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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노동절 (근로자의 날)’ 을 맞이하며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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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니즘에 지쳐 우리 괴물이 되지는 말자는 것. 그게 목적이 될 수는 없다는 것. 그걸 잊지 않는 것이 적어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아니겠느냐는 것.

5월 1일. 오늘은 노동절, 메이데이다. 공식 명칭은 근로자의 날.

 

근로자는 누구인가? 뭐, 여러분이 지금 바로 생각하시는 대로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이렇게 나온다.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

한 마디로 월급 받으며 일하는 사람을 근로자라 할 수 있다. 월급 받으며 일하는 대열에서 밀려나 어쩔 수 없이 사장이 된 사람들이 요즘 많아졌다 할지라도 돈을 버는 성인들의 대부분이 근로자일 것이다.

 

나의 만족과 행복이 목적이 아니라 회사의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일을 하므로 근로자의 생활이라는 것은 뻔하다. 즐겁고 재밌는 시간보다는 힘들고 짜증 나고 열 받고 마음에 안 드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 회사 혹은 사업장에서 말이다. 위에서 내려오는 일을 웬만해서는 다 해야 하고, 만약 진짜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 왜 할 수 없는지를 가능하면 숫자와 함께 위에서 납득할 만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사실 이 능력은 근로자가 가져야 할 능력 중 가장 중요한 능력일 테지만, 바빠 죽겠는데 담당자가 탁 보기에 안될 것이 뻔한 일이 왜 안되는지 얘기하는 것은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담당자를 지치게 한다.

 

또 뭔가 나와 뭔가 잘 안 맞는 사람과도 회사의 이윤 추구라는 목적 하에서는 잘 지내야만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억지로 얘기도 해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내가 이 조직에서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윗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윗사람이 듣고 싶어 하고 보고 싶어하는 것을 먼저 짠, 하고 제시할 수 있는 센스도 필요하다.

 

일의 애환에 대해 소설가 김훈은 산문집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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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놀기를 좋아하고 일하기를 싫어한다. 나는 일이라면 딱 질색이다. 내가 일을 싫어하는 까닭은 분명하고도 정당하다. 일은 나 자신으로부터 소외시키기 때문이다. 부지런을 떨수록 나는 점점 더 나로부터 멀어져서, 낯선 사물이 되어 간다. 일은 내 몸을 나로부터 분리시킨다. 나의 현존이 몸으로부터 떠나갈 때, 나는 불쾌하고 불안하고 불편하다.” (p26)

 

근로자의 신분으로 회사에서 내 모습 그대로 행동하기엔 여러 가지로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일은 나 자신으로부터 소외시”킬 때가 많으나,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갖고,  그 일을 지키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박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한다는 이유가 모든 것을 정당화시키는 것이 요즈음이 아닌가 싶다.

 

최근에 『이상한 나라의 정치학』을 읽었다. 이 책의 저자 경제평론가 이원재는 한겨레경제연구소를 설립해 5년간 소장을 지내다가 작년 대통령선거 때 안철수 후보 진심캠프 정책기획실장을 맡았다. 정책기획실장을 맡으면서 각 지역으로 지원 유세를 돌면서 저자가 경험한 것은 “이른바 ‘먹고사니즘’ - 나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다른 고려는 하지 않는 이기적 이데올로기 - 이 다른 모든 가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어떤 욕망은 날 것 그대로다. 그야말로 ‘먹고사니즘’의 여과없는 표출이다. 자신이 속한 사회의 모두에게 피해가 가더라도 나만은 안전했으면 한다. 나와 내 자식만은 소외되지 않았으면 한다. 세금이 조금 낭비되더라도, 우리 집 근방이 개발되어서 집값과 땅값이 올랐으면 한다. 공교육이 중요하고 고등학교만 나와도 잘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믿지만, 내 아이만은 외고와 자사고에 진학하고 일류대학에 갔으면 한다.”

나의 먹고사니즘을 지키는 것이 최대의 목적이 되어버리면, 결국 내 먹고사니즘을 지킬 수 없게 될 확률은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라. 회사 내에서 내 실적만 중요하다고 아우성치면 실적을 위한 일, 즉 일을 위한 일 위주로 하게 된다. 그게 쌓이면 자연스레 그 회사의 비즈니스의 질은 떨어지고 돈을 내는 고객도 떨어져나간다. 고객이 떨어져서 수익이 악화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각 지역마다, 어찌됐든 뭔가 큰 건물을 만들면 나중은 어떻게 됐든 그 기간엔 돈이 풀리게 되니, 대통령 후보든 국회의원 후보에게 지역개발공약을 내놓으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세금이 낭비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결국 본인도 책임의 일부를 떠안게 된다는 것.

 

“함께 사는 사회를 생각한다고 내가 뭔가를 희생하고 포기하고 감수하여 실제로 내 실적 떨어져 회사에서 쓸모 없는 사람이 되면, 그건 누가 책임질 건데? 나라 생각하며 우리 동네 발전 양보하다, 다른 곳은 빌딩 올라가는데 우리 동네는 계속 요 모양이면 그 피해는 누가 보상하는데?”라는 얘기 자연스레 나올 수 있다. 상대방이 뭔가를 취할 때 정의를 외치다 아무것도 취하지 못할 때 느끼는 박탈감과 열등감, 경험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당연하다. 그래서 리더가 중요하고 정치가 중요할 터. 

 

근로자의 날에 맞추어 근로자의 애환에 대해 얘기하다 삼천포로 빠진 듯하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아니 나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싶었던 것이 사실 이거다. 먹고사니즘에 지쳐 우리 괴물이 되지는 말자는 것. 그게 목적이 될 수는 없다는 것. 그걸 잊지 않는 것이 적어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아니겠느냐는 것. 소설가 김훈의 산문집을 다시 인용하며 마무리한다.

 

“봄에, 새잎 돋는 나무를 바라보면서 나는 늘 마음이 아팠다. 나무들은 이파리에 엽록소가 박혀 있어서 씨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으면서 햇빛과 물을 합쳐서 밥을 빚어낸다. 자신의 생명 속에서 스스로 밥을 빚어내는 나무는 얼마나 복 받은 존재인가. 사람의 밥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속에서 굴러다닌다. 그래서 내 밥과 너의 밥이 뒤엉켜있다. 핸드폰이 필요한 것이다. 엽록소가 없기 때문에 핸드폰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다들 핸드폰을 한 개씩 차고 거리로 나아간다.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이 글을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밥벌이는 밑도 끝도 없다. 그러니 이 글에는 결론이 없어도 좋을 것이다. 나는 근로를 신성하다고 우겨대면서 자꾸만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라고 몰아대는 이 근로감독관들의 세계를 증오한다. 나는 이른바 3D 업종으로부터 스스로 도망쳐서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인간들의 저 현명한 자기 방어를 사랑한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근로감독관들아. 제발 인간을 향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조져대지 말아 달라. 제발 이제는 좀 쉬라고 말해 달라. 이미 곤죽이 되도록 열심히 했다. 제발 이제는 좀 쉬라고 말해 달라. 이미 곤죽이 되도록 열심히 했다. 나는 밥벌이를 지겨워하는 모든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 친구들아, 밥벌이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이걸 잊지 말고 또다시 각자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 무슨 도리 있겠는가. 아무 도리 없다.” (37page)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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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정희

독서교육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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