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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더불어 감동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독자와 함께 만든 행잉 바스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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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일기』에는 사계절 정원을 수놓는 꽃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학교 미술 선생님으로 20여 년 간 근무했던 저자가 8년 동안 직접 가꾼 정원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겨놓은 것이다. 그 안에는 식물을 재배하는 실용적인 이야기와 함께, 자연에서 배우는 순리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들도 실려 있다.

타샤 튜더의 정원을 꿈꿔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잘 다듬어진 정원수와 그 사이로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형형색색의 꽃들에 둘러싸여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는 여유는 누구나 꿈꾸는 한 때일 터. 문제는 빽빽한 아파트 숲 사이에서 나만의 정원을 갖기란 요원한 꿈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 펼치기만 하면 그곳이 어디든, 당신을 아름다운 정원의 한 가운데로 초대하는 책이 찾아왔으니. 


『정원 일기』에는 사계절 정원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소박하게, 아름다운 제 모습을 뽐내듯 찾아왔다가 겸허하게 고개 숙이며 그 자리를 내어줄 줄 아는 꽃들의 일대기가 기록되어있다. 이야기의 무대가 된 정원은 저자 이귀란이 8년 동안 온 마음을 다해 가꾼 곳이다. 20여 년 동안 중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쳤던 그녀는, 퇴직 후 개인 작업실 ‘라니의 뜨락’을 열고 퀼트와 자수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리고 8년 전, 창밖으로 보이는 커다란 나무에 마음을 빼앗겨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온 후부터는 꽃과 나무들을 옮겨 심으며 정원을 꾸미고 그 모습을 그림으로 남겨놓기 시작했다. 부러 멋을 내지 않은 소박함이 더 멋스러운 그녀의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잠시 그녀의 정원으로 초대받은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햇빛과 바람과 물만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하게 자라는 꽃들을 통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배웠고, 정성을 쏟으면 쏟는 만큼 정직하게 기쁨을 주는 꽃들을 통해 스스로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8년간 꽃을 통해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꽃과 더불어 매일매일 감동했습니다. 

 - 『정원 일기』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꽃의 속도를 따르며 살아보면 아마 세상이 조금 달라보일 거라고 말하는 저자 이귀란. 그녀가 독자들을 만나 꽃을 가꾸며 살아가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25일 저녁, 신세계 백화점 문화홀에서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제가 지금은 정원이 있는 집에 살지만 예전에는 베란다가 있는 빌라나 작은 주택에 살았어요. 그래서 주로 실내를 꾸미게 됐었는데, 그때 좋아했던 것이 행잉 바스켓을 이용해서 자유롭게 계절에 피는 꽃들을 모아서 보는 일이었어요. 아무래도 정원을 가꾸다 보니까 봄과 여름에는 주로 밖에서 활동하고 겨울에 꽃이 부족할 때는 실내에서 하는 작업을 즐겨하거든요. 이제 곧 가을과 겨울이 다가오는데, 실내에서 꽃을 많이 보게 되는 계절인 만큼 여러분에게 행잉 바스켓을 만드는 방법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행잉 바스켓은 말 그대로 실내에 거치대를 두고 꽃이 담긴 바구니를 걸어 놓고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자신만의 정원을 가질 수 없거나 추운 겨울 실내에서 꽃을 감상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가질 수 있는 작은 정원인 셈이다.


“행잉 바스켓이 절화와 다른 점은 살아있는 꽃을 오래 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꽃들을 심는 과정에서 조화롭게 담는 게 중요해요. 또 다른 장점은 노지 월동이 안 되는 꽃들을 실내에서 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온도만 적당히 맞으면 사계절 꽃피는 식물들이 많이 있어요. 행잉 바스켓은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꽃이 져버렸을 때 따른 꽃으로 대체하면 변화를 줄 수 있어요. 좁은 장소에서도 꽃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정원 일기』의 독자들을 위해 저자는 직접 행잉 바스켓을 만드는 과정은 물론, 와이어로 화분 걸이와 카드 꽂이를 만드는 방법을 시연해 보였다. 그리고 화분을 옮겨 담을 때의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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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잉 바스켓 만들기>


1. 준비된 바스켓 바닥에 이끼를 넓게 깔아준다. 분무기로 물을 뿌려준 후 이끼를 놓아주면 바스켓에 더 잘 붙는다. 이때 바스켓의 간격이 너무 넓으면 그 사이를 얇은 와이어로 감아준다. 

tip. 이끼 대신 비닐을 깔아주는 방법도 있지만, 물을 좋아하는 식물들은 뿌리가 썩을 가능성이 있다. 이끼는 화분을 파는 가게에서 구할 수 있다. 


2. 이끼 위에 플라스틱 망을 올려 밀착시킨다. 


3. 세척한 굵은 마사토를 깔아준다.

tip. 행잉 바스켓이 무겁지 않다면 물 빠짐이 용이하도록 제주석을 깔아주는 것이 좋다. 마사토를 깨끗하게 세척하면 보기에도 좋고 불순물도 제거된다.


