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리허설에서의 최종적 실수가수 생활 15년 만에 뮤지컬에 데뷔한다 하니 그리 떨리랴 싶었다. 이세준 역시 뮤지컬 무대에 대한 낯섬이나 어려움이 생각보다 크진 않았다 한다. 처음엔 연습기간이 너무 긴 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 하지만 최종 리허설 무대에 서고서야 첫 무대에 대한 긴장감이 그를 압박해왔다.
“최종 리허설을 할 때 무대에 제가 나와 있어야 했는데 늦게 나가기도 하고요. 손수건을 전해줘야 하는데 무대에 안 갖고 나간 거예요. 그 때 너무 당황스러워서 지금은 더 조심하고 있어요.”
물론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배우들은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시뮬레이션이 그래서 필요하다. 이세준 역시 혹시나 챙겨 나가야 할 소품을 깜빡했을 경우에 상대 배우와 몸짓으로 합을 맞추기로 했다. 그런 긴장감으로 뮤지컬 <광화문연가2>의 첫 공연을 시작했다.
“제가 달달달 떨더라고요”
어떤 생방송에서도 오차 없는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진행자를 압도하는 능청스러운 재치로 무장해왔던 이세준도 뮤지컬 첫 무대에서만큼은 예외가 없었다.
“첫 무대가 가까워올수록 다른 동료들은 긴장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프로들이 왜 긴장을 하냐고 그랬죠. 저는 하나도 안 떨렸거든요. 실제로 첫 무대에서도 안 떨 줄 알았어요. 올라갔는데 제가 달달달 떨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세준 떠는 것 좀 봐’ 스스로 생각하며 웃겼어요. 노래하면서도 떨 줄 몰랐어요. 티가 났던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긴장감이 엄습했던 이유는 뭘까?
“가수로 노래할 땐 나만 잘하면 되잖아요. 내가 못하면 나만 욕먹으면 되고요. 그런데 뮤지컬은 팀으로 움직이니까 제가 잘 못하면 팀 전체가, 작품 전체가 욕을 먹을 수 있잖아요. 그런 생각이 드니까 부담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공연의 목표가 ‘민폐 끼치지 말자’예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자 하는 건 10원어치도 없고요. 나 때문에 욕먹는 일은 없도록 하자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처음엔 거절했죠”사실 뮤지컬은 보는 걸 좋아했지 무대에 서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던 이세준, 몇 번 제안을 받은 적도 있지만 그저 즐겨 관람하는 취미생활로만 남겨두기로 했던 바, 이번
<광화문연가2> 제안을 받았을 때도 처음엔 완곡한 거절을 했더랬다.
“연기하는 건 상상도 안 해봤고 배운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섭외 제의 전화를 받았을 때 못 할 것 같다면서 ‘뭔데요?’ 물었더니 <광화문연가2>라고 하더라고요. 듣자마자 ‘한 시간만 고민해보고 전화할게요’ 했어요.”그 때 이미 마음이 돌아섰던 거다.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에 그렇게 간단히 뛰어들 수 있었던 건 노래의 힘, 이영훈의 힘이었다.
“이 작품의 매력 때문이었죠.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일단 제가 어려서부터 몸으로, 머리로, 마음으로 들어왔던 노래니까 표현하기 수월할 것 같았고, 연기는 많이 부족하지만 노래로 커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만약에 내가 정말 뮤지컬을 한다면 첫 뮤지컬로 가장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었어요.”한 시간 고민 끝에 뮤지컬에 도전하기로 한 그는 내심 몸치는 아닌지라 춤까지도 각오를 했다. 연출가의 배려로 춤 출 일이 거의 없다는 건 나중에 알았지만.
보는 음악, 듣는 뮤지컬 <광화문연가2><광화문연가2>라고 해서 전작을 답습한 부분은 없다. 전작에서 그린 무거운 시대적 배경도, 심각한 사랑 얘기도 가볍고 밝은 에너지로 전환됐다. 뮤지컬 <광화문연가>를 콘서트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겪는 인물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바로
<광화문연가2>의 얼개. 콘서트 형식이다 보니 노래의 비중이 훨씬 커졌다. 그래서
<광화문연가2>가 표방한 것이 ‘보는 음악, 듣는 뮤지컬’.
