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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FANA) “평생 완벽하지 않은 뮤지션으로 남고 싶어”

‘라임몬스터’ 화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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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완전하겠어요. 그런 빈틈들에서 소스를 많이 얻어요. 소재랄지, 추상들이랄지. 제가 가진 허점들을 통해 많은 것들이 나타나죠. 허점 많은 사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정규 음반으로만 따지면 <Fanatic> 이후 4년 만의 복귀다. 자연스러운 일일까. 물어보고 싶은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신보 이야기는 물론이고 우리가 알고 있었던 예전의 모습과 굵직한 움직임 없이 흘렀던 지난 4년, 소울 컴퍼니에서의 기억에 그가 최근 추진하는 디 어글리 정션(The Ugly Junction)의 활동까지. 오랜 만에 신으로 다시 나선 화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지난 일들에 대해, 지금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찾아올 것들에 대해, 이즘이 들어보았다.




신보보다도 다이어트로 더 이슈가 됐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되게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나름 재밌어요. 저에 대한 이슈잖아요. 돌아다니는 사진은 한창 빠졌을 때예요. 그때보다 살이 쪄서 민망하기도 해요, 지금은. (웃음)

전작인 데뷔 앨범은 상당히 어두웠던 반면, 이번 앨범은 상당히 밝은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에요. 하나의 앨범 색채를 정해놓고 시작한 것은 아니고, 가사가 나와 있었어요, 이미. 여기에 선택적으로 비트를 맞추다보니 그런 색깔이 나온 셈이죠.

<Fanatic>이 막 발매되었을 당시, 심경이 반영된 음반이라고 다른 인터뷰에서 말씀하셨죠. 이번 앨범 역시 반영된 것인가요?

작업물은 당연히 심경을 반영하죠. 그런 생각들, 마음들이 어느 정도 드러난 게 이번 앨범이 아닌가 싶어요.

앨범을 구상할 때 어떤 콘셉트로 잡으셨나요? 그 점이 비트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하나의 컨셔스 랩(conscious rap) 음반을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고 여기에 어울리는 곡을 찾으려고 노력을 하긴 했어요. 하지만 곡 위주로 생각을 했으면 더 많이 했지 음반을 이런 색으로 가져가자는 생각은 안 했어요.

화나의 음반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라임이 돋보이는 작사에 주목이 갑니다. 무지막지할 정도로 라임을 박아 넣은 1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드러워진 면이 보이는데. 라임 구사의 측면에서도 달라 진 게 있나요?

그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들으시는 분도 있고 아닌 분도 있겠지만 <Fanatic> 같은 경우에는 라임이나 랩의 방식에 있어서 폭력적이고 불안정할 필요가 있었어요. 반면에 이번에는 좀 더 여유가 있고 전달력이 있어야 했고, 디테일을 더 살려야 하는 부분이 있었죠. 차이라고 한다면 이 부분인 것 같아요. 이를 위해 음절 조절도 많이 했고 일부러 비우는 부분도 많았어요. 그렇게 했을 때 다이나믹함은 이번 앨범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마음에 드는 부분이죠.

랩 톤을 포함해 전반적인 랩 스타일도 조금 달라진 듯 합니다.

랩 톤이라면 <Fanatic>에서는 그런 걸 신경 쓸 필요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앨범에는 컨셔스 랩이 중심이고 메시지를 중요시해야 했기 때문에 일부러 쉬운 가사로 접근했어요. 뚜벅뚜벅 들리는 데 중점을 두어야 했죠.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반영이 된 것 같아요.

만족도는 어느 정도 인가요?

구상대로 만들어진 것 같아요. 크게 만족하고 있어요.

이번 앨범의 주제라고 한다면 무엇이 될까요?

당연히 화나와 애티튜드죠.

「Full speed ahead」나 「Harmony」, 「내가 만일」 같은 곡들은 2010년부터 약 1년 간격으로 낸 싱글이었는데 이번 앨범에 수록되었습니다. 음반 구상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는 않았을까요?

