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던 엄마(윤여정) 집에 나이 값 못하는 가족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한다. 엄마 집에 빈대 붙어 사는 철없는 백수 첫째 ‘한모(윤제문)’, 흥행참패 영화감독 둘째 ‘인모(박해일)’, 결혼만 세 번째인 뻔뻔한 로맨티스트 셋째 ‘미연(공효진)’, 서로가 껄끄럽기만 한 삼남매와 미연을 쏙 빼닮아 되바라진 성격의 개념상실 여중생 ‘민경(진지희)까지. 모이기만 하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은 이들의 속사정을 무엇일까.
천명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고령화 가족>이 오는 5월, 개봉한다. 전작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통해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경험이 있는 송해성 감독은
“흔히들 가족 이야기는 뻔하다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모든 집안의 속내를 들춰보면 결코 뻔하지 않다. 그 안에 수없이 많은 부딪힘과 그것에 내포된 무수한 의미들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4월 8일, 압구정CGV에서 열린
<고령화 가족> 제작보고회는 방송인 박경림의 사회로 ‘돌직구 인터뷰’ 콘셉트로 진행됐다. 메인 예고편 공개 후, 극단적 프로필을 자랑하는 ‘인생의 짝-고령화가족 편’ 캐릭터 영상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5인5색 돌직구 토크쇼’에서는 캐스팅 비화를 비롯해 영화 속 가장 폭력적인 캐릭터, 먹는 장면에서 가장 잘 먹은 배우 등을 주제로 지목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령화 가족>은 엄마라는 존재, 즉 집으로 돌아감으로써 자신을 재충전하고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되는 삼남매 이야기를 그린 작품. 송해성 감독은
“소설 속 등장하는 ‘인모’가 실패한 영화감독이라는 점에서 많이 끌렸다. 누구보다 ‘인모’라는 캐릭터가 내 얘기라는 생각이 있었다”며,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집안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려주고 있다라는 것, 엄마가 있다라는 것, 이런 것들이 희망, 위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연출 동기를 밝혔다.
극중 실패한 영화감독을 연기한 박해일은
“주위에서 흔하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고령화 가족>을 출연하게 됐다. 함께 해보고 싶었던 송해성 감독님과의 작업이 즐거웠다”고 밝혔고, 공효진은
“박해일, 윤제문, 윤여정 선배님들이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흔쾌히 출연하게 됐다. 너무 즐겁게 촬영했다”며,
“영화 속 형제들이 실제 우리 가족이라면 정말 걱정됐을 것”이라며
<고령화 가족>의 문제 많은 독특한 캐릭터를 설명했다. 모성애 강한 ‘엄마’ 역으로 열연한 윤여정은
“처음에는 이 엄마라는 여자가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내가 꼭 이 역할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감독님을 따라가다 보니 이해가 갔다. 극중 자식들이 진짜 다 내 새끼 같았다”고 촬영 후기를 말했다. 윤여정은 송해성 감독과 함께했던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찍으면서, 편집 상의 이견으로 송 감독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령화 가족>을 촬영하면서 두 사람은 화해를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동안 잔소리하는 엄마 역할은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엄마는 밥만 먹이고, 모른 척 하는지 아는 척 하는지 그냥 있는, 특이한 엄마에요. 내가 이 영화에 감사한 건 내가 엄마로 승격한 것 같다는 점이에요. 자식들이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게 이 엄마일 거에요. 자식들은 잔소리를 한다고 달라지지 않잖아요. 이들이 다 내 말을 안 들으려고 한 게 아니고 인생이 만만치 않으니까 이렇게 된 건데…. 핏줄은 아픈 것이고, 다들 제 갈 길을 가는데 그러다 보면 쟤는 저럴 수 밖에 없고….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한 지붕에서 다같이 사는 것. 이게 가족인 것 같아요.” (윤여정)
영화
<고령화 가족>에서 다 키워 내보낸 자식들이 다시 돌아오게 된 ‘엄마의 집’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 같은 공간이다. 무능하고 철 없는 백수 첫째, 하던 일을 말아먹었지만 허세만은 하늘을 찌르는 둘째, 위 아래 없는 막내 여동생, 그 여동생을 속 빼 닮아 되바라진 조카까지.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식구들에게 끝없이 음식을 해 먹이며 감싸 안는 엄마는 나이 값 못하는 삼남매의 자양분이자 이 영화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관객들은 가족 사이에서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서로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고령화 가족>의 구성원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사회적 무능함, 경제적 실패, 이혼 등 각자의 사연을 안고 십여 년 만에 엄마 집에서 기막힌 동거를 하게 된 삼남매. 독설은 물론 주먹질, 발차기까지 서슴지 않는 가족들이지만, 이들이 밥상 앞에서 도란도란 끼니를 나누는 장면을 보다 보면, 관객들은 진정한 식구(食口)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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