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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 모험의 시작> 주성치와 함께라면!

배우 주성치의 부재를 근성으로 돌파하는 감독 주성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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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대인은 배우나 감독을 할 때나 페이소스로부터 웃음을 창출하는 순간이 영화적으로 가장 뛰어났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그가 배우로서의 내면연기, 감독으로서 관객을 숙연하게 만드는 연출력 역시 분명 수준이 보통 아니라는 점이 자주 간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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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은 대개 어느 작품에서 어느 배역을 맡아 어느 비중을 가지던 간에 카메라 프레임에 자신이 걸리면 해당 신에서 가장 부각되고 싶어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른 배우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압도적으로 드러내거나, 아니면 온전히 자신의 철학을 담기 위해 감독직을 겸하기도 한다. 중화권의 아티스트이자 감독과 출연을 겸했던 주성치 대인 (大人) 도 점점 그 과정을 밟아갔다. 문제는 그가 아예 영화에 출연하지 않고 감독에 집중하기를 원했다는 점이다. 그는 언제부턴가 자신의 등장 분량을 적극적으로 줄이거나, 다른 배우에게 극의 중심을 쥐어줬다. 그런 작품들의 완성도를 따지기 전에 팬으로서, 주 대인이 이야기의 중심에서 물러나려 하는 몸짓이 많이 낯설었다. 그의 팬들에게 영화란 '주성치가 나오는 영화와 나오지 않는 영화' 로 정의되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는 정말 '주성치가 나오지 않는 영화'를 만들려 했고, 결국 2013년에 <서유기: 모험의 시작>에서 이를 실현했다. 이건 찰리 채플린도 실패했던 건데!. (채플린은 자신이 나오지 않는 감독작 <파리의 여인>이 흥행에 실패하자, 유작인 <홍콩에서 온 백작부인>을 만들 때까지는 꾸준히 출연했다.) 주 대인은 팬들에게 안녕을 고했다. 현재까지는.


위에서 제작시기를 2년 전으로 적어 놨는데, 맞다. 2013년작이다. <서유기: 모험의 시작>의 원제는 <서유: 항마편> 이다. 당시 한국의 CJ 엔터테인먼트가 배급에 참여하기로 결정 내린 뒤 제작되어서 금방 한국 개봉할 줄 알았다. 그러나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도장 찍듯 찬란한 발걸음을 뗀 주 대인 신작은 2년이 지나서야 당도한 것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이나 과거 주성치가 주연하고 유진위가 감독한 (동시에 우리에게 유명한) <서유기> 2부작이나 원전으로부터는 기본 인물 설정과 ‘삼장 법사 일행이 경전을 찾으러 여행을 떠난다’ 는 전개만 따온 수준이고, 줄거리는 대부분 다르다. 그러나 전자와 달리 이 작품은 정서적으로 원작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줘 일종의 후예가 아닐까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원작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예컨대 <서유기: 모험의 시작>의 전반부는 진현장, 혹은 삼장 (문장) 이 단 소저 (서기) 와 함께 요괴 퇴마를 하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전개를 보인다. 퇴마의 대상인 ‘요괴’는 훗날 <서유기>의 주인공이 되는 사오정, 저팔계 (진병강), 손오공 (황보) 이고 말이다. 그런데 명색이 나쁜 짓을 해서 요괴가 됐으니 작품 속에서 마성, 혹은 야수성이 많이 부각되며, 그 연출수준이 결코 완만하지 않다. 이로 인해 흥겨운 톤으로 중간중간 가미되는 주 대인 작품 특유의 유머마저 다소 악취미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관객에게 꽤 기괴한 감흥을 자아낸다. “이건 너희가 일요일 아침이나 유치원에 갔다 와서 보는 유아용 이야기가 아니야!” 라는 일갈 같다고나 할까? 전반부의 꽤 많은 분량을 이런 무드의 조성에 할애한 점이 놀랍다. 마치 ‘원전에 있을 법한’ 기괴함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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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주 대인의 출연작 / 감독작이 어느 정도의 폭력묘사는 심심찮게 보였다. 하지만, 단순히 주 대인의 작품만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예전부터 표현수위에 다소 너그러웠던 중화권 작품들의 특성이라 봐도 되겠다. 이 작품도 그러니까 혹시 애 데리고 보시려거든 주의하시라.


