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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굽기의 달인, 스테이크는 어떻게?
최고로 부드러운 육질을 찾아서-소고기,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구울 때는 언 고기, 덜 해동된 고기를 바로 구우면 백전백패입니다. 굽기 전에 냉장고에서 꺼내서 상온의 온도로 맞춰야 합니다. 얼어 있다면 겉이 노릇하게 구워졌다 해도 속은 안 익은 상태가 되고 맙니다.
직장인의 3분의 2는 이미 고기 굽기의 달인 아닙니까? 자기만의 지론이 있고, 뒤집기의 철학이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구우시는지요?
주로 구이용 고기는 얇게 썰어 강한 불에 굽는데, 사실 이건 소고기를 굽는 방법이고 돼지고기는 약한 불에서 비교적 오래 구워야 맛있습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육질의 차이 때문인데요. 돼지고기는 센 불에서는 수축이 심하게 일어나는 반면, 약한 불에서는 부드럽게 살이 풀립니다.
돼지고기는 천천히 그리고 충분히 익혀야 하니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굽지만, 소고기야말로 (비싸서 그럴 수도 있지만) 한번 잘못 뒤집었다가 온갖 잔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고기는 가열해서 밑부분이 익으면 내부의 수분인 육즙이 위로 올라가 표면에 맺히기 시작합니다. 바로 그때가 뒤집는 타이밍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냥 눈으로 보고 육즙만 확인해서 뒤집으면 되는 겁니다. 그렇게 뒤집은 다음 센 불에서 치이익 한번 구우면 그게 레어 상태이고, 거기서 더 구우면 미디엄, 더 구우면 웰던이지요. 뒤집은 다음부터는 먹는 사람의 취향에 따르면 됩니다.
그러면 스테이크 굽는 법을 알아볼까요? 고기는 많이 익을수록 단단해지지요. 그래서 요리사들도 손으로 살짝 눌러보고 구운 정도를 확인하곤 합니다. 그래서 널리 알려진 것이 핑거테스트, 즉 손가락과 손바닥을 이용해 비교해볼 수 있는 기준입니다.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쫙 펴시고, 검지와 엄지 끝을 마주 대봅니다. 그때 엄지의 아래에 볼록하게 튀어나오게 되는 부분이 있지요. 그걸 다른 손으로 눌러보세요. 그게 레어의 단단함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중지와 엄지를 맞대면 미디엄, 약지와 엄지를 맞대면 웰던입니다. 점점 더 단단해지지요? 그림을 보시면 더 이해하기 편하실 겁니다.
요리사에 따라 더 세분해서 미디엄 레어, 미디엄 웰던으로 나누기도 하지면 저는 이렇게 세 가지로만 훈련했습니다. 어느 정도 해보면 해산물을 구울 때도 같은 단백질이라서 감이 옵니다. 단 생선은 너무 세게 누르면 살이 부서진다는 것만 주의하세요.
스테이크를 구울 때는 언 고기, 덜 해동된 고기를 바로 구우면 백전백패입니다. 굽기 전에 냉장고에서 꺼내서 상온의 온도로 맞춰야 합니다. 얼어 있다면 겉이 노릇하게 구워졌다 해도 속은 안 익은 상태가 되고 맙니다. 스테이크용 고기에 소금 후추는 언제 뿌려야 할까요? 대체적으로 굽기 직전에 뿌립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미리 해놓으면 탈수가 되어 육즙이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셰프에 따라 미리 뿌리기도 하고 굽는 도중 완성 직전에 뿌리기도 합니다. 그건 셰프처럼 나름의 노하우가 있어야겠지요.
스테이크는 굽자마자 커트를 하면 안 됩니다. 갓 구워낸 고기는 열 때문에 육즙이 내부에서 팽창되어 있는 상태라서, 자르는 순간 핏물 같은 육즙이 쫙 빠집니다. 5분을 구웠으면 최소한 그 시간의 반, 2분 30초는 휴지기를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육즙이 안정되어 잘랐을 때 핑크빛 속살이 드러납니다. 스테이크는 원래 뜨겁게 먹는 게 아니니까요. 뜨거운 소스가 있을 뿐이지요.
어떤 고기든 간에 가열을 하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우선 수축이 일어나면서 육질이 단단해졌다가(1차 가열), 더 오래 가열을 하면 육질이 부드러워지면서 새로운 식감이 됩니다(2차 가열). 정리해보면 1차 가열만으로 완성하는 요리도 존재하지만, 장시간 2차 가열까지 해서 만드는 요리들도 많지요. 삼겹살을 튀겨서 기름기를 빼내고 삶는 동파육(3~4시간), 돼지 정강이로 만드는 족발(3~4시간), 소의 혀를 사용한 텅스튜(2~3시간), 소꼬리찜(3~4시간) 등이 있습니다. 불 조절이나 냄비의 재질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가열하는 데 기본 3시간은 걸리는 요리들입니다.
저는 고기도 아주아주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한때 ‘수비드(sous-vide)’에 빠져들던 때가 있었습니다. 수비드란 간단히 말해 ‘진공저온조리’라 할 수 있습니다. 열에 강한 특수 비닐에 조미액체를 넣고(넣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재료를 넣은 다음 비교적 낮은 온도(이것을 저온이라 총칭합니다)의 물에 담아 장시간 익히는 방법입니다. 그러면 재료의 겉과 속이 골고루 익고 수분도 날아가지 않아 촉촉하고 부드럽게 되지요. 요즘 요리사들은 온도를 몇 도라도 떨어뜨리고,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여서 더 부드럽게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수비드하면 예전에 했던 반찬가게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는데, 그때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7평 정도의 점포에서 하루 종일 무슨 요리를 했냐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예, 하루 종일 수비드를 했습니다. 고기뿐 아니라 어패류, 채소까지 들어오는 재료의 80퍼센트는 수비드를 이용해 반찬으로 만들었습니다. 고기 종류와 부위별로 가열온도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테스트를 해야 했습니다. 몇천만원을 들여 수비드 기구를 구비하고 일본에서 특수비닐을 사오기도 했지요. 월세 내는 날이 빨리 다가온다는 걸 느끼게 해준 건 아마 이 수비드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사실 수비드로 요리계에서 혁신의 한 획을 긋고 싶었으나, 제 인생에서 아픔의 한 획을 긋고 끝났습니다. 아예 ‘수비드반찬전문점’이라고 간판을 내걸어볼걸 그랬습니다.
알고 보면 수비드는 되게 귀찮은 겁니다. 저온조리이기 때문에 고기, 도마 등의 살균에 엄청나게 신경을 써야 합니다. 보통 진공을 하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공기가 없어도 번식하는 세균이 있으니까요. 일본에서도 1970년대에 어느 고급 호텔에 도입했다가 집단식중독이 일어나 큰 문제가 되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가게에서 도입하시려면 확실히 직원들을 설득시키고 교육시켜야 합니다.
사실 집에서는 기계가 있거나, 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거나 하지 않으면 실제로 해보기는 어렵습니다. 가정용 진공포장기는 액체에는 약하고, 물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온도계를 꽂아두고 5분에 한 번씩은 체크해야 합니다.언젠가 이 수비드에 대한 연구를 더 집중적으로 해서 그 결과를 정리해보고 싶은 욕심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최강록의 맛 공작소> 마지막인 에필로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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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요리 전공. 한때 조림요정이라 불리던 <마스터셰프 코리아 2> 우승자. 지금은 은둔형 맛덕후. 집에 틀어박혀서 맛을 실험해보기를 좋아함. <최강록의 맛 공작소>에서는 부엌을 구석구석 뒤져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