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같은 노래를 하고 노래 같은 랩을 하는 아티스트, 샘 옥 인터뷰
자신의 음악과, 자신의 정체성, 자신의 세계관을 정확히 꿰뚫어보는 아티스트
형식은 외국의 것이나 감성은 우리와 맞는 그런 음악이 있다. 샘 옥의 노래도 마찬가지다. 오랜 기간 미국에서 살아온 한국계 미국인 아티스트지만 작품들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우리의 색감과도 잘 맞는 부분이 드러난다.
형식은 외국의 것이나 감성은 우리와 맞는 그런 음악이 있다. 샘 옥의 노래도 마찬가지다. 오랜 기간 미국에서 살아온 한국계 미국인 아티스트지만 작품들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우리의 색감과도 잘 맞는 부분이 드러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또 한 명의 팝 뮤지션과 만났다. 자신의 음악과, 자신의 정체성, 자신의 세계관을 정확히 꿰뚫어보는 사람이었다.
샘 옥이라는 인물보다는 음악이 더 많이 알려진 상태입니다.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미국 메릴랜드 주에서 왔습니다. 조용한 곳이에요. 그곳에서 가진 생활관과 신앙심, 제 개인적인 경험, 배경들이 음악 안에서 결합됩니다.
인터뷰도 처음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은 그렇게 인지도가 높지 않아서요. 미국에서도 그렇고요.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의뢰가 없었던 거죠.
한국에서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많은 걸 먹었고. (웃음) 음악 쪽 사람들도 많이 만났어요. 바쁘게 보냈습니다. (한국에서의 활동 계획이 잡혔나요?) 내년에는 한국에 더 있을 것 같아요. 공연이든 녹음이든, 한국을 통해 더 활동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성적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한국 시장에 대한 전략이 있었나요.
처음엔 놀랐죠. 물론 의도한 건 아니에요. 한국에서의 성공이라고 한다면, 제 음악에 한국적인 느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해요. 제가 미국인이고 미국음악을 좋아한다고 해도 말이죠.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전 한국 가족들과 한국 음식을 먹으면서 한국어로 대화를 해요. 집안 배경부터 영향이 있는 셈이죠. 구태여 다른 하날 버릴 필요가 없어요. 모든 걸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그 양면성도 좋게 봐주신 거 같아요.
앰프라는 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도 들었습니다. 어떤 그룹인가요.
솔로 활동보다는 사실 소속된 앰프라는 그룹을 통해 더 많이 움직였어요. 크리스천 힙합 팀인데 한국계 미국인 교회 네트워크를 통해 잘 활성화됐죠. 나름 유명해요. 그 네트워크 안에 있다면 어쩌면 절 알 수도 있겠네요. 솔로 활동도 앰프에서의 활동을 시작하며 하게 됐어요.
한국계 미국인 사이에서도 음악 신(scene)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음, 신도 잘 알고 있어요. 어떤 뮤지션들은 정말 미국인처럼 음악을 하기도 해요. 그 안에서 성공을 하고 싶어 하니까요. 다만, 저는 제 음악에 아시아의 소리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팝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한국 가요처럼 들리게도 하고 싶은 거죠. 그런 결합을 늘 생각해요. 미국인이라는 요소만을 계승해 성공하기보다는 아시아인이라는 또 다른 배경도 이식하는 겁니다.
같은 한국계 미국인인 케로원과도 작업했습니다. 공감대가 형성됐을 거 같은데요.
처음엔 이메일로 연락했고요 나중에 캘리포니아로 가서 만났어요. 한국계 미국인로서 서로 공감하는 건 없었어요. 한국말 잘 못 한다는 게 동질감이었을까. (웃음) 좋아하는 음악이 맞긴 했어요. 힙합 좋아하고 또 뭐... 가장 크게 겹치는 건 둘 다 긍정적인 음악을 하려고 했다는 거예요. 사실 힙합이라는 음악에는 저주, 욕설, 성상품화, 약과 같은 어두운 요소들이 있잖아요. 우리는 그보다 조금 밝은 삶에 대해 노래하자고 했어요. 그래서 콜래보레이션도 잘 됐고요.
