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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에서 흰색은 사악함을 뜻하지 않는가. 따라서 내가 아프리카 여행에 대해 품은 이미지는 새까맣게 타버린 황무지, 그럴 듯한 생명체도 없고 미래에 대한 전망도 없이 약탈자로 들끓는 절망의 땅이었다. 나는 암흑성(dark star)을 헤집고 다니려는 셈이었다.”(『아프리카 방랑』, 41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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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서루의 『아프리카 방랑』 초입에는 그가 아프리카로 떠나야만 했던 수많은 이유가 나온다. 고질적인 기아와 질병, 극심한 가난, 끊이지 않는 전쟁과 난민, 끔찍한 범죄, 미지의 대자연과 야생동물, 태고적 모습을 간직한 원시적 풍습……. 이 모든 풍문을 뒤로 한 채, 폴 서루는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까지 종단한다. 무엇이 그를 아프리카 한가운데로 떠나게 만들었을까? 여기, 아프리카로 떠나려는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다. 아프리카 중부에 위치한 르완다, 그곳의 어린이들에게 동화책을 전달해주는 <북스포르완다(Books for Rwanda, B4R)>의 김민정 씨를 만나보았다.
아이들의 꿈을 위해 동화책을 보내다<북스포르완다>는 유네스코의 지속가능교육발전(ESD) 프로젝트의 일환인 ‘북스포인터내셔널’에서 시작되었다. 북스포인터내셔널은 50여 개국의 나라에 동화책을 보내 유엔에서 정한 새천년개발목표(MDGs) 중 ‘보편적 초등교육 달성’에 동참하는 프로젝트다. “동화책을 읽는 것은 곧 꿈을 꾸는 것이다(Reading books is Having a dream)”라는 모토로, 세계 아이들에게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담은 동화책을 전달하고 있다. 2009년 9월 아프리카 부룬디에 동화책을 전달하는 ‘북스포부룬디’(Books for Burundi)가 처음으로 만들어졌고, 2011년 2월
『소풍대장 코끼리 윔보』를 포함해 총 2종의 동화책 약 3천 권을 부룬디에 전달했다. 그 외에도 네팔, 말라위, 시리아 등의 프로젝트가 진행, 예정되어 있다. 현재 7명의 북스포르완다 팀원들은 오늘도 르완다 어린이들에게 동화책을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르완다에 가기 위한 수많은 여정 중 하나가 바로 출판사의 후원인 것 같은데요, 도서 선정과 후원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사실 이번 도서전 준비 기간과 시험기간이 겹쳐 부족한 점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조금 더 일찍 준비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어요. 열 군데가 넘는 출판사에 연락해서 총 네 군데 출판사의 후원을 받게 됐어요. 1994년 르완다 내전에 관한 도서인 『내일 우리 가족이 죽게 될 거라는 걸 제발 전해주세요』(갈라파고스), 내전 이후 폐허가 된 르완다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 『아마꾸루! 르완다』(세경), 세계 3대 여행 작가 폴 서루의 아프리카 여행을 다룬 『아프리카 방랑』(작가정신), 일본 이시마키 지역의 재해 복구를 위한 자원 활동에 대해 다룬 『3.11 물의 마을이 사라진 날』(에이지21) 등이에요. 도서는 르완다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거나 르완다 내전, 르완다 어린이, 아프리카, 그리고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것들로 선정했어요. 주 목적은 도서 판매를 통한 수익금 조달이구요. 후원받은 도서들은 2013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판매될 예정이에요.『소풍대장 코끼리 윔보』도 국제도서전에서 판매했나요?네. 2012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판매되었고, 좋은 성적을 거두었어요. 1기의 경우, 1년이 채 되지 않는 준비 기간 때문에 부룬디 전달용으로 제작된 『소풍대장 코끼리 윔보』를 르완다 버전으로 변용할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2기부터는 동화책 제작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제작했다는 게 다른 점이에요.이번 동화책의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해냈다는 자부심이 있을 것 같아요.이번에는 동화 선정부터 일러스트레이터 섭외, 번역까지 손수 저희가 다 해냈어요.(일러스트의 경우 작가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졌다) 파랑새가 등장하는 르완다 전래동화 한 편과 한국의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를 영어와 르완다어로 각각 실었고요. 특히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 직접 기획하고 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르완다에 있는 코이카 단원들에게 르완다 전래동화에 대해 문의하고, 내용을 선정했고요. 국내 르완다 유학생에게 번역을 의뢰했어요. 우리나라에 르완다에서 온 유학생들이 꽤 많다는 사실도 이번 기회에 알 수 있었어요. 영어는 잘하는 팀원이 담당하고 각 학교 교수님께 감수를 받는 식으로 완성도를 높였어요.일반적인 동아리에 비해 북스포르완다는 활동량도 많고 스케일이 큰 편이라고 생각해요. 학업과 북스포르완다 활동을 병행하는 게 힘들지는 않나요?정말 힘들어요. 정기적으로 열리는 회의와 행사 준비, 기타 많은 일들이 학교생활과 꼭 겹쳐서 일어나더라구요. 그렇지만 이제는 익숙해졌어요. 시간을 쏟는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수업이 끝나자마자 북스포르완다 간다고 하면 학교 친구들도 힘들겠지만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고. 솔직히 이런 기회가 흔한 건 아니잖아요. 부모님도 처음에는 걱정하셨는데 이제는 조심히 다녀오라고 말씀하세요.르완다라니, 저는 잘 상상이 안돼요.저도요. 그래도 르완다에 가는 게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업무니까요. 저희는 1년 단위로 프로젝트가 이루어지는데, 올해 7월 르완다에 직접 가서 약 한 달 간 체류할 예정이에요. 남들은 방학 때 아르바이트다, 학원이다 바쁜 데 저는 르완다에서 지내는 거죠.힘들지만 뜻 깊은 일을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인가요?동화책을 출판해야 하는데, 펀딩 활동이 가장 어려워요. 일반 장터를 열어서 직접 만든 푸딩이나 에이드 등을 팔기도 하고 사진전도 열어봤어요. 도서전도 참가하구요. 무엇보다 출판 제작비용을 버는 게 가장 힘들어요.
