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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희, 한국사람들 이제는 좀 여유롭게 살면 안 되나요

야근 많은 한국,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길고양이를 보면 생명 경시하는 우리 사회 풍토가 걱정돼 추천 작가는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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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직장인이 아침 8시에서 밤 늦게까지 일하잖아요. 1년에 휴가는 5일, 이런 식이고. 그 일을 좋아해서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이 더 많죠. 고등학생도, 이제는 대학생마저도 바쁘게 살아요. 어렵게 취직해서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일하는 데 써요. 건강이 망가지겠죠. 그렇게 열심히 번 돈을 암 치료에 써요. 이상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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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채널예스에 '작가와의 만남' 기사를 쓰고 있고, 채널예스 독자이기도 한 송인희라고 합니다. 곧 일본으로 건너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이라고요?

 

6월에 남편과 휴가로 일본에 갔습니다. 원래 일본 아래 쪽을 가려다 방사능 때문에 훗카이도를 찾았어요. 하코다테라는 곳에 갔는데, 남편이 맘에 들어하더라고요. 아이가 없을 때, 외국에 나가 살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요. 남편이 “여기서 살까?” 해서, “그래.” 하고 말았죠. 그리고 3주만에 비자를 받아오더라고요. 일본 어학원에 등록하면 1년 비자가 나오거든요. 남편은 회사를 관두고 일본에 가서 어학연수를 하겠대요. 저 혼자 한국에 남아서 뭐하겠어요? 집을 내놓고, 가구를 다 팔고, 저도 함께 가기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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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로 가시나요?

 

원래 그곳에 가려 했는데, 하코다테가 대도시는 아니거든요. 어학원이 없어요. 어학원이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삿포로로 가게 되었죠. 방사능 때문에 고민했는데 삿포로는 서울보다 방사능 수치가 낮다고 하더라고요.

 

결혼을 다소 일찍 했고, 여러 가지 일을 했다고 들었는데요.

 

결혼은 스물여섯에 했고요. 딱히 여러 가지 일을 하지는 않았어요. 이전에는 야근이 많은 전형적인 한국회사에 다녔습니다. 제 생일이 토요일이었는데, 금요일 저녁 8시부터 회의를 하더니 새벽 6시까지 집에 안 보내 줄 정도였죠. 야근이 많으니, 자연히 몸도 망가지더군요. 연말 정산 하다 병원비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몇 백 만원 씩을 병원비로 썼더군요. 남편과 상의했죠. 우리 돈을 덜 벌더라도 사람답게 살자고. 사내커플이었는데 결혼하고 남편이 관두고, 저도 1년 정도 더 다닌 뒤 사표 냈습니다. 결혼한 뒤로 번역 관련 일을 잠시 했고요.

 

회사를 관두고 어떻게 지냈어요?

 

회사 관두고 하고 싶은 게 두 가지 있었습니다. 낮에 한가하게 도서관에서 책 보는 것과 낮술 마시는 것이요. 여유를 느낄 수 있잖아요. 회사 다니면서 친구도 없어지고 건강도 잃었는데 사직하고는 여유를 즐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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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일본행을 갑자기 결심한 이유가 있나요.

 

앞서 말했듯, 남편이 얼결에 제안해서 가요. 일본에 가는 이유 중 하나가 최저임금이 높다는 점입니다. 일본에서는 아르바이트만 해도 먹고 살 수 있잖아요. 물가가 일본이 더 비싸다고 하지만, 서울의 비싼 물가를 생각하면 일본이 그리 비싸지도 않아요. 최저임금은 일본이 거의 두 배 높죠. 단기적인 꿈은 삿포로 맥주 박물관에서 아르바이트하기입니다. (웃음) 맥주를 좋아하거든요. 외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했어요. 처음에 생각한 건 아프리카였는데, 아프리카는 아무래도 좀 비현실적인 듯하고요. 우선은 일본입니다.

