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임재범, 신승훈, 조규찬, 윤상, 김범수, 이승환, 정엽, 성시경 그리고 아이유까지. 박주원과 함께 작업한 가수를 꼽자면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국내 최정상 집시 기타리스트 박주원은 지난 2009년 발매한 첫 솔로 앨범
<집시의 시간>으로 그 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 & 크로스오버 음반 부문을 수상했다. 또한 지난 5월, 세계적 음악마켓인 싱가폴 뮤직매터스 쇼케이스에서 한국 대표로 참가해 각국 음악관계자들로부터 주목 받았다. 2집
<슬픔의 피에스타> 역시, 음악 전문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안병진은 “열정적이고 애달픈 집시풍 정서가 어딘가 우리의 성향과 닮았다손 치더라도, 이처럼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든 것은 순전히 박주원의 재능”이라고 평가했다. 집시 음악을 처음 접한 사람이더라도 박주원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두근두근 맥박이 뛰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 박주원은
《캡틴 NO.7》으로 관객들을 만날 계획이다. 축구 마니아인 박주원은 이미 자신의 1,2집 앨범에 축구를 소재로 한 곡 「Night in Camp Nou」, 「El Clasico」 를 수록한 바 있다. 이번 3집 앨범에서는 ‘영원한 캡틴’ 박지성 선수를 위한 곡이 수록될 예정이다. 콘서트 타이틀도 박지성의 등번호 ‘7’를 빌려왔다. 최근 아이유의 3집 수록곡 「을의 연애」, 「아이야 나랑 걷자」 를 작곡해 화제를 모은 기타리스트 박주원을 만났다. 무척이나 투박한 말투에 ‘이렇게나 섬세한 핑거링의 주인공이 맞나?’ 잠시 헷갈렸지만, ‘집시의 아들’다운 구김 없는 담백함이 인상적이었다.
작곡도 좋지만 연주자의 길 계속 가고 싶어요
아이유 3집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박주원 씨가 작곡한 노래 「을의 연애」 가 1번 트랙이 실렸어요. 아이유가 박주원 씨와 음악을 함께하게 되어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던데요.
요즘 아이유 씨에 대한 언급을 한 번만 해도 팬들이 다 실어 나르더라고요. 조심해야겠어요(웃음). 제가 브라운아이드걸스 제아 씨랑 친분이 있는데, 제아 씨하고 아이유 앨범을 맡으신 프로듀서와도 인연이 있어서 제 음악을 들어보고 연락이 왔어요. 기존의 아이유 곡을 들어봤는데, 이런 느낌의 곡을 써야 하나? 물었더니, 독특한 노래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두 곡을 만들어 드렸는데 모두 실렸더라고요.
집시 재즈와 보사노바 스타일이 인상적이었어요. 최근에 트위터에 “내가 만든 곡이 3위라니”라고 올리셨던데, 무척 기쁘셨나 봐요.
네이버 음악에 90위 안에 든 적은 있지만, 3위라니. 놀랐죠(웃음). 물론 제 앨범에 실린 노래가 인기를 얻는 게 좋지만, 「을의 연애」 도 제 작품이니까요. 아이유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하는 뮤지션이고. 그래서 여러 모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다른 한 곡 「아이야 나랑 걷자」 는 아이유, 최백호 씨가 함께 노래를 불렀던데, 박주원 씨의 아이디어인가요.
곡을 만들었는데, 최백호 선배님이랑 같이 부르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최백호 선배님이 '노래를 참 잘한다'며 평소 젊은 가수들 중에 특별히 아이유를 좋아했고, 아이유도 최백호 선배님의 팬이어서 자연스럽게 성사가 됐죠. 최백호 선배님은 제 2집 <슬픔의 피에스타>에 실린 「방랑자」 를 불러주셔서 인연이 됐어요. 평소 최백호 선배님 목소리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최백호 선배님이 다른 뮤지션의 음반에 피처링을 해준 건 아마 제가 처음이었다고 들었어요. 감사하죠. 지금도 가끔 전화 통화도 하고 그래요.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내 곡을 불러주고, 또 원하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꾸준히 다른 가수들의 곡 작업을 함께할 계획인가요.
