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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신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림이 숨겨두고 황경신이 찾아낸 이야기들 『눈을 감으면』 출간 기념, ‘황경신 작가와 함께하는 낭독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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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반기는 햇살, 부스스한 머리, 잠이 덜 깬 거울 속 자신의 모습, 모두 눈을 뜨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반면 눈을 감아야만 볼 수 있는 것도 있다. 이를테면 떠나버린 사람이나 사랑, 혹은 잃어버린 꿈같은 것들. 지난 6월 19일 상수동 ‘이리카페’에는 굳이 눈을 뜨지 않아도, 눈을 감아도 볼 수 있는 ‘황경신 작가와 함께하는 낭독의 밤’ 행사가 마련됐다.

때론 사진이나 그림 한 장이 더 많은 말을 할 때도 있기 때문일까? 그림 에세이만 벌써 세 번째인, 그림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는 황경신 작가는 신작 『눈을 감으면』에서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볼 것을 권한다. 이번 책은 그림을 보고 나서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눈을 감고서 떠오른 것에 관한 이야기다. 황경신 작가는 그림이 말해주지 않던 것들, 어쩌면 그림이 끝끝내 숨기고 싶던 이야기를 자신의 감은 눈으로 풀어냈다.

남몰래 동경하던, 얼굴보다 이름을 먼저 알았던 사람을 직접 소개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이날 진행을 맡은 웹진 <텐아시아>의 정시우 기자는 <월간 페이퍼>로 친분을 쌓은 황경신 작가와의 짧은 인연을 소개한 뒤 곧바로 그를 무대 위로 불러냈다.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33가지의 그림 이야기가 탄생한 뒷이야기와 그림을 향한 작가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기에 ‘우쿨렐레 피크닉(Ukulele Picnic)’의 조태준과 싱어송라이터 임주연이 함께한 축하공연까지 더해 무대는 더욱 풍성해졌다.




“글? 한 사람만 봐주면 된다는 생각으로 쓴다”

정시우 기자는 “얼마 전 여행 중 비행기 안에서 이번 책을 처음 읽었다”며, “독자들이 어느 공간에서 이 책을 읽어줬으면 좋겠느냐”는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에요. 아마 어떤 사람이 이러한 상황에서 내 글을 읽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일이 되어버리거든요. 그래서 가능하면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을, 이 사람은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구체적인 한 명을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 편이에요. 그 사람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게 아니라 나의 이런 이야기를 이 사람이 들어주면 참 좋겠다는 느낌으로 쓰는 거죠. 물론 그 대상은 글마다 다릅니다.”

이어 3년에 걸쳐 쓴 이번 책을 놓고 볼 때, 맨 처음에 쓴 글과 마지막에 쓴 글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물었다. “차이점이라기보다 늘 예전 글보다 최근에 쓴 글에 마음이 더 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예전에 쓴 글에서 부족한 점이 더 많이 보이니까요. 하지만 그 시기에, 혹은 그 나이에만 쓸 수 있는 글도 있으니까 부족한 과거의 글은 그 나름대로 저한테 많은 의미를 주는 것 같아요.”

책이 나오게 된 배경도 들을 수 있었다. “어느 날 음악이나 영화, 시를 좋아하듯 그림도 사람이 그린 건데, ‘그림 좋아하면 안 되나?’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미술사와 전혀 상관없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제 마음대로 써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제가 쓰는 글은 논픽션보다 픽션이 많고, 픽션을 쓰는 게 훨씬 편하거든요. 그림이 말을 걸어오는 기분이랄까? 제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가끔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저 사람은 지금 어디서 어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걸까 상상해보듯이 저는 그림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 거죠. 그림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다고 할까요? 그림과 특별한 소통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림보다 설명이 먼저 나오는 이 책의 구성에 대한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건 전적으로 출판사의 의도였어요. 저는 당연히 그림이 먼저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림을 나중에 보여주면 조금 더 상상력을 줄 수도 있을 거라는 의견이 나왔나 봐요. 다시 생각해보니 정답을 찾아가는 추리소설처럼 흥미롭기도 하고, 어떤 그림이 나올까 기대하게 만드는 재미도 있더라고요.”

