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도 괜찮아, 네가 누군지…
전 세계 10만 어린이에게 사랑받은 토끼 데일리 비가 보여주는 천진한 세상
자신이 원숭이인지, 코알라인지, 산미치광이인지 도무지 모르겠는 데일리 비는 동굴에서 살아보고 새 둥지와 거미줄에도 들어가봅니다. 큰 발도 수상스키용인지, 생쥐들의 의자인지, 우산 대용인지 알 수가 없지요. 새들처럼 나무 위에 올라가 살면서 다람쥐처럼 도토리도 먹어봅니다.
자존감도 자신감도 딱 필요한 만큼 잘 챙겨두었던 친구가 있습니다. 부럽기도 하면서 같이 있으면 쓸데없는 내 걱정도 줄고 괜히 든든해지는 그런 친구였지요. 안 봐도 훤합니다. 직장에서도 척하면 착착 하나 하면 열까지, 그랬을 겁니다. 그렇게 알고 지낸 지 십 년쯤 됐을까요?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고 다시 얼마 지나 회사에 복귀를 하고. 그런 과정에서 친구는 조금씩 변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나는 한 달에 한번은 공연을 봐야 하는 사람이었는데’, ‘나는 밥은 안 먹어도 커피는 마셔야 사는 사람이었는데’ 등으로 시작하는 말 그 이상의 무엇이었지요. 내가 없어졌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다른 얼굴을 하나 더 보게 된 것뿐인 그런 거요. 잃어버린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도 한쪽은 확실히 또렷하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그런 거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마침표든 쉼표든 찍을 수 있을 때가 되면 또 다른 답 찾기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결혼이 그렇고, 출산이 그렇고요. 그 친구도 또 한번의 질문을 받아 든거지요. 그리고 처음 맞닥뜨린 질문을 가지고 씨름하는 귀여운 친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내가 영웅이라고?』의 데일리 비입니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데일리 비는 자기가 무엇인지 잘 몰랐어요.
단순하지만 가만 보면 나 너 좋아하냐? 만큼 어색하기도 한 문장 아닙니까. ‘무엇’인지 몰랐다니요. 이렇게 천진하고 난감한 표정으로 내가 ‘무엇’인지 찾아나서는 아이라니요. 머리가 어느 정도 크고 보니 자꾸 말을 파고들어 문제지만, 억지로 대단한 의미부여를 하지 않아도 다음이 궁금해집니다. 자기가 무엇인지를 어떻게 알아낼지 말입니다.
자신이 원숭이인지, 코알라인지, 산미치광이인지 도무지 모르겠는 데일리 비는 동굴에서 살아보고 새 둥지와 거미줄에도 들어가봅니다. 큰 발도 수상스키용인지, 생쥐들의 의자인지, 우산 대용인지 알 수가 없지요. 새들처럼 나무 위에 올라가 살면서 다람쥐처럼 도토리도 먹어봅니다. 반면 다른 친구들은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물고기는 바다에 살고 생쥐는 치즈를 먹어요. 포식자가 나타나면 도망가고 먹잇감 앞에서는 망설임이 없습니다. 원래 그런 것이고 당연히 그래왔던 것이지요. 어쩌면 데일리 비처럼 끙끙 고민했을 친구들도 언젠가부터 질문을 하지 않게 된 걸지도 모르고요.
어디서 무얼 먹고 살아야 하는지도 몰랐던 데일리 비는 자기가 무엇인지 결국 알게 될까요? 예상해볼 수 있는 건 마침표를 찍는 순간 또 다른 물음표가 시작될 거라는 것이고, 모든 게 당연했던 친구들보다 훨씬 튼튼한 아이가 될 거라는 겁니다. 동굴에서든 나무에서든 살 수 있고 도토리든 물고기든 먹어도 된다는 걸 알테니까요. 비가 오면 발이라도 쓰고요. 그리고, 아마도, 다른 친구들도 곧 쟤는 왜 저래? 하다가 나는 왜 이래? 하지 않을까요? 그러다 보면 알게 되겠지요. 자기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겁니다. 다른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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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태그: 내가 영웅이라고?, 동화책, 존 블레이크 , 악셀 셰플러
책을 읽고 고르고 사고 팝니다. 아직은 ‘역시’ 보다는 ‘정말?’을 많이 듣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그것대로의 좋은 점을 찾으며 삽니다.
<존 블레이크> 글/<악셀 셰플러> 그림/<서애경> 역13,5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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