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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복어가 살았다고?

『18세기의 맛』 안대회 저자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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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2일, 서울 서대문구 이진아기념도서관에서 『18세기의 맛』 출간기념으로 안대회 교수(성균관대 한문학)의 강연회가 열렸다. 제목하야, ‘목숨 걸고 먹은 복어국’. 봄철 제철 음식을 대표하는 복어를 주제로 안 교수와 독자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은 다른 생명을 먹어야 사는 육식성의 생물이다. 더구나 그것의 ‘맛’을 음미하는 독특한 취향을 가졌다. 18세기가 그 시작이었다. 근대가 싹트기 시작하면서 먹거리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먹고살기 위해 먹던 음식이 ‘맛’의 차원으로 옮아가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도 맛을 탐한 사람도 있었다손, 그들은 일부 권력층에 국한됐었으나 18세기부터 본격적으로 맛을 찾는 것이 일상화됐다는 얘기다. 그런 18세기의 ‘맛’을 중심으로 세계사의 흥미로운 단면을 서술한 책이 『18세기의 맛』이다. 안대회, 이용철, 정병설, 정민, 주경철, 주영하, 소래섭 등 ‘한국18세기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스물세 명이 쓴 글을 엮었다.

 

안대회

『18세기의 맛』 안대회 저자

 

음식이 ‘사치’가 된 기록


첫 시작은 18세기 맛의 출현이었다. 안 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18세기 이전에는 『맹자』에 나온 食色性也(식색성야)이었다. 즉 생존을 위한 먹기였다. 그러다 18세기 들어서 음미의 문화가 부각됐다. 음식 자체와 맛을 즐기는 현상이 나타났다.”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고급스런 음식이 대중화되고, 이국적 음식이 세계화되는 변화가 크게 일어난 시대가 바로 18세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18세기는 저급한 감각으로 치부되어온 맛에 관한 담론이 본격적으로 문화의 전면에 등장한 시대다. 금욕과 절제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욕망을 추구하고 소비를 과시하는 취향의 대중화가 시작된 시대가 바로 18세기다.”(p.5)

18세기의-맛

 

조선은 음식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조선-음식, 중국-의복, 일본-주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허나, 지금 보면 뭔가 어울리지 않는데, 조선은 왜 이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을까. 안 교수는 거짓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근대 이전 동아시아 국가 중 해외 문물이나 문화를 가장 많이 접한 나라가 조선이었다. 따라서 음식 맛을 비교할 수 있었다는 것. 조선 사신들이 당시 중국이나 일본 음식을 먹고는 힘들어했다는 기록도 있다. 안 교수는 음식을 만들고 직접 해서 먹는 사람들이어서 그렇게 자부심이 강한 것이 아니었을까, 추정한다.

 

18세기에는 ‘음식 사치’ 현상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유만주의 『흡영』(1784년 10월 16일 기사)을 보면, 음식의 호사취미가 대단히 성행하여 화분 형상으로 폐물음식을 만들고 동자 형상으로 떡을 만드는 기교와 사치가 있었다. 이것 외에도 다양한 기록이 나오는데, 대추 안에 금박을 입혀서 먹기도 했다. 심노승의 『자저실기』도 아래와 같은 음식 사치를 확인할 수 있다. 
 


“풍속이 대단히 사치스러운데 음식이 유독 심하다. 연회를 벌이거나 유람할 때 명승지를 찾아가며 가져가는 도시락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조정에 근무하며 식사를 집에서 가져오는데 아침 점심으로 보내온 음식을 한 그릇에 백여 전의 값을 들여 대여섯 그릇 만든다. 그 진기한 요리와 귀한 반찬이 남의 눈을 휘둥그레 뜨게 만든다.”

 

 

안대회

 

 

“이런 음식 사치가 음식을 음미하는 현상과 결부된다. 이때 새로운 음식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전골, 호박요리, 상치쌈 등이다. 호박은 18세기 이전만 해도 요리를 해먹는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절간에서 승려들이 해 먹는 정도였다. 민간에서는 안 먹었는데, 18세기에 인기를 얻는다. 박제가가 이 요리를 잘 했다. 호박요리를 해먹으면서 詩를 주고받는 내용이 있다. 요리는 100% 여자들이 했을 것 같은데, 남자들도 꽤 요리를 했다. 연암 박지원도 제자가 찾아왔을 때 직접 요리를 해준 기록이 있다. 합천에 현감으로 갔을 때 고추장을 직접 담아 아들들에게 보내기로 했다.”