싱글로 발표된 노래들은 각각 계기가 있어서 먼저 내보낸 곡들이에요. 「Full speead ahead」는 제가 기획하는 디 어글리 정션 라이브(The Ugly Junction Live; 이하 TUJL) 1, 2회 공연에서 반응이 좋아서 발표했고요, 「Harmony」도 TUJL 2회 공연에서 쇼케이스 식으로 선보였던 곡이에요. 그리고 「내가 만일」은 아시다시피 생애 만 번째 날을 기념해서 만들었고요. 그렇게 연유들이 있죠. 그리고 나머지 수록곡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가사를 다 써 놓은 상태였어요. 만들어진 순서로 따진다면, 1번 트랙부터 6번 트랙까지 순차적으로 가사와 비트가 함께 완성되었죠.

첫 번째와 두 번째 트랙 「Move again」과 「Remove again」은 의도적으로 연달아 배치한 건가요?

네. 그 두 곡은 동시에 받았어요. 원래는 이 두 곡이 아예 붙어있는 곡이에요. 한 번에 쭉 가면 음반으로 듣기에는 상관이 없는데, 음원 회사에서 음원 형식으로 리마스터링을 해보니 앞뒤가 조금씩 잘린다는 거예요. 그럼 아예 의미가 왜곡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해서 아예 따로 자르기로 했죠.

그 다음에 등장하는 곡이죠. 「B.A.M」의 부제 ‘Brainstorming about money’에서는 예전 EP 앨범 <Brainstorming>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사실 <Brainstorming> 앨범의 작법을 가져와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의도대로 되진 않았고요. (웃음) 지금 작법에 너무 익숙해져버렸어요. 애초의 생각은 그랬는데 결국 그렇게 되진 않았죠.

과거의 작법과 지금의 작법에 차이가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지금이 더 체계적이에요. 예전 같은 경우가 오히려 더 ‘나는 이런 식으로 작사를 해야 해’라며 기준점을 둔 게 많아요. 지금은 조금 내면화되었다고 해야 하나요. EP 때처럼 막 쓰고 싶긴 했지만 작법이 달라졌어요.




SNS에서 「신발끈 블루스」를 많이 언급하시는 것 같습니다. 혹시 가장 아끼는 곡인가요?

제일 아끼는 곡은 「내가 만일」이에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그런 계기가 있으니까요. 「신발끈 블루스」도 물론 아끼는 곡이지만 여러 사람을 고생시켰고 제일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마지막 프로듀싱은 김박첼라 형이 해주셨죠. 평소와는 달리 이 곡은 후렴구가 먼저 떠올랐어요. 그 콘셉트가 ‘신발 끈을 묶고’ 부분에서는 잠잠한 죽은 페이스를 유지하다가 ‘다시 일어나’ 하면서 다이나믹하게 폭발하는 것이었는데, 그 부분을 프로듀서들이 어려워하더라고요.

가사는 2010년에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도망간 프로듀서만 다섯 명’이라고도 밝히셨죠.

다섯 번째로 왔던 프로듀서가 지슬로우였어요. 두 곡을 받았는데 하나는 제프 백 스타일의 기타 리프 레퍼런스를 둔 곡이었고 다른 하나는 관악기 위주로 가는 우울한 곡이었죠. 어쨌거나 둘 다 제 맘에 들진 않았어요, 그때는. (웃음) 시간이 지나면서 저도 지치고, 스스로도 이 곡에 타협을 하게 되더라고요. 녹음이 잘되면 되는 대로 앨범에 넣고 아니면 빼자는 식이었죠.

김박첼라와는 어떻게 작업이 이루어졌나요?

그러다 올해 초에 김박첼라 형을 소개 받았어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곡을 다시 살려보자며. 또 마침 만난 날에 「신발끈 블루스」라고 제목이 떠오르더라고요. 블루스의 속성을 이용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죠. 원래는 8마디, 16마디짜리 기본적인 힙합 곡 구성이었는데 12마디의 블루스 형태로 반복했고 또 블루스 음계도 사용했죠. 작업이 재밌었어요. 애초 그림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만족도에서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갔죠.

피쳐링을 많이 안 받는 것 같습니다. 이번 앨범에는 아예 없고요. 이유가 따로 있나요?

