴다고 해도 국내 로맨스를 참고하고 경험도 하고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지, 갑자기 그런 소설이 나올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거든요. 특히 이런 전문 분야를 국내 몇 안 되는 법정 추리 작품을 쓰는데 안 읽고 썼다, 그런데 너무 흡사한 게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쓸 수 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때 사람들은 그러더라고요. 재미있는 걸 보고 있는데 왜 초를 치느냐고요. 저도 예전에는 사실 그랬거든요. 그런 부분은 표절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높아지면 자연적으로 해결될 문제지 않을까 해요. 지금은 전반적으로 의식 수준이 얕은데, 표절에 대한 유혹이 생기는가 봐요. 솔직히 지금 다시 분쟁을 일으키고 싶진 않은데, 그때는 소송으로 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하지만 제가 나이가 있지 않습니까. 남은 인생을 싸움, 투쟁에 소모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 얼마 안 되는 시간을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일에 쓰고 싶다는 생각에 그런 생각을 지워버렸어요. 창작에 몰두하기로 한 거죠.
표절 문제는 우리가 조금 더 엄격하게 의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다들 표절에 대해서 관용적이고 방만한데 작가들만 정신 차리고 하자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은 거니까요. 문화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해요. 할리우드 같은 경우는 대략 비슷하기만 해도 바로 판권을 사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는 그런 점에서 아직 약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매우 엄격하다고 알고 있어요.
당시 출판사에서 저작권 전문 로펌에 의뢰를 해서 22군데가 같다는 의견서를 받아서 배포했는데요. 하나도 보도가 안 되더라고요. 안 되겠구나, 생각했죠. 제가 그것을 통해서 돈을 얻자는 게 아니라 사과라든지, 참고했다는 그런 정도만 해줘도 좋았을 텐데 그런 식으로 해결이 안 됐고요. 제가 접었죠.
그 일뿐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비슷한 일들이 일어났거든요. 웹툰과 같은 분야에서도 그런 문제가 최근에 있었고요.
표절이라는 게 법적으로 그렇습니다. 사실을 알고 의도해서 쓴 것만 표절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유사한 요소가 있으면 작가가 몰랐다 하더라도 표절로 판정되는 부분이거든요. 그런 것들을 아신다면 조금 더 조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사람들은 표절이라는 게 작품을 의도적으로 베껴야만 표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법적 의미에서 표절은 훨씬 넓은 개념이거든요.
작품을 쓸 때는 몰랐지만 표절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면 그걸 인정해야 하는 거군요?
그건 사실 억울하겠죠. 그것보다는 쓰기 전에 조금 더 노력해야 되는 거죠. 이것과 혹시 비슷한 소재가 있지 않나, 있다면 해결을 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거예요. 저 같은 경우도 시간이 없지만 일본의 허접한 추리 작품도 읽으려고 하는 이유가 있어요. 혹시라도 비슷한 이야기를 내놓게 되면 완전히 누가 되는 거니까요. 명예에도 금이 가는 거고요. 혹시 비슷한 게 있을까 싶어서 최대한 읽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렇다고 제가 다 캐치하지도 못하겠지만요. 그런 노력들이 조금은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구상했다가 만화라든지 일본 작품에서 유사한 발상을 발견하고 폐기한 것도 몇 개 있거든요. 사람들이 동시대를 살면서 비슷한 사고를 한단 말입니다. 작가들도 비슷하고요. 겹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걸 최대한 필터링하려는 노력은 기울여야 하지 않나 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진구의 과거가 아버지를 따라 중국 사막에 가서 벌어지는 일들이 현재의 사건과 맞물리면서 진구의 과거와 진구의 캐릭터, 진구의 카운터 파트너라고 할 인물도 등장할 겁니다. 그 다음 사건까지 구상은 되어 있거든요. 진구 시리즈는 캐주얼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쓰기가 사실은 편하고 조금 빨리 쓸 수 있고요.
가족의 탄생 도진기 저 | 시공사
진구는 어둠의 변호사로 알려진 고진과 서로 반대편에서 치열한 두뇌싸움을 펼치는데, 각 시리즈에서 불패의 기록을 경신해온 두 남자의 대결은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본작에서는 반가운 얼굴이 또 한 명 등장한다. 고진의 숙적으로 《정신자살》에서 등장한 바 있는 이탁오 박사가 외전에서 진구와 만나는데, 독자는 진구와 고진의 첫 대결 외 이탁오 박사가 평생을 두고 꾀하는 궁극의 계획까지 살짝 엿볼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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