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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최초 여성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조진영

『자동차 그리는 여자』 조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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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에서든지 ‘최초’ 혹은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한 노력과 열정을 겸비했다는 점이다. 벤츠 최초 여성 익스테리어 디자이너인 조진영 저자 역시 마찬가지다. 『자동차 그리는 여자』는 그녀의 노력과 열정을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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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에서는 나를 뽑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이상할 만큼, 상처받거나 서운해하지 않았다. 1년에 한 가지도 디자인하기 힘든데 나는 두 가지나 해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중략) 그래서 삶의 모든 것들을 디자인과 연결시키고 그런 삶을 즐긴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프로페셔널, 그 자체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저렇게 행복하니까 행복한 디자인이 나오는구나 싶었다. (171쪽)

 

노력과 열정과 더불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또 한 가지는 긍정적으로 배우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자동차 그리는 여자』 의 조진영 저자는 벤츠 최초 여성 익스테리어 디자이너이다. 그녀라고 실패했던 순간이 없었을 리 없다. 그렇지만 조진영 저자는 그 순간마다 긍정적으로 배워나갔다.

 

그녀는 1986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이제 갓 서른이 되었다. 결코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조진영 저자의 삶은 도전, 열정, 노력으로 촘촘히 채워져 있다. 『자동차 그리는 여자』에는 이러한 저자의 삶이 오롯이 녹아 있다. 유년 시절의 이야기는 짧게 묘사했고 인턴십 및 현재 직장에서의 디자이너로서 삶을 비중 있게 썼다. 책에는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고민하고 노력했던 내용을 담아서 현재 20~30대로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꿈으로 가는 길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디자이너의 삶, 하면 떠오르는 건 ‘고민’, ‘바쁨’ 등인데요. 많이 바쁘실 것 같은데 책을 쓰기로 결심했던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자신의 고민을 혼자 담아두는 것보다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소통하고 이야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디자이너의 기본적인 삶의 자세라고 믿어요. 책을 쓰게 된 계기 또한 여러 사람들과 더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시작되었어요. 이십 대 초반에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공부하고, 중후반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해 삼십 대에는 일에 대한 성과를 맺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잖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이십 대 후반을 보내고 있는 제 또래의 이야기가 적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많은데, 사회생활 초년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들이 꿈을 향해가는 과정에 있어서 헤매고 고민하는 이야기는 많지 않더라고요. 그런 이야기가 많다면 서로에게 용기를 줄 수 있고,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나부터 마음을 열고 나 같은 사람도 세상에 있다고 말해보기로 한 거예요. 그러다 보면 다른 누군가도 마음을 열고 내게 말을 건네 오지 않을까 하면서요. 

 

남자가 많은 직장에서 회사 생활을 하면 힘든 점은 없나요.

 

좋은 점도 많지만 힘든 점도 물론 많아요. 여자로서 힘든 점이 있을 때 같이 이야기하고 이해해줄 수 있는 동료가 없다는 것과, 여자들끼리만 통할 수 있는 수다를 떨 수 없다는 것이 일하는 환경에서 조금은 저를 외롭게 만들 때가 있어요. 여자 직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남자 직원들은 제가 공감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해요. 이제는 공감이 안 가도 공감 가는 척하기, 깜짝 놀랐어도 안 놀란 척하기의 마스터가 되었죠. 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여자가 ‘잘할 수 있겠어?’ 하는 의심이나 편견과 부딪혀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고요. 그럴 때마다 힘들고 외롭다고 생각하기보다 그들의 입장에서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넘겨버리면 금세 괜찮아져요. 언젠가는 여자 직원들이 많은 곳에서도 한 번쯤 일해보고 싶어요.

