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희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건 사랑”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것』 오진희 작가
오진희 작가의 동화책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것』의 주제는 전쟁과 평화다.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어린이들부터 전쟁의 심각성을 깨닫고 평화를 생각해야 할 때다.
‘짱뚱이 시리즈’의 오진희 작가가 새로운 동화책을 냈다. 그 동안 자연친화적인 그림책을 다수 써온 저자가 이번에 다룬 주제는 전쟁이다.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것』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먼지다. 먼지가 여행을 하며 흙과 철을 거쳐 무기로 변한다. 이 순간 먼지는 자신이 힘이 센 것처럼 착각한다. 하지만 결국 가장 힘센 것은 다른 데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강화도에서 가을걷이를 막 끝낸 오진희 작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여름에는 농사 때문에 무척 땀을 많이 흘렸어요. 이제는 가을걷이가 다 끝나서 추수한 것을 먹고 놀고 있습니다. 12월부턴 또 새로운 책을 써야지요.
이번 그림책에서는 전쟁과 평화를 다루셨는데, 전작인 자연을 먹어요! 시리즈에서 다룬 주제와 소재가 많이 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혹시 이번 그림책을 쓰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환경을 보호하고, 좋은 먹거리를 지키며 먹는 일도 물론 중요해요. 그것이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운동의 주제였기도 하고요.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면 이 모든 것이 다 소용없게 되잖아요. 저에게 그런 생각을 강하게 심어줬던 것이 이라크 전쟁이었어요. 많은 방사성 무기가 사용되면서 환경도 오염되고, 게다가 전쟁고아도 100만 명이 넘었다죠. 이런 참상을 보면서 ‘정말 평화를 지키지 않으면 어떤 것도 다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책을, 저는 정말, 제가 지은 책 중에서 가장 내 에너지를 끌어올려 힘주어서 말하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김재홍 그림 작가님과는 어떻게 함께 책을 만들게 되었나요?
제가 이 주제를 쓰면서 여러 그림 작가들을 물망에 올렸었어요. 굉장히 고민스러웠었죠. 글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어떤 그림으로 갈 것인지, 또 그림 작가도 내공이 강하지 않으면 자칫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고민이 되었어요. 사실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분이 김재홍 작가님인데, 김재홍 작가님이 늘 굉장히 바쁘시고, 일도 많으시거든요. 다행히 제 원고를 보시고는 그리고 싶다는 강력한 욕심을 내셨어요. 선생님이 하셨던 다른 작품보다 시간도 좀 더 오래 걸렸지만, 책이 나오고 보니 ‘역시 대가시구나.’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가 생각했던 것, 제가 기대했던 것들이 고스란히 선생님의 그림에서 더 잘 드러나게, 아주 잘 표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전쟁이라는 게 지극히 어른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그림책으로 풀어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책을 쓰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 주신다면?
전쟁은 어른들이 하지만 피해를 보는 건 아이들이에요. 게다가 강제로 아이들도 전쟁에 동원되고요. 또 전쟁은 나라와 나라, 단체와 단체가 싸우는 실제의 전쟁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삶 자체도 매일 전쟁이라고 생각해요. 전쟁처럼 경쟁이 부추겨지는 곳에 사는, OECD 국가 중에 가장 불행한 아이들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자라는 아이들이, 정말 항상 최고만 되고자 했던 아이들이 나중에 정말 자기가 원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얼마나 허탈해 질까 하는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미리 얘기해주고 싶었지요. 처음에는 전쟁을 소재로 줄거리를 시작했지만, 쓰면서 점점 우리 아이들의 현실과 전쟁을 경계 없이 생각하며 썼던 거 같아요.
현대 전쟁은 기업화되고 산업화되었습니다. 전쟁을 수행하는 국가를 국민이 제어하기도 어렵고요. 이런 상황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할 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저도 무척 무력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특히나 4.16(세월호 사건) 같은 사건이 일어나고는, 아이들한테 꿈을 가지라고 말한 것들이 몹시 미안하고, 죄스럽고 뭐라고 해야 할지 저 자신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같이 찾아가자는 말을 하려고 합니다. 결말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모호하잖아요. 정말 그 하나의 씨앗처럼, 나무처럼, 우리가 모두 힘들어도 도피하지 않고, 기억하고, 마음을 모아야 해요. 해결이라는 것은 울림에서 시작해야 하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것,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약한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얼마 전에 이 책을 읽어주면서 초등학교 아이한테 물어봤어요. 아주 시골 분교였는데,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것이 무엇일까 그랬더니 마음이래요. 저 또한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이해하려는 마음. 그 마음들이 모이면 어떤 것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어요. 세상에서 가장 약한 건 내 진짜 마음을 숨기는 게 아닐까 해요. 사람들이 착한 것과 우유부단한 것을 가끔 착각하는 이유가, 그냥 'No' 해야 할 때 지금 이것으로 내가 손해 볼까 봐, 어떻게 될까 봐 용기를 잃고 자기 마음을 숨겨버리고 마는 거잖아요. 이렇듯 가장 약한 것은 용기를 잃어버리는 일, 뭔가 타협하는 일, 그런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먼지와 바람이 처음에 등장하고, 작품 끝에도 이 둘이 조우합니다. 이렇게 먼지와 바람을 주요 인물로 등장시킨 아이디어가 근사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발상을 한 특별한 사건이 있었나요. 아니면 그냥 우연히 떠오른 생각인지요.
