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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딩 마이크만으로도 웃기는 여자들, <드립걸즈> 레드의 반란!
뮤지컬 장르로 구분된 정체불명의 공연 <드립걸즈>
웃는 게 그렇게 힘든 걸줄 몰랐다. 그래서 살도 빠진다고들 하나보다. 인터뷰하는 한 시간여 동안 박장대소 웃느라 얼굴에 경련이 일지 않을까 염려스러울 정도였다.
뮤지컬 <드림걸즈>의 의상으로 치장한 배우들을 보고 잠시 헷갈렸다면 잠깐, 노래와 춤을 기대하시진 마시라. 정통 뮤지컬이나 코믹극 정도로 생각했다면 그 역시 잠깐, 단언컨대 당신은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서은미: 개그우먼 네 명이 공연을 한다는 게 포인트죠. 방송에서 보지 못했던 춤과 노래, 관객과의 소통이 많은 공연이거든요.
박나래: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이라 그날, 그날 애드립이 달라요. 관객의 참여도에 따라서 내용이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매번 색다른 공연인 것 같아요.
본디 공연 도중 돌발적인 상황에 대처하여 말하는 즉흥적인 대사라는 뜻의 ‘ad lib’에서 파생된 말 드립. 인터넷 등을 떠돌며 개드립, 섹드립 등 참으로 형이학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바, 당 공연에서는 대본은 있으나 다양한 드립이 난무하는, 그야말로 ‘드립’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여기면 되겠다.
이미 드립걸즈 시즌 1에서 강력한 섹드립으로 객석을 초토화시켰던 안영미가 속한 골드팀에 대항마로 나선 건 늘씬한 미녀 장도연이나 서은미가 아닌 레드팀의 박나래.
박나래: 영미 씨와 비교하자면 저는 방송에서 섹드립은 해본 적이 없어요. 19금 아닌 600금이거든요. 관객들이 걱정할 정도예요. 저는 지금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나...관객들과 밀당 중이에요.
장도연: 영미 선배는 TV에서 많이 봤잖아요. 나래 씨의 섹드립은 TV에서 볼 수 없는, TV에 나올 수 없는 부분이 있거든요.
거침없는 입담과 과감한 몸짓으로 매회 수위 조절이 고민이라는 그녀, 지면상으로도 그녀의 매력을 다 담기란 불가능하다.
이국주: 저는 살로 가는 거죠. 웬만하면 보시는 분들이 TV보다 날씬하다고 말씀들 해주잖아요. 저는 안 그렇더라고요. ‘TV랑 똑같아요’ 그러는데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 ‘살’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유연한 춤 솜씨에는 감탄사가 나온다.
서은미: 저는 인지도도 없고, 겁나게 예쁜 것도 아니어서 애매한 부분이 있죠. 섹시해서 뽑았다고 하는데 그것도 나래 씨한테 넘어갔고요.
오프닝에서 ‘창의성과 독창성, 예술성과는 거리가 먼 초저퀄리티 공연’이라고 자신감 넘치게 소개하는 서은미, 참고로 그녀는 KBS 공채 개그우먼이다. ‘백치미’를 앞세워 신인드립 셀프디스를 웃음으로 승화하는 그녀, 하지만 그녀의 자신감도 대단하다.
서은미: 저는 올라간 적이 없어서 내려가도 잃을 게 없어요. 그래서 그냥 하는 거죠. 그런데 선배님들한테 폐를 끼칠까 그게 걱정이었죠. 하지만 워낙 호흡 하나 하나까지 다 가르쳐주셔서 저도 많이 늘었어요.
박나래: 원래도 잘 해요. 중간에 스스로 신인드립을 치면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요.
골드팀 대 레드팀, 은근한 비교가 될 법도. 하지만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 스탠딩 마이크만 배치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객석은 포복절도.
박나래: 포스터를 보시면 골드팀과 달리 저희만 들쑥날쑥해요. 장동민 선배의 치아처럼. 공연이 시작되면 마이크부터 들어오거든요. 스탠딩 마이크가 하나는 쑥 올라와 있고, 하나는 쑥 내려와 있어서 마이크만 보고도 웃으시는 거예요. 저희는 아직 등장도 안 했는데.
