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서유미의 한 몸의 시간
교집합의 세계
우리는 소설로 만나 소설을 이야기하며 소설을 열망했다
"우리는 소설가 부부가 되었다. 둘 다 꿈을 이루기까지 오래 걸렸지만 우린 아직 젊고 앞으로 쓸 시간이 많다는 사실에 기운이 났다."
어느 부부에게나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 외에 두 사람을 하나로 이어주는 끈이 존재한다. 하나의 동그라미 안에 머물게 만드는 그 교집합의 요소는 자석처럼 강력하게 두 사람을 끌어당긴다.
옆 사람과 나에게 그것은 소설이었고 소설이고 소설일 게 분명했다. 지망생이었을 때는 지망생이었기 때문에, 소설가가 된 뒤로는 소설가라서 우리의 관심은 소설에 집중되었고 좋은 소설에 대한 열망의 온도는 높았다. 밤이 되면 우리는 마주 앉아 소설에 대해 이야기했고 주말에 외식을 하거나 교외로 놀러나가서도, 좋은 소설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그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대화를 이어가곤 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화제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해도 우리의 대화는 결국 교집합 쪽으로 흘러들어갔고 열심히 쓰자, 라고 다짐하는 종착역에 도착했다. 물론 생업에 종사하느라 읽거나 쓰지 못할 때가 더 많았지만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은 멈추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지인이나 친구의 아이들은 돌잔치를 하고 걸음마를 하고 말을 배우고 유치원에 다녔다. 만날 때마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까, 교육을 제대로 시킬까, 고민이 깊었다. 그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내겐 소설이 자식이구나, 싶었다. 흔히 창작하는 사람들의 작품을 자식에 비유하곤 한다. 자신을 닮았고 오랜 시간 품고 있다가 세상에 내놓는다는 점, 그 작품의 행보와 미래에 대해 계속 걱정하고 신경 쓴다는 점에서 비유이기도 하지만 실제 그렇기도 하다.
옆 사람과 나는 오랫동안 소설가가 되기를 꿈꿔왔다. 그래서 한때 서울 생활을 접고 원주에서 지내며 읽고 쓰는 일에 집중했다. 2007년에 내가 문학수첩작가상을, 2012년에 옆 사람이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우리는 소설가 부부가 되었다. 둘 다 꿈을 이루기까지 오래 걸렸지만 우린 아직 젊고 앞으로 쓸 시간이 많다는 사실에 기운이 났다.
2012년이 끝나고 2013년이 시작되는 날 우리는 반성과 설렘과 기대 속에서 새해의 계획을 세웠다. 그것은 거창하고 무모하다는 점에서 새해 계획다웠고 옆 사람은 나보다 더 포부가 크고 무리한 계획을 세웠다는 점에서 신인 소설가다웠다. 그러니까 2013년은 우리에게 소설만으로 꽉 찬 한 해가 될 계획이었다.
2007년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 같은 해 창비 장편소설상을 탔다.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를 썼고 소설집으로 『당분간 인간』이 있다. 에세이 『소울 푸드』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