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찾기>의 대사 중에 그런 게 있어요. ‘운명은 항상 곁에 있는 거죠. 단지 깨닫지 못할 뿐이죠.’ 옆에 있는 누군가가 발견치 못했는데 갑자기 사랑으로 다가오고 두근거리게 만들고. 그런 시점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 노래 가사에도 있지만 ‘사랑은 소름처럼 돋는다’고, 갑자기 나에게도 저런 사랑이 오겠구나 하고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공개 오디션과 배우 콜 오디션 등 400:1의 경쟁률을 뚫고 이룬 9명의 뉴 캐스트, 그 중 눈이 가는 얼굴, 그런데 실제로 만나보니 지면만큼 얼굴 크기가 작다. 지난해 <김종욱 찾기>로 만난 강동호에 이어 강성까지. 이종석 감독님, 주인공 선정에 설마 얼굴 크기를 염두에 두시진 않죠?
“이번에 이종석 연출과 배우들이 생각하는 게 있어요.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지만, 인물 한 명, 한 명의 삶이 묻어나는, 깊이 있고 진지한 측면도 담아내려고 해요. 그래서 그냥 웃음뿐 아니라 진지함 속에서 묻어나는 삶의 웃음도 배어나올 것 같아요.”
영화처럼 웃다 나오면 남는 게 없는 뮤지컬들도 꽤 된다. 뭐 ‘예술작품’보다는 ‘오락거리’라는 측면을 공략한 걸로 볼 수 있겠지만. 어쨌든 시즌별로 차곡차곡 인기를 모아온 <김종욱 찾기>의 가장 큰 매력은 웃음 반 설렘 반, 그래서 보고나면 어쩔 수 없이 함께 간 오래된 연인에게서 새록새록 모종의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 그런데 이번엔 진지한 웃음까지 담아낸단다. 이번엔 모쪼록 조금 더 세심하게 배우들의 표정을 체크하자.
“물론 핫팬츠도 입을 수 있죠.”
굳건한 입술만 아니라면 다소 가녀린 인상인 듯한 그가 다음 기회엔 핫팬츠와 탑도 입을 요량이란다.
“확실히 멀티맨이 제일 힘들죠. 저는 동선보다 감정을 따라가는 게 더 힘든 것 같아요. 주인공과 김종욱에 차이점을 두고 연기해야 하니까요. 처음에 멀티맨에 욕심이 났어요. 나중에 시켜주시면 해보고 싶어요. 핫팬츠도 얼마든지 입을 수 있습니다. 탑도요. 저 가능합니다.”
뭐 여장은 훌륭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상상을 해버렸다.
“사랑은 소름처럼 돋는다”
기자도 두세 번 봤지만 <김종욱 찾기>는 해마다 찾아오는 봄처럼 설레게 하는 뭔가가 있다. 배우 강성은 그게 뭐라고 생각할까?
“<김종욱 찾기>의 대사 중에 그런 게 있어요. ‘운명은 항상 곁에 있는 거죠. 단지 깨닫지 못할 뿐이죠.’ 옆에 있는 누군가가 발견치 못했는데 갑자기 사랑으로 다가오고 두근거리게 만들고. 그런 시점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 노래 가사에도 있지만 ‘사랑은 소름처럼 돋는다’고, 갑자기 나에게도 저런 사랑이 오겠구나 하고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나는 마초다.’
아무리 정해진 역이라도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 되고 보면 관객들은 누구의 버전은 어떻더라 평을 하기 마련이다. 골라보는 재미, 미리 듣는 팁 정도로 여기면 무난할 배우 강성이 말하는 ‘남자’의 분석.
“우선 저는 성향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생김새와 다르게 마초적인 게 있거든요. 그런 게 순간순간 나와요. 화를 내거나 제 감정을 억누를 때 ‘하이드’가 나오는 거죠. 반면에 장우수 배우는 굉장히 부드럽고 로맨틱하거든요. 저는 좋아하면 괜히 ‘왜? 뭐?’ 그렇게 말해요. 대신 그래서 연기할 때 더 빠져드는 것 같아요. 평소와 다르니까 순간 확 빠져들어 연기하다보면 더 울컥하게 되거든요.”
외모와 달리 마초적이고 까칠하다는 이 남자, 얼마나 뽀송뽀송하게 ‘그녀’에게 사랑을 속삭일런지 자못 궁금해진다.
나에게도 김종욱이 있다!
