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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 “<송곳> 구고신, 한석규가 어울리지 않을까”

영화감독 변영주, 노동운동가 하종강과 함께한 『송곳』 북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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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인기 웹툰 『송곳』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최규석 작가는 구고신과 이수인의 실제 모델인 하종강, 김경욱 씨와 함께 독자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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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고신, 이수인의 실제 모델과 함께한 북 콘서트


제목만큼이나 날카로운 이야기로 화제의 중심에 선 최규석 작가의 웹툰 『송곳』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2013년 12월부터 현재까지 3부가 연재된 <송곳>은 외국계 대형마트를 배경으로 부당해고에 맞서는 평범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그리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짐작하듯 2002년 까르푸에서 벌어졌던 해고자들의 투쟁을 모티프로 삼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부조리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면, 언젠가 당신에게도 이런 일이 닥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9일 저녁 『송곳』의 출간을 기념해 독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최규석 작가는 ‘투쟁과 연대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음’을 알려주었다. 북 콘서트에 함께한 노동운동가 하종강, 이랜드 투쟁 당시 일반 노조위원장이었던 김경욱은 작가와의 연대를 통해 『송곳』을 탄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작품의 두 주인공인 구고신과 이수인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사회를 맡은 변영주 감독은 “여전히 지금도, 아니면 더 심하고 다양하게 착취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 운동이라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그 단어를 올드한 게 아니라 트렌디한 것이라고 소개할 수 있게 만들어준 『송곳』에게 고맙다”는 말로 이 작품이 지금의 우리에게 갖는 의미를 되돌아보게 했다.

 

『송곳』의 북 콘서트는 묵직한 주제를 던져주면서도 시종일관 경쾌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현실의 부조리와 투쟁을 이야기하면서도 웃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그것들이 일상 속에 녹아들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날의 이야기는 변영주 감독과 최규석 작가, 하종강 노동운동가의 대화로 시작됐다.

 

변영주 : 노동운동 현장 중에서 ‘까르푸-이랜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최규석 : 김경욱 위원장님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와 정말 얘기가 잘 통하는 분이거든요. 이 분의 이야기라면 한 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변영주 : 구고신과 이수인이라는 인물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했던 건가요?


최규석 : 원래는 구고신 중심의 이야기였어요. 구고신이 관여하고 있는 각각의 사업장에서 동시에 사건이 진행되는 방식이었는데,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아서 한 곳에 밀어 넣고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업장에서 보충하는 방식으로 변경했죠.


하종강 : 구고신 캐릭터는 1/4 정도 저와 일치한다고 할 수 있어요. 최규석 작가가 ‘구고신은 4명을 조합한 캐릭터’라고 말한 건 본 적이 있어요.

 

변영주 : 구고신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요.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대사들은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최규석 : 구고신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초기에 가지고 있었던 열정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인해서 계속 움직이게 되는 사람을 그리고 싶었거든요. 상처가 깊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고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설정했고요. 70년대~80년대 초반 학번의 분들을 만나 뵙고 성격을 조합해서 만들어낸 인물인데, 그 분들 대부분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조직해야 하기 때문에 능글능글한 성격이었어요. 상대에 따라서 순식간에 태도가 변하는 부분들도 있었고요. 그런 부분들을 차용했죠. 대사도 그 분들이 실제로 하시는 이야기와 비슷해요. 만화의 장르적 한계 때문에 대사를 길게 쓸 수가 없어서 최대한 압축했더니 명언처럼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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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 “구고신에 어울리는 배우는 한석규가 아닐까”


변영주 : 영화 <카트>는 흔치 않은 승리의 기억을 영화화한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여겨졌잖아요. 최규석 작가에게도 까르푸 투쟁이 승리의 투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던 건가요?


최규석 : 까르푸 투쟁은 이랜드 투쟁과 연결되어 있지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요. 저는 작은 사건이라는 게 더 좋았어요. 시작이 어떻게 되는지를 그리고 싶었거든요. 영화 <카트>는 시작되는 지점들이 축약되어 있고 큰 싸움이 벌어졌을 때의 상황들이 나오는데, 그때는 이미 모든 판이 짜여진 뒤에 격돌하는 거잖아요. 저는 판이 짜여지는 과정이 궁금했어요. 그 안에 일반적인 독자들이 따라갈 수 있는 지점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변영주 : 『송곳』에 보면 집회 신고를 달리기로 정하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실제로 현장에서는  이보다 더 황당한 일들이 발생한다고 들었는데요. 어떤가요?


