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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하게 직조된 미스터리의 유혹, <오큘러스>

관객들과 두뇌싸움을 제안하는 미스터리한 추리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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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거울’이라는 오브제를 활용, 과거의 사건을 파헤치려는 남매에게 벌어지는 사건의 전개는 과거와 현재를 적절하게 오가면서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제임스 완 감독은 2013년 <컨저링>을 통해 주목할 만한 공포영화를 만들어 냈다. <컨저링>이 그렇다고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할 만큼 획기적이거나 새로운 장르영화의 기준이 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엑소시스트>를 연상시키는 오컬트와 <주온> 시리즈를 통해 익숙한 귀신들린 집을 소재로 하면서, 익숙한 장르적 설정을 차용한다. 흥건한 피, 징그러운 이미지, 불쾌한 사운드라는 공포 영화 남용되기 쉬운 요소를 최대한 절제하려고 노력한다. <컨저링>의 장점은 장르적 설정 내에서 최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충격을 주기 위해 <식스 센스> 이후 강박적으로 사용하는 억지스러운 반전을 위해 이야기를 비틀지 않는다. 고전적 장르 영화의 이미지와 특성을 충실히 따르면서, 반전을 위해 억지로 이야기를 뒤트는 법 없이 서늘한 공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장르적 완성도와 이야기의 충실함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잔인한 하드 고어 <쏘우>의 연출가로서 자극적인 이미지를 과감하게 덜어낸 절제된 공포는 신선했고, 결과적으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서늘한 공포 분위기 속에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미까지 더한 <컨저링>은 국내 개봉 해외 공포영화 최고흥행 기록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제임스 완의 <컨저링><인시디어스>의 제작진이 참여한 것으로 화제를 모은 <오큘러스>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효과적인 연출과 영화 전반을 이끄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잘 활용한다. <컨저링>의 절제된 연출이 만들어낸 이야기의 밀도와 그 방식을 따르려고 노력한다는 점에 <오큘러스>의 장점이 있다. 여기에 ‘거울’이라는 오브제를 활용, 과거의 사건을 파헤치려는 남매에게 벌어지는 사건의 전개는 과거와 현재를 적절하게 오가면서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11년 전 충격적 사고로 부모를 잃은 남매, 누나 케일리는 비극이 새 집으로 이사하면서 가지고 온 거울 때문이라고 믿는다. 4세기에 걸쳐 거울의 주인 45명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거울 앞에 캠코더를 고정시켜놓고 벌어지는 일을 모두 녹화해 거울의 정체를 밝혀내려 한다. 선뜻 과거를 기억해내지 못하는 동생 팀의 의심은 동시에 관객 모두의 의심이 된다. 대체 두 남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가?

 

마이크 프래너건 감독은 11년 전 과거와 현재를 뒤섞으며 거울에 농락당하며 살아온 한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내는 상상력은 신선하고, 스티븐 킹이 트위터에 호평했던 ‘사과 장면’ 등 상상만 해도 입안이 얼얼해지는 몇몇 장면들은 서늘하고 소름 돋게 만든다. 기억을 못하는 팀의 태도와 기억을 되찾아가는 과정은 관객의 호기심과 맞물려 극의 재미를 더한다. 한 가장에게 급작스럽게 닥친 저주가 ‘가정’을 파괴시켜가는 공포와 친족 간의 혈투라는 금기된 장면들은 <샤이닝>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마이크 프래너건 감독은 2011년 고작 7만 달러로 만들어낸 장편영화 <앱센시아>를 통해 저예산의 한계를 풍부한 아이디어로 극복해내는 재기를 보인 바 있다. <오큘러스>는 감독이 2005년 제작한 단편 영화에 이야기를 더하고 더욱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더해 완성되었다.

 

오큘러스

영화 <오큘러스> 스틸컷

 

가족의 평온하면서도 개인적인 공간인 ‘집’이 초자연적인 힘 혹은 저주에 걸려 공포의 공간이 된다는 이야기는 <엑소시스트>, <주온>, <장화홍련>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익숙하면서도 계속해서 공포심을 자아내는 소재가 된다. <오큘러스> 역시 거울과 거주, 그리고 저주의 비밀을 밝혀내려는 남매의 이야기를 통해 따뜻하고 안전해야 할 공간이 벗어날 수 없는 위협의 공간이 된 순간, 어린아이들이 겪게 되는 공포를 밀도 있게 담아낸다. 자극적이고 충분히 무서운 공포영화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조금 아쉽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관객들과 두뇌싸움을 제안하는 미스터리한 추리의 방식만으로도 <오큘러스>는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가 되었다. 과거의 사건에 대해 상이한 기억과 믿음을 가지고 있는 남매의 이야기 중에 누구의 말이 맞는지 따라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또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뒤섞어 복잡하지만 잘 정돈된 이야기를 직조해 낸다. 
 
2014 공포영화

 

<오큘러스>가 일종의 괴담이라고 치자면, 2014년 한국영화 중 첫 번째로 개봉하는 공포영화 <소녀괴담>은 구전으로 널리 알려진 마스크 귀신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농도와 기대감이 한풀 꺾였고 주목할 만한 한국 공포영화의 흐름이 끊긴 즈음, 괴담을 통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우려도 되고 기대도 되는 작품이다. 귀신을 보는 외톨이 소년과 기억을 잃은 소녀의 만남이라는 소재가 신선하진 않지만, 두 남녀를 통해 얼마나 감성을 교감하는지에 따라 공감하는 학원 공포물이 될 수도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오인천 감독의 영화 데뷔작이고, 7월 개봉예정이다.

 

6월 개봉예정인 애덤 윈가드 감독의 <유 아 넥스트>는 평온한 식사 자리 갑작스러운 외부인의 침입으로 겪게 되는 밀실 공포를 그려낸 작품이다. 잔인한 장면과 함께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해내는 재미도 있다는 평이다. 이외에도 22일 이미 개봉한 오리올 파올로 감독의 <더 바디>는 내가 죽인 아내의 실종을 그린 스릴러에 가까운 공포영화이다. <식스 센스> 이후 경도된 ‘반전’ 강박증 때문에 아쉬움을 주는 영화이다.

 

지난 28일 개봉한 버나드 로즈 감독의 <SX 테입>은 성적욕망과 관음증을, <쏘우> 시리즈의 대런 린 보우즈만 감독의 <마더스 데이>는 광기와 평온함을 오가는 낯선 이의 방문이 빚어내는 또 다른 밀실 공포영화이다. 가렛 애드워즈 감독의 <몬스터즈>는 SF 스릴러 장르에 감염과 외계 생명체를 이용한 공포를 그려낸다.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눈에 띄거나 크게 관심을 가질 만한 영화가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운 그런 여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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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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