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교집합의 세계

우리는 소설로 만나 소설을 이야기하며 소설을 열망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우리는 소설가 부부가 되었다. 둘 다 꿈을 이루기까지 오래 걸렸지만 우린 아직 젊고 앞으로 쓸 시간이 많다는 사실에 기운이 났다."

서유미한몸의시간

 

어느 부부에게나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 외에 두 사람을 하나로 이어주는 끈이 존재한다. 하나의 동그라미 안에 머물게 만드는 그 교집합의 요소는 자석처럼 강력하게 두 사람을 끌어당긴다.


옆 사람과 나에게 그것은 소설이었고 소설이고 소설일 게 분명했다. 지망생이었을 때는 지망생이었기 때문에, 소설가가 된 뒤로는 소설가라서 우리의 관심은 소설에 집중되었고 좋은 소설에 대한 열망의 온도는 높았다. 밤이 되면 우리는 마주 앉아 소설에 대해 이야기했고 주말에 외식을 하거나 교외로 놀러나가서도, 좋은 소설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그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대화를 이어가곤 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화제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해도 우리의 대화는 결국 교집합 쪽으로 흘러들어갔고 열심히 쓰자, 라고 다짐하는 종착역에 도착했다. 물론 생업에 종사하느라 읽거나 쓰지 못할 때가 더 많았지만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은 멈추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지인이나 친구의 아이들은 돌잔치를 하고 걸음마를 하고 말을 배우고 유치원에 다녔다. 만날 때마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까, 교육을 제대로 시킬까, 고민이 깊었다. 그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내겐 소설이 자식이구나, 싶었다. 흔히 창작하는 사람들의 작품을 자식에 비유하곤 한다. 자신을 닮았고 오랜 시간 품고 있다가 세상에 내놓는다는 점, 그 작품의 행보와 미래에 대해 계속 걱정하고 신경 쓴다는 점에서 비유이기도 하지만 실제 그렇기도 하다.


옆 사람과 나는 오랫동안 소설가가 되기를 꿈꿔왔다. 그래서 한때 서울 생활을 접고 원주에서 지내며 읽고 쓰는 일에 집중했다. 2007년에 내가 문학수첩작가상을, 2012년에 옆 사람이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우리는 소설가 부부가 되었다. 둘 다 꿈을 이루기까지 오래 걸렸지만 우린 아직 젊고 앞으로 쓸 시간이 많다는 사실에 기운이 났다.


2012년이 끝나고 2013년이 시작되는 날 우리는 반성과 설렘과 기대 속에서 새해의 계획을 세웠다. 그것은 거창하고 무모하다는 점에서 새해 계획다웠고 옆 사람은 나보다 더 포부가 크고 무리한 계획을 세웠다는 점에서 신인 소설가다웠다. 그러니까 2013년은 우리에게 소설만으로 꽉 찬 한 해가 될 계획이었다.






[관련 기사]

-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vs 엄마는 날 몰라
-어느 순간 뭉클해지는 가족 판타지활극
-10년이 넘도록 지킨 서약, 그러나
- 한 몸의 시간, 으로 들어가는 글
-완전한 고독을 원했던 시간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2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서유미(소설가)

2007년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 같은 해 창비 장편소설상을 탔다.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를 썼고 소설집으로 『당분간 인간』이 있다. 에세이 『소울 푸드』에 참여했다."

오늘의 책

소설을 읽는다는 건 내가 변하기 위한 일

줄리언 반스의 신작. 영미문학의 대표작가답게 ‘소설은 이렇게 쓰는 장르’임을 입증해냈다. 엘리자베스 핀치라는 인물을 통해 진실의 아이러니를 들춰내고, 인간과 삶의 다면성을 지적으로 풀어냈다. 이 소설을 읽으며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란, 내가 변하기 위한 일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제4회 사계절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심사위원 전원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림책. 보름달이 환한 밤, 기억을 잃어버린 할머니는 여자아이로 변해 아이와 함께 우유갑 기차를 타고 할머니의 할머니를 만나러 간다. 꽃밥과 달전, 푸짐한 반찬들로 소담스럽게 차려진 할머니의 밥상은 한가위 보름달처럼 모두를 품어 안는 감동을 선사한다.

캔버스 위에 펼쳐진 밤의 세계

화가들에게 밤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밤을 주제로 명작을 남긴 거장 16인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낸 정우철 도슨트의 신간. 책을 가득 채운 101점의 그림은 밤의 고요한 시간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밤이 깊어질수록 별은 더 환해진다는 말처럼, 밤의 그림이 깊어질수록 감상의 여운은 길게 남는다.

삶을 구할 수학

피타고라스 정리, 근의 공식, 미적분이라는 말을 들을 때 무엇이 떠오르는가? 생멸을 반복하는 생명과는 다른, 시공간을 초월한 만고불변의 법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수학이 생명의 언어라면? 제목부터 아름다운 이 책은 수학이 삶을 이해하는 데, 살아가는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일깨운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