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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혜 “한 곳을 꼽으라면 국립진주박물관”

『아이와 함께 꼭 가봐야 할 박물관 여행 101』 길지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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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이다. 그리고 곧 방학이다. 어딘가로 가야 할 것 같긴 한데,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박물관은 어떨까? 『아이와 함께 꼭 가봐야 할 박물관 여행 101』은 한국에 있는 수많은 박물관을 테마별로 정리한 책이다. 이 책 한 권이면, 아이가 자랄 때가지 방학 계획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여행 없는 삶을, 휴식 없는 삶을 상상해보라. 숨이 막힐 것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에 쉼표가 필요하다. 여름, 직장인에게는 휴가가 그리고 학생에게는 방학이 주어진 고마운 계절. 많은 사람이 여행을 꿈꿀 것이다. 그런데 여행지 정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가고 싶은 곳이 있더라도 비용, 시간 등을 고려하다 보면 막상 갈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한국에 있는 박물관은 어떨까? 무더위를 피할 수도 있고, 볼거리도 많다. 가족으로 가든, 연인 단위로 가든, 혼자 가든 상관없는 곳이기도 하다. 『아이와 함께 꼭 가봐야 할 박물관 여행 101(이하 박물관 여행 101』은 박물관을 11개 테마로 나눠서 소개했다. ‘아이와 함께’라는 표현이 있지만, 혼자 가도 여럿이 가도 상관 없다. 책을 쓴 길지혜 저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길지혜


근황을 말씀해 주세요.


2년 전, ‘독자의 가슴을 울리고, 제 마음 안을 걷는’ 전업 여행 작가를 목표로 회사를 그만두고 쉼없이 길 위를 누빈 것 같습니다. 2012년 300일간의 아메리카 대륙여행과 작년과 올해에는 대한민국 곳곳을 여행했죠. 요즘엔 다시금 내 나라의 깊은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청아하면서 사계절의 특색이 짙은 대한민국의 멋스러움이 시간이 지날수록 와닿더라고요. 더불어 최근엔 결혼준비로 새로운 삶의 여행을 기대하고 있고요.  

 

다양한 여행 가이드 책이 있는데요. 『박물관 여행 101』은 ‘박물관’이 주 테마입니다. 이 책을 만든 계기가 궁금합니다.


혹시 간송 미술관을 들어보셨습니까? 박물관을 자주 다니시는 분들은 아실테지만 대부분 낯선이름일 수도 있는데요. 지난 3월 오픈한 DDP(동대문 디지털 플라자)에서 상설기획전이 열려 많은 분들이 좀 더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간송미술관은 우리나라 최초 사립 미술관으로 1년에 2주씩 5월 과 10월에만 오픈하는 박물관입니다. 그래서 손꼽아 관람할 수 있는 그날만 기다리시는 분들도 많았었습니다. 그곳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세운 우리나라 문화재의 보고기도 합니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풍경과 바람에 취하기도 하지만,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에 취할 때도 많습니다. 박물관은 ‘사람 사는 이야기들의 총집합’이죠. 국립중앙박물관과 같이 세계 6위에 꼽히는 대형 박물관도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엔 작고도 알찬, 박물관이 상당히 많다는 걸 여행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박물관은 흔히 재미없고, 지루한 곳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결코 그렇지가 않아요. 우리 아이들이 이 좋은 학습의 장에서 오감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마음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밀양에서 자라고 크다보니 소위 문화생활을 제대로 즐기진 못했죠. 아이 땐 오히려 자연과 함께 지냈던 것 같아요. 도랑에서 송사리와 고동 잡고 놀았죠. 그런데 서울에 오니 정말 모든 곳이 '문화'로 연결되어 있더라고요. 그 문화의 결정체가 바로 박물관이며, 이것을 전국의 모든 학부모와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101곳의 박물관을 취재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취재하면서 생긴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실제론 약 250여 곳을 다녔어요. 일일이 셀 수가 없죠. 갔던 곳을 여러 번 간 곳도 많으니까요. 우리나라에 어림잡아 1,000군데 정도의 크고 작은 박물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미술관까지 합쳐서요. 겨울에는 대부분 5시까지가 폐장이라 취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죠. 춥고 황량한 바람을 뚫고, 박물관에 가면 지방 박물관은 아무도 없이 적막만 흐르고 있는 곳도 많아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천정을 타고 실내를 울리는 경우도 있죠.