 

안 교수에 의하면 상치쌈을 먹은 기록은 18세기 이전에는 없었다. 먹기는 했을 터이나, 상치쌈 먹는 것을 자랑스럽게 묘사한 詩를 볼 수 있는 시기가 18세기다. 18세기는 그렇게 다양한 요리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다. 다른 앞선 세기보다 음식의 교류, 음식 소재의 교류가 활발했다. 배를 통한 교통이 활발한 덕에 팔도의 음식재료가 오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또 하나 미식가가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대표적으로 허균이 그랬다. 대단한 미식가였다. 자신이 먹은 음식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이처럼 18세기에 미식가들이 본격 등장하긴 하나 미식가인지 아닌지는 분간이 쉽지 않았다. 안 교수가 꼭 논문을 쓰고 싶은 미식가로 꼽은 이가 심노승이다. 그가 심노승에 관심을 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과일 애호가로 감을 즐겨 먹어 스스로 ‘시치’(감에 미친, ?痴)라 함
2. 메밀국수 냉면을 가장 즐김 
3. 동대문 미나리와 서울 복어국도 즐김

 

복어와 전복은 무슨 관계?


동파육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미식가였던 소동파가 “죽어도 좋다”며 예찬하기도 했던 요리가 복어 요리였다. 그런 복어를 조선시대 하돈(河豚)이라고 불렀다. 이유가 무엇일까.

 

“『임원경제지』(조선 후기 농업정책과 자급자족의 경제론을 편 실학적 농촌경제 정책서, 오사카시립도서관 보유)를 보면, 하돈이 복어다. 원래 복어는 한 글자인 ‘복’으로만 지칭했다. 그런데 조선왕조실록에선 전복의 ‘복(鰒)’을 복어라고 해석해서 오해하게 만든 경우가 많다. 전복은 옛날에도 굉장히 귀하고 왕에게 바치는 진상품이자 수출품이었다. 『임원경제지』를 보면, 각 지역별로 어떤 물건이 많이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재밌는 건 복어가 가장 맛있는 곳이 한강이었다. 강에서 치어들이 바다로 갔다가 올라오는데,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이 가장 맛있다. 복어 먹는 철에는 서울 전체가 복어를 찾았다는 기록이 있다. 한강 중에서 노량진 앞이 복어가 가장 많이 잡히고 맛이 좋았다.”

 

“복어鰒漁의 한자 복鰒은 본시 전복全鰒을 가리키는 말이지 복어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그 당시, 복어는 복어 또는 복생선鰒生鮮으로 불렸으나 전복과 혼동되기도 하여 그보다는 하돈河豚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다”(p.35)

 

안대회

 

 

안 교수는 복어는 서울의 제철음식이었다고 강조했다. 그걸 보여주는 것이 겸재 정선의 그림 <행호관어>에 있으며, 정선의 친구인 이병연이 쓴 詩가 그림에 적혀 있다고 부연했다. 

 

늦봄에는 복어국
첫여름에는 웅어회
복사꽃잎 떠내려 올 때
행주 앞강에는 그물 치기 바쁘다


 
복어는 그만큼 맛있는 음식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권상신(1759~1824)은 ‘서울은 복어국 먹는 계절’이라는 詩를 발표하기도 했다. 유득공도 ‘마포강의 고기잡이’에 대한 ‘三湖打魚(삼호타어)’라는 긴 詩를 지었다. 여기서 삼호는 마포를 뜻하며, 서호, 서강이라고도 했다. 이 詩의 한 구절은 이렇다. “복어는 화가 나서 못 견딘 듯이, 배가 잔뜩 제강 마냥 불룩하구나. 잡는 족족 쑥대에 꿰어 매달고, 잠시나마 구경거리 삼아 놓았다.”