정규 작품은 온전히 제 자신의 작품이잖아요. 혼자 할 수 있는 파트라면 굳이 다른 사람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신발, 의류 브랜드 컨버스와의 콜래보레이션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똘배(석찬우 현 벅와일즈와 백앤포스 A&R)라는 친구를 얘기해야 해요. 지금은 에이전시를 준비하고 있고, 그 전에 제 학교 후배기도 하고 소울 컴퍼니 스태프기도 했죠. 과거에는 DJ Skip 형이랑 같이 킹더형 레코드도 했고요. 저는 음악은 해도 사업적인 역량은 떨어지잖아요. 같이 할 사람을 구하면서 다시 만났어요. 모든 걸 접고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에요. 제대하면서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저도 4년 만에 음반을 내는 상황이라 서로 배우자는 입장에서 출발했어요. 번 인텐스(에너지 음료 브랜드)랑 계약 한 것도 이 친구가 제안서를 써서 낸 거고, 컨버스의 경우에도 「신발끈 블루스」가 어느 정도 형태를 잡았을 때 들어보더니 이걸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며 제안서를 또 쓴 거예요. 제안서를 많이 썼어요.

앨범 이야기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작법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전작은 가사 쓰고 가사에 비트를 맞추었죠. 이번에도 마찬가지 인가요?

제 기본적인 방식 대부분은 가사를 먼저 써놓고 곡을 주문하는 쪽이에요. 그런데 이번에는 곡을 많이 받아둔 상태였어요. 「Move again」, 「Remove again」, 「B.A.M」, 「FANAttitude」의 중간 브릿지랑 「Show stopperS remix」, 이 곡들은 그렇게 곡이 있는 상황에서 가사를 썼죠.

비트가 없을 때는 어느 박자에 맞춰 쓰시나요? 작사용 비트가 따로 있나요?

듣고 쓰지는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제일 잘하는 BPM이 있어요. 80에서 100정도 사이인데, 무언가 떠올라서 가사를 쓰면 그 BPM에 맞춰서 쓰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요새 유행하는 트랩 비트, 60에서 70 사이에서는 제가 되게 약해요. 시도해보고 싶어요.

소재는 일상에서 따오는 건가요?

보통은 기본적으로 일상의 모든 것에서 가져와요. 구절이 떠오르면 확장시키거나, 언어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추상이 있으면 언어화시켜서 만들거나. 기본적으로는 그런 형식이죠.




가사를 쓰는 방식으로 ‘동일 자모음구조’라 언급하신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 사람들 만나면 라임 말장난을 되게 많이 해요. 그런 것이 도움이 되죠. 실제로는 ‘동일 자모음구조다, 유사 자모음구조다’ 아니면 ‘자음은 이렇게 모음은 이렇게 맞춘다’라고 말하진 않아요. 작법도 몸에 익었을 뿐더러 습관적으로 쓰는 상태가 되니, 이론적으로 어떻게 쓴다며 언급할 필요가 없어진 것 같아요.

단순히 글자 짜 맞추기 놀이가 아니죠. 어휘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로 국어사전 세 번 정독의 진실에 대해서도 언급 부탁드립니다.

그렇죠. 국어사전 세 번 읽기는 실제로 했어요. 진짜 많이 받는 질문인데, 사실은 그건 어린 MC 지망생일 때의 객기였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도움이 되었건 안 되었건 간에 추천하고 싶은 방식은 아니에요. 자기 일상 언어를, 실제로 쓰는 언어를 가지고 랩을 쓰는 게 가장 멋있다고 지금은 생각해요.

화나의 음악을 얘기하면 아무래도 더 콰이엇을 빼놓을 수 없죠. 혹시 이번 앨범을 작업하며 오간 얘기는 없었나요?

실제로 제가 더 콰이엇 곡을 받고 싶기도 했고 실제로 얘기도 했어요. 그런데 앨범을 본격적으로 작업할 당시에는 (더 콰이엇이) 곡을 많이 쓰던 시기가 아니었어요. 단지 그거였죠. 그래서 같이 못 했어요.

여담 격이지만 최적화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다시 만날 수는 없을까요?

