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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이 “자신만의 숲을 만들어보세요”

『서울 사는 나무』 장세이 저자와의 만남 나무 이름을 알고 관계를 맺으면 내 숲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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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5일, 부처님 오신 날. 나무와 자연이 제공하는 편안함과 깨달음을 얻고픈 독자들이 장세이를 호명해 삼청공원에 모였다. 장세이의 나무 해설을 들으며 삼청공원에 사는 다양한 나무를 만나는 ‘나무 산책’의 시간. 삼청공원의 나무들이 두 팔을 벌려 ‘함께 생명’의 기운을 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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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나무들도 산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은 때로 혹은 자주 다른 생명이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그래서 주변의 나무를 생명이 없는 사물인 양 대하기도 한다. 잡지기자를 하다가 숲해설가를 거쳐 생태창작작업실 ‘산책아이’를 열고 생태이야기꾼이 된 장세이는 그것이 못내 가슴 아팠나보다. “나무는 생명이다”라고 다시 강조한다. 서울에 사는 나무를 보듬으며 그가 쓴 책 『서울 사는 나무』(장세이 지음/목수책방 펴냄)를 통해서다. 이 책은 서울에서 살아가는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다. 서울은 사람만 흔하고 북적이는 곳이 아니다. 장세이는 서울의 흔한 길과 거리, 동네와 마을, 크고 작은 공원 등 서울이라는 공간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나무들을 통해 서울의 오늘과 사람을 들여다본다.

 

“나무가 인간보다 위대한 생명이라는 것을 깨달으면 무너져가는 인간성이 다소 회복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흐릿해지는 끈기에 풀을 보탰다.”(16쪽)  

 

지난 5월 25일, 부처님 오신 날. 나무와 자연이 제공하는 편안함과 깨달음을 얻고픈 독자들이 장세이를 호명해 삼청공원에 모였다. 장세이의 나무 해설을 들으며 삼청공원에 사는 다양한 나무를 만나는 ‘나무 산책’의 시간. 삼청공원의 나무들이 두 팔을 벌려 ‘함께 생명’의 기운을 발산했다.

 

장세이는 책에서 “봄에 숲에 들면 몸서리치게 좋다”고 했다. 무더워지긴 했으나 삼청공원의 봄이 그랬다. 성현(成俔)이 『용재총화』에서 도성 안에 제일 경치 좋은 곳으로 꼽은 바 있는 곳. 공원으로 관리되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로서 도심과 가까운 공원으로서 산책을 즐기기에도 제격인 곳이다. 독자들이 도서관과 카페를 겸한 숲속도서관 앞에서 모였다. 이곳 도서관은 숲에서 자연스레 책을 접하고 누군가 책을 읽으라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책을 꺼내서 읽게 만드는 공간이라는 평도 듣고 있는 곳이다. 책의 초판 한정 특별부록인 ‘삼청공원 나무지도’는 그래서 특별한, 세상에서 다시 구하기 힘든 귀한 선물이다. 이 지도는 때죽나무, 참빗살나무, 가죽나무, 벚나무, 귀룽나무, 상수리나무, 아까시나무 등 삼청공원에 생명의 뿌리를 박은 40여종 1000여 그루의 수종과 위치를 담아냈다.

 

숲속도서관에서 말바위를 따라 봄기운을 간직한 숲길을 걷는다. 나무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데 삼청공원에서 빠질 수 없는 나무가 때죽나무다. 땅만 바라보며 죽어 떠날 때만 기다려’ 때죽나무라고 이름 붙여진 것이 아닐까 하며, 저자는 자신만의 때죽나무 어원을 상상했다.

 

“때죽나무 꽃은 처음 만난 세상이 두려운지 땅을 향해 열린다. 조심스레 연 마음 도로 닫아버릴까 ‘고개 좀 들어봐’ 말도 못 건넨다. 대신 조용히 몸을 낮춘다.”(157쪽) 

 

연리목(連理木)을 만났다. <연리지>라는 영화도 있었고, 뿌리가 다른 두 나무의 가지가 이어진 연리지는 사랑을 상징할 때 흔히 표현하는 말이다. 저자는 ‘연리목’의 조건을 묻는다. 단어는 종종 들어봤지만 그 조건을 아는 사람은 없다. 연리목은 같은 종의 나무여야 하고 가까운 거리에서 이어져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단다. 엇비슷한 시기에 자라야 한다는 조건도 따른다.