제가 이라크 전쟁 뉴스를 보는데, 전쟁에서 버려진 무기들이 절단기로 뚝뚝 잘려서 고물로 팔려 나가는 걸 봤어요. 이게 특수 무기라 다시 사용되면 안 되니까 그랬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뚝 잘려서 두 개가 똑 떨어지는 그 모습이, 저에게 굉장히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저렇게 강력한 무기가 저렇게 고물로 팔리는구나, 과연 무엇으로 다시 태어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그러면서 강철무기에 제 감정을 이입하게 됐어요. 아마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이 이것도 맨 처음에는 먼지부터 시작했겠죠. 먼지에서 흙이 되고, 철광석이 되고, 철이 되고. 우리도, 어린이들도 처음에는 힘없는 존재잖아요, 자기 마음대로 뭔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그렇지만 늘 꿈을 갖고 뭔가 되려고 하고요. 그래서 가장 약한 존재로서의 먼지와 아이들 간의 연관성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먼지와 소통하는, 먼지를 날라주는 역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했지요. 처음에는 물도 있었는데,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바람이 가장 적절한 대상으로 생각되어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책 말미에, 현재 전쟁이 진행 중인 국가와 사망자 수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던데요, 숫자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어느새 우리 주변에서는 사고가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서, ‘많다’는 말로는 그 많음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 것 같아요. 굉장히 무감각해진 거죠. 그런데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하면 사람들에게 훨씬 더 자극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조사하면서 전쟁하는 국가나 단체가 이렇게 많은 걸 알았거든요. 정말 놀랐어요. 그래서 ‘이 마음을 꼭 알려 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숫자를 사용하게 되었어요.
작가님께서는 ‘짱뚱이’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책들이 베스트셀러시잖아요. 책이 이렇게 인기를 끌면 아무래도 작가님 인생에도 약간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혹 이렇게 유명해 지시고 책이 인기 있어지면서 인생이 바뀐 부분이 있으신가요?
특별히 변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작가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 그 외에는 책이 인기가 있으나 없으나 제 삶은 항상 똑같은 거 같아요. 지금도 농사를 짓고, 앞으로도 그렇게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네요. 아, 하나 더 있다면 강연을 통해서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늘어났어요. 그 정도요.
작가님께서는 자연을 좋아하시잖아요. 지금은 강화도에서 살고 계신데, 강화도에 정착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양평에도 잠깐 살았었고, 강원도에도 잠깐 살았었어요. 그다음에는 일 때문에 왔다 갔다 하기 편한 도시 근교에 살았어요. 경기도 광주에서 곤지암 쪽에서도 살았고요. 그런데 대부분의 도시 근교 시골에는 구석구석 공장이 있어요. 전원생활이라고 생각하고 갔더니, 가는 데마다 골프장, 공장, 이런 복병을 만난 거죠. 굉장히 불편했어요. 그러다 강화도에 우연히 놀러 갔었는데 강화도에는 그런 공장이 없는 거예요. 지금은 펜션도 너무 많이 들어서서 해안선도 다 망가지고 공장도 군데군데 있고, 심지어 곧 공단과 산업단지도 들어온다고는 하는데, 제가 정착할 무렵에만 해도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도 강화도가 서울과의 거리를 생각하면, 가장 자연환경이 잘 지켜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강화도를 좋아해요. 바다가 있으니 해산물도 풍부하고 밭이 있어 농산물도 풍부하고요. 강화에서 나는 농산물들이 굉장히 질도 좋고 맛있어요. 그래서 좋아해요.
늘 작가님께서는 자연을 강조하시고, 아이에게 놀 것을 당부하시는데요. 채널예스 독자 중에서 선생님과 부모님,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독자에게 한 말씀.
요즘에 다들 창의력, 창의력 하잖아요. 그 창의력을 계발하는 데는 ‘놀이’가 최곱니다. 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놀잇거리를 찾아내야 해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이나 휴대전화 등 이미 다 주어진 장난감들로 놀고 있어요. 하지만 예전에 저희가 놀 때처럼 놀면, 놀이를 새로 만들어 내고 규칙을 정하고 또 놀잇거리를 찾아내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함께 연구할 수 있어요. 작은 예로 소꿉장난을 한다고 해요. 요즘엔 다 세트로 나와 있어요. 우리 어릴 때는 직접 소꿉장난을 만들었어요. 모양이 닮은 도구들을 찾아내고, 상상하면서요. 바로 그런 것들이 창의력을 기르는 데는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거죠. 또 놀이는 만국 공용어예요. 어느 나라 아이들이든지 말이 통하지 않아도 놀면 금방 친해질 수 있지요. 즉 사회성과 친화력을 기를 수 있어요. 놀이는 또 치유이기도 하죠. 우리가 힘들 때, 뭐라고 하죠? “쉬고 싶다, 그리고 실컷 놀고 싶다.”라고 얘기를 하잖아요. 자신을 스스로 치유하는 것이 이렇게 또 놀이가 되는 것이죠. 힘들여서 창의성 공부를 하러 또 학원에 보낼 필요 없어요. 저는 어느 날이든, 푹 쉬게 하고 놀게 하는 것이 아이를 교육하는 데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쉬고 놀고 그래야 또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고요. 이러한 시간을 부모님도 갖고 선생님도 갖고 아이도 갖는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것오진희 글/김재홍 그림 | 내인생의책
평화는 온 지구촌이 받아야 할 선물이며, 더 나아가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평화란 무엇인지,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것』을 통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평화를 위협하는 전쟁은 왜 일어나며, 힘이 세다는 것의 참다운 의미를 생각해 보면, 생명과 존엄성 그리고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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