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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엑스, 음악적 혁신과 대중적 인기를 모두 잡은 공고한 브랜드

2년만의 정규 앨범 < Pink Tape >는 이제까지의 에프엑스 중에서 가장 안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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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엑스가 2년 만에 두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열 두 개의 수록곡에서 대중성과 실험 정신의 사이를 적절히 오가며 역시나 자신들의 개성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네요. 타이틀 곡 「첫 사랑니」로 성공적인 컴백을 알린 에프엑스의 <Pink Tape>를 지금 만나보세요.

에프엑스(F(x)) <Pink Tape> 

 

fx.jpg< Pinocchio >가 분수령이었다. 그 자체로 SM의 혁신을 상징한다지만 첫 정규 앨범의 성공이 없었다면 에프엑스는 「Nu ABO」와 같은 미지의 음악 생명체가 되어 표류하고 말았을 것이다. 실험과 안정의 중립지대를 잘 조성한 혜안 덕택에 이들은 음악적 혁신과 대중적 인기를 모두 잡은 공고한 브랜드가 되었다.


안정적 궤도에 진입한 함수식의 전개에 있어 이제 굳이 모험적인 해설을 제시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2년만의 정규 앨범 < Pink Tape >는 이제까지의 에프엑스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다. 무턱대고 대중들을 쫓아가는 트랙도 없고, 지나치게 실험적인 면모를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절충적임에도 몰개성하지 않은 것은 개별 곡들의 완성도와 전체 유기적 흐름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적 아이덴티티와 대중적 만족이라는 두 함수의 교점에 다가가는 발걸음이 수렴하는 모양새다.


타이틀 「첫 사랑니 (Rum pum pum pum)」가 전체 앨범의 조감도 역할을 한다. 4행시의 「Electric Shock」, 콜럼버스까지 등장했던 「피노키오 (Danger)」에 비해 메시지 차원에서 훨씬 명료하지만 변칙적인 구조와 다양한 퍼커션 리듬 등 사운드 차원에서는 다소 복잡하다. 그러나 실제로 들었을 때 두 이질적 요소들이 따로 논다는 느낌보다는, 절묘하게 어우러져 하나의 색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전작들에서 보였던 작위적인 발라드 곡들은 자취를 감추었고, 그 자리를 세련된 일렉트로 팝이 대체함으로서 다양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트랩 사운드의 「Kick」과 하우스 풍의 「Step」, 덥스텝을 차용한 「Toy」 등은 신선하면서도 최신 트렌드를 비켜가지 않고, 「Airplane」과 「Signal」은 그 자체로 명료한 멜로디와 흥미로운 사운드를 담은 훌륭한 팝 넘버들이다. 여기에 어쿠스틱 팝인 「Goodbye summer」와 일렉 기타가 곡을 리드하는 「Ending page」까지 < Pink Tape > 는 단순한 싱글 위주가 아닌 하나의 앨범으로서 충분히 그 의의를 가진다.


발전한 음악적 완성도와 더불어 전작들에 비해 쉬워진 가사 또한 환영할만한 요소다. 10대의 감성을 대변한다고는 하지만 불필요할 정도로 난해하거나 당황스러울 정도로 독특해 이해조차 어려웠던 가사들과는 달리, 본 앨범은 그 또래의 감성은 더욱 잘 담아내면서 타 세대들의 공감의 차원에서 개선되어 '이지 리스닝'을 가능케 한다. 반짝이는 벨소리와 더불어 아름다운 멜로디가 흐르는 「미행 (그림자 : Shadow)」과 재치 있는 가사가 미소를 짓게 하는 「여우 같은 내 친구 (No more)」, 당찬 의지가 인상적인 「Step」은 에프엑스만의 독특한 개성은 여전하면서도 좀 더 깊은 의미와 공감대를 형성한다. 같은 10대 소녀들의 작품이라 해도 전작들이 천진난만한 애니메이션이었다면, 신보는 좀 더 성숙한 청춘 로맨스를 보는 듯 하달까.


콘셉트를 재확립하며 공감의 폭을 넓히는 < Pink Tape >는 에프엑스에게 음악적 브랜드로서의 가치까지도 부여하는, 남매그룹 샤이니의 < The Misconceptions of You > 같은 의의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혹자는 이를 두고 SM의 '탈(脫) SM화' 의 가속을 주장하지만, 오히려 이는 소녀시대와 동방신기 같은 선배 그룹들의 성취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진행된 기획사의 개혁 밑그림이 완성으로 향하는 단계라 볼 수 있다. 성공적인 리빌딩으로 구성한 새로운 원투펀치와 안정적인 베테랑 타선의 완벽한 투타균형은, SM이 왜 언제나 이 시장에서 밋밋한 도전자가 아닌 뚜렷한 색을 가진 챔피언일수밖에 없는지를 새삼 증명한다. 그 중심에 양의 기울기로 한없이 뻗어나가는 함수 그래프가 있다.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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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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