4. 바스켓에 꽃을 담아준다.

tip. 꽃의 잔뿌리는 제거해 준다. 그래야 뿌리가 뭉치지 않아 골고루 영양이 전달되고 뿌리가 썩을 가능성이 줄어든다. 꽃을 담을 때에는 큰 식물부터 자리를 잡아야 작업이 수월하다. 처음부터 흙을 넣지 않고 식물들의 자리를 먼저 잡아주는 게 포인트. 식물들의 배열은 꽃의 색깔을 관찰하면서 결정하는 게 좋다. 색의 배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꽃의 습성이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과 싫어하는 식물을 구분해서 담아야 한다. 또한 처음부터 바스켓을 꽉 채우면 식물들이 숨을 쉴 수 없으므로 2/3 정도 빈 공간을 두고 띄엄띄엄 놓아주는 게 좋다. 


5. 중간에 한 번 흙을 채워준다.

tip. 분갈이용 흙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퇴비가 들어있는 흙은 뿌리에 직접 닿으면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비료를 주면 영양이 갑자기 많이 들어가면서 뿌리가 썩는다. 


6. 바스켓 가운데에 꽃을 채워 넣는다. 

tip. 비슷한 색의 꽃보다는 보색대비 되는 꽃을 포함시켜서 생기가 느껴지도록 한다. 또한 같은 시기에 피는 꽃보다는, 피고 지는 시기가 다른 것으로 고려하는 게 좋다. 


7. 빈자리에 포인트가 될 꽃을 담는다.

tip. 바스켓에 남겨 놓은 공간은 보름 정도가 지난 후에는 꽉 채워지게 된다.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좋을 정도로 균형을 맞춰가며 꽃을 담는다. 


8. 마사토와 같이 영양이 있으면서도 굵은 모래처럼 자잘한 돌들을 넣어준다. 

tip. 흙과 흙 사이에 빈 공간이 없도록 채워주는 게 중요하다. 뿌리에 공기가 들어가서 금방 마르거나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9. 마지막으로 이끼 또는 돌을 올려준다. 

tip. 말랐을 때 색이 변하는 돌을 올려주면 돌의 색깔로 물 줘야할 시기를 알 수 있다. 물을 줄 때는 행잉 바스켓을 양동이 위에 올려놓으면 된다. 마르지 않을 정도로 분무를 자주 해주는 것이 좋다.



행잉 바스켓과 함께 소개한 화분 걸이는 와이어를 화분 겉면에 감아 만드는 것으로, 높낮이를 달리 해서 화분을 걸어놓음으로써 공간에 재미를 줄 수 있는 방법이다. 굵은 노끈을 이용해서 만들 수도 있지만 화분의 무게를 지탱해야 하기 때문에 노끈보다는 와이어를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또한 이귀란 저자는 화분 갈이의 노하우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보통 화원에서 꽃을 사오면 플라스틱 화분에 담겨있는데요. 플라스틱 화분은 영양이 적고 뿌리가 금방 마르기 때문에 그 상태로 키우면 꽃이 살기 어려워요. 토분에 옮겨 심으면 꽃을 오래 볼 수 있어서 좋죠. 이때 흙과 잔뿌리는 털어내 주시고, 토분의 밑바닥에 플라스틱 망이나 큰 돌을 깔아주세요. 그리고 화분의 1/3 지점까지 굵은 마사토를 깔아주세요. 물을 빨리 배출하고 영양을 머금을 수 있도록 도와주거든요. 그 다음 흙을 넣어주시고 식물을 가운데에 놓아주세요. 다시 흙을 담아주실 때는 빈틈이 없도록 꼭꼭 눌러주시고요. 마지막은 행잉 바스켓과 마찬가지로 돌을 올려주세요. 그러면 물을 줘야할 때를 알기도 쉽고 뿌리가 빨리 정착하게 할 수 있어요. 옮겨 심기가 끝나고 난 뒤에는 그늘에 놓아두고 움직이지 않으시는 게 좋은데요. 자주 이동하면 뿌리가 다쳐서 죽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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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귀란 저자가 공유한 또 한 가지의 팁은 화분 밑을 감싸고 있는 포장재를 반드시 벗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포장재가 둘러져 있는 상태에서 물을 주게 되면 물이 고여서 썩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이 날 저자는 노벨리아와 애플민트, 천일홍, 사계국화, 사랑초 등을 담아 행잉 바스켓을 완성했다. 이 밖에도 가을을 대표하는 코스모스와 국화 등 다양한 꽃들을 함께 담아 자신의 개성에 맞는 행잉 바스켓을 장식할 수도 있다. 더 많은 꽃들의 종류와 특징이 궁금하다면 『정원 일기』를 참고하시길. 계절을 대표하는 꽃들의 모습은 물론 재배 방법과 성장 과정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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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일기이귀란 저 | 스윙밴드
『정원 일기』에는 정원사의 애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약 250점의 그림이 들어 있다. 노트에 있던 것을 그냥 실은 것도 있고, 일부는 다시 그려내기도 했지만 무엇 하나 작가의 상상대로 그리지 않았다. 꽃들과 눈맞춤하며 그날의 햇빛에 비추인 그 모습을 정직하게 담았다. 아무리 상상한들 진짜 꽃의 모습만 못하여 늘 작은 팔레트와 붓을 가지고 다니며 꽃들을 그려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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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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