다작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곡을 썼는데 진짜 어울릴 것 같은 아티스트가 있으면 주고 싶어요. 전문 작곡가들은 작곡이 업이기 때문에 곡을 계속 써야 하지만, 저는 기타리스트니까요. 요청을 들어오거나, 곡을 썼는데 정말 안성맞춤인 아티스트가 있을 때 주고 싶어요. 사실 외국처럼, ‘당신을 위한 노래를 썼다’고 하는 건 잘 없는 것 같아요.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봐주는 경우가 많지 않죠.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건, 훌륭한 연주자들이 작곡을 해서 한 두 곡 성공하면, 작곡가의 길을 걷는 거예요. 작곡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요. 연주자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데, 프로듀싱에 신경을 써야 하면 보컬도 고려해야 하고 연주에만 집중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거든요. 저는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려고 해요. 그렇게 곡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요(웃음).
굉장히 까다롭기로 소문난 가수들의 앨범 작업을 함께했잖아요. 연주자로서 갖고 있는 철칙이나 주관도 있을 텐데, 충돌하거나 갈등한 적도 많았을 것 같아요.
이소라, 조규찬, 임재범 선배님들이랑 작업을 해보고 나니, 다른 분들은 앙탈로 보이던데요(웃음). 모두들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이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줘요. 물론 힘든 부분도 있지만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모두 좋은 경험이죠. 세션맨으로 활동할 때는 아무래도 내가 가지고 있는 고집이나 성격 같은 걸 100% 표출하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는 성장하고 있지만, 또 저의 개인적인 욕심들도 있었으니까 솔로 앨범을 낸 거죠. 모든 세션 연주자들은 자기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솔로 앨범을 내기까지 그 공백이 너무 기니까. 그걸 견디기 힘든 거죠.
솔로 앨범을 낸 후로도 세션으로 요청을 하는 앨범이나 공연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진짜 친한, 어떤 음악 이상으로 친한 분들의 곡 작업은 함께해요. 정엽 형은 워낙 친하니까, 공연이나 행사 있으면 ‘알바하는 셈 치고 오라’고 부르면 그냥 가고 그래요. Mnet 《봄여름가을겨울의 숲》 방송에서 우리나라 탑 가수들 앞에서 연주할 기회가 있었거든요. 그 때 연주를 들어보고 부탁하신 분들도 있고요. 이번에 김완선 선배님한테도 곡을 드렸어요. 김완선 선배님 앨범은 곧 나올 거예요.
요즘 눈여겨보고 있는 아티스트나 좋아하는 곡이 있나요.
프라이머리가 작곡한 박지윤 노래 좋던데요. 프라이머리가 잘하는 것 같아요. 감각도 있고. 이렇게 잘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한 번씩 좋은 반응을 받아야, 아티스트들도 자극 받고 더 열심히 하려고 하고 그런 것 같아요.
SBS 라디오 《애프터 클럽》 DJ로도 활약하고 계신데, 선곡을 직접 하신다고요? 숨겨진 음악을 소개하는 즐거움이 클 것 같아요.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방송되는데, 요일마다 DJ가 달라요. 배순탁 작가, 프라이머리도 DJ를 맡고 있어요. 저는 세상에 나왔지만 아직 빛 한 번 보지 못한, 생전 처음 들어본 뮤지션의 노래들을 많이 소개하려고 해요. 방송에 한 번도 소개가 안 됐던 뮤지션들이 자기 노래 틀어주면, 고맙다고 바로 연락이 와요. 그 정도로 간절한 거예요. ‘형, 라디오에 노래 소개할 거니까 음원 하나 보내줘’라고 전화하면, 5초 만에 보내줘요(웃음). 라디오 녹음도 제 이태원 작업실에서 해요. 처음 제안이 왔을 때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기존 라디오랑 다른 프로그램이니까 색다르고 좋아요. 페이스북, 트위터로 신청곡을 받기도 하는데, 앞으로 라이브 공연도 열어보면 어떨까 싶어요. 공연을 하고 싶은 뮤지션들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3집 앨범, 더욱 깊어진 집시 선율
박주원 정규3집 앨범이 곧 발매 예정인데, 지금 녹음 중이신 건가요?
