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몰라도 괜찮아, 네가 누군지…

전 세계 10만 어린이에게 사랑받은 토끼 데일리 비가 보여주는 천진한 세상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자신이 원숭이인지, 코알라인지, 산미치광이인지 도무지 모르겠는 데일리 비는 동굴에서 살아보고 새 둥지와 거미줄에도 들어가봅니다. 큰 발도 수상스키용인지, 생쥐들의 의자인지, 우산 대용인지 알 수가 없지요. 새들처럼 나무 위에 올라가 살면서 다람쥐처럼 도토리도 먹어봅니다.

자존감도 자신감도 딱 필요한 만큼 잘 챙겨두었던 친구가 있습니다. 부럽기도 하면서 같이 있으면 쓸데없는 내 걱정도 줄고 괜히 든든해지는 그런 친구였지요. 안 봐도 훤합니다. 직장에서도 척하면 착착 하나 하면 열까지, 그랬을 겁니다. 그렇게 알고 지낸 지 십 년쯤 됐을까요?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고 다시 얼마 지나 회사에 복귀를 하고. 그런 과정에서 친구는 조금씩 변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나는 한 달에 한번은 공연을 봐야 하는 사람이었는데’, ‘나는 밥은 안 먹어도 커피는 마셔야 사는 사람이었는데’ 등으로 시작하는 말 그 이상의 무엇이었지요. 내가 없어졌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다른 얼굴을 하나 더 보게 된 것뿐인 그런 거요. 잃어버린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도 한쪽은 확실히 또렷하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그런 거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마침표든 쉼표든 찍을 수 있을 때가 되면 또 다른 답 찾기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결혼이 그렇고, 출산이 그렇고요. 그 친구도 또 한번의 질문을 받아 든거지요. 그리고 처음 맞닥뜨린 질문을 가지고 씨름하는 귀여운 친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내가 영웅이라고?』의 데일리 비입니다.

 

내가 영웅이라고?

 


시작은 이렇습니다.


데일리 비는 자기가 무엇인지 잘 몰랐어요.

내가영웅이라고?


단순하지만 가만 보면 나 너 좋아하냐? 만큼 어색하기도 한 문장 아닙니까. ‘무엇’인지 몰랐다니요. 이렇게 천진하고 난감한 표정으로 내가 ‘무엇’인지 찾아나서는 아이라니요. 머리가 어느 정도 크고 보니 자꾸 말을 파고들어 문제지만, 억지로 대단한 의미부여를 하지 않아도 다음이 궁금해집니다. 자기가 무엇인지를 어떻게 알아낼지 말입니다.


자신이 원숭이인지, 코알라인지, 산미치광이인지 도무지 모르겠는 데일리 비는 동굴에서 살아보고 새 둥지와 거미줄에도 들어가봅니다. 큰 발도 수상스키용인지, 생쥐들의 의자인지, 우산 대용인지 알 수가 없지요. 새들처럼 나무 위에 올라가 살면서 다람쥐처럼 도토리도 먹어봅니다. 반면 다른 친구들은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물고기는 바다에 살고 생쥐는 치즈를 먹어요. 포식자가 나타나면 도망가고 먹잇감 앞에서는 망설임이 없습니다. 원래 그런 것이고 당연히 그래왔던 것이지요. 어쩌면 데일리 비처럼 끙끙 고민했을 친구들도 언젠가부터 질문을 하지 않게 된 걸지도 모르고요.


어디서 무얼 먹고 살아야 하는지도 몰랐던 데일리 비는 자기가 무엇인지 결국 알게 될까요? 예상해볼 수 있는 건 마침표를 찍는 순간 또 다른 물음표가 시작될 거라는 것이고, 모든 게 당연했던 친구들보다 훨씬 튼튼한 아이가 될 거라는 겁니다. 동굴에서든 나무에서든 살 수 있고 도토리든 물고기든 먹어도 된다는 걸 알테니까요. 비가 오면 발이라도 쓰고요. 그리고, 아마도, 다른 친구들도 곧 쟤는 왜 저래? 하다가 나는 왜 이래? 하지 않을까요? 그러다 보면 알게 되겠지요. 자기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겁니다. 다른 얼굴을.


내가영웅이라고? 

img_book_bot.jpg

내가 영웅이라고? 존 블레이크 글/악셀 셰플러 그림/서애경 역 | 사계절
딱 봐도 토끼임이 분명한데, 정작 본인은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토끼, 데일리 비 이야기입니다. 영국?미국?독일?중국 등에서 출간되며 어린이 독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그림책 『내가 영웅이라고?』는 『괴물 그루팔로』로 세계적 인기를 얻은 악셀 셰플러가 그림을 그리고, 존 블레이크가 글을 썼습니다. “나 원숭이야?” “나 물고기 먹어야 해?” “나 동굴에서 살아야 해?”와 같은 천진한 질문을 해 대는 사랑스러운 토끼, 데일리 비의 매력이 그림책 『내가 영웅이라고?』에 담겨 있습니다.


[관련 기사]

- 아이와 노는 방법을 잘 모르는 부모들에게

- 한 잔의 맛난 커피를 찾아가는 여행

- 말 없는 바벨에서 말이 병든 세상을 물어본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2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박형욱(도서 PD)

책을 읽고 고르고 사고 팝니다. 아직은 ‘역시’ 보다는 ‘정말?’을 많이 듣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그것대로의 좋은 점을 찾으며 삽니다.

내가 영웅이라고?

<존 블레이크> 글/<악셀 셰플러> 그림/<서애경> 역13,500원(10% + 5%)

전 세계 10만 어린이에게 사랑받은 토끼! 데일리 비가 보여주는 천진한 세상 딱 봐도 토끼임이 분명한데, 정작 본인은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토끼, 데일리 비 이야기입니다. 영국?미국?독일?중국 등에서 출간되며 어린이 독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그림책 『내가 영웅이라고?』는 『괴물 그루팔로』로 세계적 인기..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