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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왜 영어보다 일본어가 친숙할까?
영어에 비해 일본어를 보다 쉽게 배우는 이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사교육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영어를 공부한다. 절대 다수가 해당되지는 않지만 영어를 기계적으로 학습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과연 우리는 한국어를 배울 때 영어처럼 배웠을까?”이다. 질문을 받은 사람들이라면“아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우리는 영어를 학습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일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사교육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영어를 공부한다. 절대 다수가 해당되지는 않지만 영어를 기계적으로 학습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과연 우리는 한국어를 배울 때 영어처럼 배웠을까?”이다. (이런 의문점은 4부 칼럼 ‘조기 언어 교육, 왜 아이들을 해외로 보낼까?’ 편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질문을 받은 사람들이라면“아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우리는 영어를 학습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일까? 영어에 비해 일본어를 보다 쉽게 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어와 일본어의 문장구조의 차이를 통해 칼럼의 마지막에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어는 한국어와는 다르다.
우리는 각종 영어시험의 지옥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영어점수는 쉽게 오르지 않는다. 외국인을 만나면, “I am fine, thank you! and you?” 라는 문장만 자연스럽게 떠오를까? 왜 영어를 공부하면 어려움을 겪는 것일까? 그 이유는 한국어와 영어의 문장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빠짐 없이 등장한 놈 촘스키.
촘스키가 언어학의 끼친 영향은 크다.
이제 통사론적 접근을 통해 그 해답을 차근차근 풀어보자.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는데 바로 놈 촘스키의 ‘보편문법(Universal Grammar)‘이라는 개념이다. 보편문법이란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언어가 보편적인 특성 혹은 규칙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외국어학습에 있어서 주요 관심사가 되는 부분이다. 그 다음으로는 영어와 한국어의 문장구조를 비교분석하여 차이점을 확인하는 것이다.
위의 두 문장을 살펴보면, 두 언어 모두 주어가 문두에 위치하지만 동사부분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어는 주어 다음에 위치하는 반면 한국어는 목적어로써의 학생이 나타나고 다음에 위치를 한다. 더욱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통사론에서 문장의 구성성분을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인 수형도를 통해 문장을 분석해보자.
(2)는 영어 ‘I am a student’를 나타내는 수형도이다. 수형도를 보면 서술어에 해당되는 VP부분에서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어는 VP의 구조가 ‘VP → NP V’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수형도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 문장성분들의 관계(어순이나 상하관계)를 보다 명확히 설명하기 위해서 사용된다. 주의할 점은 부사구 수식관계에서의 파악이다. 예를 들면, “너는 철수를 왜 만났니?”의 문장에서 “왜”는 ‘만나는 것의 이유’를 묻는다. 만약 “너는 왜 철수를 만났니?”의 문장처럼 ‘왜’가 문두에 나오면 다른 사람이 아니고 ‘왜 철수를 만났니?’라는 뜻과 ‘철수를 왜 만났니?’의 두 가지 뜻이 나온다.
수형도를 바탕으로 영어와 한국어의 문장구조의 차이가 외국어를 학습하면서 겪는 문제점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일본어는 어떨까? 과연 영어처럼 어려움을 겪을까?
왜? 한국 사람은 영어보다 일본어가 친숙하게 다가올까?
개인적으로 일본 비디오게임과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덕택에 일본어가 영어보다 친숙하다. 이러한 경향은 필자 뿐만 아니라 한국인 대부분에게 해당한다는 사실을 통사론적 접근방법으로 확인해보자.
한국어에서 주어 ‘나’ 그리고 일본어에서 주어인 ‘私(わたし)は’ 모두 문장에 앞에 위치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동사 부분에 해당되는 서술어의 위치이다. 서술어의 위치가 두 언어 모두 문장 뒤에 위치한다. 따라서 두 언어의 동일한 문장구조 때문에 영어보다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어를 쓰는 화자가 일본어를 학습할 경우에 영어보다 문장구조를 확연히 판단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일본어와 한국어는 같은 어족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어족을 뿌리로 하는 언어들은 타 언어를 학습할 때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 본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어와 한국어만 해당되지 않는다. 영어를 쓰는 모국어 화자가 스페인어를 학습할 경우도 해당된다.