최적화는 사실 계획이 없어요. 칼날도 음악을 안 하고요. 2003년 여름 한강 다리 밑에서 결성되어서 2008년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을 마지막으로 끝냈어요. 생각해보니 한강에서 시작해 한강에서 끝났네요. (웃음) 처음에는 서로 각자 랩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 때 제가 하던 스타일에 매력을 많이 느꼈다 하더라고요. 칼날의 말로는 가장 최적화된 스타일이 아니냐고도 했고요. 저도 동의를 했고, 그렇게 시작을 했죠. 다만, 개인적으로는 제 스타일에 맞추기 전의 칼날 스타일이 더 좋았어요. 그보다 일찍 I.P.O.M이라는 그룹을 할 때의 칼날은 지금 찾아봐도 없는 스타일을 갖고 있었어요. 굳이 제가 하는 것에 따라왔다는 점, 저는 여기에 아쉬움을 느꼈죠. 현재는 캐나다에서 카센터를 하고 있어요. 잘 살길 바랍니다. (웃음)

소울 컴퍼니 해체 후 커넥션 같은 것은 없었나요?

사실 크게는 없어요. 그 안에서는 워낙 여러 일이 있었지만, 실제적이고 표면적인 것은 서로의 방향이나 색채가 크게 달랐다는 점이죠. 사실 처음 소울 컴퍼니 나올 때 저는 진짜 전투마인드였어요. ‘다 싫다’는 식이었죠. 제가 하는 인터넷 방송 프레쉬 애비뉴(Fresh Avenue)에서 대놓고 소울 컴퍼니 욕도 많이 했고요. 그런데 시기가 지나고 나이가 들고 하니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해보면 제 음악 인생 대부분의 기억은 소울 컴퍼니에서의 기억이에요. 많이 배웠고요, 그 안에서. 공연 같은 데서 마주치면 반갑고 그렇죠.

별명으로 사용했던 어글리 고블린의 몸집이 커진 거죠? ‘복합 문화 창작 활동’으로 소개된 디 어글리 정션(The Ugly Junction)에 대해서도 자세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처음 구상한 때는 2009년이에요. 그 때부터 독립의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소울 컴퍼니가 커질 대로 커진 상태였어요. 억대 매출도 올리고, 언더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전설적인 사례들도 만들었고요. 어쩔 수 없이 레이블은 커져 가는데 제가 바라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그렇게 거대한 것은 아니거든요. ‘내가 하고 싶은 건 내가 해결 가능한 범주에서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구상을 시작했죠.

공연 소식이 자주 들립니다.

주로 공연을 기획하고 개최하고는 있지만 공연에만 국한시키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그게 시작점인 것이죠. 이번 음반이 나온 것도 디 어글리 정션 활동의 일환이고 여성 힙합 오디션도 한 적 있죠. 유투브에 영상도 올리고요.

어글리 정션이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이 기획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슬로건이 있어요. ‘재미를 버는 사업’이에요. 말씀드렸다시피 비즈니스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돈을 벌자는 건 또 말이 안 된다 싶었어요. 스스로 재미를 얻고 재미를 벌자는 생각이었죠. 그러면서 기획을 향유하는 사람이 제가 느끼는 그리고 제가 느끼는 것 이상의 재미를 벌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여러 가지를 해보려고 해요. 딱 그거죠. 재미.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어요.

DJ Wegun과 라디오 방송도 시작했습니다. 다른 힙합 인터넷 라디오와 구별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유별난 특징이라고 한다면 무규칙성이랄까. 사실은 웨건(DJ Wegun)의 믹스 방송이 따로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시청률 자체가 너무 안 나와서 게스트로 참여한 그 날에 막말로 시청률이 터진 거예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몇 번 나가서 눌러 앉게 되었어요. (웃음)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6년 반 전이었어요. 제가 알기로는 당시엔 36 라디오 스테이션이랑 저희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많이들 하고 있죠. 프레쉬 애비뉴는 현재로는 음악에 기반을 두는 문화 크루가 되었어요. 저랑 웨건이랑 사진 찍는 부바, 이번에 제 앨범에 참여도 했던 프로듀서 비다 로까(Vida Loca), 이렇게 넷이 다니고 있죠.




<쇼 미 더 머니 2> 무대에 올라섰습니다. 프로그램 자체가 힙합 아티스트들과 팬들 사이에 화두로 많이 오르내리는데요, 소감이나 느낀 점 같은 것이 있었나요?