박물관은 사전에 모두 공부를 하고 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그것을 알기에 자료 준비시간도 많이 걸리긴 했어요. 고등학교 때 암기만 했던 것들을 실제로 만나는 순간엔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기도 했지요.

허준 박물관에 갔을 때였어요. 자원봉사하시는 도슨트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72세라고 본인을 소개하면서 이 일을 10년간 해오고 계시다며, 모든 유물에 대해 열변을 토하시는데 그 열정을 말씀 한 마디 한 마디에 모두 녹아있었죠. 1시간 30분쯤 지났으려나요? 부득이하게 제가 다른 취재 일정이 잡혀있어서 조금 더 요약을 해달라고 요청드리니, 그런 말 하면 할 기운이 안 나신다면서 약간 토라진 척 하시더라고요. 정말 대단한 열정이시죠. 그리고 3시간 정도 소개를 해주셨습니다. 그로부터 3~4개월 후 덕수궁에서 우연히 할아버님을 다시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멀리서도 그 분인 줄 한눈에 알 수 있었죠. 역시나 열성적으로 고궁 설명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아, 이것이 우리나라를 지키는 힘이구나, 란걸 다시 느꼈습니다.   


한국에 이렇게 다양한 박물관이 있는지를 책을 통해 안 독자가 많을 것 같습니다. 101곳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요.


처음엔 여행지를 돌아다니면서 박물관을 무작정 다녔어요. 다니다보니 자연스레 분류도 되고 나중에는 입장하자마자 어떤 전시가 펼쳐질지 예상도 되더라고요. 사실 책에는 실제 102곳의 박물관이 소개되어 있어요. 물론 박물관 성격이 테마별로 잘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과 가족모두가 가도 좋을만한 곳 위주로 선정을 했어요. 정말 이곳만 다 둘러봐도 박물관은 좀 다녔다 싶으실 거예요. 하지만 책에 소개된 박물관 이외에도 가볼 곳은 아직 넘쳐납니다. 


길지혜


넣고 싶었지만, 분량 관계상 못 들어간 박물관도 있나요? ‘101’이라는 숫자에 담긴 의미는?


넣지 못해 아쉬운 박물관이 훨씬 많았죠. 그래서 미술관 과학관 식물원 편을 따로 준비하고 있어요. 원래는 모두 한 책에 넣으려고 했으나 쓰다 보니 박물관만 해도 이렇게 두꺼운 책이 되더라고요. 의논 끝에 분권을 하기로 했습니다.  제목을 101로 정한 이유는, 한 곳은 꼭 자기만의 박물관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그중 하나였어요. 히든 트랙이라고 할까요? 


101곳 중에서 특별히 사랑하는 공간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여행에서도 그런 질문을 항상 받습니다. 30개국 110여개 도시를 여행했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나 지인들은 항상 묻곤 합니다. “어디가 제일 좋았어?” 가장 여행지, 관광지다운 곳을 소개하고 싶지만 실제로 대답은 그렇게 안 되더라고요. 소박한 어떤 소도시의 후미진 골목에서 만난 특별한 인연이 기억나는 곳, 아스라했던 공기의 감촉, 그런 순간순간이 여행을 행복하게 만들었거든요. 그렇지만, 한곳을 꼽자면 진주성안에 있던 국립진주박물관이 그랬죠. 임진왜란 격전지가 있었던 그곳은 역사의 테두리가 고스란히 남아져 있어서 그야말로 박물관 여행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었죠. 소개는 안 되었지만 환기미술관에서 홀로 멍하니 작품을 바라보는 시간은 마치 우주의 진공상태와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천정에서 들어오는 햇살과 작품, 그리고 작품을 통해 투영되는 제 자신을 바라보면서 이것이야 말로 박물관 여행의 즐거움이 아닌가 싶었어요.

 

 ‘아이와 함께 꼭 가봐야 할’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어린 시절에 저자님께서는 박물관에 자주 가셨는지요? 길지혜 저자님께 박물관이란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나요.


