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한국인이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몰라” 2013 문학캠프 2편
조정래 작가와 조국 교수가 함께한 대담 문학이 이 시대 해야 할 일
조정래는 “오늘의 작가는 200년 전 작가보다 열 배, 백 배는 노력하지 않으면 독자를 만들 수 없다.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인식하고 대중이 읽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발견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이렇게 할 때 문학성과 대중성은 자연스레 확보된다고 이야기했다.
2013 제10회 문학캠프 둘째 날은 조정래 작가와 함께했다. 회원 200명은 8월 30일 오전, 전라남도 벌교로 향했다. 그곳에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날과 마찬가지로 문화해설사의 동행 하에 회원들은 태백산맥문학관, 현부자집, 소화의 집, 홍교, 중도방죽 등을 답사했다.
오후에는 뜻깊은 행사가 이어졌다. 첫날의 주인공 정유정 작가와 둘째 날의 주인공 조정래 작가가 핸드프린팅 행사를 가졌다. 핸드프린팅이 끝난 뒤 곧바로 조정래 작가와 조국 교수의 대담을 시작했다. 한겨레에 연재한 '조국의 만남'에서 조국 교수가 조정래 작가를 인터뷰한 인연이 있다. 이러한 인연을 바탕으로 이날 사회를 조국 교수가 맡았다.
건강을 위해서는 소식, 토할 때까지 먹는 동물은 인간뿐
최근 『정글만리』를 내면서 오랜만에 호흡 긴 작품을 쓴 조정래 작가. 『정글만리』도 충분히 방대한 소설이지만,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이하 대하소설 3부작)은 각각 10권으로 분량이 만만치 않다. 읽는 독자도 힘든데 작가는 오죽했으랴.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조국 교수는 조정래 작가에게 평소 체력 관리법을 물었다.
“요즘 살이 쪄서 고민인 사람이 많다. 그래서 살을 뺀다. 말도 안 된다. 많이 먹으니까 살이 찌는 거 아닌가. 나는 평생 이 몸무게를 유지했다. 비결은 소식이다. 한 숟가락 더 먹고 싶을 때 놓는다. 모든 짐승은 위의 70~80%를 채우는데, 오로지 사람만 토할 때까지 먹는다. 로마가 무너진 것도 어찌 보면 토할 때까지 먹었던 귀족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토사물을 노예가 치웠으니, 노예가 반란을 일으키지 않겠나. 소식 외에 비결이라면, 매일 1시간씩 산책한다.”
대하소설 3부작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렇듯 조정래 작가의 치열한 자기 관리가 있었다. 그렇다면 그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뼈아픈 근현대사를 소설로 써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평론가들은 휴전 이후 문학을 분단문학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 문학의 과제는 분단극복문학이어야 한다. 이 작업을 위해 조정래 작가는 글을 썼다. 남이나 북이나 분단을 이용하는 현실에서 문화가 분단 극복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가보안법이 무서워 못 쓰던 내용을 『태백산맥』으로 썼다. 이 때문에 조정래는 수년에 걸쳐 국가 공권력과 지루한 법정 공방을 펼친다. 조사를 받으면서도 그는 『아리랑』을, 『한강』을 써내려갔다. 『아리랑』에 관한 이야기가 오갈 때 조국 교수도 한마디 거들었다.
“좌파와 우파가 함께 싸웠던 시기가 있다.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가 아닐까 싶다. 제헌헌법을 보면 87년 헌법보다 훨씬 좌파적이다. 노동자에 이익균전법이 있다고 나온다. 좌파, 사회주의 사상이 반영된 것이고 이승만 대통령도 합의했다. 이후 한국사회가 계속 오른쪽으로 가다 보니, 이제는 노동 3권을 행사하면 빨갱이가 되는 현실이다.”
이제는 중국을 바로 봐야 할 때
아픈 역사지만, 민족의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믿는 조정래 작가. 『한강』 이후의 대한민국을 다룰 법도 하지만, 이번에 쓴 책은 중국에 관한 소설이다. 조정래는 “한국인이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라며 중국을 입체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중국은 일본을 넘어 이미 G2로 올라섰지만, 아직도 한국인은 중국인을 깔보거나 잘 모른다. 중국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를 그릴 수 없다는 게 조정래의 위기의식. 중국의 부상은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이라는 방대한 시장은 한국에 제2의 경제 도약을 이끌 수 있는 무대인 덕택이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다 잡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독자의 질문에 조정래는 두 가지를 구분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한다. 200년 전 문학이 문화에서 왕 노릇을 했을 때는 별다른 게 없으니 소설책 읽는 게 유일한 오락이었다. 이후 라디오, 영화, TV,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소설을 읽지 못하게 하는 게 끊임없이 탄생했다. 조정래는 “오늘의 작가는 200년 전 작가보다 열 배, 백 배는 노력하지 않으면 독자를 만들 수 없다.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인식하고 대중이 읽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발견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이렇게 할 때 문학성과 대중성은 자연스레 확보된다고 이야기했다.
김초혜 시인과 오랫동안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한 비결에는 “사소한 심부름을 한 번도 시킨 적 없으며, 서로 존경한 덕택”이라고 대답했다. 지금도 조정래 작가는 김초혜 시인을 ‘우리 아기’라고 말한다고 한다. 조정래 작가는 주례를 할 때 결점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인간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태어나는 것, 죽는 것,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완벽하지 못한 게 곧 결점이다. 결점은 고칠 수 없으니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마지막 질문인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이나 인물에 관해서는 “작품은 작가의 자식이고,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딨나. 작품의 경중고저를 따지는 건 독자의 몫.”이라고 말하면서도 굳이 말하자면 끝까지 살아남는 하대치, 외서댁을 꼽았다.
조정래 작가과 조국 교수의 대담이 끝난 뒤 회원들은 예스24가 준비한 문학퀴즈대회에 참가했다. 3일째인 31일에는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한국의 근대를 맛봤으며, 담양 죽녹원에서 자연의 풋풋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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