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아직> 생사의 경계, 그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
국립현대무용단의 새 작품 <이미아직> 5월 15일 개막
2014년 5월 국립현대무용단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이미아직>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강렬한 이미지와 수준 높은 무대를 통해 생사의 문턱에 존재하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
지난 5월 9일, 예술의전당 내의 국립현대무용단 스튜디오에서 <이미아직> 쇼케이스가 열렸다. ‘몸은 이미 죽었으되, 영혼은 아직 떠나지 못한’이라는 의미의 <이미아직>은 국립현대무용단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장례문화를 모티브로 하여 삶과 죽음의 문턱에 존재하는 초현실적 세계를 무대로 가져와 보여줄 예정이다.
이날 행사는 하이라이트 부분인 남자 무용수들의 군무 장면을 제외한 60여분의 공연과 <이미아직>의 안무를 담당한 안애순 예술감독과의 질의응답시간으로 이루어졌다. 행사가 이루어진 국립현대무용단 스튜디오는 국립현대무용단이 실제로 1년 내내 사용하는 연습실로, 최신식의 설비와 소규모 공연이 가능한 무대장치가 구비된 곳. 이곳에서 펼쳐진 쇼케이스는 실제 공연장에서 보는 공연과는 달리 무용수들의 땀방울 하나, 숨소리 하나까지 코앞에서 지켜볼 수 있었고, 폭발하다 못해 결국에는 소진되는 무용수들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 그 상상의 세계 속으로
<이미아직>은 생사의 경계선에 존재하는 세계관을 상상력으로 새로이 창조했지만 굿을 하거나 장례를 지내면서 한번 쯤 겪었을 만한 우리나라의 오랜 전통문화를 매개로,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 조각상이자 죽음의 매개체인 ‘꼭두’, 망자의 넋을 받고 위로해주는 하얀 종이인형인 ‘넋전’, 삶과 죽음의 대해 노래한 고전시가 ‘제망매가’와 같이 다양한 전통적인 요소를 공연에 사용하여 삶과 죽음, 가상과 실재, 육체와 정신이 공존하는 새로운 세계를 시각화하고 단순히 ‘죽음’ 뿐만 아니라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무대가 될 예정이다.
<이미아직>은 죽음이라는 다소 어두운 주제를 다루는 작품이지만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강렬하고 역동적이다. 죽음을 받아드리는 존재가 사람도 아니고 신도 아닌 귀신이라는 이미지로 변형되었고 이들을 표현하면서 개별적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괴기스럽고 파괴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펼쳐지는 장례 장면은 생사의 문턱, 그 순간 느낄 수 있는 환각상태에서 펼쳐지는 하나의 축제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축제 안에서 삶을 향한 간절함에 대한 표현과 죽음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한풀이의 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강렬했던 공연이 끝나고 안애순 예술감독와의 질의응답시간이 있었다.
관객: <이미아직>에서 보이는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렬하고 폭력적으로 받아 들여진다.
안애순 예술감독: 관객들에게 공연을 통해 현실세계와는 분리된 죽음의 세계를 체험하여 죽음이라는 존재에 좀 더 직면할 수 있도록 했고 그 연장선상으로 스스로의 삶, 인생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중간 세계에 떠도는 귀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표현하고 육신을 가진 인간이 간직한 오욕과 고통의 인간사를 표현하는 장면에서 조금 폭력적이고 강렬한 부분을 인상 깊게 받아드리신 것 같다. 사실 죽음을 경험하는 순간은 지나간 삶의 육신에서 벗어나지만 정신은 기억의 파노라마를 따라 추억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부분은 후반부의 장례 장면을 통해 그러한 고통과 오욕에서 벗어나는 장면에서 아름답게 표현하려 하고 있다.
관객: <이미아직>의 다양한 무대장치와 요소가 인상적이었다. 이번 작품만의 특별한 기획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안애순 예술감독: 이번 공연에 집어넣은 여러 가지 장치들을 관객 분들이 겪으면서 절대로 일치된 반응이 나올 리가 없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경험이 되었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시간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듯이 직접적으로 이미지를 관객들에게 주입하기 보다는 작품 안에서 아주 간략한 내용에 대해 전달하는 것 이외에는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두려고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의 해석을 내리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현대무용이 난해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다양한 해석과 그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면 그만큼 작품을 풍부하고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선입견을 버리시고 두려움을 벗어 던지시라는 충고를 해드리고 싶다.
관객: 작품에 대한 미신적 색채가 강하다.
안애순 예술감독: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우리의 전통 문화 중 하나로 받아 들여지기를 바랍니다.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의 공연 형식이자 축제였고 그 안에서 놀이성, 우연성, 즉흥성과 같은 가치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러한 가치들은 지금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주목하고 있는 철학이고 우리 선조들은 이미 수천 년 전 제의문화에 녹아 들어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한국적 현대무용의 진수를 선보인다
오는 5월 15일부터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맞이하는 <이미아직>은 한국 미술의 거목이자 한국적 개념미술의 선각자로 평 받는 주재환 작가가 미술 감독을 박찬경 감독의 <만신>에서 음악감독을 맡아 호평을 받은 이태원 감독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또한 성악가 박민희 씨가 작품에 핵심 요소인 전통가곡을 맡아주었고 프랑스 정상급 조명 디자이너 에릭워츠 (Eric Wurtz)가 조명작업을 담당하는 등 국내외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여 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번 공연은 18일까지 평일에는 오후 8시, 주말에는 오후 5시 공연이 열리며 작품을 만나기에 앞서 우리 전통 장례문화가 제시해주는 오랜 지혜를 되새겨보는 다양한 부대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5월 10일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와 샤머니즘”과 “한국인의 무의식의 원형”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5월 11일은 “한국 무(巫)의 세계에 대해서” 라는 주제로 조흥윤 한양대 교수의 강연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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