방송국은 방송국대로, 제작진은 제작진대로, 경연진은 경연진대로, 멘토는 멘토대로, 피처링진은 피처링진대로, 소속사는 소속사들끼리 다 이해관계가 얽혀서 그 사이의 스트레스 같은 게 보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되게 재밌게 봤어요. 제 일이 아니니까요. (웃음) 겪은 후에도, 겪기 전에도 변함없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힙합의 멋있는 모습이나 문화 전반을 완전히 보여주는 포맷은 아니라는 거예요. 눈요깃거리로서의 가치는 있다고 느끼는데. 물론 저도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사람이니 그런 입장에서는 배울 점도 있었어요. 동시에 이건 되게 아니다 싶은 점도 있었고요.

바깥 이야기지만, 예전 드렁큰 타이거 8집에서의 참여가 기억에 남습니다. 「주파수」가 상당히 좋았는데요 작업이 어땠나요?

(타이거) JK 형이 팔로알토 형하고 더 콰이엇 형을 통해 <Fanatic>을 들어보셨나봐요. 인상을 받으셨고요. 그렇게 찾아가서 들은 곡 주제는 외계라고 할까요, 다른 곳에서 온 화나라는 존재를 자기가 찾아내 보여준다는 것이었어요. 콘셉트를 직접 설정하셨고 설명하셨죠. 제 입장에서는 당연히 영광스러웠어요. 중학교 때부터 찾아 듣던 사람이니까요. 사실 제가 그렇게 들뜨는 타입이 아니라 전 조용히 있는데 저보다도 주변 사람들, 특히 동창이나 친구들이 더 좋아하더라고요. (웃음) 하던 대로만 하자는 생각으로 임했고. 지금 돌이켜보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았나 해요.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갖는 후회죠.

앨범 간의 공백기가 넓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Fanatic> 이후, 이 앨범 말고 다른 앨범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Fanalyze>라고 해서 저에 대해 더 분석해보는 앨범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연고가 길어요. 레이블 관련 이슈도 있었고, 독립 이야기도 있었고, 건강도 좋지 않았어요. 디 어글리 정션도 기획하다보니 그러다보니 잡무도 많아졌죠. 아무래도 혼자 해야 했으니까… 그 와중에 부모님 부탁으로 2년 남은 학교도 졸업해야 했고, 그러다보니 음반 욕심이 사라졌어요. 여기서부터 간격이 굉장히 길어졌죠. 복합적인 상황이 맞물렸어요.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어떤 뮤지션으로 남고 싶으신가요?

이건 제가 항상 갖고 있는 생각인데, 불완전한, 평생 완벽하지 않은 뮤지션으로 남고 싶어요. (설명을 더 부탁드립니다) 누가 완전하겠어요. (웃음) 그런 빈틈들에서 소스를 많이 얻어요. 소재랄지, 추상들이랄지. 제가 가진 허점들을 통해 많은 것들이 나타나죠. 허점 많은 사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앨범을 전보다 더 자주 만날 수 있을까요?

지금은 더 빨리 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같아요. 이전은 복합적인 상황이 맞물렸던 때였고, 음반 욕심 자체를 잃어버린 상황이었으니까요. 수많은 가사들이 이미 만들어져서 곡만 잘 만나면 좀 더 빨리 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EP도 발매할 생각이 있나요?) 앞으로의 목표는 정규 앨범만 내자는 하는 거예요.

이즘 인터뷰 공식 질문입니다. 내 음악 인생에 결정타를 날린 음반들을 꼽아주세요.

여러 가지 계기를 통해서 지금까지 왔겠지만, 굵직하게 제가 처음 들은 힙합 앨범은 사이프러스 힐(Cypress Hill)의 <Black Sunday>였고 힙합 음반이라는 것 자체의 매력을 받았던 것은 푸지스(The Fugees)의 <The Score>였어요. 하나의 앨범이 작품으로서 가치를 발휘한다는 생각을 처음 했죠. 음악을 하게 되면서 제가 가장 질투 났던 거의 유일한 음반은 블랙칼리셔스(Blackalicious)의 <Blazing Arrow>였어요. 앨범에서 보이는 여러 가지 능력, 역량적인 면에서 질투를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말씀드리는 앨범은 한영애 선생님의 <바라본다> 앨범. 뭐랄까, 소위 말하는 전업 뮤지션으로서의 욕심은 사실 없었어요. 그러다 이 음반을 접하고 나서부터 하나의 뮤지션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 음반들이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 김도헌 이수호 전민석
정리 : 이수호
사진 : 이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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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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