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뿐이다
『철학의 힘』저자 강연회
『철학의 힘』은 ‘만족 없는 삶’을 향해 21가지의 질문을 던진다.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후회 없이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향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지금이 바로 철학과 만나야 할 순간이다.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철학은 현실을 바로 변화시키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철학은 여러 분들이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한 사람 두 사람의 생각이 바뀌면 현실도 바뀌어나갑니다.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서 현실을 바꾸려고 하는 자들은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입니다. 철학을 통해서 우리의 생각을, 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을 바꾸는 것이 자신을 폭력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길이라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철학의 힘』 출간 기념 강연회에서 김형철 저자가 남긴 말이다. 종종 우리는 철학이 현실과 동떨어져있다고 규정한다.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철학이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저자가 말하였듯이, 철학은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 시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꿈으로써 궁극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킨다. 결국 철학은 지표다. 무엇을 추구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알려주는 것이다. 『철학의 힘』을 통해서, 그리고 강연회를 통해서 저자가 들려준 내용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에게 나침반이 되어줄 만한 이야기들을 전해주었다.
김형철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철학의 힘』에 다음과 같은 부제를 달아 놓았다. ‘만족 없는 삶에 던지는 21가지 질문’. 그는 ‘삶은 왜 불공평한가’ ‘어떻게 살아야 가치 있는 삶인가’ ‘어떻게 하면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일에서 어떻게 만족을 얻을 것인가’와 같은 굵직한 질문들은 던진다. 그리고 정의, 탐욕, 자유, 용서, 진실, 죽음 등 작지만 중요한 삶의 요소들을 두루 살핀다. 그 이야기 앞에서 우리는 자문하게 된다. 과연 나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비로소 깨닫게 된다. 숱한 말들에 흔들리며 불안했던 이유는 ‘나만의 철학’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철학의 힘』이 그러했듯 저자는 강연회를 통해서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문제들의 해답’을 들려주었다. 선택의 문제, 쓸모에 대한 고민, 후회에 대한 두려움 등 쉽게 결론내릴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한 저자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렇게 해야 될지 저렇게 해야 될지 헷갈릴 때는 자신에게 손해가 큰 쪽을 선택하십시오. 세상 살아가면서 조금도 손해 보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의 주변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손해 볼 것을 알면서도 좋은 뜻에는 흔쾌히 동참하는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그는 ‘눈앞의 이익을 독식하고 싶을 때면 독 안에 든 쥐가 될 것을 염려하라’고 말했다. 독 안에 가득 담긴 쌀을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에 뛰어들면, 결국 홀로 갇히게 된다는 사실을 경고한 것이다. 선택의 문제에서 늘 욕심을 경계하라는 가르침 뒤로 이어진 것은 ‘답을 구하는 지혜’에 대한 이야기였다.
“델포이 신전의 신탁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이 세상 사람들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단 한 사람,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배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배우려고 하는 것입니다. 배우기 위해서는 질문해야 합니다. 답을 원한다면 질문을 던지십시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모르면서도 질문하지 않는 것은 죄가 됩니다. 아는 척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혜의 출발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입니다. 늘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 보다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배운다는 것은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볼 줄 아는 눈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정의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고 난 후에는 세상이 새롭게 보이는 것이라고. 이어 그는 독자들에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매일 아침 ‘오늘 나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목표를 세우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늘 설레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었다.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은 숫자로 나타낼 수 없다
『철학의 힘』에서 저자는 장자의 ‘무용지용’ 우화를 들려주었다. 훌륭한 목재가 될 수 있는 나무, 맛있는 열매를 맺는 나무, 향기로운 꽃을 맺는 나무 사이에서 결국 살아남은 것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나무였다. 단단하지도 않고 탐스러운 꽃과 열매를 주지도 않았지만,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그는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에 대해 말했다.
“장자가 ‘무용지용’ 우화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는, 쓸모는 사물에 내재된 속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쓸모 있음과 없음은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용처를 아는 사람에게는 쓸모 있는 것이고, 용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쓸모없는 것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단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자리만 있을 뿐입니다.”
그는 장자가 들려주는 또 다른 이야기인 ‘사마귀 우화’에 기대어, 앞이 아닌 뒤를 살필 줄 아는 현명함에 대해 깨우쳐 주기도 했다.
“사마귀가 매미를 잡아먹으려고 하는데, 사마귀 뒤에는 참새가, 참새 뒤에는 사냥꾼이, 사냥꾼 뒤에는 과수원 주인이 서로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마귀는 매미를 잡아먹느라 참새가 뒤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걸 꿈에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뒤를 돌아볼 줄 압니다. 모두가 ‘무엇이 나에게 이익을 가져다줄까’에만 정신이 팔려 있을 때, 현명한 사람은 ‘어디에서부터 우리에게 해가 닥칠까, 무엇이 우리에게 불이익을 가져다줄까’를 생각합니다.”
때때로 뒤를 돌아보는 것은 지혜이지만, 이미 지나쳐 온 시간에 매여 있는 것은 어리석다. 저자 역시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과거로 되돌아가서 새 출발하겠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단언했다.
“문제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으십시오. 간혹 문제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밖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지금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으라는 이야기는 자학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을 바꾸길 원한다면, 사회를 바꾸길 원한다면, 내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것이 자신을 바꾸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가장 쉬운 것은 다른 사람에게 바뀌라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올바른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자신이 먼저 바뀌는 것 외에는 절대로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없다는 걸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원인 역시 다른 사람에게만 변화를 요구하는 데에 있다고 말했다.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바뀔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이에게만 바뀌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날의 강연에서 저자는 리더에게 필요한 또 한 가지의 자질에 대해 전했다. 바로 ‘자기희생’이었다. 자기희생을 각오하는 사람만이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는 ‘리더가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 데 급급하다면 어떤 부하가 따르겠나’라고 반문하며 ‘자기희생이 전제되지 않은 리더십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의견을 피력했다.
철학은 우리로 하여금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준다. 철학적 성찰의 끝에는 언제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남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답으로써 김형철 저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최후의 가치’에 대해 물어보곤 합니다. 대부분 대답은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절대자, 가족, 사랑입니다. 이 중에 어느 것 하나 수치로 환산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것들은 모두 수치화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살아가면서 수치로 환산될 수 있는 것, 즉 돈이나 권력 같은 것에만 관심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인생에 가장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김형철 저자가 『철학의 힘』을 통해 전하는 이야기는 거대한 담론도, 어려운 이론도 아니었다. 지극히 평범한 질문들에서 시작해 일상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지혜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그 이야기들은, 저마다의 삶에 숙제처럼 남겨지는 질문들에 해답이 되어준다.
철학의 힘김형철 저 | 위즈덤하우스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가’ ‘앞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진정 가치 있는 삶인가’. 정답은 없지만 피할 수 없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철학적, 인문학적 시각에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도와주는 책이 출간되었다. 바로 연세대학교 철학과 김형철 교수의 《철학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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