제프 버넷과도 자주 묶이죠.
재능이 대단해요. 음감도 좋아하고 목소리 색감도 좋아해요. 왜 연관 짓는지 알 거 같아요. 여러모로 추구하는 음악이 비슷해요. 만난 적도 있어요. 같이 얘기도 했고요. 한국 분들이 좋아해주고 찾아주시는 것에 둘 다 놀랬죠.
랩 같은 노래를 하고 노래 같은 랩을 합니다. 마치 제이슨 므라즈의 「Geek in the pink」처럼 들리기도 하는데요, 평소 어떤 음악, 아티스트로부터 영감을 받나요.
존 메이어, 스티비 원더가 있고요. 대개의 재즈 음악에서도 큰 영향을 받았고 1990년대 힙합도 많이 들었죠.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처럼요. 랩이나 힙합의 요소들이 제 음악에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악기적인 차원에서도 랩은 독특하잖아요. 톤도 그렇고. 그 자체로 시이기도 하고 말이죠.
의외로 좋아하는 장르도 있나요.
있죠. EDM도 좋아하고 하드코어 록, 뮤지컬 음악, 사운드트랙 음악도 자주 들어요. 장르마다 각기 다른 감성을 갖고 있잖아요. 그게 신기해요. 저도 뭔가 더 많은 음악을 표현하려고도 하고요.
지브리 스튜디오 음악도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2012년 앨범 < Rest Easy >에 있는 「Peaceful & lovely」가 그런 곡 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정확히 그 쪽 영향에 있는 곡이에요.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들 보면 정말 예쁘잖아요. 이미지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요.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을 제일 좋아해요.
누자베스도 좋아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일본 문화에서도 영향을 많이 찾으시나요.
일본적인 요소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아요. 공간에 대한 콘셉트나 자연에 대한 광경, 평화로운 이미지와 같은 환경에 대한 개념을 잘 풀어내요. 누자베스에 관해 얘기하자면 제 음악의 원천이라고 해도 될 정도에요. 누자베스 음악을 접하면서부터 힙합과 부드러움을 결합하는 과정을 알 게 된 거 같아요. 덕분에 제 음악도 발전했죠.
이번엔 곡 작업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가사에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나요.
내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요. 저와 하는 대화 내용이랄까요.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해서도 크게 다루고 크리스천이라는 면모에 대해서도 많이 다루죠.
작곡 방식도 궁금합니다.
이렇다 하는 절차는 없어요. 자연스럽게 쓰는 거 같아요. 그래서 매번 다르죠. 무작위로 멜로디가 떠오를 때도 있고 갑자기 가사가 생각날 때도 있어요. 아무렇게 생각하면서 나오기도 하고 기도하면서 영감을 받기도 해요. 인생에 대해 성찰하거나 음악에 대해 고민할 때 작업이 이뤄지는 것 같아요.
재밌는 건 저 자신이 되게 모순적이라는 거예요. 사실 전 고요하게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게 불편할 때도 있어요. 정작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사람인데도 말이죠. (웃음) 이런 어려운 점을 복잡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음악에 담아내려고도 하는 것 같아요.
편곡의 아이디어를 힙합 음악에서 찾으시나요.
처음에 비트 만들 때는 샘플링을 많이 했는데요, 그 후에는 작곡하는 걸 더 선호하게 된 것 같아요. 요즘 시도하는 건 작곡해서 샘플링한 듯한 느낌을 내는 거예요. 샘플했을 때의 느낌을 좋아하거든요. 다만 아쉬운 건, 샘플링에는 법적인 문제가 걸리잖아요. 그걸 생각해 요즘 잘 안 하는 거 같아요.
