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그림책 작가 9인이 추천한 ‘어린이책’
어린이독후감 특집 ③ 작가들이 직접 추천한 아동도서
작가들은 오늘도 고민한다. 내 아이가 독자라면 어떤 책을 좋아할까? 오랜 세월, 아이들에게 벗이 된 책들을 쓰고 그려온 작가들이 직접 추천한 아동 도서를 소개한다.
부모의 마음으로 좋은 어린이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들이 있다. 어릴 적 추억들을 떠올리며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글로,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가들. 그들이 뽑은 ‘내 아이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어린이책’은 무엇일까? 대한민국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동화작가, 그림책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어린이책 기획자 9인에게 물었다.
분쟁은 말 그대로 ‘갈라져서 싸우는 것’이다. 세상 모든 싸움이나 전쟁에는 갖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국은 ‘나누어지는 것’이 불씨이다. 가정도, 교실에서도 나누어짐은 아이들에게 큰 충격인데, 나라와 민족의 나누어짐은 어떠하랴! 곧 시대의 재목들이 될 아이들에게 진정한 평화의 의미와 나누어짐의 아픔을 생생히 전해주고 있다. 아이들아, 너희들은 어른들처럼 나뉘지 말아다오!
아이는 아빠와 함께 버스에 오른다. 구불구불한 초록빛 산길을 넘어가면 아담하고 작은 바닷가 마을이 나온다. 아빠와 함께 즐겁게 뛰노는 아이.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아이의 뒷모습이 쓸쓸하다. 왜? 여기서 장면은 지난날로 바뀐다. 엄마를 떠나 보낸 아이의 심정을 질펀하거나 꾸둑꾸둑하지 않게 간결한 서정시처럼 풀어낸 책이다.
표지를 보는 순간, 막혔던 가슴이 뻥 뚫렸다. 아이들 마음을 이렇게 잘 표현하다니! 화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선생님 앞에서도 당당하게 대치 중인 주인공 ‘만세’. 많은 아이들이 머릿속으로만 꿈꾸는 순간이다. ‘내 맘대로’ 신나고 재미있게 다닐 수 있는 학교. 그렇다고 그 학교가 엉망진창은 절대 아니다. 송언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모든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에 나도 가고 싶다. 다시 아이가 된다면.
딸이 태어나면서 시작된 이야기가 딸이 성장하고 결혼하여 다시 딸을 낳는 모습으로 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순환 구조를 통해 딸과 엄마 간의 영원성을 보여주려고 한다.
숲 속에 혼자 사는 재봉사에게 동물들이 찾아와 옷을 지어달라고 부탁한다. 마음씨 좋은 재봉사는 숲을 돌아다니며 나뭇잎이나 열매, 나무껍질을 주워 그것들로 동물들에게 맞는 옷을 만들어준다. 이야기도 재미있고 콜라주 형식의 표현기법도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그림책이다.
웃음을 소재로 한 시에 그야말로 '웃는 얼굴' 그림을 덧붙인 시집이자 화집이다. 그림을 보며 시를 읽으면 나도 모르게 해맑게 웃게 되는데, 웃음은 정말 그 자체로 대단한 힘을 갖는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몹시도 더웠던 어느 여름 밤, 자꾸만 더워지는 지구를 걱정하다 떠올린 이야기다. 초판에서 미처 보여 주지 못해 아쉬웠던 디테일들을 제대로 보여 주고 싶어서 큰 책으로 다시 펴냈다.
모든 장면이 같은 구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마치 벗어날 수 없는 우리의 처지와도 같이. 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닌 누군가의 시선과 함께 작지만 큰 변화가 시작된다. 조용히 마음으로 스미는 멋진 책이다.
나는 이 아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자주 하는 고민이다. 육아는 거창한 가르침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공감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더욱이 아름다운 그림이 돋보이는 책이다.
사람은 누구나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상황에 처했을 때, 두려움은 아뜩한 절망감으로 이어지곤 한다. 어린이들이 주인공 나로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겁먹지 말고 당당히 꿈꾸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만들었다.
사실 꽃과 나비를 자세히 그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물기가 묻어날 듯 생생히 그리는 이는 권혁도 작가가 유일하지 싶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작가이고 책이다.
갓난아기가 초등학생이 되기까지 성장 과정을 신발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풀어냈다. 신발의 작은 실밥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작가의 섬세한 시선이 아름다운 책이다.