 

“가지가 이어진 것을 연리지, 뿌리가 이어진 것을 연리근이라고 하지요. 연리지는 지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눈에 띄기도 하지만, 연리근은 땅속의 일이라 쉽게 볼 수 없습니다.(중략) 가지, 뿌리, 줄기 등 두 그루 이상의 나무가 마치 한 그루처럼 이어진 나무를 아울러 연리목이라고 합니다.”(325쪽) 

 

저자가 가리킨 곳의 나무는 그래서 연리목이 되기에는 힘들어보였다. 하나가 현저히 어리기 때문이었다. 엇비슷한 시기에 자라야 한다는 조건에 부합하지 못한다. 한 나무는 고사할 것 같다는 저자의 말이 따랐다. 가지, 줄기 등이 이어진다고 모두 연리목이 되는 것이 아니다. 모름지기 연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조건 중에도 타이밍이 있다. 한 사람만 원한다고 연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연인이 되고 연리목도 될 수 있다. 사랑은 그만큼 우주가 기를 모아줘야 가능한 것이다.

 

“잘 살펴보면 주변에서 연리목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들의 운명을 살피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삼청공원에서 단풍나무가 많이 모인 곳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단풍나무는 단풍나무과의 나무로 만지면 매끈한 특징이 있다. 별모양의 잎을 품은 단풍나무다. 이것이 가을이 되면 아주 빨갛게 변해서 우리로 하여금 탄성을 지르게 한다. 빨갛기 전의 단풍나무는 어찌 저다지도 푸르른가. 그 빛깔의 변화만큼 우리네 삶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르다.

 

“주변 가까운 곳에 자신만의 단풍 명소를 만드는 것도 괜찮다. 단풍마다 색과 잎이 다르니 그것을 관찰하는 것도 재밌다. 내장산에 갔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사람들은 단풍을 이기려고 할까. (웃음) 단풍보다 울긋불긋한 옷을 입는 사람을 빗댄 말이었다.”

 

장세이는 아까시나무 앞에 멈춰서 혼인목에 대한 이야기도 이었다. 하늘에서 꽃비가 떨어지는 것 같은 아까시나무와 가지가 낭창낭창한 말채나무가 혼인목으로 살고 있다. 둘 모두 크게 자라고 있으며 간격이 밀착돼 있다. 연리목과 어떻게 다를까. 연리목과 비슷한 조건을 갖고 있으나 다른 점은 서로 종이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혼인목은 종이 다르기 때문에 가까이 있다고 해도 하나가 되지는 않는다. 창경궁에서 아주 큰 혼인목을 볼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창경궁에서 볼 수 있는 혼인목은 느타나무와 회화나무가 혼인을 올렸다. 다만 삼청공원의 아까시나무와 말채나무는 쉽게 예측하진 못하고 지켜봐야 한단다.

 

“혼인목은 가까이 자란 나무이되, 종이 다른 나무 사이에서만 가능합니다. 둘은 절대 한 그루가 될 수 없지만, 멀리서 보면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보입니다.”(327쪽)

 

“혼인목 중 한 나무를 베면 나머지 한 나무가 곧 따라 죽는다고 한다. 혼인목으로 살아온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그렇게 될 공산이 크다. 그런 혼인목이 되기 위해서도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어야 한다. 경쟁을 통해 한 나무만 살아남는 것이 좋은지, 고통을 겪으면서 함께 자라는 것이 좋은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이파리가 꽃 같은 가죽나무 앞에서도 멈춰 선다. 암수딴그루인 가죽나무이기에 하나가 있으면 주변에 다른 하나를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다. 저자는 발아율이 좋아서 근방에 어린 가죽나무가 자랄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가죽나무 이파리는 홀수깃꼴겹잎이며 한 잎자루에 작은 잎에 많이 붙어 있다. 저자는 왜 홑잎도 있는데 겹잎을 택했는지 생각해볼 것을 권했다.

