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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선과 악의 경계에서 그들은 어디로 가는가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돼버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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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측면에서 보면, <스캔들>은 소위 ‘막장’드라마일지도 모른다. 출생의 비밀, 불륜, 복수, 배다른 남매 등 흔히 말하는 막장드라마의 요소란 요소는 다 갖추고 있다. 그러나 <스캔들>을 단순히 막장드라마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아들이 왜 아버지에게 총을 겨누는가


지난 6월, 드라마 <스캔들 :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 안방극장을 찾아왔다. 아버지에게 총을 겨누는 아들의 모습, 그것이 <스캔들>의 첫인상이었다. 대체 왜 아들이 아버지에게 총을 겨누는 걸까, 이 궁금증은 아마 시청자들을 TV앞으로 끌어당겼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왜 그런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이제부터 그 기막힌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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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막힌 스캔들은 하명근(배우 조재현), 장태하(배우 박상민), 윤화영(배우 신은경), 이 세 인물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 때문에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비극은 5살짜리 아들과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살던 하명근에게 가장 먼저 찾아온다. 건설회사 사장인 장태하는 자기 건물이 부실공사로 무너질 위기에 처했음을 알게 된다. 부실공사가 알려졌을 때 회사의 손실을 막기 위해 그는 건물을 폭파시킨다. 그 와중에 미처 하명근의 아들이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했고, 충분히 살릴 수 있었음에도 장태하는 하명근의 아들을 죽게끔 방치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고 했던가, 장태하 역시 비슷한 비극을 맞는다. 아들을 잃고 장태하에 대한 분노로 가득했던 하명근은 의도치 않게 장태하와 윤화영의 아들, 장은중(배우 김재원)을 유괴한다. 이로 인해 아무런 죄가 없는 윤화영 역시 고통을 받는다. 피해자였던 하명근이,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었다.

기막힌 스캔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욱 끔찍하게 번져나간다. 윤화영은 장태하의 내연녀가 보낸 거짓 편지 때문에 은중이 죽은 줄 알고, 가짜 장은중(배우 기태영)을 데려와 키운다. 그리고 진짜 장은중은 하명근의 아들, 하은중으로 자라게 된다. 이때부터, 부모의 죄로 인한 자식들의 고통이 예견된 것이다.


25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하은중은 장태하가 자신의 친아버지임을 모른 채 그와 대립한다. 또, 하은중의 배다른 누나, 장주하(배우 김규리)는 하은중이 자기 동생인지 모르고 그와 사랑에 빠질 뻔 한다. 하은중의 존재를 알게 된 가짜 장은중은 내쳐질까 두려움에 떨며 하은중의 존재를 감춘다. 끔찍한 스캔들의 실체가 점점 분명해진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이 사건의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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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의 애간장이 다 녹을 무렵, 모든 비밀이 밝혀졌다. 이 기막힌 스캔들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이 비밀을 알아버렸다. 하은중이 진짜 장은중이라는 것, 그리고 하은중의 유괴범이 바로 하명근, 그의 아버지라는 것까지 전부 다 말이다. 


<스캔들>의 2막, 충격적인 진실은 어디까지 이어지나


26회까지 방영된 지금, <스캔들>은 제 2막을 열었다. 하명근과 장태하, 윤화영 모두 그들의 자식들에게 죄인이다. 그들 때문에 누군가는 25년간 친부모와 생이별하고 유괴범을 아버지라 부르며 살았다. 또 누군가는 같은 피가 섞인 동생을 남자로 느꼈으며, 다른 누군가는 사랑하는 부모에게 버림받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상처받은 그들은 이제 복수하기 위해 칼날을 갈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누구의 잘못인지,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이제 그들은 알 수가 없다.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게 돼버렸다. 그저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똑같이 상처를 주면 되고, 자신이 지키고 싶은 사람만 지키면 그만이다. 이제 그들은 두려울 게 없다.