한 권 한 권 출간될 때마다 많은 독자들에게 “마치 우리 집 이야기를 옮겨 놓은 듯하다”는 반응을 불러온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 아홉 번째 그림책. 아이들은 자라면서 또래 집단에 속하고 가족과는 다른 상호 작용을 하며 사회적 성장을 한다. 『싸워도 돼요?』는 친구 사이에 다투면서 한층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이해인 수녀의 동화를 그림책으로 만든 책이다. 문득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바로 함께 떠오르는 곳이 문구점일 것이다. 수녀님의 따뜻한 감성을 담은 글과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합쳐지면서 가슴 한쪽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보면 즐거움이 한층 커질 것이다.
흔하지만 예쁜 민들레꽃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한 편의 동시를 읽는 기분으로 가볍게 책을 넘기다 보면, 우리 가까이에 있는 민들레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민들레가 이렇게 피고 지는구나 생각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아무리 어렵고 힘든 곳에서도 민들레는 변함없이 예쁜 꽃을 피우네 하는 생각도 할 수 있겠다.
지난 2012년에 세상을 떠나신 필자의 장인 어른 이야기다. 주인공이 닭이라는 것만 빼면 이 수탉은 우리 아이의 외할아버지 이야기였던 것이다. 실재로 우리 아이에게 두 돌 무렵부터 잠자기 전 옛이야기 목록에 넣어 해주던 레퍼토리 중 하나이기도 했다. 지금은 화석이 되어 가는 가부장적인 우리 할아버지들의 초상 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을 통해 세상 구경을 하는 방법은 가지가지. 이 책처럼 뉴욕 시궁 쥐를 통해 인간 세상을 둘러보게 된다면, 과연 우리가 주인공인지 저 쥐들이 주인공인지 모를 세상이 느껴진다. 이 책은 동물들이 인간처럼 나오는 많은 그림책이나 동화책 중 하나이지만, 작가의 아주 섬세한 묘사와 이를 잘 표현해주는 멋진 일러스트레이션이 더해서 모다 더 영화 같고, 보다 더 리얼한 드라마가 되는 그래픽 노블과 같은 책이다.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을 꼽으라면 아마 이 책일 것이다. 빨강 노랑, 파랑 색깔들이 과감하게 들어간 이 책은 이후의 그림책 색깔 지형을 흔들어 놓은 책으로도 유명하다. 아이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더해져, 이 책은 지난 20세기 말에 나온 가장 혁신적인 책 중 하나일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의 인기는 높지 않았다.
읽을 때마다 잔잔한 감동을 안겨줘 계속 재독하게 만드는 책.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관계에서도 진심은 맘의 문을 열게 한다. 어린 친구들이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 한 번 느껴보길 바란다.
돈에 대한 철학을 보면 그 사람 인생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우리 어린 친구들이 살아가면서 여러 선택의 기로에서 중요하게 작용될 '돈'에 대한 가치관 형성에 아주 많은 도움을 줄거라 기대한다.
모든 생명의 존엄성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글이라 권하고 싶다.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이 만든 아기 하마의 외롭고 무거운 발걸음이 가슴을 아프게 짓눌렀다.
마법 주문을 외워서라도 천사 같은 엄마를 만들고 싶은 아이의 엉뚱하고도 진지한 상상이 펼쳐진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그림책. 엄마에 대한 아이의 순수한 사랑이 가슴 찡하게 전해지는 착한 반전이 숨어 있다.
표지에서부터 면지, 본문까지 온통 빨갛다. 강렬한 빨강이 이별의 슬픔과 고통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떨어지는 딱지처럼 이별의 슬픔과 상처도 그러하다는 걸, 이토록 아름답고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책이 있을까? 다시 펼쳐 봐도 좋다.
우리의 현실은 남루할지라도 상상의 힘은 대단하리니! 늘 공상에 빠져 사는 커스티가 펼치는 반전이(물론 상상일 뿐이지만) 통쾌하다. 현실과 상상의 교차 편집, 곳곳에 숨겨놓은 그림장치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세상의 모든 커스티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창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기들에게 가장 먼저 알려 주고 싶은 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아이들이 세상을 만나면서 엄마 아빠가 수없이 반복하며 가르치는 말들, 아이들이 꼭 배우는 말들이 ㄱ ㄴ ㄷ 순서로 나와 있다. ‘고마워!’ ‘사랑해’와 같은 좋은 말, 예쁜 말을 골라 담아 아기들에게 꼭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자신의 삶과 사랑을 찾기 위해 백만 번이나 다시 태어나야 했던 고양이의 환생 이야기. 죽음과 사랑을 통해 바라보는 성장의 참 의미를 알 수 있는 책이다. 마치 긴 장편을 보듯 진정한 행복과 사랑을 오래도록 깊게 느낄 수 있는 그림책.
아이의 천진한 꿈의 세계와 독특한 양서류의 생태를 절묘하게 결합한 그림책이다. 꿈과 환상 속에서 동물과 함께 하는 아이의 따뜻한 마음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현하여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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