주 대인은 이제 없어! 하지만 내 마음 속에 하나 되어 같이 살아가!


생각해보면 주 대인은 자신의 창조성을 패러디를 통해 발휘했던 영화인이다. 이 작품도 원전 외에 여러 패러디가 등장한다. 일단 일본만화 <드래곤볼>의 패러디부터 (봉인에서 풀려난 손오공이 진현장을 삼장으로 거듭나게 하는 행동은 분명 <드래곤볼>의 어떤 상황과 닮았다. 이 작품 역시 <서유기>에서 영감을 받았지?)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인 <특근>, 예전 일본에서 방영된 TV 형사 드라마인 <G맨 ‘75> 의 사운드트랙을 삽입하기도 한다. 물론 이전 <서유기> 2부작의 주제곡인 ‘일생소저’ 까지 등장시켜 자기 정체성을 잊지 않았다는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주 대인은 그런 요소들의 잡탕으로 유명해졌고, 또 이로 인해 곡해 받았다 잡탕이 웃음과 동음이의어로서 받아 들여졌다는 얘기다. 주 대인은 배우나 감독을 할 때나 페이소스로부터 웃음을 창출하는 순간이 영화적으로 가장 뛰어났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그가 배우로서의 내면연기, 감독으로서 관객을 숙연하게 만드는 연출력 역시 분명 수준이 보통 아니라는 점이 자주 간과된다. 단순히 웃기는 능력만으로 영화를 만들 순 없다. 그러나 우리는 오직 웃음으로서만 그를 기억한다.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평가 받는 감독 입장에서는 다른 장점들을 증명하고픈 욕심도 났으리라고 본다.


그럼 <서유기: 모험의 시작>은 괜찮냐고? 솔직히, 관람 후에 한동안 ‘주 대인 안 나오는 주 대인 영화’ 를 받아들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 점에서 배우 주성치를 대신하는 듯한 문장이라는 배우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출나게 역할에 어울려 보이는 거 같지 않아 보여서.) 하지만 받아들이고 나니, 그가 굉장한 자신감으로 본격적인 감독의 족적을 밟아가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확실히 <서유기: 모험의 시작>을 보며 가장 먼저 감탄하고, 또 상영관을 나오면서 생각하게 되는 부분은 ‘연출력’ 이었다. 음.. 개인적으로는, 왕가위 감독보다도 그런 감성을 더 잘 표현하는 거 같다. 왕가위가 썼던 대사를 심지어 더 어울리게 체화 하잖아. 유진위 감독의 <서유기 : 선리기연>에서 많은 관객들을 울렸던 그 대사가 역시나 <서유기 : 모험의 시작>에도 살짝 변주되어 등장한다. 왕가위의 대사를 능청스레 가져와 다른 배우에게 시켜도 눈물 날 정도로 애잔해지는 감정을 느끼게 되면, 결국 감탄한다. 아! 주성치는 나오지 않지만, 그는 하나 되어 같이 살아가고 있구나. 전작들의 패턴을 다소 답습하는 느낌도 있다만, 주 대인은 자신이 출연하지 않아도 마치 그 자리에 있는 듯 웃음과 눈물을 유려하게 배합한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과 후회의 서사시를 만들어 어떻게든 돌파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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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이 리뷰의 제목은 아티스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곡인 ‘주성치와 함께라면’ 에서 가져왔다. 몇 개월 전이 그의 4주기였다. 좋은 노래이니 혹시 못 들으신 분들 계시면 들으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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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준호

네이버(에서 전혀 유명하지 않은)파워블로거, 대학졸업생, 딴지일보 필진, 채널 예스에서 글 쓰는 사람. 혼자 작품을 보러 다니길 좋아하고 또 그런 처지라서 코너 이름을 저렇게 붙였다. 굳이 ‘리뷰’ 라고 쓰면 될 걸 뭐하러 ‘크리티끄’ 라고 했냐 물으신다면, 저리 해놓으면 좀 고상하게 보여서 사람들이 더 읽어주지 않을까 싶어서다. 이거 보시는 분들 글 마음에 드시면 청탁하세요. 열과 성을 다해 써서 바칠께요. * http://sega32x.blog.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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