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의 문화에서 커피와 치맥으로
2004년 3월, 그리고 2014년 3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좀 과장이 있지만, 도시에서 10년이라는 세월은 견디기가 만만치 않은 시간이다. 10년 전에 갔던 목욕탕이 찜질방으로, 맥줏집이 카페로 변한 모습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대학 근처에 위치한 거리의 풍경은 변화무쌍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에는 좀 과장이 있지만, 도시에서 10년이라는 세월은 견디기가 만만치 않은 시간이다. 10년 전에 갔던 목욕탕이 찜질방으로, 맥줏집이 카페로 변한 모습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대학 근처에 위치한 거리의 풍경은 변화무쌍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 상대적으로 지갑이 얇은 대학생은 가격 대비 고효율을 추구한다. 이들의 취향을 만족하게 하기란 쉽지 않지만, 보통 한 대학의 학생이 수만 명이라 고객만 잡는다면 대박도 가능하다. 어디든 경쟁 치열하지 않은 곳이 있겠느냐만, 대학가의 경쟁은 유독 치열하다. 유행을 선도하고자 나오는 반짝 아이템도 많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민들레영토>가 시작한 곳이 여러 대학이 모여 있는 신촌이라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열기 넘치는 청춘이 가득한 대학 앞은 1년 내내 활기가 넘치지만, 그중 3월은 특별하다. 새내기, 신입생의 존재로 대학가는 후끈 달아오른다. 단대, 학과, 동아리 등 여러 곳에서 주최하는 신입생 환영회 및 비정기적인 모임으로 대학과 대학 근처 상가는 시끄럽다. 3월은 아직 야외 활동을 하기에는 그리 적합한 날씨가 아니라 주로 실내에서 회합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1년 장사의 성패를 3월이 쥐고 있다는 말도 나올 정도다. 이런 사실은 2014년 3월이나, 10년 전 2004년 3월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10년 전인 2004년 3월. 당시 필자는 04학번 새내기를 모시고 변덕 심한 3월 날씨를 견딜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집, 김밥집, 술집, 당구장 등은 존재했으나 당시 대세라고 불릴 만한 공간이 존재했다.
10년 전, 대세는 각종 ‘방’들
첫째, ‘방’들. 19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한국은 그야말로 ‘방’의 문화였다. PC방, 노래방, 만화방, 비디오방, DVD방 기타 등등. 이런 ‘방’의 문화에 대해 강준만은 한국의 방 문화가 자본의 이윤 극대화 욕망과 한국인의 이중성, 그리고 한국의 높은 인구 밀도로 생긴 현상이라 분석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인구 밀도는 높고, 그밖의 상황도 그리 변한 것 같지 않지만, 각종 ‘방’이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노래방은 2004년에 71,087곳을 기록한 뒤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PC방도 2001년에 2만 5,000여 개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림세고 2009년에서 2011년 사이에 6,000여 개가 폐업했을 것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추정했다. 만화방 역시 1997년 외환위기 직후 1만여 곳에서 지금은 1,000개(2011년 811곳,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안 된다.
한때 대세였던 ‘방’들
둘째, 빙수. 지금이야 스타벅스, 카페베네를 비롯한 커피전문점이 대세이지만 당시만 해도 레드망고, 아이스베리, 캔모아 등 빙수 전문점이 인기를 끌었다. 아메리카노, 라떼, 카푸치노, 카라멜 마키아토 등 커피에도 메뉴가 다양하듯, 빙수에도 여러 종류가 있었다. 요구르트 빙수, 초콜릿 빙수, 녹차 빙수, 커피 빙수 등이 그것이다. 한때 대학가뿐만 아니라 웬만한 상권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빙숫집을 지금은 좀처럼 찾기 힘들어졌다. 대신, 현재 우리는 카페에서 빙수를 먹는다.
빙수로 큰 인기를 끌었던 아이스베리(좌), 홍대 앞 커피전문점(우)
셋째, 보드게임 카페. 이제는 주변에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나 한때 전국에 1,000여 곳이나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필자가 다닌 대학 앞에만 해도 세 군데 정도가 가격이나 서비스 등에서 차별화를 꾀하며 경쟁했다. 그러던 보드게임 카페가 2014년에는 포털 지도에서 검색해도 나오는 곳이 몇 개 없을 정도로 희귀해졌다. 그외에도 레코드 가게, 서점 등도 10년 전과 비교해서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지금은 커피와 치맥의 시대
그렇다면 이들이 사라진 공간을 무엇이 채웠을까? 그 대답은 대부분 알 것이다. 바로 커피전문점이다. 스타벅스, 카페베네, 커피빈, 엔젤리너스,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이디야 커피, 탐앤탐스 커피, 카페 네스카페 등 전국적으로 체인망이 있는 커피 브랜드만 해도 수없이 많다. 2013년 동서식품이 발표한 바로는 지속적인 경제불황에도 커피 시장은 2013년 전년 대비 1.2% 성장했다. 1년 동안 마시는 커피 잔수는 2000년 313잔에서 2012년 484잔으로 늘어났다. 한국기업콘텐츠진흥원은 국내 커피전문점이 2007년 2,305개에서 2012년 15,000개로 증가했다고 밝힌다. 2013년 4월 기준 18,000개였으니 현재는 2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커피전문점과 함께 거리를 채운 게 치킨집이다. ‘치맥’ 왕국이라는 말처럼 대한민국의 치킨 사랑은 외신도 주목했다. 2013년 9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치킨집이 3만 6천 개로 10년 새 3배나 늘어난 현상을 지적하며 자영업 포화 상태에 우려를 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우려는 우려고, 치맥 열풍은 최근에 중국으로 번져 사랑받는다고 한다.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치킨집
얼마 전 한 대학가를 찾았을 때 이런 변화를 고스란히 확인했다. 비록 몇몇 ‘방’이 자리를 지키고는 있었지만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곳이 카페와 치킨집이었다. 10년간 변화를 이끌어낸 원인은 무엇일까? 각종 ‘방’의 몰락에는 스마트폰의 보급이라든지 등산이나 자전거 등 아웃도어 활동과 같은 이유가 있을 테고,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카페는 한국인의 기호 변화를 나타내는 현상일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건 10년이면 대학가는 변한다는 말, 과히 틀리지는 않은 명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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