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메이어(John Mayer) <Paradise Valley>
아티스트로서의 존 메이어는 대중들에게 공고한 브랜드다. 이 시대 가장 순수한 청년이었을 때도, 시대를 대표하는 기타리스트였을 때도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와 튼튼한 연주력은 흔들린 적이 없었다. 내실이 다져진 아티스트의 끊임없는 고민과 탐구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다루면서도 평단의 지지는 물론 대중적 성공까지 거두는 드문 경우를 낳았다.
미 대중음악의 뿌리가 되는 음악들을 본격적으로 탐구한
<Born And Raised>는 존경스러운 과거로 떠나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1년 후인 지금, 존 메이어는 신작
<Paradise Valley>를 통해 즐거운 여정의 소식을 편지로 전한다. 앞만 보고 걸어갔던 이전의 모습들과는 다른 여유로움이 묻어나온다. 데뷔한지 10년이 훌쩍 넘었으니 어느덧 베테랑 뮤지션인 셈이니 관록의 힘이라 할 수 있겠다.
부드러운 기조의 컨트리 팝 앨범이다. 전작의 회귀 노선을 따르고는 있으나, ‘무엇을 해야겠다.’는 의무감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태도가 주를 이룬다. 전 연인 테일러 스위프트에 대한 독설을 담은 「Paper doll」과, 그에 대한 대조를 이루는 케이티 페리와의 「Who you love」 등은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존 메이어표 발라드 곡들이다.
천천히, 유유하게 흘러가는 앨범이지만 영리하게도 과정에 취해 목표를 망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잠시 내려놓았던 일렉트릭 기타를 다시 잡고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하는 「Wildfire」와 작년 타계한 전설적인 거장 J.J. 케일의 곡을 커버한 「Call me the breeze」는 블루스 아티스트로서의 증명과 과거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다. 「Queen of california」의 인트로가 연상되는 「On the way home」, 목가적 구성의 「You're no one 'til someone lets you down」 등이 만들어내는 예스러움 또한
<Born And Raised>에서 보여주었던 것 그대로다.
특별히 인상 깊은 지점이 없어 단조로우나 개별 곡들의 퀼리티나 앨범 전체의 유기성적인 차원에서 딱히 흠잡을 곳도 없다. 명작은 아니지만, 잘 만들어진 수작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풍류를 즐기며 음악의 본류를 찾아가는 여정은 마치 팔도를 유람하며 유유자적 발걸음을 옮기는 나그네와 같다. 깊어만 가는 음악 내공은 발길 닫는 그 곳을 전설들의 발자취로 이끌었다. 과연 어디까지 더 갈 수 있을까. 가객은 유유히 낙원 계곡의 별곡(別曲) 한 수를 남기고 초연히 발걸음을 옮긴다.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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