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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이 담백한 그의 음악, 이규호 SpadeOne

좋은 음악들로 점철된, 보기 드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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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이규호의 2집. 아 이규호가 누구냐고요? 단출한 구성안에 녹아든 깊은 가사, 다정한 음색을 들어보신다면 잊으실 수 없을 것입니다. 분명합니다. < SpadeOne >은 안정적인 컴백 작품 아니고, 걸출한 수작입니다.

이규호 < SpadeOne >

 

 

이규호

 

 

'오랫동안 마당 한구석에 숨어 앉아 흙에게 얘기해왔지, 언젠가 신나게 난 대문 밖으로 갈 거야.'

 

 

 


첫 곡 「세상 밖으로」의 포문부터 자기고백적이다. 가사 속 '오래 기다려줘서 고마워요'라는 인사가 그답게 수줍다. 무려 15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이규호의 2집은 전작보다는 장필순, 윤종신 등 여러 아티스트를 통해 보여 온 근래의 작업들에 맥락이 닿아 있다. 1집에서 나타났던 모던록의 색채는 옅어졌고, 대신 그가 쓴 장필순 7집 수록곡 「맴맴」에서처럼 전자음을 통한 사운드 표현이 강화됐으며, 리듬은 더욱 차분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15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을 고려했을 때 자연스럽다. 아티스트의 내면적 자아도, 시대와 대중의 음악 감각도 달라질 대로 달라졌을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간의 변화를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문체로 담아냈기에 신보는 여전한 이규호 음악이고, 그 밖의 것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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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이 담백하지만 그 감성은 소박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그저 둘러치고 있는 수준이 아니다. 서정성에는 묘한 긴장감이 서려 있고, 주위 세계에 대한 문제의식도 비친다. 기타와 플루트 연주가 귀여운 단어들과 밝게 조화하는 「포크레인」에서는 파괴되는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았고, 건반이 불길한 음을 반복하고 현악기가 위태롭게 활을 긋는 「Virus」에서는 자극적인 가십과 무책임한 옐로우 저널리즘에 포박된 우리 일상을 스케치한다. 경건한 오르간 연주로 시작하는 「너의 길을 홀로이 가라」에서는 '교회 종소리'와 '어린 소년의 기도', '붉은 십자가의 흐느낌'을 '모두 버려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이러한 텍스트들은 담담한 표정과 착한 음성으로 전달되면서 순수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나아간다. 자신만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외롭고 기어코 꿋꿋한 순수의 운명을 앨범은 다양한 방식으로 되살려낸다. '시계와 말이 없는 동굴 나라'에서 혼자 사는 왕의 이야기를 그린 「없었다」처럼 얼핏 그의 노래들은 미약해 보이지만, 때문에 이 가녀림은 결코 무력함이 아니다. 오히려 발설하지 않는 비타협이다. 앨범 곳곳에 도사리는 외로움도 수동적인 성질이 아닌 외롭고자 하는 의지에 가깝다. 나이와 성별을 의심케 하는, 여리고도 그만의 개성으로 오롯한 미성의 보이스는 그래서 그의 노래에 최적이다.

 

편곡과 곡마다의 사운드 연출력은 노래의 장면들을 생생하게 일으켜 세운다. 재깍재깍 시계 소리로 시작되는 「뭉뚱그리다」가 대표적이다. 초입과 마지막의 마이너풍 멜로디와는 다르게 밝고도 신비하며 아련하게 전개되는 노래의 액자 구성은 과거 시절을 무조건 아름다운 것으로 뭉뚱그린다는 메시지를 탁월하게 묘사한다. 앨범에는 이처럼 섬세하게 변조를 오가며 곡에 텐션을 부여하고, 코러스를 두텁게 쌓아 올리며 공간감을 확대하는 구간이 더러 있다. 어쿠스틱 기타 한 대에 기대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순애의 추억」, 순한 사운드가 별빛처럼 영롱하게 흔들리는 「술취한다」 등 전곡이 각각의 가치를 풍성하게 지니고, 서로 한껏 어우러진다. 한동준, 윤영배, 장필순, 고찬용, 조동희, 오소영 등 하나음악을 계승한 푸른곰팡이 식구들이 모두 모여 한 소절씩 나눠 부른 「보물섬」은 개별의 존재감과 전반의 조화로움이 함께 깃든 이 앨범의 상징과 같다. 다소 단조로운 음색이 다양한 음악적 채색에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었지만, 단일한 톤 안에서도 노래마다 다른 감정선을 최대한 표현해내며 위험을 줄였다. 오랜만의 신작이라는 반가움이나 뮤지션이 그간 쌓아 올린 음악적 성과의 아우라를 제쳐두더라도, 이 앨범은 적절하다. 좋은 음악들로 점철된, 보기 드문 작품이기 때문이다.

 

글/ 윤은지 (theothers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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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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