르완다와 대학생이 만들어내는 스토리 있는 여정<북스포르완다>의 구성원들은 방학이면 내로라하는 기업의 인턴십에 지원하거나 영어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는 요즘 대학생들과 다소 다르다. 어디 요즘 대학생들만 그러겠는가. 밤낮 없는 경쟁과 과도한 업무, 늘어만 가는 워킹 푸어와 하우스 푸어, 날이면 날마다 들려오는 끔찍한 범죄와 사회 문제들. 이런 세상에 희망과 인간적인 즐거움은 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그런 건 대체 있기나 한 걸까? 이 겁없는 대학생들이 꾸려가는 르완다로의 여정에서 어쩌면 그 답을 알 것 같기도 했다. “여행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이유는 자기계발이 아니라, 사라지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라는 책의 한 구절이 인터뷰 내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남들은 영어에 학원에 뭔가 취업과 관련된 스펙을 쌓느라 바쁠 텐데, 이런 활동을 하면서 걱정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실제 조급한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일이 제 미래와 전혀 관계없는 건 아니니까요. 저도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어요. 사실 북스포르완다에 들어오게 된 계기도 굉장히 우연적이었거든요. 작년 서울국제도서전에 갔다가 북스포르완다 부스를 발견했어요. 흥미로워서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그럼 저도 가입할 수 있어요?’라고 물어보고 시작하게 됐어요.북스포르완다의 구성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총 일곱 명이에요. 공교롭게도 2기는 다 여대생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저처럼 국문과 학생도 있고, 정치외교학과 학생도 있고.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여서 함께하고 있어요.‘모든 르완다 아이들의 손에 한 권의 동화책을’ 이라는 모토가 인상적인데요, 정말 한 권의 동화책이 아이들에게 전달되나요?동화책 표지에 이름을 쓰는 공간이 있어요. 아이들이 책을 통해 주인의식을 갖고 또 책을 소중히 다루게 하기 위해서예요.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 근처에 있는 시골 마을을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되는데요, 그곳에 있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전달하고 있어요.르완다에서 언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요?NGO 활동가 분들과 코이카 단원들의 도움을 받아요. 사실 그게 좀 걱정이기도 한데, 다녀오신 분들 말을 들어보면 의사소통은 다 가능하다고 하더라구요. 무엇보다 아이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이 기대가 돼요.북스포르완다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저는 한마디로 ‘대학생들의 열정’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국제도서전 준비 기간과 시험기간이 겹쳐 많은 고민을 했어요. 회의를 포함해서 다양한 활동들을 하는데 이걸 다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라구요. 그래도 하다 보니 마무리도 잘되고, 이제 르완다에 다녀오는 일만 남았어요.2013년 서울국제도서전 <북스포르완다> 부스에는 ‘How to Live Well Together’라는 슬로건이 걸려 있다. ‘잘 사는 법’에 대해 이들은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르완다 아이 한 명이 동화책 한 권을 갖기까지 노력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또한 진부한 표현이지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기도 하다. 서두에 등장한 폴 서루의 말을 또 인용하자면 “여행을 하면서 행복하면 좋겠지만, 행복은 여행의 진부한 주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을 나는 <북스포르완다> 버전으로 변용하고 싶다. “살면서 행복하면 좋겠지만, 행복은 삶의 진부하고 수많은 소재 중 하나일 뿐이다.” 르완다 아이들의 손에 한 권의 동화책이 전해질 때 가장 좋은 건 아이들일까 아니면 동화책을 전해준 사람들일까? 혹은 동화책일까? 확실한 건 여기, 아프리카의 한 가운데로 떠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오늘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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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포르완다>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 셋
1. MDGs(Millennium Development Goals)
2000년 UN에서 세계의 빈곤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채택된 의제로 새천년개발목표의 약자다. 2015년까지 세계의 빈곤을 반으로 감소시키자는 범세계적 약속이며, 총 여덟 가지의 목표를 실천하고자 한다. 목표는 다음과 같다. ① 극심한 빈곤과 기아 퇴치 ② 보편적 초등교육 달성 ③ 성 평등 촉진과 여권 신장 ④ 유아 사망률 감소 ⑤ 임산부의 건강 개선 ⑥ 에이즈와 말라리아 등 질병과의 전쟁 ⑦ 환경 지속 가능성 보장 ⑧ 발전을 위한 전 세계적 동반관계 구축
2. 보편적 초등교육 달성
MDGs의 여덟 가지 이슈 중 두 번째 목표로, 빈곤의 종말을 위해 교육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역설한다.
3. 지속가능교육발전(ESD,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유네스코에서 불평등한 사회 구조나 행동 양식의 변화를 위해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해 운영하는 교육 프로젝트이다. 2011년부터 한국에서는 ESD 인증제를 통해 기관 및 단체의 ESD 목적 달성을 장려하고 있다. <북스포르완다>가 속한 <북스인터내셔널>도 유네스코가 정한 ESD 인증 단체 중 하나이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의 저자이자 사회적 출판사인 <에딧더월드>의 대표가 바로 북스포인터내셔널의 김정태 대표이다.
* <북스포르완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blog.naver.com/books4rwanda
※ <북스포르완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첨부한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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