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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림 요정과 함께하는 닭고기 조림 레시피
닭다릿살 맑은조림, 닭날갯살 매운조림
오늘은 ‘조림 요정’이라는 저의 별명에 걸맞게 닭고기 조림 레시피 두 가지를 꼼꼼하게 소개하겠습니다. 라디오 요리프로그램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요. 저와 함께 머릿속으로 상상하시면서 함께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닭다릿살 맑은조림
이런 ‘맑은조림’은 보통은 생선으로 하는데 오늘은 닭고기로 응용해보겠습니다.
밑준비부터 시작할까요? 우선 대파(1줄기)의 표면에 잔 칼집을 넣어 3cm 길이로 자릅니다. 앞서 대파구이를 소개할 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칼집을 넣는 이유는 겉껍질이 질겨서이기도 하고, 안 그러면 구웠을 때 심이 퐁 튀어나와서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있으시면 뒷면까지 착착 칼집을 냅니다. 그러면 더 부드러워지지요. 균일한 간격으로까지 만들 필요는 없으니 부담은 안 가지셔도 됩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약한불에 대파를 굽습니다. 향이 슬슬 올라오지요? 천천히 구워 최대한 단맛을 빼냅니다.
파를 굽는 동안 생표고버섯 2장을 준비합니다. 버섯은 원래 안 씻습니다. 패킹이 잘되어 있는 것은 더 그렇지요. 씻어야 할 필요가 있으면 깨끗한 행주로 닦아내거나 물에 잠깐 담갔다 빼는 정도로 합니다. 버섯이 물을 빨리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싱싱한 표고버섯은 물이 고일 때까지 천천히 구워서 내면 아무런 조리를 하지 않아도 멋진 안주가 되기도 하지요.
파가 다 구워졌으면 꺼내서 옆에 두고, 오늘의 주인공 닭다릿살 150g을 준비합니다. 뼈 없는 다릿살은 흔히 ‘정육’이라고 쓰여 있지요. 그래도 가끔 연골이 있을 수도 있으니 확인해주시면 좋습니다. 고기는 물에 씻지 않습니다. (물론 바닥에 떨어졌으면 씻습니다.) 물이 닿으면 부패가 빨리 진행되고 맛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행주나 키친타월로 닦아주는 정도로만 합니다.
그리고 닭고기를 칼로 두드려줘 칼집을 내는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연해지고, 둘째 열을 가했을 때 수축이 덜하고, 셋째 잘 익습니다. 명쾌하지요? 기름기를 싫어하시는 분은 껍질에 붙은 지방질을 떼어내시는데, 버리지 마시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식힌 후 냉동하면 나중에 국물맛을 낼 때 요긴하게 쓰입니다. 다릿살에 밀가루를 얇게 묻힙니다. 코팅이 된 셈이라 고기 맛이 더 보존이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국물도 진해지고요.
자, 다릿살을 굽습니다. 다 익힐 필요는 없고, 겉만 살짝 구워서 노릇한 색과 구수한 향을 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밀가루을 묻혔으면 기름을 둘러야 색이 잘 나옵니다. 지글지글 굽는 소리가 나네요. 살쪽은 너무 오래 가열하면 딱딱해지니 뒤집어서 하얗게 될 정도만 굽습니다. 이렇게 바삭바삭하게 구운 다음 체에 받쳐서 뜨거운 물을 붓습니다. 기름기를 흘려보내면 국물이 더 담백해지지요. 어느 정도 기름기는 상관없다 생각하시면 대강 키친타월로 닦아내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닭고기를 한 입 크기로 썰어둡니다. 사각사각 맛있는 소리가 납니다.
물 800ml, 청주 100ml, 다시마 5g, 태국고추 1개, 소금 1/2작은술을 냄비에 담고 표고버섯과 닭고기를 넣은 후 센불에 가열합니다. 다시마는 뿌리쪽이 좀더 진한 맛이 납니다. 또 겉면 허연 가루가 많을수록 감칠맛이 더 많이 납니다. 음 떠오르는 거품은 무조건 제거합니다. 불순물을 다시마 점액이 모아주지요. 다시마가 제대로 우러나왔으면 빼내고 마지막으로 구운 파를 3cm 길이로 썰어넣고 끓입니다.