‘김종욱’은 그러니까 누구나가 갖고 있는 풋풋한 시절 첫사랑의 대명사. 이미 결혼해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강성, 그의 김종욱은 과연 잔상일까?
“저는 항상 지금 첫사랑 중이죠.(웃음)”
흠, 유부남들은 어디에서 아내의 바가지 방지 교육이라도 받거나 따로 매뉴얼을 갖고 있는 걸까?
“(웃음)사실 첫사랑이 없었다면 이상한 거죠. 그런데 시간이 많이 지났잖아요. 거의 10년 정도 지난 이야기니까 가끔 꺼내보는 기억이죠. 그게 아련함이나 그리움이 아니라 그 때 그런 감정이었더랬지 하는 정도죠.”
브라보, ‘바가지 방지법’ 수위 조절에 성공한 걸로.
자 그럼 이번엔 본격적으로 뭇여성 독자들을 좀 애틋하게 해보자. 관객 모두의 ‘김종욱’이 떠오를 법한 장면이라면?
“달달한 장면들이 사실 많지만 전 개인적으로 기차역에서의 작별 장면이 좋더라고요. 본인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저 사람이 진짜 내 운명이라면 한 번 더 만나겠지 하면서 시험을 하게 되는 거예요, 자기 자신을. 누구라도 그럴 것 같아요. 정말 저 사람이 내 운명이라면 다시 어떻게든 만나겠지 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지금의 작별이 마음 아픈 거죠. 그래서 김종욱과 여자의 감정이 그 때 폭발해요. ‘안 가르쳐줘서 안 물어보려고 했는데, 이름만 가르쳐줘’ 김종욱이 그렇게 말하죠. 그리고 여자는 마지막에 이름을 말해요. ‘내 이름은…’ 그 순간 기차가 출발하면서 기적소리에 묻혀 남자가 못 들어요. 기차는 떠나고, 남자는 뒤돌아서죠.”
그런 경험…없으면 말고.
“어려선 특별한 꿈이 없었어요”
“어려선 클래식을 했고 중학교 때는 농구를 했어요. 이것저것 한 거죠. 드라마를 하고 노래를 했던 것도 제 의지와는 큰 상관이 없었어요. 하지만 연기를 하면서 생겼어요. 저기까진 가야겠다, 가볍게 보진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사실 그가 노래를 하게 된 것도 기획사 사장과 노래방에 갔던 게 계기. ‘너 노래 좀 하는구나’하며 냈던 첫 번째 음반이 댄스 장르였다. 그러다 야인시대 주제곡을 부르게 됐던 것.
“저한테 질풍노도의 시기가 늦게 찾아왔어요. ‘야인’ 노래를 부르고나서 찾아온 거죠. 사람들이 이 노래를 시키면 너무 부르기 싫은 거예요. 그런데 서른 살 즈음에 ‘이게 기회인 거구나’ 싶었어요. 요즘은 회식 자리에서도 잘 불러요. 코트 깃을 세우며.”
하지만 앨범에 대한 미련은 없다.
“앨범을 접고 3, 4년간 아무 것도 안했던 적이 있어요. 그러다 극단에 들어가게 됐는데 그 때 좀 확실해진 건 연기자로서 확실히 입지를 굳히고 ‘나는 배우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때까지는 앨범을 안 내겠다는 거였죠.”
그의 노래는 뮤지컬 무대에서만 듣는 걸로, 그의 회식자리가 아닌 다음에야.
“바람처럼 스쳐가는 정열과 낭만아, 아직도 내겐 거친 꿈이 있어.”
가수들은 가끔 미신 같은 법칙을 믿는다. 자신의 출세작 가사 대로 인생이 흘러간다고. 강성이 걸어온 삶, 그의 노래와 닮아있을까?
첫 번째 질문, 너무 바람처럼 스쳐가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을까?
“저는 딜레마가 없어요. 3, 4년 공백기를 가졌을 때도 그만두는 걸 쉽게 할 수 있었거든요. 후회가 없어요.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그래서 없어요.”
그럼 두 번째 질문, 그에게 거친 꿈이란?
“‘각인’되고 싶어요. ‘배우’로 각인되고 싶은 게 가장 커요. 몇 년 안에 이뤄야 할 숙제죠. 그래야 다음 발걸음이 가볍고 경쾌하고 더 멋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마 그 몇 년 안에 기자와 다시 만나게 되리라. 관객에게 각인된 모습으로. ‘야인’ 가사 뒷부분처럼(나는 야인이 될 거야) 되어있지만은 않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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