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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여왕이 아니라 여신이 되어라

오늘은 서툴러도 내일은 당당하게 일하고 싶은 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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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이란 게 원래 이렇게 힘든 건가요?” 유인경 경향신문 부국장은 평소에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회사를 관두고 프랑스에 유학 가서 다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딸부터, ‘알파레이디 리더십 포럼’ ‘청춘 고민 상담소’ ‘왕언니 유인경의 직딩 119’ 등을 통해 만나는 수많은 이삼십 대 여성 직장인들까지 그에게 찾아와 직장 생활의 고민을 토로한다.

“우리도 출세하고 성공하고 싶어요. 그런데 이런 조직문화에서 어떻게 해야 원하는 자리에 오르죠?”

얼마 전 젊은 직장여성들과의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녀들은 대부분 직장에서 여전히 남성 위주의 회식과 술자리, 혹은 흡연실에서 주요 정보가 흘러나와 여성들은 21세기의 가장 큰 무기인 정보력부터 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20대 후반의 여성에게서 ‘출세하고 싶다’는 말을 듣는 순간, 묘한 감정이 들었다. 해마다 인사이동이 있을 때마다 단 한 번도 원하는 부서나 승진에 대해 입도 잘 못 벌리는 우리 세대와 비교하면 정말 놀라운 발전이고 진화다. 너무 당당하고 솔직한 그 여성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 과연 그녀들이 쉽게, 평화롭게 출세하고 성공할 수 있을까 노파심이 들었다.




21세기를 여성의 시대라고 한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고 곳곳에서 ‘최초의 여성 ㅇㅇㅇ’ 같은 타이틀을 단 여성들이 계속 나타난다. 요즘은 오히려 곳곳에서 남성들이 역차별 당한다고 억울해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완벽한 양성평등이 이뤄지고 있고 정말 여성들이 재능과 열정을 인정받는 세상일까. 내 생각은 다르다. 여전히 유리천장은 존재하고, 보이지 않는 벽들이 더욱 견고해진 것 같다.

1980년대 초반에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한 나는 솔직히 ‘마귀할멈’이란 비난을 받아가며 여성인권을 주장한 선배들 덕분에 무임승차 혜택을 누린 면도 있다. 여성이어서 불이익을 받긴 했지만, 거꾸로 조직에서 드문 여성이어서 돋보인 경우가 많았다. 또 당시엔 남성들 역시 여직원들을 잠시 머물다 떠날 존재로 여겨 비교적 관대했다. 여직원은 그들의 적수가 아니고 그저 부하거나 소모품이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여성을 무시하긴 했지만 태클을 걸거나 교묘하게 불이익을 주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 여성들이 대등한 동료, 심지어 상사가 된 후에 많이 당황한 남성들은 보이지 않는 장막을 더더욱 많이 장치해 놓고 있다. 어쩌면 겉으로 여성시대를 내세우는 지금이 정작 여성들에게는 더 위험한 시기다.

직장 생활을 30년 가까이 한 고참 선배로서, 또 20대 후반의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난 왜 똑똑하고 유능하고 예쁘고 체력도 뛰어난 알파걸들이 직장에 들어와서는 알파레이디로 잘 성장하지 못할까 살펴봤다.

우선 여성들이 직장이나 조직사회의 룰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직장은 경기장이다. 축구건, 농구건 경기에서는 점수를 얻어 승리하는 것이 목표다. 때론 반칙도 하고, 때론 공격을 받아 부상도 당하면서 결국엔 이기는 것이 승자이고 최고의 선이다. 그런데 여성들은 축구장에 들어서서도 “난 축구 규칙을 몰라요”라고 머뭇거리거나 응원단 역할을 하려 한다. 혹은 팀워크보다 개인기를 과시하려 든다. 운동경기에서는 동료들과의 호흡도 중요하고 감독의 사인도 봐야 하는데 대부분의 여성은 그저 자기 앞의 공만 보고, 무조건 혼자 그 공을 몰아 골대에 넣으려고만 한다. 그러니 동료들은 불만이 생기고 감독은 자기 지시를 무시한다고 화를 낸다. 아무리 1초도 쉬지 않고 운동장을 미친 듯이 돌아다녀도 훌륭한 선수라고 인정받지 못한다.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에 자신이 할 운동경기에 대한 규칙과 룰을 익혀야 하고, 경기를 시작하면 동료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감독의 사인을 수시로 잘 받아야 팀도 승리하고, 자신도 감독으로부터 다음 경기에 출정할 기회를 얻는다.