곡을 팔지 않겠냐는 의뢰도 있었을 거 같아요.
그런 제의가 많긴 했어요. 작곡 쪽으로 빠져보라면서요. 제 스스로도 고민을 많이 해요. 아티스트로 진출할 것인지, 프로듀서 쪽으로 몰두할 것인지 음악 인생에 대한 연구를 하는 중이죠.
다음 과제겠군요.
과제라기보다는 제가 차린 밥상에 그릇 하나 더 놓는 작업이랄까요. 균형감 있게.
이번에 존 리라는 아티스트와도 같이 작업했죠.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인디 뮤지션이에요. 대니얼이라는 형제랑 같이 활동하고 있고요. 아직까지는 정식으로 내놓은 게 없어요. 더 배우고 연습하고 뭘 하고 싶어 하는지 구상하는 중이죠. 공식적으로 데뷔하기 전에 만난 셈입니다.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다른 성향이 이루는 조합이 재밌었죠. 제가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존 리는 세부적인 요소를 잘 만지는 사람이에요. 작업도 쉬웠어요. 제가 설정한 비전, 이상향에 존 리가 디테일, 현실성을 더했죠. 잘 맞았어요. 편하기도 했고요. 저 혼자 할 때는 재생버튼 눌러놓고 뛰어 들어가 바로 녹음해야했는데, (웃음) 콘솔 앞에 그 친구가 앉아있으니까 편하기도 했고요.
어떻게 같이 하게 됐나요.
앰프에 청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같이 찬송가를 록 스타일로 바꿔 부르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는데, 그 쯤에 그 친구가 존 리라는 사람을 추천하더라고요. 음악도 잘 하고 재능도 좋다면서요. 저도 마침 새로운 걸 하고 싶어 했어요. 나중에 (존 리가 지내는) LA로 갔을 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만났죠. 아, 존 리도 음악을 공부하고 있어요. 보스턴 버클리 음대에 다닙니다. 이것도 서로 어울리는 한 요소였네요.
아, 음악이 전공이죠?
음악 기술(뮤직 테크놀로지)을 전공으로 했습니다.
음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일단은, 조금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어렸을 때부터 클라리넷, 드럼, 키보드 이런 악기들을 쭉 다뤄오면서 내게 음악적인 능력이 있구나 싶었죠. 한편으로는 주변에서도 좋은 자주 들었고요. 고등학교 2,3학년 때 많은 고민을 했고 4학년쯤, 대학교에서 더 음악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뮤지션으로 인생이 흘렀네요.
맞아요. 어떻게 보면 행운이 엄청 따르는 거죠. 기회도 많았고요. 최선을 다해 음악으로 보답하려 합니다. 감개무량해요. 어렸을 때는 억지로 연습하는 걸 진짜 싫어했어요. (웃음) 특히 피아노 연습이요. 뭔가를 갈고 닦아서 어느 지점에 올라야겠다, 이런 생각보다는 즐겁게 음악을 하고 자연스럽게 피드백도 받는 과정이 좋았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뭔가 유명한 팝 가수가 되기보다는 주어진 달란트로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곧,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 오를 예정입니다. 다가오는 내년 1월 17에 단독공연도 계획돼있죠.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고 함께 해주신 분들과 좋은 시간 보내고 싶어요. 공연을 잘 해야겠죠. 팬 분들과 만나고 즐길 생각하니 기대되네요.
*인터뷰는 10월 셋째 주에 진행됐다.
끝으로, 가장 좋아하는 베스트 앨범 세장을 꼽아주세요.
오 마이 갓. 순서는 없어요. 데이비드 크라우터 밴드, < Illuminate > 앨범도 있고요. 이거 정말 어렵네요. 칸예 웨스트의 < The College Drop Out >도 좋아하고요. 데스 캡 포 큐티의 < Plans > 앨범도. 이렇게 탑 쓰리를 꼽을게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고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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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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