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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매시스, 가을 밤을 적시는 목소리
작품은 높은 위상을 충분히 차지한다
은은하고 포근한 포크, 하지만 촌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타일리쉬합니다. 가을바람이 유독 차게 느껴지는 분들께 추천 드립니다. 제이 매시스의 < Tied To A Star >입니다.
제이 매시스(J Mascis) < Tied To A Star >
2011년의 전작 < Several Shades Of Why >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포크 음악을 택했다. 소닉 유스와 너바나 사이에서 노이즈의 미학을 내세웠던 다이노서 주니어에서의 활동을 떠올려보면 어색할 법도 하나, 그 사이에서 간간히 드러냈던 고감도의 멜로디 메이킹과 어쿠스틱 사운드를 생각했을 때에는 또 그리 낯선 것만은 아니다. 그간 내놓지 않았던 독자 영역이 더욱 깊어졌을 뿐이다.
이번 음반에 대해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부분은 캐치한 선율에 있다. 리듬 연주와 아르페지오, 솔로잉 등 전반의 부문에서 높은 흡입력을 불러내는 기타 사운드와 무리 없이 귀를 파고드는 보컬 라인은 제이 매시스가 음반에 내건 가장 강력한 무기다. 작품의 시작을 잔잔하게 장식하는 「Me again」서부터 은근하게 힘을 내비치는 마지막 트랙 「Better plane」에 이르기까지 아티스트는 이 요소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 밝게 찰랑이는 「Every morning」과 감미로운 어쿠스틱 사운드가 가로지르는 「Wide awake」와 같은 트랙들은 위의 작법을 잘 설명할 결과물들이다.
잘 들리는 멜로디가 음반에 소구력을 부여한다면 트랙마다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실험들은 재미를 덧붙인다. 「Heal the star」에서의 부피 있는 질감 구성과 노이즈 사운드, 「Stumble」과 「Come down」의 전체를 관통하는 뿌연 일렉 기타, 기타 솔로에 초점을 둔 「Trailing off」에서의 점층적인 진행 방식은 위에 대한 증거로서 내걸 만한 것들이다. 트랙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변칙적인 전개나 공간감 있는 톤 역시 같은 맥락 위의 산물들.
이러한 여러 시도는 이력 내내 다양한 접근을 보였던 제이 매시스의 예술관과도 직결된다. 더욱 괜찮게 다가오는 점은 선율과 실험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았다는 데에 있다. 어쿠스틱 사운드는 결코 밋밋하지 않으며 갖가지 효과들은 마냥 어렵게만 구현되지 않았다.
재미없거나 건조하게만 결말이 날 수 있는 위험도 사이에서 과하지 않은 방향으로 중심을 잘 잡은 형상이다. 그렇기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운드 전반에서의 빈 공간 또한 단점으로 작용하는 결손이 아닌, 듣는 이들에게 여유를 보장하는 여백으로 봐야하겠다.
이렇다 할 킬링 트랙이 없다는 점에 있어 아쉬움을 표할만 하나 크게 신경을 요하는 부분은 아니다. 오히려 음반의 방향이나 콘셉트와 같은 큰 흐름 위에서 놓고 본다면 작품은 높은 위상을 충분히 차지한다. 이는 익숙함과 낯섦을 동시에 획득해낸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성공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매력적인 선율과 재기 있는 실험들이 이루는 조합이 실로 괜찮다. 시끄럽게 첫 행보를 내걸었던 제이 매시스의 요즘은 잔잔하다. 예의 정체성은 동일한 채로 말이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관련태그: J Mascis, Tied To A Star, 제이 매시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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