서은미: 천생 개그맨인 거죠. 국주 언니는 춤을 굉장히 잘 춰요. 그동안 비춰진 게 없었잖아요. 그리고 도연 선배는 비주얼이 되잖아요. 조근 조근 말씀하시면서 할 건 다 하시거든요. 그리고 저도 새로운 얼굴이니까 궁금도 하실 거고요. 그게 저희 강점이죠.
이국주: 골드팀과는 다르죠. 저희만의 색깔이 있으니까요. 어디에 가도 저희 같은 캐릭터가 없어요. 같은 대본이지만 다른 캐릭터, 다른 멘트로 가니까 겹치는 게 없거든요.
기자의 코멘트가 전혀 필요 없는 그녀들의 수다, 기자는 그저 리액션만 커질 뿐이었다.
드립걸즈 그녀들은 객석에 자주 내려온다. 객석의 참여도에 따라 개그 농도가 달라지는 특별한 공연. 남성 관객들이여, 무대에 오르길 원한다면 그녀와 시선을 마주치시라!
장도연: 관객이 참여하는 코너가 있는데요. 자신이 불려나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어느 정도 있으신 것 같고요.
이국주: 제가 보기에 두려워하는 분들도 반이에요. 저희를 안 쳐다보시더라고요. 처음에는 관객과 함께 하는 부분이 너무 많은가 싶어서 줄인 것도 있어요.
박나래: 도연이가 남자 볼 줄은 모르는데 관객은 잘 골라요. 그래서 관객이 보여주는 다채로운 무대가 풍성해지죠.
매 회 오는 관객에 따라 공연의 웃음 포인트도 다 달라진다.
장도연: 많이 바뀌죠. 복불복이에요. 괴짜처럼 재미있는 관객이 있을 때가 있어요.
이국주: 저는 매번 같은 공연을 한다는 게 손발이 오글거려서 못 하겠더라고요. 과연 내가 공연이라는 걸 할 수 있을까? 내가 먼저 재미없어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공연은 지치지 않는 게 무대에 매번 다른 관객이 무대에 올라와서 함께 연기를 하면서 늘 다른 그림이 나오니까 지루하지 않아요.
그래서 매 순간을 즐기면서도 매번 긴장할 수밖에 없는 <드립걸즈>의 멤버들. 그래서 객석으로 내려갈 땐 매의 눈이 된다.
장도연: 웃길 줄 알고 회심의 한 마디를 했는데 안 받아줄 때 막막하죠. 그런데 네 명이 있다 보니까 실수해도 옆에서 잘 메워줘요.
네 명의 호흡이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은 아무래도 위기에 닥쳤을 때. 물론 대부분의 순간은 서로가 힘이 되어주며 슬기롭게 대처하지만, 예상치 못하는 관객의 행동엔 그녀들도 잠깐 땀이 삐질 난다.
장도연: 제가 모시는 관객 분들은 점잖은 분들이었거든요. 그 중에 어떤 분이 너무 기다렸다는 듯이 올라와서 벨트를 풀어서 색소폰을 불더라고요.
이국주: 그 때 바지를 벗으시는 줄 알고 저희는 깜짝 놀랐죠. 심지어 약주를 한 잔 하셨더라고요. 그런데 올라오셨을 때보다 내려가실 때 점점 술이 깨셨는지 창피해하면서 내려가시더라고요. 아드님을 불러서 확인까지 했는데 한 잔 하셨더라고 하더라고요.
장도연: 나중에 저희가 인사를 드렸더니 숨으시더라고요.
이국주: 퀴즈를 내겠다고 하는 관객도 있었어요.
장도연: 갑자기 퀴즈를 내겠다며 상금으로 만원까지 내건 거예요.