 

자동차광은 아니지만 자동차 ‘디자인’에 매료되어 벤츠 최초 여성 익스테리어 디자이너가 되었는데요. 특히 자동차에 끌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저는 자동차가 단순히 이동이 가능한 기계에 그치지 않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믿어요. 저에게 자동차는 움직이는 예술적인 조형물이 되기도 하고, 타고 있는 사람들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움직이는 건축물이기도 해요. 누군가에게는 두 번째 집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개성 있는 패션이 되기도, 누군가에게는 놀이를 할 수 있는 장난감이 되기도 하죠. 자동차가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로 변환될 수 있다는 점이 제게는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이런 관점을 적용해 새로운 콘셉트와 의미를 생각해내고, 순수 회화적인 요소를 많이 가진 스케치 단계를 거쳐, 조소의 요소를 가진 클레이 작업, 공학적인 요소를 가진 디지털 데이터 작업 등 총체적인 디자인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제가 자동차 디자인에 끌리게 된 이유 중 하나예요. 미술을 전공하면 상업 예술과 순수 회화 중 한 분야를 택해야 하는데, 그 두 가지를 모두 하고 싶었던 저에게 ‘자동차 디자인’은 정말 매력적인 분아죠.

 

지금까지 나온 자동차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모델이 있다면?

 

자동차 디자이너에게 물을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름답다는 기준이 모두에게 너무나 다르니까요. 무조건적으로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가진 고급 승용차나 스포츠카만이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비슷한 가격대로 분류를 한 범위 내에서, 비슷한 차종 내에서만이 무엇이 더 좋은 디자인인지, 어떤 차가 가장 아름다운지 비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이 비교 또한 주관적인 것이지만요. 그래서 저는 딱 한 가지 모델을 꼭 집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애스턴마틴의 DB9, 포르쉐 911, 페라리 458 이탈리아, 벤츠 지바겐, BMW i8 정도가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모델들입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와 젊은 소비자 그룹을 타깃으로 한 폭스바겐 up!, 르노 Twizzy, 씨트로앵 Cactus, Fiat 500 또한 굉장히 뛰어난 디자인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차들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제가 현재 서울에 살고 있다면 가격대도 저렴하고 멋진 디자인과 훌륭한 성능을 가진 Fiat 500을 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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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노동환경은 야근이 없고, 주말은 쉬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작가님 책을 보니, 그곳에서의일도 굉장히 바쁜 것 같았습니다. 어떤가요?

 

야근이 허용되지 않고, 주말에 쉬는 것은 맞아요. 제가 일하는 회사에서는 7시 이후의 작업은 금지되어 있어요. 주말에 일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고, 회사 내의 그 어떤 작업물, 종이 한 장이라도 외부로 가져갈 수가 없어요. 외부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떠한 것도 반입하지 못하고요. 그러다 보니 집에서 작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을 자유로이 할 수 있고, 야근이 금지되어 있고, 집에서는 푹 쉴 수 있다는 것만 들으면 일이 굉장히 편안할 것 같지만 해야 하는 작업량만 따졌을 때는 일하는 시간 대비 작업량이 굉장해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어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은 것은 사실이긴 하지만, 낭비하는 시간 없이 더욱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것 같아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여가시간을 많이 즐길 수 있는 복지 제도에 대해서도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힘든 과정도 있었잖아요. 포르쉐, GM, 현대 등에서의 탈락도 있었고요. 이럴 때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내 길이 아니었나 보다 하고 넘어갔어요. 이 문이 닫혀 있다면 나에게 맞는 더 좋은 문이 열리겠지 하는 마음으로요. 좌절할 일들이 생길 경우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원하는 기업에 취업을 실패했을 때 크게 낙담하는 청년들이 많은데, 그 기업이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을 수도 있고, 그 시기에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스킬과 내가 할 수 있는 스킬은 다른 방향일 수도 있는 것이고요. 갑작스런 경제 위기로 기업에서 일체 고용을 할 수 없는 시기일 수도 있는데, 그 많은 변수들을 제외하고 오직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여 취업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면 좌절감만 더 커질 수밖에 없어요. 특히 디자인 분야 같은 경우는 객관적인 정답이 없고 주관적인 견해로 바라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누가 더 뛰어나고 누가 더 부족한 것을 판가름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뜻대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마다 나 자신을 못 했다, 부족했다 자책하는 것보다 ‘꾸준히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더 잘 될 것이다, 더 큰 문이 열릴 것이다’ 하는 긍정적인 믿음으로 극복을 해왔던 것 같아요. 실제로 그렇게 한 덕분에 일이 잘 풀리기도 했고요.