하종강 : 저는 『송곳』을 볼 시간이 없는 분들에게는 프롤로그만이라도 보라고 말하는데요. 최근에 공인노무사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도 이렇게 말했어요. 대한민국 공인노무사 100명이 하지 못하는 일을, 대한민국 변호사 100명이 하지 못한 일을, 구고신이 혼자 해결한다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궁금하면 검색해서 보라고 말했죠(웃음). 이건 실제 있었던 일이에요. 그 분께서 지금도 화물연대에서 택배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일을 하고 계세요. 『송곳』에 근거 없는 과장은 없어요. 실제로 유사한 일들이 있었고, 최규석 작가가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제가 오히려 인터뷰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고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을 만큼 최규석 작가는 성실하게 작품에 임했죠.

 

이어 김경욱 씨가 무대에 올라 세 사람과 함께 대화를 이어갔다. 『송곳』의 등장인물 이수인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그는 2007년~2008년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 당시에 일반 노조위원장으로 투쟁을 이끌었다.

 

변영주 : 『송곳』을 읽으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김경욱 : 처음엔 제 이야기가 만화로 그려진다고 해서 실감이 안 났어요. 그런데 최규석 작가와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 내용이 만화로 그려지는 걸 보면서 너무 신기했죠. 제 이야기가 만화로 만들어진다는 게 너무 영광스럽고 좋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 이야기는 소재일 뿐이고 최규석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역시 작가구나’ 싶었고 존경심이 생겼죠.

 

변영주 : 많은 분들이 이랜드 투쟁을 승리의 투쟁으로 기억하시는데요. 당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경욱 : 저는 이랜드 투쟁이 승리의 투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반승반패, 반절은 승리했고 반절은 패배했다고 생각해요. 당시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이 대부분 관철됐어요. 외주화 철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이 그렇고요. 노동조합의 손해배상 소송이나 벌금 문제도 해결됐어요. 그런 부분을 보면 승리한 거죠. 그런데 위원장을 포함한 핵심 간부 9명이 사직서를 쓰는 조건이었어요. 보통 노조에서는 지도부를 희생시키는 투쟁을 하지 않아요. 끝까지 투쟁해서 지도부와 함께 현장에 복직하는 게 전통이고, 그렇게 해야 노조 간부도 사는 거예요. 그런데 당시에는 투쟁을 끝내기 위한 결단으로 간부들 전원에 대해서 사직서를 받고 그 상태에서 교섭을 했어요. 그 해고자들은 아직도 현장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반절은 패배했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이 지금까지도 가슴이 아프고, 조합원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이후에 한 번도 노조에 가지 않았어요.

 

김경욱 씨는 투쟁하는 과정에서 받은 상처들을 최규석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많은 부분 치유했다고 밝혔다. 『송곳』을 그리면서 “연령대가 낮은 사람들이 많이 볼수록 좋은 만화라고 생각했다”는 작가는 “이 작품을 보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뿌듯하다”고 밝혔지만, 이미 냉혹한 사회의 질서에 상처받은 사람들까지도 보듬고 있었던 것이다. 서늘할 만큼 날카로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의 작품은 6월 중에 웹툰으로 다시 찾아온다. 현재 영화와 드라마 제작도 준비 중이다. 최규석 작가는 구고신에 어울리는 배우로 “차가운 느낌과 넉살을 함께 갖춘” 한석규를 꼽았는데, 실제로 어떤 배우가 낙점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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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세트최규석 글,그림 | 창비
『송곳』은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습지생태보고서』 『대한민국 원주민』 『100도씨』 『울기엔 좀 애매한』 『지금은 없는 이야기』 등으로 한국 만화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해온 최규석 작가의 신작 장편 만화이다. 외국계 대형 마트에서 벌어지는 부당해고에 대한 대항을 좇는 이 작품은 현실에 굴복하지 못하는 주인공 이수인과 냉철한 조직가 구고신이 대형 마트 ‘푸르미’를 배경으로 등장해 노조를 결성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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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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