이국주: 실제로 상금을 줬어요. 그래서 관객들이 열정적으로 맞췄죠. 맞춰보실래요? 밥은 밥인데 살이 안찌는 밥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재미없는 개그였지만 관객들의 얼토당토 않는 답 맞추기와 어르신의 진지한 퀴즈 출제, 나름 상금까지 걸리면서 재미있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정답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답은 ‘공기...밥’이란다.
이국주: 저희 공연이 만 13세 이상 보는 공연인데 ‘너무 야하다’, ‘너무 과하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수위가 다 다르게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저는 공연 후기를 보면서 항상 긴장해요. 과하다는 얘기가 나오면 다음 공연에서 더 신경을 쓰거든요. 무대 내려가서 관객들과 인사할 때 눈을 한 번씩 다 마주치려고 해요. 그러면 마음이 좀 열리거든요.
시종일관 웃음폭탄을 던지던 이국주의 진지한 답변에 그녀들만의 숨은 노력이 엿보였다. 그리고 개그맨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도.
한 블로거가 <드립걸즈> 후기로 올린 글이 있었더랬다. 무대 위로 나가고 싶지 않다면 그녀들과 시선을 피하라, 그러나 일단 시선이 마주쳤다면 포기하라, 그리고 무대 위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즐기라는 것. 이번엔 배우들도 당당히 요구한다. <드립걸즈>를 제대로 즐기는 법에 대하여.
장도연: 국주 씨가 하는 멘트가 있어요. 어차피 또 볼 사람들 아니니까 그냥 편하게 하시라고. 그 마음이면 되는 것 같아요. 일반인들이 그럴 기회가 또 별로 없잖아요. 다 내려놓고 재미있게 노시다 가면 됩니다.
이국주: 저희 공연 좌석이 굉장히 편해요. 기대서 볼 수 있거든요. 하지만 조금 더 저희 쪽으로 앞으로 바싹 다가앉아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박나래: 관객이 더 웃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사실 관객이 웃기도록 저희가 끌어내는 거잖아요. 관객은 제 5의 멤버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시고 무대에 올라오는 것에 대해 부담을 제대로 갖고 같이 웃기셨으면 좋겠어요.
서은미: 청소년들도 볼 수 있는 공연인데요. 일탈을 하고 싶으시면 저희 공연에 와서 하세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연이고요. 내가 주인공이라는 느낌이 들거든요.
대본은 60%, 40%는 매일 달라지는 부분이란다. 그게 바로 관객의 몫. 기자 역시 다음엔 이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까 궁금해 개인기 있을 법한 남성 동반자를 물색 중이다.
이국주: 저에게 관객의 박수는 파이팅이죠. 그분들이 박수를 쳐주지 않고 안 웃으셔도 저희는 열심히 하지만 박수와 반응이 있으면 파이팅이 넘치거든요. 공연 전에 저희가 에너지음료도 마시거든요. 파이팅 넘치게 하려고요. 그 에너지음료보다 더 파이팅 넘치게 해주는 게 관객들의 박수거든요.
장도연: 제가 에너지음료라고 하려고 했는데...더 센 에너지음료로 갈게요.
이국주: 이 정도로 저희가 호흡이 잘 안 맞아요.
서은미: 관객의 박수는 자양강장제다! 저는 메이크업 하는 게 힘들어요. 지워야 하니까 귀찮고요. 머리 하는 데만 한 시간이 걸리거든요. 반응이 좋으면 그날 기분이 좋거든요. 자양강장제를 마신 느낌!
박나래: 나에게 관객의 박수란 연애다. 저는 우리 공연 홍보할 때 그렇게 얘기해요. 남성 관객 분들께 오셔서 여자 연예인들과 사귀고 가시라고요. 저는 그런 기분으로 무대에 올라요. 그래서 관객의 박수가 없으면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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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쏘다닌 지 벌써 15년.
취미는 일탈, 특기는 일탈을 일로 승화하기.
어떻게하면 인디밴드들과 친해질까 궁리하던 중 만난 < 이예진의 Stage Story >
그래서 오늘도 수다 떨러 간다. 꽃무늬 원피스 입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