“결핍된 캐릭터들이 모여서 그 관계에서 오는 더 큰 결핍과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을 명곡들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거죠. 아담이라는 젊은 아이돌은 편곡을 세련되게 바꾸고 싶어 하고 산하라는 한물 간 캐릭터인 저는 예전 정서를 살려서 하기를 바라죠. 재미있는 건 음악을 오래 한 사람들은 자기 안에 아담도 있고 산하도 있어요. 뭔가 새로운 걸 추구하고 싶은 욕심과 옛날 것을 지키면서 이어가고 싶은, 그런 내 안의 두 사람이 나와서 싸우는 걸 보니까 재미있었어요. 특히 마지막에는 콘서트를 시연하면서 끝내는데 관객들도 다 하나가 되어서 신나게 뛰어놀죠. 그 때 관객들 반응이 참 좋아요.”“모차르트가 환생해서 광화문연가를 편곡한다고 더 좋아지진 않겠죠”최근 수많은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서 불리는 노래들은 대부분 수십 년 전 스테디 넘버들. 그런 명곡은 노래를 듣는 이들에게 과연 얼마나 멋지게 달라졌을까, 혹은 원곡의 느낌을 얼마나 잘 살렸을까 기대치를 높이게 한다. 그만큼의 부담은 고스란히 편곡자나 가수의 몫이 지만. 그리고 그 부담은 <광화문연가>도
<광화문연가2>도 피해갈 수 없었다.
“원곡을 살린 곡과 많이 달라진 곡들이 함께 나와요. 원곡을 살리는 걸 좋아하는 분들은 아담이 부르는 노래들이 많이 튄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런데 저는 산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게 편곡을 아무리 잘해도 원곡을 뛰어넘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노래는 음악적인 면만이 아니라 시대적인 분위기, 지금까지 세월을 거치면서 수많은 정서와 사연, 이야기들이 쌓이는 거잖아요. 그걸 뛰어넘는다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모차르트가 환생해서 광화문연가를 편곡한다고 더 좋아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기자 역시 공감한다. 그만큼 작곡가 故 이영훈에 의해, 가수 이문세에 의해 저장된 유년 시절의 추억의 켜가 깊고도 굵기에. 그리고
<광화문연가2>는 또 하나 추억의 켜를 쌓게 한다.
“제 대사에서도 ‘요즘 애들한텐 낯설고 어색한 게 새롭고 세련된 거야?’ 이런 얘기가 있어요. 그런데 요즘 애들한텐 어른이 생각하기에 낯설지만 실제로 새롭고 세련되게 들릴 수 있거든요. 이영훈 작곡가의 곡들이 워낙 좋아서 새로운 시도도 많았고 반대로 워낙 좋은 곡들이라 새로운 표현의 한계도 갖고 있는 거죠.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얘기하는 그런 부분들이 관객들에게도 계속 회자되는 게 신기했어요.”이세준이 꼽는 관람 포인트
<광화문연가2>는 故 이영훈 작곡가의 서정적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플롯과 바이올린, 첼로가 포함된 8명의 밴드가 무대 아래 가끔 지휘자의 머리만 보이던 오케스트라 핏이 아닌 무대 전면에 배치돼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생동감 있는 무대를 꾸민다. 그리고 이세준이 꼽는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
“추억이 관람 포인트 중 하나인데요.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나 보러 오는 분들이나 추억만 먹고 살 순 없잖아요. 미래를 위한 추억이어야죠. 그렇지만 위대한 옛 것들은 지키면서 미래를 향해 가야하는 게 아닌가 하는 메시지를 잘 이해하셨으면 좋겠고요. 대한민국의 좋은 노래를 만들었던 위대한 작곡가와 그 노래를 잘 소화해낸 이문세라는 위대한 가수를 자랑스럽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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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이세준에게 다짜고짜 ‘라디오스타’식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이세준에게 연기란?
“처음 달아본 하이패스. 저는 하이패스를 최근에 달았어요. 처음 톨게이트를 지나가는데 떨리더라고요. 될까? 싶었어요. 그런데 되더라고요. 얼마나 멋지게 지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상처리되었습니다’가 나왔을 때 짜릿하더라고요. 톨게이트를 지나기 전에는 겁도 나고 설레기도 했거든요. 연기도 그랬어요. 설레고 기대도 되고 걱정도 많이 됐는데 다행히 사고 없이 일단 시작은 됐어요. 물론 갈 길은 멀어요. 고속도로를 달려서 목적지에 도착해서 톨게이트를 다시 통과하려면 먼 길을 가야 하는데 시작은 잘 했으니까 안전운전해서 잘 도착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켜보고 싶어졌다. 7월까지 이어지는 <광화문연가2>의 장기 공연이 아니라 그 후 뮤지컬 배우로서의 행보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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