 

당분간 한국을 떠납니다. 외국을 향한 호기심 때문인가요, 아니면 한국이 싫어서인가요?

 

한국이 싫지는 않아요. 다만 한국에서 밥벌이를 못하겠어요. 여행 다니면서 보니까, 한국 사람들이 불쌍해요. 못 사는 나라에 가도 여유롭게 사는 사람이 많아요. 한국은 기본 시급이 너무 낮으니 생활에 여유가 없죠. 남들 시선도 의식 많이 하고요. 정규직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주변에서 안쓰럽게 볼 것이라 생각하잖아요. 이런 생각을 버리면 원하는 대로 삶을 살 수 있을 텐데요. 제가 회사 관둘 때도 걱정이 많았죠. 관두고 나니 어찌어찌 다 살아지더라고요. (웃음) 한국이 고도성장할 때 압축적인 근대화를 겪었죠. 많은 사람이 바쁘게 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고도성장도 끝났는데 이제는 바뀔 때도 되었잖아요.

 

지난 대선에서 손학규 후보가 내걸었던 ‘저녁이 있는 삶’을 떠올리게 만드네요. 손학규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화제가 덜 되긴 했지만요.

 

많은 직장인이 아침 8시에서 밤 늦게까지 일하잖아요. 1년에 휴가는 5일, 이런 식이고. 그 일을 좋아해서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이 더 많죠. 고등학생도, 이제는 대학생마저도 바쁘게 살아요. 어렵게 취직해서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일하는 데 써요. 건강이 망가지겠죠. 그렇게 열심히 번 돈을 암 치료에 써요. 이상하잖아요. 좀 여유롭게 살면 안 될까요? 제가 젊어서 객기를 부리는 것일 수도 있죠. 애기 생기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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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어릴 때부터 많이 다녔는데, 추천할 만한 여행지가 있나요?

 

교환학생으로 포틀랜드에 갔는데요. 시애틀 밑이죠. 히피 느낌이 나는 도시거든요. 느긋하고 미국답지 않게 친환경인 도시, 미국사람도 살고 싶아하는 도시죠. 개인이 직접 맥주를 만들어 파는 곳도 많고요. 오리건 주가 텍스가 없어 쇼핑하기도 좋죠. 평화로운 도시에요.

 

채널예스는 어떻게 보게 되었나요?

 

예스24에서 주로 책을 사는데요. 링크를 타고 들어갔더니 채널예스라는 게 있더라고요. 주로 여행 칼럼을 즐겨 읽는데 읽을 거리가 너무 많은 것 같아 방문할 때마다 어지러워요. 

 

좋아하는 작가가 있나요?

 

김애란 작가를 좋아하고요. 심윤경 작가도 좋아해요. 소설은 거의 다 사서 읽어요. 밑줄 그으면서 읽거든요. 수다로 스트레스 푸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단편을 읽으면서 풀어요. 제 감수성이 한국 쪽이니 한국 문학을 좋아하죠. 비현실적인 소재보다는 일상 얘기가 좋아요. 특히 김애란 작가는 일상을 기가 막히게 묘사 해내죠.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얼마 전부터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엇습니다. 글 쓰는 걸 좋아하는데, 길 고양이에 관해 써보고 싶어요. 한국에서는 길고양이를 요물로 보는데. 겁 많고 불쌍한 애들이에요. 사람들이 버린 애들이 번식해서 쓰레기통 뜯고 살잖아요. 일본은 고양이를 좋아하거든요. 일본 고양이, 한국 고양이, 유럽 고양이의 품행이 달라요. 한국 고양이는 숨어 다니는데, 일본, 유럽 고양이는 길거리에서 대자로 뻗어 자요. 요즘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잖아요. 그만큼 많이 버리고요. 보호소에 가면 다 안락사시키는데, 사람들이 생명을 너무 경시하는 것 같아요. 생명을 소중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마무리가 훈훈한가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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