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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김혜리, 조심스럽게 그러나 한없이 가깝게

『영화야 미안해』 김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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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95년부터 ‘씨네 21’에서 영화기자이자 평론가로 활동해온 김혜리의 영화 에세이집이다. 10년 넘게 쓴 글 중에 대표적인 것들을 선정하여 엮었다.

소리 나는 책

오늘은 2주간 ‘책, 임자를 만나다’ 시간에서 활약해주셨던 김혜리 기자의 책을 읽어드릴까 합니다. 김혜리 기자는 워낙 유명한 라이터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다섯 권의 책을 펴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영화야 미안해』 를 읽어드릴까 합니다.

이 방에는 꽃이 필요해. 차고 흰 벽 앞에서 눈을 뜰 때마다 생각한다. 스물아홉 살 겨울에 생긴 나만의 방. 그러나 꽃을 사러 나가지는 않는다. 대신 이따금 빨래를 널면 그것들은 놀랄 만큼 빨리 마른다. 나의 몸도 굴뚝 속처럼 매마르다. 손을 뻗어 물잔을 더듬는다. 일어나, 수천 번도 넘게 있었던 아침이야. 이건 혹시 어릴 적 읽었던 지루하고 뻔한 소설속의 세계가 아닐까? 책장에서 얼굴을 들었는데도 마음은 뒤늦게 현실로 돌아와서 굼뜨게 껌뻑거리고, 내 자신의 혼이 내 몸으로 다시 빙의되는 이물감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아무데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그 여자는 <디 아워스>안에도 모로 누워있다. 내가 영화를 보고, 영화가 다시 나를 본다. 1923년의 버지니아와 1951년의 로라와 현재의 클레리사. 그들은 모두 문을 등지고 누워있다. 별안간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도 별 당혹스럽지 않을 자세로. 눈을 뜨고도 여자들의 몸은 한참동안 일으켜 세워지기를 주저한다. 그러나 그녀들에게는 오늘 주최할 파티가 있다. 케이크를 굽고 꽃을 꽂지 않으면 그녀의 사랑을 반문할 사람들이 있다. 셋은 어느 바다의 깊은 곳에서 연결되어 있다.

『영화야 미안해』 (김혜리/강) 中에서


에디터 통신

우리는 날마다 내 맘 같이 않은 사람들 때문에 머리가 아픕니다. 왜 그 상사는 회의 때마다 나와 의견이 다른지, 왜 그 남자는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자꾸만 하는 건지.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이렇게 고심하죠. ‘어떤 논리로 이겨야 할까?’ 그런데 알고 계신가요? 논리와 주장이 필요한 때는 지극히 적다는 사실을요.

안녕하세요. 전 이처럼 다소 도발적인 주장을 담은 책,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움직이는 법』 의 편집자 박지수인데요. 앞으로 이 책에 대해 잠깐 소개를 해드릴까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독일의 유명 심리학자 폴커 키츠인데요. 폴커 키츠는 아마존 심리학 분야 60주 연속 1위를 한 『심리학 나 좀 구해줘』 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국내에도 소개되어 한국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죠. 그가 이번엔 기업과 정부 사이에 법안을 좌지우지했던 로비스트 시절 습득한, 설득의 특별한 노하우들을 담아 책을 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의 논리가 이렇게 대단하다고 보여주는 것인가요? 아니면 상대를 내가 원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인가요? 원하는 것이 후자라면 자꾸만 자신 안에서 고개를 들이미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최대한 제쳐놔야 합니다. 그 대신 상대의 숨겨진 욕망을 건드리는 데만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죠.

저는 이 부분에서 허를 찔린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상대를 설득하려 한 노력이 어떻게 보면 저의 논리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니. 너무 충격적이더라구요.

모든 판매원은 제일 먼저 고객에게 이렇게 묻죠.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요. 절대 “우린 이걸 가장 팔고 싶은데 한번 봐주세요”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전략인 것을,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남에게 무언가를 원할 때는 왜 그렇게 까맣게 잊어버릴까요?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움직이는 법』 은 이밖에도 우리가 흔히 설득법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들을 짚어주면서, 논리, 감정, 인물, 트릭의 네 가지 설득 도구들을 일상생활에서, 회사에서, 남녀관계에서 똑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원래 원서 제목은 ‘당신은 내가 원하는 것을 하게 될 거야’였습니다. 그런데 제목회의에서 많은 분들이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으로 시작하는 제목에 호응을 보내주셨습니다. 아무래도 다들 우리를 안녕하지 못하게 하는 정치나 갑을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사회 때문에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게 아닐까요. 다행히 독자 분들도 제목 때문에 끌렸다는 의견을 리뷰나 sns로 많이 올려주셨습니다.

쇼펜하우어도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언변으로 상대의 의견을 바꿀 수는 없다고요. 여러분도 이제 상대를 설득할 일이 있을 때마다 이 점을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상대가 모르게 상대를 움직이는 자가 가장 현명하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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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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