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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도롱 또똣> 따뜻해지기엔 온기가 부족해요

MBC <맨도롱 또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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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마지막에는 드라마 속 작은 코너처럼 제주 특산 재료로 요리를 알려주며 마무리한다. 이 드라마를 본 소감이라면 전기 밥솥에 밥을 했기에 특출 난 밥맛이 날 거란 기대를 한 건 아니었지만 당연히 익기는 했어야 할 밥이 덜 익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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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개츠비>에서 <맨도롱 또똣>


<맨도롱 또똣>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원래 이 드라마의 제목은 <제주도 개츠비>였다고 들었다. 스콧 피츠제랄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만드는 제목에서 남자주인공이 하게 되는 사랑, 그 사랑으로 인한 역경 같은 걸 대략적으로 예측 가능했다. 그러나 제목이 바뀌면서 그런 설정들도 수정이 되었을 것이다. 허영심 가득하고 이기적이며 부유함으로 사람의 효용을 판단하지만 정작 자기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지 못하는 여자에게 휘말려 우스꽝스럽고도 기이하게 ‘위대한’ 면모를 뽐내게 되는 한 남자의 삶을 제주도라는 공간에서 그려내고 싶었을 텐데 걷어내지 못한 흔적이라 할 수 있는 등장인물 목지원(서이안 분)은 이 드라마에서 과연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이야기 초반 백건우(유연석 분)에게 자신과 쌍둥이라며 대뜸 찾아온 이정주(강소라 분)와의 일이 해결되는 과정이나 그로 인해 촉발되는 출생의 비밀 같은 것도 그다지 중요한 요소로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둘을 만나게 하려고 만든 지나치게 우연인 장치로 느껴졌다. 백건우의 어머니가 낳은 모두 배가 다른 형제들이 재산을 두고 암투를 벌이는 것도 아니기에 긴장될 것도 없다. 그저 부모를 잘 만나 팔자가 좋은 백건우가 목지원에게 잘 보이려고 제주도에 맨도롱 또똣이라는 레스토랑을 차린 것뿐이다.

 

 

베짱이와 개미?


드라마는 그런 백건우를 애정결핍 베짱이라 설정해 두었다. 그와 반대로 이정주는 열심히 해도 제대로 되는 거 하나 없고 가진 것도 없는 화병난 개미로 전형적 캔디 캐릭터에 버럭을 얹었다. 이런저런 상황으로 떠밀려 제주도에 내려올 수 밖에 없었던 이정주가 제주도에 정착해 가기 위해 겪을 고군분투 속에서 아마도 그 둘 사이에 분홍이 피어 오르게 되는 전개라는 건 뻔하다.


그 둘 사이의 최대 정적이라고 해도 좋을 목지원의 역할은 백건우를 우유부단하고 매력 없게 만들 뿐이라는 게 이 드라마의 문제로 보였다. 자신을 어장관리하던 그녀가 돌연 미국으로 떠나 좋은 집안의 남자와 결혼할 예정이었으나 뜻대로 못하고 한국에 돌아왔다는 소식에 제주도에서 순식간에 청담동으로 달려간다. 여전히 부유하고 능력 있는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거래로 자신을 내거는 여자. 심지어 나이 차가 많은 자신의 형에게 작업을 들어오는 이 여자를 지켜본다. 그녀의 욕망을 위해 맹목적으로 나를 변화시켜 가는 눈먼 사랑이라거나 매번 그녀가 주는 상처에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지고 지순한 남자의 모습이라기 보단 불안감은 불안감대로 표출해서 목지원에게 호구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그저 풋내기일 뿐이다.


그런 그가 또 이정주에게는 대책 없이 다정하다. 아마도 동정이다. 이정주의 사정도 참 딱하긴 하다. 집을 사려고 모아둔 돈은 사촌동생이 제주의 폐가를 사는데 탕진했고, 회사에서는 갑작스럽게 해고 통보를 받았다. 백건우는 임시로 넣어둔 약의 통에 적힌 약 이름을 보고 심지어 이정주가 곧 죽을 날만 기다리는 시한부라고 착각한다. 


<노다메 칸다빌레>의 명대사라 할 수 있는 “동정할 거면 돈으로 줘!”라는 말처럼 괜히 그녀가 신경 쓰여서 처음 만났을 때도 한 학기 대학등록금이 넘는 시계를 이정주에게 내밀기도 했던 백건우였다. 앞으로의 진행을 보니 이정주는 맨도롱또똣에서 일하면서 둘이 계속 엮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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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자매의 한 방


홍자매의 드라마는 무겁지 않지만 폴폴 날리게 가볍지도 않은 게 특징이었다. 대단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건 아니지만 분명 사람의 이야기였다. 수녀생활을 하던 도중 쌍둥이 남동생 때문에 남장을 하고 아이돌이 되고(미남이시네요), 기억상실증으로 오갈 데가 없어 빌붙으려고 고군분투하고(환상의 커플), 생계형 연예인으로 어떻게든 다시 떠보려고 애를 쓰는(최고의 사랑) 등의 잘 만들어진 우연에 던져진 인물이라고 해도 캐릭터의 힘이 있었다. 특히 여주인공들의 씩씩함과 사랑스러움은 홍자매의 전매특허라도 봐도 좋았다. 이정주는 버럭한다. 되는 일이 없어서 화낼 곳이 필요한데 사실 그 화의 화살이 제대로 된 상대에게로 가 꽂히지도 않는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 오래 사귄 남자친구의 배신을 패러디로 표현했지만 코믹했다기 보단 난데없는 군더더기 같아 보였다.


어떻게 여주인공과 엮이든 남자주인공 역시 만만찮게 독특하고 우스꽝스러운 면모가 있었는데 유연석이 연기를 못하는 것인지 도무지 다정함도 어색하고 능청스러움도 어색하고 심지어 오래 사랑한 여자를 대할 때 조차 애틋함이 전달이 되지 않는다. 씩씩하고 건강한 캔디형 여주인공에 최적화되어 있는 강소라와의 케미 조차 희미하다. 차라리 언더웨어 모델이라는 전적이 있는 읍장님이랑 잘 되었으면 싶을 정도.


드라마가 1,2회만 보고 리뷰를 쓰는 일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게 1,2회에서는 사건의 전개보다 등장인물의 소개나 상황 설정에만 힘을 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자매의 작품 역시 그랬을 수도 있다. 앞으로의 전개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이전의 작품들은 1,2회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이미 첫 회에서 캐릭터와 대사와 상황만으로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본방사수하게 만드는 힘이 분명히 있었다. 홍자매의 한 방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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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현정

사랑과 연애 그리고 섹스에 대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몇 번의 사랑을 경험하며 제법 깊은 내상을 입었지만 그만큼 현명해졌으며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걸 수줍어하지 않게 되었다. 놀라운 재생능력으로 사랑할 때마다 소녀의 마음이 되곤 한다. 누군가의 장점을 잘 발견해내고 쉽게 두근거린다. 『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 『나를 만져요』 등을 썼으며, 블로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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