 

“가죽나무 잎은 깃꼴겹잎인데, 깃꼴은 새의 깃 모양이라는 뜻이고, 겹잎은 한 개의 잎자루에 여러 장의 작은 잎이 달리는 것을 말한다. 가죽나무 잎은 하나의 잎자루에 적게는 13개, 많게는 25개까지 달린다. 작은 잎은 잎자루를 중심으로 쌍으로 달리다가 잎자루 끝에 한 장이 더 달려 늘 홀수다.”(147쪽)

 

칠엽수는 잎사귀가 7개여서 칠엽수다. 작은 잎이 대개 7장인데, 드물게 5장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칠엽수는 무엇보다 잘 자라는 덕분에 가로수로도 활용된다. 가로수가 되기 위한 조건이 있다. 공해에 강할 것. 속성으로 잘 자랄 것. 이파리가 넓고 미관상 호감을 줄 것. 저자는 파리 상젤리제 거리의 칠엽수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파리 샹젤리제의 가로수는 마로니에, 곧 가시칠엽수이며 서양칠엽수라고도 부르는 나무다. 열매에 가시가 있다. 어릴 때는 귀여운데 크면 가시가 두드러진다. 찔리면 피가 날 정도로 아프다. 이게 가로수가 될 수 있느냐고도 물어봤는데, 가시에 찔려서 크게 다친 사람은 없다고 하더라. 야자수도 가로수로 쓰이기도 하니까. 자, 여기서 가로수와 관련한 질문을 하겠다. 왜 우리는 그늘과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고마운 가로수를 괴롭히는 걸까?”  

 

이어서 만난 것은 호두나무였다. 이날 나무 산책의 마지막 나무였는데 열매로 자기 이름을 드러내는 나무다. 홀수깃꼴겹잎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호두나무가 있던 장소는 컨테이너 박스가 있었다고 한다. 컨테이너 박스에 가려져 호두나무는 결실을 보지 못했으나 컨테이너 박스가 없어지면서 보란 듯이 자신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저자는 질문을 던졌다. “이 호두나무는 어떻게 여기서 살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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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그렇게 물어본 데는 이유가 있다. 호두나무는 도심에서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떤 생명이 어떻게 자라게 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저자는 아이들과 나눈 수업의 에피소드를 예로 든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소중한 돌을 찾아오라는 과제를 남겼다. 아이들은 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돌의 모양을 살피고, 냄새도 맡고, 맛을 보는 등 돌과 자신의 관계를 만드는 작업에 열중했다. 그것은 단순히 돌을 찾는 수업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만드는 수업이었던 것.

 

“호두나무도 그렇게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 모양을 보고 이름을 아는 것은 관계의 시작이다. 그렇게 자주 만나고 어루만지면서 이야기를 만들면 좋겠다. 오늘 내가 던진 질문은 답이 없다. 그 모든 것은 신의 선사다. 나무도 저마다의 개성을 갖고 있다. 나무가 못 생겼다, 지저분하게 생겼다고 표현도 하는데 미추 개념을 자연에 그대로 대입하기보다는 그런 특징 하나하나를 고유의 개성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가죽나무는 소태나무과(소태처럼 쓰다 할 때 그 소태)답게 쓴맛이 나서 못 먹는다. 게다가 이파리 뒷면에 사마귀처럼 툭 불거진 선점이 있는데, 특유의 냄새가 나 더 못 먹겠다고 한다. 한데 먹을 수 없다고 가짜라 하는 건 가혹하게도 허기진 발상 아닌가. 나무는 사람 먹으라고 사는 게 아니니 말이다.”(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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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는 나무장세이 저 | 목수책방
이 책은 서울에서 살아가는 나무 이야기다. 제호의 첫 머리에 등장하는 ‘서울’은 ‘나무’와 함께 책의 큰 축이다. 서울의 흔한 길과 그 길이 지나는 동네, 서울을 숨 쉬게 하는 크고 작은 공원, 서울이라는 메트로폴리스에 역사성과 균형감을 선사하는 조선의 궁궐까지 서울의 근간을 이루는 공간이 주 무대다. 어찌하여 그 나무가 그 자리에 살게 되었는지 연유를 되짚으며 자연스레 나무가 살아가는 길과 공원, 궁궐의 내력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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