 

“지금과 달리 조선시대의 회는 90% 가량이 민물고기였다. 옛날에는 바닷물고기를 잡을 수가 없었다. 사실 복어는 위험한 물고기다. 사망사고가 빈발했다. 숙종실록 1709년 2월 21일을 보면, 영의정 최석정이 하돈(河豚)을 먹고 거의 죽을 뻔했다고 나온다. 영의정이 안전하다고 해서 먹었는데도, 아차 잘못하면 중독이 돼서 죽을 수도 있었으니 서민들은 오죽했겠나. 하돈을 먹고 죽은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러다보니 복어를 두려워하거나 금기시한 사람들도 있었다. 안 교수는 우암 송시열이 윤증의 집에 가서 복어국을 먹었는데, 그것이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겠으나 나중에 원수지간이 됐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복어를 잘 안 먹던 사람은 복어에 굉장한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 당시의 분위기였다. 이덕무도 자식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글을 남겼는데, 복어를 먹지 말라는 얘기도 있다. 문집 곳곳에 복어를 먹고 죽은 이야기도 남겼다. 이덕무의 「하돈탄 河豚歎」이라는 詩도 복어에 대한 공포를 드러낸다. 이 詩를 쓸 당시, 그는 마포에 살았다.

 

 

하돈에 미혹된 자들은
맛이 유별나다고 떠벌린다
비린내가 솥에 가득하므로
후춧가루 타고 또 기름을 치네
고기로는 쇠고기도 저리 가라 하고
생선으로는 방어도 비할 데 없다네
남들은 보기만 하면 좋아하나
나만은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서네
아! 세상 사람들아
목구멍에 윤낸다고 기뻐하지 마라
으스스 소름 끼쳐 이보다 큰 화가 없고
벌벌 떨려 해 끼칠까 걱정되네

 

 

“복어에 대한 이런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전에는 나오지 않았다. 왕들은 복어를 먹었을까? 절대로 못 먹었다. 왕에게 아예 올리질 않았다. 그렇다고 다 먹지 않았느냐.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인조와 정조는 먹었다. 공식기록에는 나오지 않는다. 야사에 나온다. 설혹 복어가 안전했다 해도 신하는 반드시 처벌 받는다. 그 위험한 것을 임금에게 받쳤다는 이유로.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먹었던 물고기는 정보는 별로 없다. 가장 값싼 물고기는 청어였다. 그래서 과메기를 만들었다. 조선시대 가난한 사람들의 영양분을 보충하는 대표적인 물고기가 청어였다. 그게 어느 순간 식탁에서 사라졌다. 물고기라도 늘 식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시대엔 나오고 어느 땐 사라진다. 그런 것이 연구되면 우리 음식문화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안대회

 

 

조선시대 복어의 독을 없애는 조리법 등은 없었나?


간단하게 설명한 것이 있었다. 요리하기 전 기름에 튀기기도 했고, 복어를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 책도 있었다. 나는 요리에 대해 자세히는 몰라서 디테일한 것은 책에서 뺐다. 요리 전문가가 그런 것을 정리해줘도 좋겠다.

 

당파별로 모든 것이 달랐는데 음식으로 구분 짓는 것도 있었나?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인 것 같다. 당파에 따라 복식도 달랐고, 좋아하는 것도 달랐다. 음식도 충분히 그럴 가능성은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보진 못했다. 기록이 있다 해도 한두 가지만 갖고 단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당파가 다르면 뭐든지 다르게 했기 때문에 음식도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조선시대, 복어를 하돈이라고 표현한 것이 흥미롭다. 하돈에서 복어로 바뀐 계기가 있었나?


복어가 전복의 ‘복’자와는 상관없지 않았나 싶다. 발음이 헛갈려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닐까. 하돈을 모양을 갖고 묘사한 것이 많은데, 한자로는 다른 글자가 있었다. 하돈은 강이나 바다의 돼지라는 얘기인데, 복어가 돼지처럼 불룩 튀어나왔다는 의미로 그렇게 쓴 것 같다.


 


 


18세기의-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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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의 맛 안대회 등저 | 문학동네
『웬만해서는 ‘맛’에 회가 동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렇다. 그 맛 이야기다. 이 책에는 말만 들어도 동물적 설렘과 즉각적인 두근거림을 일으키는 맛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 스물세 편이 담겨 있다. 무수한 음식은 유구한 변천을 거쳐 식탁 위에 올라오고 우리 혀는 배우고 길든 대로 맛을 본다. 음식에는 파란의 인간사만큼이나 흥미로운 역사가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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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18세기의 맛

<안대회> 등저17,860원(5% + 2%)

18세기를 뒤흔든 수상한 맛, 고상한 맛, 황홀한 맛! 음식의 통치술과 맛이 이끈 위대한 교류 웬만해서는 ‘맛’에 회가 동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렇다. 그 맛 이야기다. 이 책에는 말만 들어도 동물적 설렘과 즉각적인 두근거림을 일으키는 맛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 스물세 편이 담겨 있다. 무수한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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