두 세곡 녹음을 마쳤어요. 이번 앨범 구상은 여름부터 시작됐는데 편곡이 오래 걸렸어요. 녹음은 뭐 2주면 끝나니까요. 연습은 늘 되어 있으니까 바로 내일 한다고 해도 뭐(웃음).
크리스마스 이브에 열리는 기타 콘서트 제목이 《캡틴 NO.7》이에요. 왠지 축구 냄새가 나는데요. 1,2집 앨범에도 축구를 소재로 한 「Night in Camp Nou」, 「El Clasico」 를 작곡하셨잖아요. 3집은 어떤 변화가 있나요.
음. 아무래도 좀 깊어졌겠죠? 집시 스타일이 좀 더 뚜렷해졌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1,2집처럼 대부분 제 창작곡 위주로 만들고 있는데, 그 중 한 곡이 《캡틴 NO.7》이에요. 박지성 선수의 국가대표 시절 등 번호죠. 제가 축구 마니아여서 박지성 선수를 위한 주제곡을 하나 만들고 싶었어요. 곡을 들어보신 분이 박지성이 막 질주해서 들어오는 느낌이라고 하더라고요. 예전에 어떤 광고에서 호나우두 선수를 위한 곡을 만들었잖아요. 박지성 선수도 그런 곡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만들었어요. 우리나라 축구의 상징적인 인물이잖아요.
2001년 시리우스 1집 앨범 <Crossroad>로 먼저 데뷔를 하셨는데, 다른 장르의 곡들은 작업해볼 계획이 없나요.
프로젝트성으로 다른 장르 앨범도 하고 싶어요. 물론 록 음악도 하고 싶고요. 시리우스 앨범이 조금 실험적인 음악이었거든요. 반응이 크진 않았지만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준비를 길게 했는데 활동을 짧아서 좀 아쉬웠어요.
평소 스스로를 두고 ‘집시의 아들’이라고 부르시던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아버지가 집시 스타일이었어요. 예전에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니 모든 아빠들이 그러진 않더라고요. 굉장히 자유로우신 분이셨거든요. 갑자기 나갔다가 며칠 안 들어오시고(웃음). 자유분방한 스타일이셨어요. 저도 그런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어디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려고 하고. 하지만 자유로우면서도 보수적인 것 같아요. 남한테 피해를 주면 죄가 되니까요.
현실적인 집시인 것 같네요. 기타를 접하게 된 건 9살 때부터라도 들었어요. 12살 때는 TV 프로그램에 꼬마 기타리스트로 출연도 했고요. 내 길은 음악이라는 생각을 일찍부터 했나요?
자연스럽게 음악에 취미를 갖게 됐는데, 초등학교 4학년 때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영국 기타리스트 공연을 보고, 나도 저런 소리를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타 소리가 정말 명쾌하게 나는 걸 보고, 저렇게 내야 하는구나 배웠죠.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이 아니라, 저렇게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외국의 뛰어난 뮤지션들도 딥 퍼플, 지미 헨드릭스를 보고 나서 강한 충격을 받아서 음악을 하곤 하잖아요.