그들은 알고 있을까. 그들의 모습이 지금 어떨지, 그리고 어떻게 변해버릴지. 하명근은 괴물 같은 장태하와 싸우다 유괴범이 돼버렸다. 그리고 윤화영은 괴물 같은 장태하, 그리고 그의 내연녀와 싸우다 한 아이의 인생을 흔들어놓았다. 모든 스캔들의 원흉인 장태하는 하명근의 숨통을 조이고, 자신을 속인 윤화영을 금치산자로 만드는 등 전보다 더한 괴물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아니, 멈출 수가 없다. 게다가 이젠 자식들마저 그 진흙탕 싸움을 시작하려한다. 여기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될 사람이 있다. 바로, <스캔들>의 주인공이자, 시청자의 눈, 하은중이다. 


하은중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지금 그는 주인공답게 <스캔들>의 중심에 있다. 그 없이는 이야기가 진행될 수 없으며, 그의 결정에 따라 모든 인물들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만큼 중요한 인물인 하은중의 생각을 작가는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다. 하은중이 장태하에게 돌아갈 것이다, 아니다, 하명근의 곁을 끝까지 지킬 것이다, 하는 시청자들의 예측은 철저히 빗나갔다. 


26회까지 방영된 지금, 하은중은 상당히 예측하기 어려운 포지션에 있다. 그는 장태하가 하명근에게 무자비한 복수를 하리란 걸 알고 있다. 그런데 그걸 제지하고, 자신이 직접 하명근에게 복수를 한다. 30년 가까이 함께 했던 아버지를 직접 고발한다. 왜일까. 하명근의 말대로 장태하로부터 하명근을 지키려고? 아니, 틀렸다. 지금 하은중은 장태하와 하명근, 모두에게 복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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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듯, 지금 그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똑같이 상처를 줄 생각이다. 그저 자신이 지키고 싶은 사람만 지키면 된다. 이게 현재 그의 진짜 마음이다. 물론, 그 이면에 하명근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다. 사실 하명근에게 복수하는 일은 장태하가 더 끔찍하게 해낼 수 있다. 그러나 하은중은 그렇게 두고 싶지 않다. 자신을 유괴범의 아들로 만든 하명근을 직접 심판하고 싶은 것이다. 그 심판의 결과가 용서든 복수든, 그건 하은중의 몫이다. 장태하 또한 마찬가지다. 하은중, 자신이 직접 심판하기 위해 지금 그에게 믿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하은중이 온전히 지키고자 하는 사람은 윤화영뿐인데, 하은중의 생각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


<스캔들>에서 이야기하는,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은 이미 벌어졌다. 그 결과,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았다. 또한, 서로를 끔찍이도 미워하고 원망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증오의 불길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타오르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스캔들>은 소위 ‘막장’드라마일지도 모른다. 출생의 비밀, 불륜, 복수, 배다른 남매 등 흔히 말하는 막장드라마의 요소란 요소는 다 갖추고 있다. 그러나 <스캔들>을 단순히 막장드라마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스캔들> 작가에게 있다. 작가가 오래 준비한 만큼 <스캔들>은 상당히 완성도가 높다. 기본적인 스토리가 탄탄하며, 확실한 개연성이 이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너무 늘어지지도 너무 급하지도 않게 지금까지 왔다. 최종회를 10회 정도 남겨둔 지금, <스캔들>은 탄탄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모든 비밀을 알아버린 사람들이 자신을 괴물로 만든 괴물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싸움이 그들에게 끝끝내 상처만을 주진 않을 것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복수’가 아니라 ‘치유’이다. 그리고 작가는 지금까지 이를 위한 주춧돌을 차곡차곡 잘 쌓아왔다. 이젠 싸움과 함께 치유를 터뜨릴 시간이다. 과연 <스캔들>, 그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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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고아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행복을 꿈꾸는, 꿈이 많은 20대입니다. 저에게 행복이란 글을 쓰는 일이고, 저에게 휴식이란 보고 싶었던 드라마와 책을 마음껏 보는 일입니다. 행복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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