이번에는 수형도가 아닌 핵심어 Topic-word(화제 또는 주제)를 통해 문장을 분석해보자. 한국어와 일본어는 기본적으로 각종 문법기능이나 담화기능을 위해 어미나 조사가 발달되어 있다. 따라서 문장의 화제가 되는 부분은 문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대상이고 화제를 나타내는 표시로 한국어는 ‘-은/는’이가 붙고 일본어는 ‘-wa’가 붙는다. 또한 ‘-은/-는’은 또한 강조나 대조를 나타내기도 한다.
위에서 watashi-top의 TOP은 TOPIC(주제어)이고 괄호 안의 (Cop.) 부분은 원래 be 동사 copula verb (술어) 란 의미로 쓰는 것이지만 굳이 표기를 안 한다. 이유는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은 TOPIC부분만 표기해도 해석만으로도 뜻이 분명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면, 한국어에서는 문법상의 주어가 담화에서 ‘화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에서는 이런 구분이 없으니 문법적인 주어만 있고 강조를 위해서는 강세를 통해서 나타난다. 아니면 분열구문을 사용해서 “It is x that ~”형식으로 나타낸다.(흔히 학교문법에서 말하는 it that 강조구문에 해당된다.) 한국어는 또한 강세에 따라 ‘나는 학생이다’는 ‘다른 사람 말고 내가 학생이다’라는 대조의 표현도 나타낼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은 일본어도 해당이 된다. 즉, 주제화된 구문이 주된 진술방식으로 사용된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통사론적으로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문법의 집착. 과연 효과적일까?
한 언어의 실력을 측정하기 위해 각종 시험에는 다양한 문법문제가 나온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장 구조를 파악하는 문제가 나올까? 문장구조만 파악하면 충분할까? 다음 예문을 통해 이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6) colorless green ideas sleep furiously
통사론적 분석으로 본다면 ‘colorless green ideas’는 문장의 주어 부분, ‘sleep’은 동사 ‘furiously’는 부사에 해당된다. 통사론적인 분석은 틀린 부분이 없다. 하지만 이 문장을 해석해보면 문제점이 발생한다. 문장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의 문제이다. 문법적 구조를 파악하는 시험 문제로 위의 문장이 나왔다면 과연 문장에 오류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의미론적 관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녹색이 색이 없는 것인가? 아이디어가 눈에 보이는 것이라면 색이 있는 것인가? 마지막으로 잠을 격렬하게 잘 수 있는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문법구조에 집착만이 답이 아니다. 하지만 언어마다 다른 문장구조의 차이가“언어는 다르다”라는 결론을 내리기 때문에 통사론적 문제를 배제할 수만은 없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문법을 통한 문장구조 파악과 어휘를 암기하는 데에 그 어려움이 배가된다. 하지만 많은 어휘를 알고 완벽한 문장구조를 숙지하였다고 원어민 수준의 회화를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외국어를 과감하게 “버려!”라고 말할 수도 없다. 다만 이번 칼럼을 통해 근본적인 문장구조의 차이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싶었다. 통사론적 분석으로 “언어는 다르다”라는 결론을 보여주고 싶었다.
외국어를 학습하는 과정에 있어 요행은 없다. 각 해당되는 부분의 완벽한 학습만이 지름길인 셈이다.
관련태그: 놈 촘스키, 노암 촘스키, 언어학, 보편문법
함께 살아야죠. 다 같이 행복해야죠.
<노암 촘스키> 저/<이두원> 역9,500원(5% + 1%)
촘스키는 이 새롭고 특별한 책에서 언어학의 최근 연구를 신경과학의 세부영역에 통합하면서 언어와 정신 그리고 뇌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발전시킨다. 아드리아나 벨레티 교수와 루이지 리찌 교수가 편집하였는데 명료하게 책 내용을 소개하는 서문으로 시작하여 인간의 정신과 뇌와 언어 능력을 주제로 하는 촘스키의 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