어렸을 때는 오히려 박물관 여행은 못했었습니다. 스무살 때부터 본격적인 세계여행을 하면서 전 세계 박물관을 다녔어요. 다행인 것은 이번 여행에서 아버지와 함께 많은 박물관 투어를 다녔습니다. 밀양에 계셔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 경남 쪽으로 취재를 갈 때면 늘 함께하려고 노력하셨죠. 곳곳에 찾아보면 아버지가 등장하는 사진도 있어요. 또 장생포고래박물관에 갔을 때였어요. 정말 우연히 작은아버지 가족을 만나게 됐어요. 그러면서 사촌동생가족은 동생이 아주 어릴 때부터 박물관 여행을 시작했다고 했어요. 가까운 사이인데도 몰랐던거죠. 그분들은 박물관 여행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실감하고 있었어요. 작은 돈으로 체험학습과 여행을 할 수 있는 정말 좋은 방법이라고. 책을 쓰는 도중이었는데 더 큰 확신을 가지게 되었죠. 박물관은 ‘시간여행’입니다. 그 공간에 들어서면 수천 년 전의 과거와 조우하고 공간에 서 있는 현재의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미래를 점치게 되는 그런 곳입니다. 


 『아메리카 대륙을 탐하다』에 이어 여행책을 연거푸 내셨는데요. 이제는 ‘여행작가’라는 타이틀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여행작가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제 성이 길씨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 합니다. 그래서 운명처럼 길 위의 여행자란 생각이 들었죠. 그렇지만 아직도 작가란 말은 어색해요. 언제쯤 여행 작가라는 말에 딱 맞는 인생을 살아갈지는 모르지만, 책을 내는 시기나, 책을 얼마나 많이 내느냐는 크게 중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첫 책을 작업했을 땐 정말 모든 순간이 행복했었고요. 독자에게 울림이 있는 책을 낸다면 일생 한권의 책을 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면의 울림이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요.

 

여행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고 합니다. 다른 곳에서 우리사회와 얼마나 다른지를 보는 게 한 가지고. 나머지 한 가지는 다른 곳에서 우리사회와 얼마나 닮았는지를 보는 것인데요. 어떤 여행을 선호하는지, 여행 철학이 있다면.


아메리카 대륙을 탐하다 책에서 ‘여행자에게 허락되지 않는 한가지’에 이런 글을 썼습니다. 


“도시는, 뜨내기손님을 상대하는 역 앞 국밥집처럼 좀체 여행자를 따듯하게 보듬지 않는다. 마음을 주고 정을 주어봤자 내일이면 떠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도시는, 유명 관광지가 전부라고 알고 있는 여행자에게 자신의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 보여주려고 해봤자 그들이 마음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갓 볶은 신선한 커피를 매일 아침 내놓던 동네 카페가, 대형 커피전문점에 밀려 허물어진 사실을 여행자는 모른다. 바리게이트를 쳐놓고 공사 중인 그 건물에 마음 깊이 간직할 추억 따위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자의 아이러니가 있다. ‘자기의 일상’을 떠나서 만나게 되는 것은 여행지의 ‘타인의 일상’이니까. 그 타인의 일상을 알아차리게 되는 순간, 그건 나의 일상이 되기도 한다.”

결국 여행은 두 발로 내 안을 걷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멋있고 화려한 절경을 보고 느낀다고 해도 결국은 본인의 삶, 본인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것이 여행인 것 같습니다.


결혼한 뒤, 앞으로 여행하는 데 어떤 점이 변할까요?


여행은 꼭 어딜 가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또 새로운 여행을 맞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박물관 여행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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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꼭 가봐야 할 박물관 여행 101 길지혜 저 | 어바웃어북
『아이와 함께 꼭 가봐야 할 박물관 여행 101』은 아이에게 쉼표와 느낌표를 함께 안겨줄 수 있는 여행을 고민하는 엄마, 휴일만 되면 ‘주말에 가볼 만한 곳’이라고 검색하는 게 일상이 된 아빠에게 보내는 101개의 초대장이다. 초대장의 발신인은 전국에 있는 101개의 박물관이다. 그리고 이 여행의 중심에는 아이가 있다. 이 책은 아이가 재미있게 놀며 배울 수 있는 박물관을 11개의 테마로 나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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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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