 

미국, 한국, 영국, 독일 등 다양한 곳에서 생활하셨습니다. 한 곳에 머물기보다는 계속 새로운 도전을 즐기시는 같아요.

 

미국과 한국은 제가 자란 곳이고, 영국과 독일이 제 선택으로 살게 된 나라예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기보다는 자연스레 제 꿈을 향해가다 보니 다양한 곳에서 살게 된 것 같아요. 여러 디자인의 메카인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고, 일은 자동차 디자인 분야가 가장 강하게 자리 잡힌 독일에서 하고 싶었어요. 나의 젊은 시절을 낯선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최대한 다양하게 경험하며 보내고 싶다는 꿈은 항상 있었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힘든 시행착오 끝에 잘 풀어나갈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것 같아요. 30대에 접어드는 지금부터는 정착하는 삶과 도전하는 삶의 균형을 맞추며 살고 싶습니다.

 

이제 곧 30대에 접어드시는데요. 생각하시기에 20대에 가장 잘한 일을 꼽아주신다면?

 

큰 갈림길에서의 선택들이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대학과 대학원, 그리고 전공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무엇을 잘할 수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어린 나이 때부터 고민하고 방향을 잡아나갔어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해서 홍익대학교 디자인 학부와 영국왕립예술대학원(RCA)에 진학했고, 너무 많은 것을 얻고 졸업을 할 수 있었죠. 무엇보다 너무나 원했던 학교와 전공이었기에 ‘내가 방향을 잘못 잡았나? 적성에 맞지 않은 걸까?’ 하는 회의감 없이 열심히 대학 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제가 있는 자리까지 자연스레 올 수 있어 감사하고, 20대 초, 중반을 멋지게 보냈던 것 같아 뿌듯함을 느끼죠.
 
이제 갓 20대가 된 여성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린 나이를 믿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시간은 너무나 빨리 가고 절대 찾아 올 것 같지 않은 삼십 대도 생각보다 금방 오니까요. ‘아직 스무 살이니까 괜찮아, 아직 어리니까 괜찮아’라는 생각은 자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힘든 대학 입시 때문에 자신의 삶이나 적성에 대한 고민을 대학에 와서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 생각에는 거기서 오는 단점들도 많은 것 같아요. 이십 대 초반을 더욱 성숙한 시점으로 바라보고 진지한 고민들, 깊이 있는 공부를 해야 하는 시기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갓 이십 대가 된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수험 생활에 쏟아부은 열정과 노력의 두 배, 세 배 이상을 대학 생활에 쏟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이십 대 초반에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훗날의 삶이 좌우된다고 믿으니까요. 최대한 다양한 것을 배우려 하고, 보려고 하는 마음가짐으로 부지런한 자신의 상태를 만든다면, 여성이 가장 아름답다 할 수 있는 이십 대 후반, 삼십 대 초반에 더욱 아름다운 꽃이 필 수 있다고 믿어요.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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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그리는 여자 : 벤츠 최초 여성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찰랑거리는 긴 머리카락에 킬힐을 즐겨 신고 화려한 도시에서의 삶을 즐기는 조진영. 그를 처음 본 사람들은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맞히지 못한다. 조진영은 자동차 업계, 그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독일 벤츠 사에서 익스테리어(외관)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그것도 15명이 한 팀으로 이루어진 벤츠 익스테리어 디자인 팀의 유일한 홍일점으로. 『자동차 그리는 여자』는 ‘성공한’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인 조진영의 일과 삶, 고민과 생각들을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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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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