또 여성은 너무 쉽게 경기장에서 퇴장하려 한다. 사내 정치나 직장 생활전략을 매우 부정적으로 여기고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금방 탈진해버리고, 작은 일에도 상처받아 도망가려 한다. 남자들은 모욕을 당하고 모멸감을 느껴도 절대 먼저 퇴장하지 않는다.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한 버틴다. 여성 최초의 장군, 은행장, 위원장 등등은 그들이 훌륭한 여성이기도 했지만 그 자리에 계속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그 영광을 누렸다. 그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역량을 가졌어도 중간에 포기한 이들에게 그런 보상은 주어지지 않는다. 정상에 오르려면 그 자리에 듬직하게 버티고 있어야 한다.

여왕증후군도 문제다. 여성들은 성실히 일만 하면 조직이 여왕의 왕관을 씌워 주리라고 믿는다. 동료나 상사로부터 존중받기보다는 사랑받으려고 한다. 그러나 아무도 왕관을 씌워줄 사람은 없고, 이 사회가 필요한 사람도 조직을 아우르는 인재이지 사랑을 구걸하는 여왕은 아니다.

나는 내 딸을 비롯한 젊은 여성들에게 여왕이 아니라 여신이 되라고 말하고 싶다. 언제 쫓겨날지, 언제 왕관을 뺏길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여왕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고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신이 되어야 한다. 자기 안에 있는 여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여신답게 일을 처리하면 출세나 성공이 아니라 진정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사회학자들은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즉 100세 시대를 사는 젊은 여성들은 앞으로 생애 주기를 통과하며 평균 일곱 가지 이상의 직장이 아닌 직업을 체험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한 직장에서 빨리 부장으로 승진하는 것, 동료보다 연봉이 많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30대 초반에 외국계 기업 이사로 발탁되어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비리로 몰락한 여성, 정계나 언론계에서 승승장구하다 추락한 여성들을 목격했다.

어떤 직장에서 일하건, 무슨 직업을 갖건 그 자리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동료애를 나누고 조직의 승리에 기여하면서 자신의 발전을 이루려면 여왕의 파워보다는 여신의 당당함과 자존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순간의 승리에 도취하기보다 100년을 한결같이 자신을 보듬고 지켜주는 자존감과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가 진정한 여신을 만든다고 믿는다.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딸들은 엄마를 사랑하지만 엄마의 말은 잘 안 듣는다. 엄마가 아무리 지혜로운 조언이나 명언을 들려줘도 시큰둥해하지만, 방송에서 연예인이 한 말에 더 감동하고 아는 언니의 조언에 더 고개를 끄덕인다. 참으로 감사하게 내 딸은 엄마인 내가 해주는 여러 이야기들을 잘 들어줬다. 그건 아마도 내가 엄마여서만이 아니라 직장 생활을 30년 가까이 한 인생 선배여서, 그리고 절대 범접할 수 없는 모범적이고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숱하게 실수를 하는 보통사람이어서 경청한 것 같다. 엄마의 경험담과 실수담, 그리고 세상 구경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저렇게 살면 안 되겠다’란 반면교사 효과도 얻는 것 같다.

내 딸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이제 그 친구들에게 전해주려 이 책을 낸다. 엄마가 아닌 친구 엄마, 혹은 엄마의 친구가 한 말이니 부담 없이 들어주길 바란다. 인생의 숱한 지뢰와 번개를 직접 체험한 선배의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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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유인경 저 | 위즈덤경향
회사를 관두고 프랑스에 유학 가서 다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딸부터, ‘알파레이디 리더십 포럼’ ‘청춘 고민 상담소’ ‘왕언니 유인경의 직딩 119’ 등을 통해 만나는 수많은 이삼십 대 여성 직장인들까지 그에게 찾아와 직장 생활의 고민을 토로한다. 그럴 때마다 유인경은 답한다. 30년 넘게 회사를 다닌 자신도 날마다 오늘이 새롭다고. 하지만 오늘을 버티는 건 내일을 시작하는 힘이 될 거라고. 이 책은 오늘은 서툴러도 내일은 당당하게 일하고 싶은 모든 딸들에게 힘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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