왼손과 오른손 손톱 길이가 차이가 많이 나네요. 손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특별히 안 해요. 사실 철저하게 하고 운동도 해야 하는데(웃음). 손이 의외로 예쁘다는 소리는 종종 들어요. 손톱은 강화제처럼 두껍게 바르는 거 있거든요. 그걸 모를 때는 손톱이 부러지면 며칠 연주를 쉬고 그랬어요. 스트레칭 그런 것보다는 첫 곡에서 손을 푸는 편이에요. 공연 시작할 때 첫 곡에서 긴장을 빡 하면 풀려요.
2집 <슬픔의 피에스타>에 실린 「My little brother」 는 북한 병사의 기타 연주 장면을 보고 영감을 얻어 작곡한 곡이잖아요. 곡에 대한 영감은 대부분 어떻게 떠올리나요?
곡을 만들려고 막 생각하고 그러는 경우보다는 그냥 어떤 순간, 딱 떠오르면 바로 연주하고 스마트폰으로 녹음을 해요. 예전에는 녹음기를 찾다가 시간을 다 보냈는데 이제 편해요. 스마트폰은 늘 가지고 다니니까요. 영상을 보고 떠오르는 곡도 있고, 기존에 썼던 곡을 저 사람을 위한 노래로 써야겠다는 것도 있고.
최백호 씨가 부른 노래 「방랑자」 는 작사까지 하셨잖아요. 글 쓰는 작업에도 흥미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작곡을 하면서 생각나는 것들을 조금씩 쓰려고 해요. 책은 많이 못 읽고, 요즘에는 시를 조금씩 읽고 있어요. 시가 작사를 공부하는 데는 좋잖아요. 윤동주부터 김소월, 전통시도 많이 보고 있어요.
세션으로 시작해서 솔로 앨범을 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잖아요. 이렇게 꾸준히 정규 앨범을 내는 것도요. 기타리스트로서 또 음악가로서 꿈꾸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계속 연주를 할 수 있는 거죠. 곡 작업도 하고요. 집시 음악을 가장 잘 표현하는 음악인이 되고 싶어요. 올해 이탈리아에서 한국과 문화 교류 행사를 열면서 초청을 해서 밀라노에 방문했어요. 현지 사람들이랑 같이 공연하고 즐기는데 새롭고 좋더라고요. 유럽에서 현지인들을 모아놓고 하는 공연들을 꾸준히 했으면 좋겠어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솔로 공연을 하는 건 처음이신가요?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리고 깜짝 게스트도 준비되어 있는지 궁금해요.
처음이죠. 항상 크리스마스 대목을 피해서 했으니까요(웃음). 물론 다른 가수들 무대에 세션으로 참여한 적은 많고요. 게스트는 아직 미정이긴 한데요. 아마 깜짝 게스트가 준비될 거예요. 기대하셔도 좋을 거에요. 물론 새 앨범에 수록된 곡들도 멋지게 연주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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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이 선정한 베스트 앨범 3
Luis miguel <Mis boleros favorites>
평소에 발라드를 자주 즐겨 듣는 편은 아니지만, 음악적 영감이 필요할 때 주기적으로 한 번씩 듣는 앨범이에요. 에스파니아어로 된 노래들을 바로 한국어로 바꿔 불러도 될 정도로 한국인의 감성과 잘 맞는 아름다운 앨범이죠. 특히 아르헨티나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라 불리는 명곡 「El Dia Que Me Quieras」 가 압권!
Eric Clapton <One more car, One more rider(2002)>
개인적으로 꼽는 에릭 클랩튼 최고의 라이브 앨범입니다. 에릭 클랩튼의 농익은 기타와 보컬에, 수십 년간 에릭 클랩튼 곁을 지킨 밴드의 노련하고 원숙한 연주력이 완벽한 합을 이루고 있어요.
조커 <Kaleidoscope>
조커의 음악을 들으면 그의 음악이 도대체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죠. 그만큼 독창적이며 진일보한 음악세계를 보여주는 그의 데뷔 앨범은, 같은 뮤지션으로서 지금에 안주하지 않게 만드는 비범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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