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비평, 그 무엇보다 차우진 - 『청춘의 사운드』
21세기 한국의 대중음악을 풍성하게 만들어준 청춘송가들
청춘. 그때는 그렇게 멀어 보이던 서른이 되어도 어른의 삶은 온데간데 없기 마련이다. 또 다시 마흔을 상상하고, 가보지 못했던 길을 곱씹을 뿐이다. 결국 우리는 항상 성장과 상실, 그 어디쯤엔가 있는 존재이고 그렇다면 대중음악에도 그런 이야기들이 스며 있는 것은 아닐까.
내게 음악은 분해할 수 없는 무엇이다. 차곡차곡 쌓인 음들은 낱개로 내게 도달하지 않는다. 한데 뒤섞여 뭉그러져 묘한 뉘앙스로 발효된다. 나는 오로지 집합으로서의 ‘음’에 반응하며, 발효된 ‘악’에 감응한다. 그런 나는 좀처럼 음악비평에 익숙해질 수 없었다. 비트 단위로 쪼개고, 기타 리프와 드럼, 브라스를 절개하는 해부를 내 둔한 귀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감성의 영역을 이성으로 분석한다는데 혹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내 능력 밖임을 인정해왔다.
그러니까 이런 것이다. 특정 음악이나 음악가가 한 시대를 정의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압도적인 하나’를 기필코 찾아내 그걸 신화적인 위치에 놓고싶어 한다. 21세기의 비평가와 언론인들이 펫샵보이즈를 이곳으로 불러오는 맥락이 그렇다…… 80년대의 사운드는 펫샵보이즈기도 하고 런던보이즈기도 하고 김완선이나 어떤 날일 수도 있다…… 의미는 동일하지 않고 고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자의적이고 경험적이다. 그래서 대표적인 언어보다는 파편화된 언어가 더 중요할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몸에 새겨진 감수성을 복원하는 것.-몸에 새겨진 시대의 감수성, 샤이니 《JoJo》 가진 게 많은 사람일수록 자신이 무언가 많은 걸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뭔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더 많이 가진 사람일 것이다. 가령 도시 사람들은 고향 같은 걸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디지털에 삶을 대부분 신세 진 자들은 아날로그의 무언가를 놓쳤다고 생각한다.... 사실 시골이든 아날로그든 그 속의 인간에는 아무 관심도 없이 그저 노스탤지어는 모든 걸 안개 속으로 감춰버린다. 그러면서 향수에 빠진 우리들이 더 인간적으로, 더 비판적으로, 혹은 더 근사하게 보이도록 돕는다.-나는 너와 어째서 다른가, 칵스 [Access Ok] 비평가는 사적인 취향을 최대한 숨기고 뭐든지 객관화, 일반화시키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다. 하지만 그건 이상한 일이다. 중요한 건, 사적이든 공적이든 취향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게 형성된 맥락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어떤 편견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자기고백이어야 하지 않겠는가.-한계를 인정할 것, 부끄럽고 힘들어도, 브라운 아이드 걸즈 《Abracadabra》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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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부터 대중음악과 관련한 글을 써온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 검정치마, 얄개들과 같은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옥상달빛·브로콜리 너마저·UV 그리고 카라·샤이니 등과 같은 아이돌에 이르기까지 인디와 메이저 전반에 걸친 30여 팀의 앨범과 곡들을 소개하고 설명한다. 2000년대 이후 급변해 온 청춘의 삶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