곧바로 날카로운 질문 하나가 뒤를 이었다. 책에 삽입된 그림에 전부 인물이 들어가 있다는 공통점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람이기 때문에 거기서 출발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죠. 의도적으로 그런 그림을 고른 게 맞습니다.”

책 제목에 대한 궁금증도 풀 수 있었다. “우리는 시각에 많은 의지를 하잖아요. 하지만 시각이 절대적인 감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각이 주는 오해들도 많으니까요. 그래서 눈을 감는다는 행위에 초점을 맞춰봤습니다. 눈을 감으면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이 살아나거든요. 촉각, 청각, 미각, 후각, 굳이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자면 ‘생각’까지, 이러한 마음의 감각을 통해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의미입니다.”


“한 여자가 시간을 들여 화장을 하는 일”

다음 순서는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황경신 작가의 낭독회였다. 황경신 작가는 “본문 내용보다 스크린의 그림에 초점을 맞춰달라”며, 미리 준비해온, 책의 일부이기도 한 세 가지 이야기를 차례로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 희망의 눈을 가려라


문득, 하나의 의문이 고개를 든다. 너무나 명백해 보여서 지금까지 던져보지 않았던 질문. 와츠가 그린 것은 ‘희망을 품고 있는 한 여자’였을까?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한다면 상황은 간결해진다. 희망이란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 품는 것이며, 따라서 그림 속의 위태로운 요소들은 그런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들이라고 쉽게 규정할 수 있다. 이를테면 둥근 물체는 언제 변할지 모르는 불안한 현재, 드러난 맨발은 지탱할 곳 없는 현실, 현이 끊어진 악기는 암담한 미래, 가려진 눈은 보이지 않는 구원이다. 그녀는 위험에 처해 있으며 간절하게 희망을 갈망하고 있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현이 소리를 내는 것을 희망의 증거로 품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친절한 직유가 어쩐지 부족하게 여겨진다. 나는 다시 그림을 본다. 그녀를 본다.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맨발과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악기를 쥐고 있는 왼손과 행여 끊어질까 봐 노심초사하며 현을 어루만지는 오른손을 본다. 그녀의 가려진 눈을 본다. 하얀 천 뒤에 있을 그녀의 눈동자를 보려 한다.

그리고 나는 깨닫는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을. 그녀의 눈을 가린 것은 바로 그녀 자신이라는 것을. 그녀가 바로 희망 그 자체라는 것을.

희망은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현재와 현실과 미래와 구원을 직시하는 순간, 희망은 희망을 잃고 만다. 희망이 희망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희망 외의 것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하여 희망은 스스로 눈을 가린다. 둥근 물체 위에 앉아 있다는 사실도, 현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도 잊기 위해.

들리는가, 당신. 희망이 내고 있는 이 연약한 소리가. 천 개의 어두운 길에서 단 하나의 밝은 길을 만들어내는, 캄캄한 소용돌이 속에서 굽이치며 흘러가는, 끊어질 듯 이어지는 희망의 불빛이 보이는가. 만약 당신이 희망을 들을 수도 볼 수도 없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절히 그것을 원한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희망의 눈을 가려라. 그 어떤 과거와 현재와 미래도 담고 있지 않은, 순결한 하얀 천으로. (p.10~11)
# 그녀는 돌아오지 않아요


문이 열려 있군요. 문 사이로 왈칵, 빛이 쏟아져 들어와요. 그 빛을 통과하여 누군가, 어디론가 가려 하고 있네요. 그리고 빛은 그녀를 통과하여 거울 주위에 또렷한 명암을 만들어내고 있죠. 그녀는 조금 전까지 거울 앞에 서 있었을 거예요. 내기를 해도 좋아요. 옷매무새를 살펴보고 모자의 챙에 달린 레이스를 매만지고 마지막으로 거울 속 자신을 향해 생긋 웃어보았을 테니까요.

