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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위적인 행보의 연속 - 토킹 헤즈(Talking Hea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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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결성된 토킹 헤즈는 3년 후 데뷔 앨범 <Talking Heads’77>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틀 안에 포섭되지 않는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들려주며 이들은 1980년대 후반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1991년에 팀은 해체에 이르고 말았지만, 이들의 음악은 계속해서 높은 평가를 받고있죠. 이번 주에는 이들이 남긴 다수의 명반 가운데 <Fear of Music>(1979)과 <Little Creatures>(1985) 두 앨범을 함께 소개해드립니다.

토킹 헤즈(Talking Heads) <Fear of Music> (1979)


특유의 지적인 이미지와 왕성한 독창성, 잘게 쪼갠 펑크(funk) 리듬과 종잡을 수 없는 데이비드 번의 보컬 퍼포먼스는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기념비적인 두 전작, <Talking Heads : 77><More Songs About Buildings And Food>와의 연결고리를 헐겁게 만들었다. 그렇게 생긴 빈자리를 채운 것은 스튜디오에서의 사운드 기술이었다. 곡을 이루는 기본적인 구성은 미니멀해도 음반 전반에 흐르는 사운드는 풍성하면서 또 탄탄하다. 한마디로 널찍하게 공간감을 확보했다할 수 있는데, 한층 높아진 신디사이저의 활용도에서 한 번, 질감을 한껏 끌어올린 콘솔 앞의 테크닉에서 다시 한 번 그 원인을 짐작해볼 수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창작력의 지배자, 데이비드 번의 구상에서 모든 것들이 먼저 출발하나 사실 전작부터 함께 해온 브라이언 이노의 가세와 이는 결코 무관하지 않다.

동시에 음반은 <Remain In Light>로 시작하는 이후의 행보를 제시하는 예고편이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기술적인 차원에서의 사운드 차이도 물론 확실하지만, 이만큼이나 확실하게 주목을 받아야하는 부분은 내용적인 면에서도 분명한 변화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Fear of Music>에서 등장하는 토킹 헤즈의 음악은 앞선 두 음반들에서보다 훨씬 더 다양한 양태를 띄고 있다. 특히나 독일 다다이스트 휴고 볼의 시를 가사로 가져온 첫 곡 「I zimbra」는 아프리카 비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에 있어 더 넓은 범위로 영역을 뻗치는 실험의 전초라 할 수 있고 신디사이저 계열의 뉴웨이브 사운드와 디스코 리듬, 각종 노이즈가 어둡게 혼재한 「Cities」 역시 같은 맥락으로 봐야하겠다. 이 모든 요소들을 뒤섞어 뉴웨이브 시대의 몽상을 구현한 「Life during wartime」도 또한 마찬가지이며 전위성과 팝 사운드를 연달아 교차시키는 「Air」, 데이비드 보위의 베를린 시대가 언뜻 보이는 「Heaven」도 이 지점에서 언급하고 넘어가야한다.

모든 시도가 자유로웠던 뉴욕 펑크 신의 시대상과 밴드의 창조성이 제대로 만난 걸작이다. 아프로 비트를 사용하든, 디스코 리듬을 사용하든, 사운드를 어떻게 꼬아내든 그 어떤 것도 거리낄 이유는 없었다. 아무 맥락이 없어 보이는 다다이스트의 시구를 첫 트랙의 가사로 써 내린다 해도, 지하 조직단원의 망상 어린 이야기에 「Life during wartime」라는 제목을 붙인다 해도, 심지어는 이 모든 것들을 마구잡이로 꼬아놓고 던져 놓는다 해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끊임없이 압박을 가하는 펑크(funk)-디스코 리듬과 넘실거리는 베이스 라인, 어디서 날아들지 모르는 전자음에 괴이쩍게 노래를 부르는 데이비드 번의 보컬이 이루는 기이한 하모니에는 무시할 수 없는 마력이 존재했다. 흉포하리만치 거칠 게 없었던 토킹 헤즈의 상상력은 그렇게 음악의 경계를 넓혀가고 있었다.


토킹 헤즈(Talking Heads) <Little Creatures> (1985)


토킹 헤즈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듣기 쉬운 음반이다. 멜로디가 더 없이 확실하고 뒷받침하는 사운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팝적이다. 편곡에서의 구성도 간편한데다가 음반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 자체도 밝은 톤을 유지하고 있어 부드럽기 그지없다. 기타 리프가 중심이 되는 어쿠스틱한 면모가 가장 먼저 다가오는데 이 지점에서는 초창기의 두 음반 <Talking Heads : 77><More Songs About Buildings And Food>가 연상되기도 하나, 곡 자체를 느긋하고 가볍게, 또 쉽게 가져가기에 의미는 분명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지치지 않고 몰아가던 펑크(funk) 리듬도, 공격성을 드러내던 신디사이저 라인도 제 세기를 대폭 줄였다. 남은 건 사람들의 직관을 건드리는 매력적인 팝 사운드와 토킹 헤즈의 음악이라는 것을 여전히 증명해 줄 데이비드 번의 목소리였다.

월드 뮤직에서 영향을 받은 「Television man」의 퍼커션 소리나 「Walk it down」의 꼬아놓은 사운드와 같이 복잡해 보이는 시도들이 간혹 등장하고는 있다지만, 그보다 더욱 도드라지는 부분은 대중 친화적인 방향으로 음악을 끌고나가는 다른 요소들이다. 사운드가 깔끔하게 떨어지는 「And she was」에서의 캐치한 코러스와 「Creatures of love」에서의 더욱 부드러운 질감이 여기에 해당되고, 훅을 확실하게 가져가는 「The lady don't mind」와 「The perfect world」에서의 팝적인 전개, 가스펠 풍으로 시작하는 「Road to nowhere」에서의 현대식으로 풀어낸 케이준 사운드가 마찬가지로 포함된다. 여기에 「Stay up late」, 「Walk it down」과 같은 곡들에서 보이는 복고적인 신디사이저 톤도 물론 빼놓을 수 없겠다. 이전의 모습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던, 간편하고 말끔한 팝 음악이 만들어진 셈이다.

전위적인 행보를 계속 해 걸어왔던 토킹 헤즈이기에 <Little Creatures>는 다소 당혹스러울 수 있을, 특히나 <Fear of Music><Remain In Light> 전후에 거둔 성공적인 실험에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는 입장이라면 더욱 갸우뚱할만한 앨범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결코 음반을 도외로 둘 수 없는 이유는 개개의 곡 면면이 멋지고 또 매혹적이며 심지어는 아름답기까지 하다는 데에 있다. 뚜렷하게 넘실거리는 선율과 대폭 무게를 줄인 구성, 쉬운 사운드를 향한 데이비드 번의 접근법이 예상외의 모습이라고는 해도 결과물의 수준은 이전의 앨범들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일정한 정도를 충분히 상회하고도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디스코그래피 상에서의 급격한 방향 전환과는 별개로 작품은 걸작으로서의 지위를 응당 누릴 만하다. 밴드에게 품었던 평소의 기대와는 다른 양상으로 펼쳐졌다고 해서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어쩌면 사실,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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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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