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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대의 첼로, 네 남자의 사계절… 그리고 송영훈

세계 최초, 4첼로로 비발디 사계를 연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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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질린 적도 있죠. 첼로를 열기도 싫고. 지금은 그런 시기를 지난 것 같아요. 점점 더 좋아져요. 3백 년 전 바흐가 있었을 때도 첼리스트는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렇잖아요. 그렇게 보면 저 역시 그 일부분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곡 한곡, 한곡을 정말 잘 이해해서 충실하게 무대에 올릴 것인가 요즘은 그걸 생각하고 있어요.”



1년 일정 중 가장 기다려 온 축제

그가 말했다. 독주회는 마라톤, 협연은 중장거리, 실내악은 즐기면서 할 수 있는…(그가 비유를 생략한 관계로)산책? 어찌됐든 연주자에게 독주회는 그만큼 힘이 드는 작업이고, 실내악은 그나마 여유롭게 할 수 있는 연주 정도로 파악하자. 그에게 4, 5월은 실내악 연주가 많은 시기. 그런데 그 여유로움 가운데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는 건 연습이다.

“1년 스케줄을 짤 때 가장 중요한 게 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이죠. 그리고 지금은 제가 1년 캘린더를 볼 때 가장 바라던 6월에 있는 <송영훈의 4첼리스트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고요. 네 사람 모두 바쁘게 활동하다가 만나는 거죠. 20년 지기 친구들이라 그야말로 축제예요. 한국 청중들이 정말 좋아해주시고요.”

3년 전, 송영훈은 그의 20년지기들과 환상적인 조율을 시작했다. 제11회 차이코프스키 국제경연대회 준우승과 2001년 뉴욕 나움버그 콩쿠르 1위 등 국제적 명성을 쌓은 중국의 대표적인 첼리스트 리 웨이 첸 (Li Wei Qin), 로잔과 멘델스존 콩쿠르 등 여러 콩쿠르를 석권하며 바젤과 로잔느 체임버 오케스트라 첼로수석 등을 지낸 스위스의 요엘 마로시 (Joel Marosi), 스웨덴이 낳은 대표적 첼리스트로 런던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클래스 군나르손(Claes Gunnarsson).

간략히 줄인 게 딱 요 정도다. 그러니까 더 줄여 말하자면 모두 자국을 대표하는 첼리스트인 동시에 세계 최정상을 달리는 음악가들 되시겠다.


세계 최초, 4첼로로 비발디 사계를 연주하다

“1년 스케줄을 짤 때 가장 중요한 게 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이죠. 그리고 지금은 제가 1년 캘린더를 볼 때 가장 바라던 6월에 있는 <송영훈의 4첼리스트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고요. 네 사람 모두 바쁘게 활동하다가 만나는 거죠. 20년 지기 친구들이라 그야말로 축제예요. 한국 청중들이 정말 좋아해주시고요.”

그들은 서로 말 없이도 조율이 가능하다. 기본적인 서로의 성향을 너무나 잘 알고, 그만큼을 배려한다. 그러다보니 해마다 새로운 프로젝트로 함께 공연을 하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저와 트리오 활동을 하고 있는 피아졸라 탱고의 대가 파블로 징어(Pablo Zinger)가 편곡을 해줘서 피아졸라 작품을 많이 했는데 올해는 피아졸라 작품뿐 아니라 또 다른 시도를 하려고 해요. 제가 친구들에게도 물어봤더니 그런 건 해본 적이 없대요. 그래서 더 좋다고 하죠. 비발디의 사계를 첼로 넉 대로 연주하는 건 세상에서 처음이 아닐까.”

송영훈의 발상으로 탄생된 4첼로의 비발디 사계. 그는 처음 영국 첼리스트이자 편곡자 제임스 배럴릿(James Barralet)에게 살짝 눈치를 보며 물었다. 혹시나 사계가 첼로로 편곡이 가능할까 하고. 제임스 배럴릿은 대번에 탁월한 아이디어라며 그의 프로젝트에 흔쾌히 동참했다.




“지금 다들 무지하게 연습하고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첼로 넉 대로, 네 남자가 과연 사계절을 어떻게 표현해낼까?

“봄은 클래스 군나르손, 여름은 리웨이, 가을을 요엘, 겨울을 제가 연주해요. 사계는 바이올린으로 표현하기에도 사실 어려워요. 더구나 음역대가 넓어서 첼로로는 시도조차 못했던 일이죠. 우리 연주자들도 즐기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숙제가 되는 게 아닐까 나름 걱정하고 있었는데요. 편곡을 마친 악보를 받아보니까 과연 연습을 무지 해야겠더라고요. 아마 지금 각자 연습에 전념하고 있을 거예요.”

최초의 첼로 연주이니만큼 연주자도, 편곡자도 고심이 많았다. 그래도 송영훈이 크게 안도할 수 있었던 건 첼로가 보여줄 수 있는 음역대가 잘 표현된 편곡. 제임스 역시 첼리스트라는 것이 주효했다. 이제 표현은 그들 4첼리스트의 몫.