(중략)

나는 알아요. 이것이 당신이 볼 수 있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에요. 해일처럼 쏟아지는 저 환한 빛 속으로 한 발자국을 내딛는 순간, 그녀는 다른 사람이 되는 거예요.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나고, 당신이 모르는 노래를 부르고,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를 당신이 모르는 사람과 나눌 거예요. 당신이 짐작도 할 수 없는 일들이 그녀에게 벌어질 테고, 당신이 상상할 수도 없는 운명이 그녀를 데려갈 거예요. 안녕, 이라는 이별의 인사 없이 문을 나섰으니 그저 잠깐의 외출일 거라고 장담하지 말아요. 그녀는 돌아오지 않아요. 당신이 언젠가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그녀가 이 방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더라도, 갈망하는 눈빛으로 그녀가 당신을 올려다보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거예요.

한 여자가 시간을 들여 화장을 하는 일, 마음을 들여 옷을 고르는 일, 모자를 매만지고 구두의 끈을 묶고 목덜미에 향수를 뿌리는 일,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순수하고 당돌한 시선을 던진 후 문을 나서는 일은 그런 거예요. 당신이 아는, 혹은 안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는 의미에요. (p.137~139)
# 뒤돌아서서


“후회하고 있나요?”

여자가 묻는다.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뒤돌아선 채로, 미동도 하지 않고,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혹은 하늘, 아니면 바다와 하늘 사이 어딘가, 아무튼 등을 돌린 채로. 여자의 목소리에 별다른 감정을 실려 있지 않았다. 오늘 날씨가 참 좋죠, 라거나 식사는 하셨어요, 같은 말을 할 때처럼, 높낮이가 없는 평이한 음조였다. 하지만 그 질문은 여자의 발아래에서 찰랑거리는 파도에 휩쓸려 조금씩 바다로 밀려가는 대신, 물결 아래의 모래톱으로 파고들어 가라앉았다. 좀, 무거웠기 때문이다.

(중략)

연인과 함께 오기로 한 바다를, 모자도 없이, 여자는 혼자 걷는다. 두 번 다시 남자를 만나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아니 차라리 그 편이 좋은 거라고, 여자는 생각한다. 다만 남자가 후회하고 있는지 아닌지, 그것만은 알고 싶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 무의미한 일,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던 일, 최소한 그날의 그 키스가, 그 남자에게, 그런 것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어느 날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언젠가의 그 시간을 되돌아볼 때. 내가 그에게 후회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아픔이거나 슬픔이거나 갈증이거나, 그러한 아름다움까지는 아니더라도. (p.201~204)




“사랑?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

마지막 순서는 독자의 궁금증을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독자들은 이번 책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챕터부터 사랑에 대한 정의, 여행에 대한 생각 및 평소 즐겨 찾는 곳까지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황경신 작가 역시 모든 질문에 친절하게 답하며 독자와의 간격을 조금씩 좁혀나갔다.

어떤 상태에서 글을 쓰는지 궁금하다.

감정 기복은 심하지 않다. 사소한 것에서 쉽게 행복을 느끼는 편이고, 기분이 가라앉을 때는 글을 쓰기보다 오히려 책을 읽는다. 가능한 한 밤에는 글도, 업무적인 이메일도 쓰지 않으려 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글쓰는 버릇을 들여 환경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글은 낮에 쓴다.

화를 전혀 내지 않을 것 같은데, 화가 날 때는 어떻게 대처하나?

화를 내긴 하지만, 안 내려고 노력한다. 생각해보면 뭔가 둘이 잘해볼 의향이 있을 때 화를 내게 되는 것 같다. 아마 그럴 마음이 없다면 화도, 아무런 말도 없이 돌아설 것이다. 일단 화를 내면 가능하면 뉘우치려 노력한다.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인가? 배낭에 어떤 것들을 담아가는지도 궁금하다.

새로운 걸 좋아하지 않아서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니다. 생활리듬이 확 바뀌거나 낯선 곳, 낯선 사람과 있는 게 불편하다. 그래서 억지로, 의무로 가려고 하는 때가 있을 뿐이다. 낯설고 불편한 상황에 나를 확 던져놓고 어떻게 되나 본다. 물론 어떻게든 되겠지만, 그렇게 되기 전엔 자신을 믿지 못하니 가서 부딪히고, 또 그걸 까먹을 때 쯤 확 저지르는 과정을 반복한다. 내겐 짐을 꾸리는 것도 스트레스다. 재미라고는 여행에 가서 읽을 책 리스트를 쭉 뽑는 게 유일하다.