국간장(2/3큰술)을 넣습니다. 고기를 함께 먹어야 해서 국물 자체의 간이 좀 센 편이지요. 완성 직전에 좋은 청주가 있으면 살짝 부어 알코올만 날립니다. 그릇에 국물을 자작하게 담고 고기와 버섯, 파를 올린 뒤 굵은 후추를 뿌리면 완성.
국물은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맛입니다. 식물성 다시마와 동물성 닭고기가 어우러진 감칠맛에 파와 청주의 독특한 향이 들어가서 한번 만들어 맛보시면 계속 만들게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닭날갯살 매운조림
<마스터셰프 코리아>에 나가서 닭날개고추장조림을 선보인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일식을 전공해서 고추장을 잘 안 쓰는 편인데, 그때 미션의 주제가 고추장이어서 제가 평소에 잘하던 이 고추기름 조림에 응용을 해본 겁니다. 방송에 나온 것처럼 고추장조림으로 하시려면 다음의 레시피에서 간장과 고추기름 대신 고추장을 넣으시면 됩니다. 깜짝 놀랄 만큼 간단한 조림을 시작해보겠습니다.
닭날개 10조각을 준비해 가운데 칼집만 내서 잘라줍니다. 칼집을 내는 건 날갯살이 잘 안 익기 때문입니다. 대추 10알을 씻어 물기를 빼고 씨를 제거합니다. 대추도 여기서는 조미료 역할을 하지요. 생강 10g도 네모나게 썰어줍니다. 생강은 조리만 잘하면 단맛이 나는데, 존재감을 없애기 위해 다져넣다보면 씹혔을 때 ‘아 걸렸다’ 싶은 마음만 들어서 더 피하게 되더군요.
뚝배기 같은 질그릇에 날갯살, 대추, 생강을 담고 청주 150ml, 고추기름 30ml, 참기름 50ml, 진간장 50ml, 설탕 30g을 넣고 강불로 끓입니다. 청주를 많이 쓰는 건 물보다 맛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술을 ‘맛있는 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술을 많이 넣고 처음에 자주 간을 보면 취할 수도 있습니다. (경험담은 아닙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여서 익힙니다. 국물이 적어서 불조절을 잘하셔야 합니다. 색깔이 짙어지고 광택이 나기 시작하면, 전문용어로 ‘때깔이 나기’ 시작하면, 표면에 잔 칼집을 넣어 3cm 길이로 자른 대파를 넣습니다. 대파의 구운 향을 느끼기에는 양념 자체가 진해서 굽지 않고 그냥 넣습니다. 부드럽게 푹 익히려면 처음부터 넣고 아삭한 맛을 남기려면 저처럼 나중에 넣으세요.
그러고 나서 고기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30~40분 조리면 끝입니다. 그동안 쌓아둔 설거지를 다 끝내고 잠시 쉬었다 오셔도 좋습니다. 단, 쫄깃한 맛을 좋아하시면 센불에 금방 조려내고, 날갯살이 쑥 뜯어지는 정도의 부드러운 맛을 좋아하시면 압력솥에 조리하시는 게 낫습니다.
마지막 재료는 바질(10g)입니다. 바질은 물에 오래 담가놓지 마세요. 향이 빨리 날아갑니다. 물에 헹군 다음 물기를 털기만 해도 부엌에 향이 퍼지지요. 불을 끄고 바질을 듬뿍 넣고 뚜껑을 잠시 덮어주면 바질향이 그대로 요리 안에 배어듭니다.
접시에 예쁘게 담아내면 끝입니다. 양념맛이 센 편이지만 고기와 함께 먹으면 괜찮습니다. 날갯살에는 콜라겐이 많아서 금방 진득해집니다. 그런 진득한 맛을 좋아하시면 좀 놔두었다 드셔도 좋겠군요. 자, 이 요리를 보면 뭔가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저는... ‘빼갈’이 떠오릅니다. 사실 안 먹어본 듯한 맛을 찾고 싶어서 만들어봤는데, 어쩌다보니 도수가 센 술과 어울리는 요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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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요리 전공. 한때 조림요정이라 불리던 <마스터셰프 코리아 2> 우승자. 지금은 은둔형 맛덕후. 집에 틀어박혀서 맛을 실험해보기를 좋아함. <최강록의 맛 공작소>에서는 부엌을 구석구석 뒤져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