“아직은 4첼로의 사계를 뭐라고 표현해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만 4첼리스트의 매력이라면 훌륭한 솔로이스트고, 실내악 연주자고, 다른 사람의 연주를 즐기는 사람들이라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다는 거죠. 아마 이제까지와 다른 색깔이 나올 거예요. 적게는 12명, 많게는 20명이 연주하는 비발디의 사계를, 특히 하프시코드의 역할까지 저희가 다 해야 해서 할 일은 정말 많아요.”

비발디 사계는 1년이라는 시간의 방대함 속에 담긴 세밀한 계절의 변화를 다양한 악기로 표현한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 천둥치는 소리 같은 크고 작은 자연의 움직임을 과연 오케스트라가 아닌 넉 대의 첼로만으로, 어떻게 그려낼까?


“Great! Let's do it!”

개인적인 그들의 역량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이 작은 한국에서 열리는 해마다의 콘서트를 위해 만사 제치고 달려오는 세계적인 첼리스트들, 아니 송영훈의 친구들이 궁금해졌다.

“이런 콘서트를 하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친구들한테 전화했어요. 이런 프로젝트가 있는데 한국에서 할 수 있냐 했더니 바로 ‘Of Course’한 거죠. 모두 신이 났어요. 그런 기회가 많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3년 전에 시작한 거죠.”

한국에서의 첫 공연이 끝나고 기립박수와 함께 뜨거운 환호를 받았던 4첼리스트들, 멤버들 모두 송영훈을 치켜세웠다. ‘네가 여기에선 록스타인가 보다’ 하고. 정작 송영훈도 깜짝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토록 반응이 좋을 줄이야. 자신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송영훈의 4첼리스트 콘서트>, 리더는 결코 아니라고 하지만 부득불 프로젝트를 끌고 가는 건 역시 그. 그는 영국에서 세계적인 첼리스트 랄프 커쉬바움(Ralph Kirshbaum) 문하에 같이 있었던 동생들 리 웨이와 클래스, 핀란드 헬싱키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아르토 노라스(Arto Noras) 문하에 있을 때 형제같이 지냈던 형 요엘, 이들을 형제나 진배없다 생각한다.

“뛰어난 음악가일 뿐만 아니라 형제처럼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거죠. 사실 이번 공연도 쉽지 않아요. 그냥 지금부터 연습해야 해요. 네 사람이 열정을 가지고 해야지만 가능한 일이거든요. 하지만 서로 눈치 보지 않고 학창시절부터 같이 해오던 친구들이라 이걸 이렇게 할까, 저걸 저렇게 하면 안 될까 하는 게 없어요. 그냥 하면 ‘Great! Let's do it’, 그래서 할 수 있었던 거죠.”


“수백 년간 존재해온 첼리스트 중 하나일 뿐”

그는 첼로 연주를 제외하곤 단 세 가지만 한다. 프로그램 구상, 스케줄 정리, 그리고 교육. 앞으로 어떤 레퍼토리를 준비할 것인가, 다음 연주 전에 얼마나 연습할 시간이 있는가, 그리고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발전시킬 수 있을까. 단점은 쉴 틈이 없다는 것, 장점은 그래서 권태로울 새가 없다는 것.

“저를 봐오신 분들, 저와 함께 늙어가는 분들에게 또 어떤 선물을 할까? 그래서 첼로의 모든 걸 보여줄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거든요. 그래서 파블로 징어(Pablo Zinger), 호세 프랑크 바예스테르(Jose Franch Ballester)와 트리오도 했었고, 그 전에는 탱고앨범을 내면서 일본의 쿠아트로시엔토스(cuatrocientos) 밴드와도 연주했었죠. 그러다 다른 걸 한 번 해보고 싶어서 넉 대의 첼로가 함께 하는 걸 생각해보게 된 거고요.”

그의 쉴 틈 없는 구상이 없었다면 4첼리스트의 사계 역시 들을 수 없었단 얘기다.

“사실 질린 적도 있죠. 첼로를 열기도 싫고. 지금은 그런 시기를 지난 것 같아요. 점점 더 좋아져요. 3백 년 전 바흐가 있었을 때도 첼리스트는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렇잖아요. 그렇게 보면 저 역시 그 일부분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곡 한곡, 한곡을 정말 잘 이해해서 충실하게 무대에 올릴 것인가 요즘은 그걸 생각하고 있어요.”

그는 밤늦게라도 첼로 연주를 빠뜨리지 않는다. 과거 연주를 앞두고 준비를 위해 첼로를 켰다면, 그렇게 자신이 첼로에게 다가갔다면 지금은 첼로가 자신을 부른다. 그저 다시 좋아졌단다. 처음처럼.


그래서 이제는 관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첼로를 연주한다는 송영훈, 물론 관객을 위한 프로젝트는 여전히 구상 중이다. 늘 같은 것 말고, 혹은 또 받아도 기분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콘서트. 물론 4첼리스트의 연주도 아이디어가 고갈될 때까진 계속될 것이다. 그의 아이디어가 마르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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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예진

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쏘다닌 지 벌써 15년.
취미는 일탈, 특기는 일탈을 일로 승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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