이번 책은 이별?슬픔?사랑?성장으로 구성됐는데, 애착이 가는 챕터가 있다면?

감정의 선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서 따로 떼어내긴 어렵다.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성장’을 꼽고 싶다. 처음 기획의도와 달리 나중에 삽입된 파트가 바로 ‘성장’이다. 이야기를 모아놓고 보니 ‘성장’만으로 한 파트 만들 수 있을 만큼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책에 여러 화자가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어린 소녀가 화자일 때가 쓰기 편했다. 그래서 그런 그림을 많이 골랐다. 성장이라는 게 사춘기 시절만 하는 건 아니다. 죽을 때까지도 다 못하는 게 성장이기 때문에 이 나이에도 그런 생각을 계속 하는 것 같다.

자주 가는, 좋아하는 장소가 있나?

집이 제일 좋다. 한강 산책도 자주 간다. 요즘은 수영을 배우고 있다. 물가에 가거나 물속에 들어가는 것, 물 곁에 가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비오는 날도 좋아한다.

사랑에 대한 정의, 사랑은 뭐라고 생각하나?

그건 정말 모르겠다.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가질 테고, 그 의미 역시 매 순간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랑이란?’ 정도로 질문을 바꿔본다면, 다른 사람이 사랑에 빠진 나를 봤을 때, ‘저 사람 예전에 비해 참 괜찮아졌다’는 느낌이 드는 게 아닐까 한다. 사랑은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하는, 내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림을 그린 화가들이 하늘에서 이 책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은가?

가정은 해볼 수 있는 거니까, 굉장히 재밌어 하지 않을까? 예전에는 그림 하나로 글도 쓰고, 연극도 만들고, 음악도 만들었다. 이러한 일련의 변주(變奏)로 발전했는데, 요즘은 저작권 문제 때문에 변주가 굉장히 힘들어진 것 같아 아쉽다.


오해 혹은 상상할 수 있는 자유

마지막 질문은 진행자인 정시우 기자의 몫이었다. 만약 지금 이 순간을 누군가 사진으로 남기고, 먼 훗날 이 사진을 본다면 그때는 어떤 글이 나올 것 같으냐는 질문이었다. “지금 이 풍경에서는 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쓰면 재미가 없을 것 같고, 이중에 어떤 한 분을 주인공으로 해야겠죠. 저는 지금까지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아직 여러분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잖아요. 여러분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이유와 속으로 어떤 생각들을 했는지를 상상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이번 책도 마찬가지에요. 제가 어느 정도 이야기를 썼으니까 그 다음 이야기를 여러분이 이어주시면 작가로서 굉장히 기쁠 것 같아요.”

그림은, 아니, 작가 황경신은 독자에게 마음껏 오해할 수 있는 자유, 상상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눈을 감고도 볼 수 있는, 또 다른 눈 하나를 선물한다. “상상인데 뭐 어때!” 이 책은 “이렇게 해도 될까?”, “내가 감히?”와 같은 어느 순간 굳어버린, 경직되어 버린 우리네 생각에 기름칠을 해준다. 그림이 말을 걸어온다. 그림이 이야기를 건넨다. 그동안의 사연과 속내를 고백하듯 조심스럽게. 이제 우린 그저 친한 친구의 말에 귀 기울여주듯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그림이라는 친한 친구도 생겼으니 작가의 바람처럼 책을 보며 상상의 릴레이를 이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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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황경신 저 | 아트북스
황경신의 세 번째 그림 에세이. 첫 번째 그림 에세이 『그림 같은 세상』이 스물두 명 화가들의 그림에 대한 애정을 고백한 책이었고, 두 번째 그림 에세이 『그림 같은 신화』가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들을 모아 풀어낸 신화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그림에서 출발해 황경신이 상상력으로 빚어낸 이야기들을 담았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그림을 보고 나서,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눈을 감고서 떠오른 것들에 관한 것이다. 그림이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들, 어쩌면 그림이 끝끝내 숨겨놓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황경신 작가의 감은 눈을 통과하여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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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영선 (채사모 5기)

“세상에서 서기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목소리 큰 사람이야 얼마든지 많은데 작은 것을 꼼꼼히 기록하고 변함없이 사랑하는 사람은 드물다.” - 故 한창기, <뿌리깊은 나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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