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Yozoh) <나의 쓸모>
요조 2집을 지배하는 정서는 쓸쓸함이다. 다정하고도 씩씩한 쓸쓸함. 마냥 달달하고 예뻤던 1집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목소리부터 차이가 선명하다. 여전히 곱지만 어딘가 휘발된 듯한 음성은 전에 비해 진지하게 들린다. 느슨하고도 간소한 편곡에 스스로 언급한 ‘맥아리 없는 창법’은 변함없음에도 무력의 성격이 달라졌달까. 게다가 몇몇 텍스트가 주는 여운도 상당하다.
앨범 전반에 퍼져 있는 이 적요의 정체는 무엇일까.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요조 자신’일 거란 생각이 짙어지는 건 음악 속에서 전에는 희미했던 뮤지션의 자아가 거듭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과거 요조의 음악이 이미지의 세계에서 맴돌았다면, 이번 앨범은 내부 세계로 한걸음 진입해 들어간 느낌이다. 지금의 변화는 때문에 단순한 이미지 변신의 산물이라기보다는 뮤지션의 조심스런 음악적 변모에 더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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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별로 이 세상에 필요가 없는데도 이렇게 있는 데에는
어느 밤에 엄마 아빠가 뜨겁게 안아버렸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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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은 ‘쓸모’에 대해 말한다. 첫 트랙으로 누구나의 ‘나의 쓸모’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수록곡으로 그 물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다양한 방식을 통해 채웠다. 그만큼 곡의 포인트도 멜로디보다는 메시지에 있다. 특히 「나의 쓸모」의 경우, 선율은 읊조림을 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음의 흐름으로만 존재한다.
일상적인 소재를 노래하는 건 홍대 음악에서 흔하지만, 요조의 시선은 그중에서도 좀 더 관심에서 멀어진 존재들에 닿는다. 주변적인 가치들, 세상의 쓸모에 동떨어져 있는 것들을 끌어와 앨범의 쓸모로 재탄생시킨 셈이다. 그 새로이 쓸모된 세상 안에는 방 안에서 춤을 추는 ‘행복하지만 아름답지 않은 너와 나’(「춤」)가 있고, 먹을 것을 주기보다는 자신을 불러주길 바라며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는 연희동 고양이(「나영이」)가 있다. 어젯밤 도무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모르겠다는 능청스런 얼굴로 「이불빨래」를 하는 여자의 흥얼거림도 꽤 인상적이다.
노래는 쓸모없음을 슬퍼하지 않는다. 배제되어 무용해진 것들의 유용함을 끌어내고, 쓸모있음을 쓸모없게 만들어 버림으로써 ‘쓸모’라는 단어의 허약성, 그 무의미를 드러낸다. 이소라의 곡 「바람이 분다」 중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화분」이 대표적이다. ‘집앞에 버려진 화분’이 ‘헤헤헤헤’ 웃으면서 ‘내가 먼저 저들을 버렸다’고 말하는 대목 이후 노래의 관점이 ‘이름 모를 화분 앞에 버려진 집’으로 바뀌는 귀결은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는 어떤 연민도 조소도 없다. 다만 자신만의 시선을 가만히 공유하는 방법으로 쓸모의 방향을 돌려놓는다. 이 쓸쓸한 앨범에서 자꾸 발랄한 저항의 기운이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후반후로 갈수록 앨범의 특색이 묽어지는 감은 있다. 톤도 단일하고 멜로디도 대체적으로 심심하다. 그러나 헐렁함과 음의 무력조차 앨범이 전하려는 메시지에는 묘하게 분위기 일조를 할 만큼 2집은 나름의 스토리텔링을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 요조 음악이 나아갈 방향의 출발은 아마도 지금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완전하지는 않지만, 한 뮤지션의 쓸모 있는 전환점으로 남기에는 충분한 앨범이다.
글/ 윤은지 (theothers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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